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 내 사전에 문화 탄압은 없어!
재환이 제대로 약을 쳤다.
우리당 국회의원과 강 시장은 그 상황에 대해서 아주 잘 알아들어서 걱정하지 말라고 약속을 했다.
커피 한 잔의 시간으로 아주 유익한 자리를 가졌고, 이제 저게 얼마나 큰 폭탄이 될지는 야당의 의지에 따라 달렸다.
재환은 준호와 같이 차에 탔고, 이제 여수로 떠날 준비를 했다.
“회장님.”
“네?”
“야당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떡밥은 거창하게 던졌지만, 과연 상임위 의원 두 명한테 약친 것 정도로 이번 일을 넘어갈 수 있겠냐 싶은 불안감이 있었다.
재환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어떤 정치인이든 다 밑으면 호구 되는게 이 바닥이죠.”
“그렇긴 합니다만.”
“저쪽 입장에서는 필사적일 겁니다. 이제껏 자기들 텃밭의 큰 힘이라 생각한 혜성이 나 때문에 계속 여당 손에 들어갔다 생각할 테니 말이죠.”
재환은 그 균형을 다시 잡기 위해 이번에 다시 야당을 움직인 것이고, 호남 최고의 거부이자 세계적인 경영인으로 한마디를 해줬다.
“자~ 이제 내년 엑스포 준비를 위해 가 봅시다. 전남도지사하고, 여수시장 기다린데는 그쪽도 전부 야당이죠? 한 번 더 말해봅시다.”
재환은 말이 나온 김에 여수 엑스포를 위해서 한 가지 떡밥을 던져보기로 했다.
***
“게임이요?”
“네, 그렇습니다. 이번 여수엑스포의 환경관에서 말이죠. 터치스크린으로 아이들도 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게임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호오, 그거··· 괜찮은 방법 같군요? 지난 상하이엑스포에서도 그런식으로 그 터치 게임을 만들지 않았잖소?”
여수엑스포 위원장 강호석, 전남도지사 김준영등의 인물들은 그 말에 흥미를 보였다.
재환은 거기서 한 가지 더 꺼냈다.
“그리고 환경을 테마로 여기 이 스마트폰으로 앱 게임을 만드는 겁니다. 그래서 대중적으로 홍보를 하는 거죠.”
혜성그룹이 직접 나서서 엑스포 홍보를 위한 자료를 만들어준 다는 말에 위원장 이하 여수 지자체장들은 그야말로 입이 귀에 걸렸다.
10대 기업에 대한 많은 참여를 바랐는데, 그중에서도 혜성그룹이 이렇게까지 도와주니 고마워서 뽀뽀라도 해줄 정도였다.
그리고 재환은 이 말을 한 다음 또다시 떡밥을 준비했다.
“이렇게 게임으로 국책사업 홍보를 해 보려고 하는데, CBM은 어쩌자고 게임의 폭력성이 어쩌구 하는지 원···.”
“네?”
“세상에 이 뉴스를 좀 보세요. 아이들이 게임하면 폭력적이 된다고, 이렇게 올린 것을요.”
재환은 똑같이 스마트폰으로 그 뉴스를 보여줬고, 그들 역시도 속내가 어떻던 간에 재환의 편을 들어주면서 CBM을 욕했다.
“이 친구들 이거 안 되겠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원, 새로운 산업에 홍보를 해줘도 모자랄 판에 재뿌리는 짓이나 하고.”
광주와 여수에서 신재환이 약을 쳤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서울에 올라왔을 때 바로 드러났다.
***
[네, 다음소식입니다. 최근 게임에 대한 폭력성과 유해성을 놓고 각 단체에서 치열한 갈등을 두고 있습니다. 유해성이냐 창의성이냐 서로에 대한 이야기가 큰데요?]
CBM에 대한 극딜 이후로 언론은 일방적으로 게임 때리기를 못했다.
그 상황에서 재환은 서울에 올라오면서 기전실에서 한 말이 기사에 나왔다.
[이로 인해 혜성그룹의 신재환 회장은 혜성게임즈를 지키겠다며, ‘게임 폭력성 실험’을 했던 CBM에는 일체 취재 거부를 선언했습니다. 또한 혜성 아카데미 내에 있는 연예인들 역시도 보이콧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건 굉장히 큰 건이었다.
재벌 대기업 하나가 방송국 하나를 아예 아웃오브 안중으로 밀어버리고, 거기에 소속된 연예인도 빼겠다?
당장 유재현이 방송하는 ‘무한의 도전’하나만 하더라도 이게 터지는 순간 CBM은 거꾸러진다.
게다가 야당 몇 명이 기름을 치니 더욱 더 불길이 거셌다.
[윤상현:(우리민주당): 굉장히 잘못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사업을 양성하는 곳에서 그걸 벌써부터 규제를 하려고 합니까?]
[이영선:(한민국당):인터넷과 게임중독예방을 위해 기금을 마련하는겁니다. 게임회사들 역시 그동안의 중독을 이끈 아이들을 위해 매출액 일부 원천 징수를 하겠습니다.]
한쪽은 게임 중독과 아이들을 위해 중독방지 원천징수를 한다고 하고, 다른쪽은 문화산업을 죽여버리는 거라면서 대립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일은 거대 여당인 한민국당이 게임산업에 대해 매출 대비 세금 징수를 위해서 움직인 것.
게다가 여성부와 학부모 시민단체들이 엮여있는 것 까지 드러나게 되자 점점 상황이 더 혼란스러워졌다.
재환은 그 상황에서 다른 방송사인 SBC에서 한 마디 했다.
[회장님! 최근 게임 산업 규제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신재환(혜성그룹 회장): 여성부면 여성 인권이나 챙기라지, 게임산업에 왜 그네들이 완장질을 합니까?]
재환의 한 마디에 정부 내에서도 혜성그룹과 척을 지게 될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 재환의 집으로 장인 내외가 찾아왔다.
“여보, 손주들 데리고 잠깐 방에 가 있어요.”
“알았어요. 호호호!”
장모야 아무것도 모르고, 알아도 모른 척으로 아이들과 딸만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갔고, 재환과 한 의원의 술자리가 되었다.
“사위, 이번 일에 대해서 말일세···.”
“게임 규제 이야기라면 안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아, 그게 아니라··· 물론 나는 반대지. 하지만 당내 주류가 그래서 말이야.”
한 의원은 한숨을 푹푹 쉬면서 소주를 마시고 말했다.
“여성부 내에서는 시민단체가 다수 있어. 그쪽은 대부분이 학부모회 단체고 강남과 목동 일대에 많아.”
“한 마디로··· 치맛바람 단체다 뭐 이런가요?”
“이 사람, 말을 좀···.”
결국은 당내 주 지지층인 학부모 단체와 여가부의 게임규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표심에 민감한 여당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재환은 그 상황을 보고서 말했다.
“일단 저희는 강행할 겁니다.”
“거 적당한 선에서 합의가 안 되려나?”
재환은 대답 대신 장인께 드릴 기획서를 보였다.
“이게 뭔지 아십니까? 내년에 있을 여수 엑스포를 두고서 혜성이 환경관하고, 게임산업에 대해서 홍보를 하는 겁니다. 문광부 상임위에서 이야기 나왔을텐데, 여당도 여기에 합류하는게 더 빠르지 않겠어요?”
“으으음.”
그 서류를 보고 한 의원이 손가락에 침을 바르면서 하나하나 넘겼을 때, 그것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만 간다면 혜성은 확실하게 정부의 국제행사 유치에 큰 도움이 됐는데, 잘못하면 그 공을 야당에게 다 빼앗긴다.
한 의원 역시 정치인인 만큼 여기에 대해서는 민감할 수 밖에 없었다.
“중앙당하고 협상 잘 보시면 이번 일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겠죠?”
“으으음.”
“아니면 제가 이상명 대통령에게 식사 초대라도 받을까요?”
재환이 이렇게까지 나오니 한 의원이 결정했다.
“아, 알겠네! 내가 한번 당대표랑 사무총장에게 잘 말해볼테니, 너무 그쪽하고 척질 생각은 하지 말게.”
“네, 그러죠.”
재환은 장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로 뒤늦게 안방에 있는 사람들을 불러서 좋은 식사자리로 훈훈하게 넘겼다.
한 의원 내외가 돌아간 뒤로 재환은 미연에게 말했다.
“혜성 아카데미에서 10대 애들 성우 가르치는 거 잘 하고 있지?”
“네, 그거야 계속 투자하고 있죠. 인재양성이니까.”
“그쪽 잘 말해둬 우리가 정치꿈나무 키우는건 아니지만, 문화인 양성도 나중엔 큰 힘이 된다.”
“이건 내 꿈이기도 하니까 절 때 허투루 안해요. 단지···.”
“?”
“우리 아버지하고 당신하고 상황이 불편해지는 건 아니죠?”
최근의 이슈에 대해 미연이 걱정스럽게 물어보자 재환은 피식 웃으면서 아내를 안아줬다.
“그럴 일 없어.”
***
재환은 얼마 뒤에 있을 100분 토론 [청소년과 폭력성에 대한 게임규제]에 대해서 CBM에서 편성되자 재환이 사람 하나를 불렀다.
“무슨 말인지 알죠? 내가 직접 나가지 못하니까 믿을 사람으로 정한거니까.”
[네, 회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게임규제 찬성 패널들 싹 다 털어버릴 겁니다.]
재환과 악연으로 만나 지금은 게임산업에서 든든한 혜인회 파트너가 된 라이트 컴퍼니의 김명우 사장.
그가 재환을 대신해서 이번 토론에 나서겠다고 한 것이다.
“원래라면 기환이가 했어야 했는데, 혜성그룹 전체의 보이콧을 말했으니 그 녀석 나서는게 더 이상한 그림이 될 거라 말이죠.”
[네, 잘 하셨습니다. 회장님이나 신 사장님은 다른 프로그램의 패널에 나오셔도 CBM에게는 충분히 위험이 될 겁니다.]
재환은 그날 저녁에 나오는 100분토론에 채널 고정을 했다.
이미 인터넷 여론에서는 게임을 포기 못하는 젊은 층이 학부모 협회나 정치인들을 ‘꼰대’취급하면서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었다.
[게임과 폭력의 인과관계는 그 옛날 90년대 미국에서부터 잘못된 일이라고 나왔습니다. 2010년대에 이 무슨 논란입니까?]
명우는 조리있게, 그러면서 강한 어투로 패널들을 몰아 붙였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잔혹해지는 게임에 대해서는 우려가 큽니다. 단순히 테트리스 같은 퍼즐놀이로 우리가 유해하다고 하는게 아니에요!]
학부모협회라는 시민단체 대표 아줌마의 말에 명우가 반박했다.
[게임도 영화와 드라마같이 엄연히 등급제가 있습니다. 7세, 12세, 15세, 18세요! 그걸 뭉뚱그려서 모두 게임은 폭력성을 유발한다 이런거, 누가 그랬습니까?]
[그, 그만큼··· 등급에 따라서도 나뉘어도 수위 높은 게임을 아이들이 하지 않습니까?]
[담배도 그렇고, 술도 그렇고, 성인영화도 그걸 속이고 접하는 아이들의 문제인거지 그 전체가 문제입니까? 그런 이유로 모두가 즐기는 문화를 일탈한 아이들에 의해 왜곡된 정보로 몰아붙여요?]
“잘한다~”
재환은 박수를 치면서 토론에서 물러서지 않고 2:1로 싸우는 명우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재환 역시도 저 자리에서 ‘군 장병 휴대폰 사용’으로 통과시켰던지라 저 프로는 굉장히 애용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지에서도 김명우 사장 스윗하면서 말을 조리있게 잘 한다고 팬층이 생기고 있었다.
재환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시간을 보면서 한 가지 이벤트를 준비했다.
그것을 위해서 재환은 평소에 안하던 SNS 계정을 만들었다.
***
다음날 저녁.
처음으로 SNS 계정을 만든 재환이 첫 트윗을 올렸다.
[@SJHzzang- 첫 계정. 시작! 혜성을 알리겠다.]
그런 다음 혜성백화점 본점에 있는 게임 센터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격투게임을 즐겼다.
[@SJHzzang- 요새 게임가지고 시크러운데, 그런거 치우고 한 판 할 사람. 강남 혜성게임센터로 오세요. 나 이기면 상금 5만원.]
인기 격투게임 ‘아이언 피스트’시리즈를 하는 재벌 회장의 모습은 실시간으로 엄청난 화제를 이끌었다.
SNS라는게 진짜 태동기에도 한 번만 올리면 주변 모두가 들썩인다.
경호팀과 기전실 직원들이 사복으로 갈아입고 걱정스럽게 바라볼 때, 첫 손님은 남녀 커플이었다.
“어머, 오빠! 저거 봐! 진짜 신 회장님이야!”
“와, 진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커플을 보고 재환은 손을 흔들었고, 둘이 사진을 찍으며 SNS에 올리자, 다시 반응이 올라왔다.
그리고 맞은편에서 한 게임 하자 주변에 있던 1-20대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였고, 재환은 준호를 시켜서 가서 돈좀 잔뜩 뽑아오라고 명했다.
그렇게 ‘신 회장을 이겨라!’라는 혜성게임즈의 즉석 이벤트로 인해 백화점 게임센터는 오랜만에 꽉꽉 들어차서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그리고 이 상황이 각 신문에 올라올 때, 정부는 이 순간 ‘게임규제에 대한 매출 징수’를 전적으로 무효화 시켰다고 한다.
이것으로 게임규제 또한 재환의 역사에서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