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219화 (219/244)
  • 219- 국제적인 위상관리.

    스위스는 세계 국제 기구가 많은 곳이었다.

    스포츠계에서도 IOC와 FIFA가 있고, 거기에 그 산하인 유럽축구연맹 UEFA까지 모두 스위스에 있었다.

    재환 역시 그것을 알고 런던에서 IOC랑 협상을 하는 도중에 타밈이 이곳에 온다는 연락을 받고 얼굴이나 보자고 기다렸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유효했다.

    타밈 왕자가 재환에게 FIFA쪽에 대한 진출을 넌지시 제안했다.

    “IOC도 그렇지만, FIFA 역시도 비즈니스 적으로 작은 선물 거래가 있지 않나요?”

    재환이 농담삼아 말하자 타밈 왕자는 껄껄 웃으면서 대답했다.

    “미스터 신, 내가 친구에게 그런 식으로 소개를 하겠소? 걱정하지 마시고 나를 따르시오. 아마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가 소개한 FIFA의 사람이 좋은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오.”

    카타르 왕자이자 차기 국왕이 장담하는 자이니 어떤 이인지 한 번 보기로 했다.

    “좋습니다. 전하께서 이야기를 하신 인물이니 한 번 만나봐야겠죠.”

    “하하하, 탁월한 결정을 하신 거요!”

    그가 올때까지 재환은 둘 만의 공통 소재가 될 수 있는 이야기를 꺼냈다.

    “축구팀 운영은 하실만 하십니까?”

    “아이구~ 이렇게 어려운 영역인지 몰랐군요. 특히 그 재정적 페어플레이(FFP)라는게 왜 이리 까다로운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인수하는데 재환에게 양보를 하고, 그 다음 카타르 투자청이 노린 팀은 파리 셍제르망이라는 프랑스 리그 팀이었다.

    그야말로 오일머니가 뭔지 보여주겠다는 식으로 인수 첫 해부터 수천억을 투자하는 큰 손으로 세계 축구계에서 엄청난 거물이라는 것을 인증한 카타르 투자청.

    그리고 IOC와 FIFA 사이에서 각을 재고 있으면서 어느쪽으로든 자신들의 가문의 영향력을 선보이고 싶은 혜성그룹.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두 친구는 천천히 새 인물을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후 정장을 갖춰 입은 백인 남성이 다가왔다.

    삭발을 한 스킨헤드에 이런 자리에서 정장이 아닌 아웃도어 점퍼를 입고 온 특이한 인상의 백인 남자였다.

    그는 싱글거리는 웃음으로 타밈 왕자에게 인사를 하고 재환의 소개를 받았다.

    “미스터 지안니! 이쪽은 나의 친구 혜성그룹의 신재환이오.”

    “오! 맨체스터의 구원자를 이 자리에서 뵙는군요!”

    이탈리아식 발음이 묻어나는 영어로 말하는 모습과 외형은 자칫 경박해 보일수도 있었으나 타밈 왕자는 이 자를 굉장히 신뢰하고 있었다.

    “지아니 안판티노라고 합니다. 현재 FIFA 국제 변호사이자, UEFA 사무총장을 맡고 있습니다.”

    ‘어이쿠!’

    재환은 그 이름을 듣고 반갑게 악수했다.

    “이거 굉장하신 분이 와 주셨군요.”

    타밈 왕자가 말한대로 상당한 거물이었다.

    FIFA내에서 남미연맹과 더불어 가장 위세가 센 유럽축구연맹의 사무총장이자 현 FIFA 회장 제프 블래터를 밀어내고 그 뒤로 차기 회장에 오르는 존재이다.

    물론 그 뒤에 수많은 알력싸움이 있었지만, 재환은 오히려 그래서 낫다고 생각했다.

    ‘시작부터 성골을 잡아주는 군. 비리로 털어낸 구세력을 들고 올라가는 거니 최소한으로 구설수를 줄일수 있겠지?’

    재환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그리고 그들은 2018년과 2022년의 차기 월드컵 개최를 두고서 이야기를 나눴다.

    “카타르에서 열리는 월드컵이 잘 개최되기를 바랍니다.”

    “하하, 물론이오. 지난날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에서 첫 월드컵을 개최한 이후로 이를테면 세 번째 월드컵이 아니오?”

    “한.일을 공동으로 친다면 두 번째지요.”

    재환은 안판티노의 그 말을 듣고서 묘한 눈으로 바라봤다.

    “하, 하하! 원래 공동개최라는 것은 한국과 일본이 시작한게 아닙니까? 덕분에 유럽에서도 오스트리아/스위스 공동개최나 폴란드/우크라이나 공동개최 등을 만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본인 역시도 뭔가 미묘한 국제관계를 도매금으로 묶었다는 것을 실수했다고 느꼈는지 정정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22년 월드컵도 아니라고 생각했죠.”

    2022년 월드컵은 미국,카타르,호주, 그리고 대한민국이었다.

    하지만 재환은 앞서 말했듯이 자국이 아닌 카타르 쪽을 지지하는데 손을 쓰겠다고 했었다.

    “한국의 경영인이 자국 대신 타국을 지지했다는 이유가 그것이었습니까?”

    안판티노는 안 그럴 거 같으면서도 묘하게 재환에게 많은 것을 물었다.

    그리고 당시 FIFA의 부회장은 한국인인 정목준이었다.

    세계 축구계의 거물이자, 한국 최고의 재벌가 아성가의 사람인데도 그와 반대되는 길을 선 것.

    그것에 대해 재환은 쿨하게 대답했다.

    “공동개최는 단 한 번으로 족하다 생각했으니까요.”

    “흐음.”

    “사실 한국이 평화의 월드컵이란 슬로건으로 내민 유치에는 남,북 공동개최라는 것이 있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악화되는 남북관계에 국지도발로 우리나라의 장병이 희생됐을 때 저는 공동개최에 대해지지 철회를 했습니다.”

    현실적인 문제이면서 국제 문제의 일이었다.

    그리고 재환의 결정은 유효했어서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을 차지하면서, 정목준이 명예부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AFC 내에서 혜성의 지원으로 대한축구연맹은 신희지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해관계 속에서 안판티노는 타밈과 재환에게 제안했다.

    “올해 블래터의 FIFA 회장 선거, 이번에는 제가 막으려고 합니다.”

    같은 스위스 출신이자 20년 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블래터를 막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허어, 엄청난 싸움이 되겠군요?”

    FIFA 회장의 자리는 전 세계 연맹의 투표로 결정되지만, ‘검은 손’이라 불리는 블래터의 독재는 지난날 아벨랑제에 이은 수십년간의 연임으로 그 도를 넘어섰다.

    그 상황에서 또 다시 새로운 후보들은 나오고 철옹성 같은 블래터의 권좌를 노리기 위해 그들이 나섰다.

    “이야기가 그렇다면 우리에 대해 말해도 될까요?”

    “네, 그러시죠.”

    재환은 안판티노와의 딜을 하면서 FIFA는 IOC와 어떻게 다를지 한 번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일단 IOC에서 공식 스폰서쉽을 하기로 했을 때, 내건 제안이 이거였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준호가 런던에서 협상을 하는 내역에 대해 딱 맛보기로 보여준 재환.

    안판티노는 그것을 보고 무슨 상황인지 알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FIFA의 파트너쉽은 여러개가 있다는 것을 알려드려야겠군요.”

    FIFA의 스폰서는 총 세 개로 나뉘었는데, 공식적으로 FIFA에게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 공식파트너, 그 다음 월드컵 시즌에 맞춰서 후원을 하는 월드컵 파트너, 그리고 각 챔피언스리그의 챔피언들이 붙는 클럽월드컵의 파트너이다.

    재환이 원하는 것은 물론 공식 파트너였다.

    “음료 제공은 코카콜라, 대회 공인구와 심판복 제공은 아디다스, 선수단 버스와 차량 제공은 아성자동차, 항공은 카타르 항공.”

    이렇게 직접적으로 FIFA가 움직일 공식 파트너에 재환은 한 가지를 내밀었다.

    “유통사업은 어떻습니까?”

    “네?”

    “월드컵에 필요한 응원도구, 물품, 그리고 각 국에 필요한 티켓팅 등을 원클릭 구매를 할 수 있게 오픈마켓을 제공할까 합니다.”

    혜성이 키우는 코멧닷컴이 공식 스폰서가 된다.

    어차피 자동차나 전자는 다른 기업들이 있으니 셋중 다른쪽을 선택한 재환이었다.

    안판티노는 그것을 보고서 금액도 그렇고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 생각했다.

    “언제 돌아가십니까? 그 동안 잠시 니옹에 있는 UEFA의 임원들과 식사라도 하심이?”

    안판티노의 제안에 재환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저도 그러고 싶긴 하지만, 혜성그룹의 회장이 아닌 맨유 구단주 신재환이 UEFA에 사람들 만난다는게 안 좋게 보이지 않겠습니까?”

    “아, 그것도··· 그렇네요?”

    재환은 웃으면서 안판티노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스터 지안니? 그렇다 하더라도 나 역시 FIFA의 개혁을 위해 한 배를 탄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감합니다. 그러니 추후 혜성그룹의 경영진을 보내서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군요.”

    “아, 그렇다면 저도 영광입니다.”

    자신을 피하는 줄 알았는데, 조리있게 말하면서 그룹의 경영진을 보내겠다는 말에 안판티노는 자신이 회장 출마를 할 때 카타르 왕실에 이어 혜성도 도움을 줄 거라는 것에 대해 확신했다.

    그리고 스위스에서 많은 회담을 나눈 재환은 돌아오면서 런던 올림픽의 폐막식을 보고 떠날 준비를 했다.

    “IOC 협상 접읍시다.”

    “네?”

    “올림픽 스폰서는 해 주겠다고 하세요. 대신 공식 파트너는 IOC가 아니라 FIFA 쪽하고 이야기가 잘 통할 거 같군요.”

    재환은 품 안에서 UEFA의 명함을 건네주면서 말했다.

    “수고스럽겠지만, 김 실장은 스위스로 가서 이야기 좀 추가로 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일단 간을 봤는데 IOC보다는 FIFA가 우위인 것 같고, 그렇다면 공식스폰서를 노리면서도 올림픽에 대해서는 섭섭지 않게 따로 후원을 하기로 했다.

    뭐, 덕분에 IOC 위원 자리는 혜성그룹 가문 내에서 잊어야겠지만 말이다.

    ***

    그리고 퇴근 후에 가족 모임이 조촐하게 열렸다.

    양재동 집에 와서 밥이나 먹고 가라는 희경의 말에 사돈과 친척 할 것 없이 모두가 와서 식사를 가졌다.

    손주들이 할아버지 앞에서 재롱을 부리고, 그 동안 결혼 이야기다 가족 이야기다 오랜만에 회사 일 없이 아주 즐거운 자리가 되었다.

    재환은 그들을 보면서 흐뭇하게 바라봤다.

    이제는 확실한 혜성그룹의 가장이고, 모두를 불러서 이런 자리를 자주 가져야겠다면서 모두를 안고 가기로 했다.

    “이제 승윤이가 학교를 가는거야?”

    “네!”

    “어이구, 그러면 할아버지가 용돈 좀 줘야지!”

    8살짜리 애에게 수표를 선물로 주는 퀄리티.

    그걸 보고 희경은 동생 희수에게 쓸데없는짓 한다면서 한마디는 해도 싫지만은 않은지 웃었다.

    그 외에 기환이 역시도 와이프 뱃속에 둘째 아이가 태어난다고 자랑하면서 아들이건 딸이건 잘 키우라고 축하를 받았다.

    그리고 안채로 들어가서 따로 술상을 먹는 자리에서 재환은 처음으로 일 이야기를 꺼냈다.

    “숙부님이 지금 축협 부회장 자리 임기 얼마나 되시죠?”

    “연임해서 2년까지.”

    “어이구, 그럼 희수가 축협회장 되는거냐? 어감이 꼭 은행같네?”

    희경이 키득거리자, 재환은 손가락을 흔들었다.

    “아니요. 좀 더 큰 자리로 가셔야죠.”

    “음?”

    재환은 이번에 협상하는 정보에 대해 말했다.

    “이번에 FIFA에서 아성가의 정목준 회장이 낙마한 뒤로 새 파트너를 찾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협상을 좀 하려고 하거든요. 아성가하고 축구한판 해야겠어요.”

    “음?”

    “뭔 소리야. 피파가 어떻고 축협이 어떤데?”

    재환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희수 숙부님 영어랑 프랑스어 공부해 두세요. 할 수 있으면 독일어와 스페인어도 익히면 더욱 좋습니다.”

    “아니, 내가 이나이에? 칠순이 다 되간다.”

    “국제기구 임원 하시려면 그래야죠.”

    재환은 FIFA하고 이야기를 해서 회장 선거를 앞두고 UEFA와 딜을 해서 공식 파트너쉽을 맺는 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축협 부회장에 있는 희지를 FIFA 임원으로 올릴거다.

    “이것 때문에 아성가하고 딜을 볼겁니다. 좋게좋게 해결할 테니 일단 그것만 준비해주세요.”

    “허어, 그 놈들 아직도 축구판에서는 방귀 께나 뀌던데 우리가 위로 올라가면 뭐라 안 그러려나?”

    “그러니 협상을 잘 해야죠.”

    이제부터는 경영 실무에 대해서는 부회장들에게 맡기고, 재환은 회장으로써 더 큰 시장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뛸 생각이었다.

    그동안 혜성 2기가 도약의 시기였다면, 이제는 양적 성장에 이은 위상을 관리하기 위한 질적 단계였다.

    그리고 그 큰 그림을 그릴 붓은 이번에도 재환이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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