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216화 (216/244)
  • 216- 내가 너희를 구해주리라.

    게임규제에 대한 법안이 취소된 이후로 여론은 혜성그룹과 신재환을 칭송했다.

    언론사에서는 ‘문화산업을 이끌어나가는 리더’로, 인터넷 상에서도 ‘재벌 회장이 서브컬쳐계에 탱커가 돼 줬다.’라는 반응이었다.

    “여론이 우리편인 것은 언제나 좋은 것이지.”

    재환은 흡족한 얼굴로 인터넷의 기사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dldxhman: SM정권 게임규제가 혜성그룹 때문에 취소됐네?]

    [fmsrms: 여러분 신재환 회장이 이번에 여가부 게임규제 막아냈대요.]

    [ebsk!: 정부 압제를 막아낸 재벌 회장 위엄.jpg]

    이런 거 하나하나에 연연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흐뭇한 재환은 기지개를 켜면서 이번 일은 어떻게 잘 끝났다고 생각했다.

    재환은 그 뒤로 회사 일에 열중했다.

    ***

    판교에 도착한 재환은 자신이 지은 백색의 거탑을 보고서 박수를 쳤다.

    [지금부터 경한대 판교병원의 완공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2007년 명진재단에서 의대 인수 이후 강릉에 시립병원 인수해서 800병상으로 만들어 상급종합병원 심사를 받았다.

    그리고 재환이 그렇게 기획했던 수도권 대형 종합병원 설립은 판교에서 이뤄졌다.

    십 수만평의 혜성가의 그린벨트가 참으로 알차게 쓰이는 순간이었다.

    종합 1200병상에 상급종합병원으로 시작할 혜성재단의 캐쉬카우.

    재환은 최고급 의료장비들을 수입하는데 거침이 없었으며, 이름난 의사들도 배 이상의 연봉으로 귀하게 모셔왔다.

    그리고 혜성가 사람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단정한 정장을 갖춘 도도한 여성이 있었다.

    “아이고~ 신 선생님!”

    “오빠··· 아니, 회장님!”

    재환은 희지 숙부의 딸이자 이번에 혜성재단 판교병원에 영입된 전문의 지선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제는 사촌동생이 아니라 동업자로 영입된 의사였고, 그와 이야기를 하면서 물었다.

    “외과하라고 했지?”

    “네, 전공은 대장파트요.”

    “앞으로 혜성 임원들 건강검진 할 때 대장내시경은 네가 해줘야겠네.”

    “아하하,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힘 낼게요. 회장님.”

    재환은 잘 하라고 격려해 주면서 병원 일대를 둘러봤다.

    정식적인 영업 시작은 아직 2주 정도 남았고, 지금은 시설들을 둘러봤다.

    “여기 이 기구가 존스 홉킨스 대학에 있는 것과 같은 모델입니다.”

    “의료장비 겁나게 비싸긴 했죠. 하지만, 이런거에 돈을 아끼면 안 돼지.”

    “네, 그렇습니다.”

    초대 판교병원 의료원장으로 임명된 인물은 강릉시립병원장이었던 이한수 박사였다.

    “영업 시작 이후로 분당, 판교 일대에서 먼 곳에서 치료를 받으시는 환자분들이 먼저 전원신청을 받았습니다.”

    대부분은 이 일대 살면서 암이나 뇌졸중 등으로 수술을 받은 노인 환자분들인데, 이제는 가까운 판교병원으로 온다.

    그 다음으로 재환이 또 신경쓴 것이 있었다.

    “그렇지. 자고로 병원이라면 이게 있어야돼.”

    재환의 고집으로 엄청난 규모로 설립한 이 곳은 트라우마센터.

    국내에서는 중증외상환자들을 받는 병실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수염이 거칠게 자라 있고, 며칠간 잠도 못 잔 것 같은 인물이 재환에게 인사했다.

    세운대 병원 권역외상센터를 맡았던 현 중증외상 수술의 대가 김원종 교수였다.

    재환은 그와 악수를 하면서 말했다.

    “의료수가 생각하지 마시고, 소신의 진료를 펼치세요. 심평원이 뭐라 하면 재단에서 추가로 계속 지원을 할 거니까.”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리고 닥터 헬기의 경우는 적당한 모델을 알아보고 있는데, 구매시 그룹 기전실과 같이 한번 봐주세요. 탈 사람이 결정해야 하니까요.”

    “알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김 교수는 회의적이었다.

    이제껏 그런 식으로 미사여구를 붙였지만, 10년동안 닥터헬기를 진짜 지원해준다는 사람은 정부도, 의료계도, 재계도 단 한 명이 없었다.

    그리고 재환 역시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개원 100일째 되면 깜짝 선물로 딱! 그래야 더 감동해서 환자 잘 고치지 않겠어?’

    그동안의 통수를 보상하는데 서프라이즈 100일이면 충분할거다.

    ***

    “그런 의미에서 올 한해 건강검진은 혜성재단의 경한대 판교병원에서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육공회 모임은 KS호텔에서 열렸는데, 재환의 개원식 한턱으로 인해 테라스에서 바비큐가 구워지고 있었다.

    “진짜 저새끼 알음알음 다 한다니까?”

    진용이 맥주를 마시면서 한 말에 재환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90년대 식품 소비재와 무리해서 소유한 해운,건설,중공업을 가진 혜성그룹.

    하지만 어느새 핵심제품이 쇼핑몰, 자동차, 반도체, 스마트폰을 넘어 이제는 병원 운영까지도 손을 썼다.

    물론 이제 막 시작하니 삼신의료원이나 아성병원에 비교하면 늦어도 한참 늦은 격차지만, 재환이 있다면 언제든 뒤따라갈 수 있을 거다.

    “그런 의미로 진용이 너는 섭외 1순위다.”

    “미친, 내가 우리 집안 놔두고 왜?”

    “서판교로 이사온다며? 그럼 가까운 병원 이용해야지.”

    재환은 병원에서 만든 건강검진권을 진용에게 건네주고, 다른 멤버들에게도 돌렸다.

    “다들 상부상조 합시다. 판교 올 일 있으면 한 번씩 들리고 좋잖아요?”

    그러면서 재환은 현규를 바라보고 웃었다.

    “나도 와이프 애 태어날 때, 저쪽 도움 많이 받았으니까.”

    멋쩍게 웃는 현규를 보고 재환은 잔을 들었다.

    최근 들어 서로의 사업논의로 아주 밀접해진 육공회는 단순 맥주 한 잔 마시는데도 수천~수조원 단위의 이야기가 오갔다.

    “다음은 우리 차례지. 중운대학교 인수 조만간 끝날거야.”

    혜성그룹에 이어, 다음은 두성그룹이 대학교 재단을 인수한다고 했고, 거기에 대해 다른 이야기가 오갔다.

    “공대 건물 짓는다면서요?”

    “그렇지. 특히 전기,화학,기계 쪽의 전화기 양성으로.”

    현규는 그 말을 듣고 정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공학관 건물 하나는 지원해드릴수 있어요. 대신 유능한 전자 인재는··· 아시죠?”

    “화학쪽은 우리도 지원좀 해 줄게. 요새 화공과 인재 없어서 난리다.”

    대현도 거들자 정인은 대학 재단 하나 제대로 운영할 수 있겠다며 흡족했다.

    바깥에서는 대학교의 인풋과 아웃풋을 놓고 싸우지만, 이 자리에서는 각자의 재벌들이 가진 재단을 두고 서로 건물 하나씩 올려주고 기증도 하면서 유능한 인재는 알아서 뽑아가는 체리피킹의 자리가 일어나고 있었다.

    재환 역시도 경한대를 키우면서도 삼신, 두성, 아성 등의 다른 재단 대학교에 기증을 하고 자신 역시도 건물 기부를 받았다.

    재환은 그 뒤로 오늘은 2차로 자신의 집으로 초대 없이 1차에서 딱 끝내는 술자리를 마쳤다.

    오늘은 다름이 아니라 사촌들끼리 모이자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

    “자, 한 잔 하자고.”

    재환은 기환의 집에서 모여 사촌들끼리의 술자리를 가졌다.

    오늘 초대해준 기환에 이어, 프로축구연맹에 있는 그의 동생 영환, 그리고 오늘 병원 완공식에서 만난 지선이까지.

    혜성 2세대가 모인 자리에서 가정부들과 호텔에서 데려온 셰프들이 코스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거기에 질 좋은 보르도 와인이 있는 것이 대접을 위해 신경 쓴 것 같았다.

    처음 만났을 때 작은 체구에 위축되어 있던 대학 중퇴의 청년은 이제 한 가정을 이루고 전문분야에서 실력을 올리는 훌륭한 경영자가 되어 있었다.

    재환은 기환을 보며 그저 코끝이 찡해졌다.

    그 외에 다른 동생들은 잘 해주고 있으니 더 이상 바랄게 없었다.

    “자, 먹자!”

    재환이 먼저 와인을 들자 모두가 건배를 하고 한 마디씩 했다.

    “형님, 진짜 혜성그룹이 이렇게까지 된게 가슴 벅차네요.”

    영환의 말에 재환은 피식 웃었다.

    “좋게좋게 성장한 거지.”

    이번에 숙부님이 축협 회장하시고, 곧 있으면 저도 연맹 부회장 올라가게 되네요.

    “그래, 축구리그 잘 만들어주라고.”

    “저희 경쟁은 형님이 인수한 맨유죠. 어우, EPL 중계 상대하기는 빡센데.”

    “그만큼 인기를 늘려봐.”

    재환은 느긋한 모습으로 말했다.

    그러다가 와인 한 모금을 마시던 지선에게 물었다.

    “이번에 신누리그룹 정진용이가 서판교로 이사갔어. 내가 건강검진 이용권 줬으니까 오면 잘 해줘.”

    “네, 저랑 볼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앞으로 내가 키울게 응급의학과랑 외상외과야. 물론 그것만 생각하는게 아니라 암센터와 뇌센터 설립하고 수술의 대가들을 모을꺼니까 잘 해줘.”

    “예, 저도 노력할게요.”

    “혹시 아나? 잘 해서 원장 자리 될지도.”

    아직은 까마득한 미래지만, 이때부터 미리 이야기해 둬야겠다.

    그렇게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왁자지껄한 좋은 자리가 되었을 때, 새 술을 가져온 기환이 입을 열었다.

    “형.”

    “음?”

    “이번에 있잖아. 게임 규제 엿먹인거, 정말 고마워.”

    “별~ 네가 왜 나한테 고마워 하냐?”

    아닌걸 아니라고 한 건데, 그걸 위해서 뭘 그렇게 고마워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기환은 단순 고마운 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뭔가를 또 준비했다.

    “근데 있잖아, 형. 이왕 고마운김에 또 하나만 더 고마워 할 일 만들어주면 안 될까?”

    “···사업 이야기냐?”

    “어, 따지고 보면 그렇긴 한데.”

    기환은 뜸을 들이다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번에 CBM이 뉴스데스크 게임 실험한거 있잖아?”

    “어, 그렇지. 왜? 그놈들이 추가 보도한데?”

    “아니, 원래 CBM산하에서 CBM게임즈라고 있었거든? BSL이라고 스타리그도 따로 주최하고.”

    “음, 그런데?”

    “거기가 내년에 폐국돼. 일방적인 수뇌부의 독단으로.”

    “흐으음.”

    과거 혜성게임즈 시절부터 스타리그에 대한 스폰서 요청이 있을 때, 혜성도 한 번 지원해 준 적이 있었다.

    그쪽 일에 대해서는 기환이에게 전권을 줬으니, 재환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넘어갔지만 방송국이 하나 폐국된다니 기환이 그것에 대해 언급한다.

    ‘방송국 인수해달라는 건가?’

    재환이 그것을 생각하고 있을 때, 기환이 말했다.

    “형, 일단 CBM이 음악채널로 변경한다고 하는데, 폐국 이후 인원들은 전부 뿔뿔이 흩어지게 돼. 그래서 말인데, 혜성게임즈 산하에서 게임방송을 하나 만들고 우리가 그 인력을 전부 인수하는게 어떨까 싶은데 말이지.”

    본론을 꺼낸 기환의 말에 재환은 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기획서 만들어서 가져와 봐.”

    “저, 정말?”

    “그거 얼마나 한다고. 수익 구조하고, 앞으로의 비전 등을 네가 만들어서 가져와 봐. 돈이 되는거라면 내가 왜 마다하겠니?”

    “고마워, 정말 고마워 형님! 아니, 회장님!”

    “고마운건 내가 최종 싸인했을때나 할 말이고.”

    재환은 이 자리에서 게임방송까지 하나 운영하게 되었고, 영환이나 지선은 둘이서 무슨 사업인가 했더니 게임 이야기였냐며 김이 샌 모습이었다.

    어쨌건 재환은 마지막에 괜찮은 제안을 받고서 반쯤 승낙한 상태로 술자리를 마쳤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재환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드러누우면서 와이프에게 말했다.

    “게임 캐스터 같은거, 아카데미에서도 하나?”

    “네?”

    미연이 무슨 말이냐고 어리둥절할 때 재환은 베게 너머로 말했다.

    “게임 방송 운영할 거 같은데, 거기에 따라서 게임 캐스터 할 만한 연예인들 있으면 양성해봐. 밀어줄테니까.”

    “아, 그 게임 캐스터라··· 알아볼게요.”

    “스타크래프트 잘하는 여자 연예인 있으면 더할 나위 없는데···.”

    재환은 피곤함에 젖은 채 술김에 모든 것을 승낙하고 그대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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