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213화 (213/244)
  • 213- 지금 말해야 전부 헛소리 취급.

    재환은 웃으면서 말했다.

    “지금 대기업 기준이 얼마냐?”

    “자산 5조원 이상이지.”

    훗날 법 개정으로 10조원으로 바뀌지만 지금은 중소-중견-대기업으로 나뉘는 3단 구조였다.

    “지금 국내에서 시가총액 1위는 삼신전자지?”

    285조원으로 압도적인 1위.

    사실상 코스피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어 이때부터 ‘삼신 망하면 대한민국 망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럼 세계 1위는 어디일까?”

    갑자기 퀴즈 분위기가 되자 한 명씩 머리를 긁적이다가 문영이 말했다.

    “엑스모빌이 아직 그대로지? A-컴퍼니가 추격하긴 하지만.”

    “조만간 뒤집힌다는 말이 있지. 어우~ 그것들 엄청나.”

    재환은 맞다며 끄덕이고 다시 말했다.

    “엑스모빌이 3400억 달러로 아직 1위야. 한국돈으로 시가총액 400조, 한때는 5000억 달러까지도 올라갔지.”

    “그래서 뭐? 니가 그렇게 큰 그림거하고, 앞으로의 비전 이야기 하는데 왜 남의 기업 시가총액 이야기 하고 난리야?”

    뜸들이지 말라고 말해보라는 진용의 말에 재환은 새 잔으로 맥주를 채우면서 말했다.

    “내가 이번에 미국에서 투자하면서 그 이상의 길을 보게 됐다. 앞으로는 시가총액 1조달러. 한국 돈으로 1100조원 넘는 기업들이 곧 나올거야. 그것도 여러개 말이지.”

    “엥?”

    “내가 그래서 조단위 투자를 한거다. 그 이상으로 올라가는 곳들의 수익을 위해서 말이야.”

    “미친··· 저게 선물투자나 주식 그래프 보다가 정신 나갔나.”

    “야, 우상향을 얼마나 해야 그런 수치가 나오냐?”

    이들 역시도 국내 최고의 대학, 혹은 유학파를 넘어서 세계 경제와 경영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많이 들었던 재벌가 사람들이었다.

    근데 대뜸 재환이 나와서 이전까지의 상식을 파괴하는 ‘조만간 1천조 넘는 기업이 하나도 아니고 여러개 나온다.’라는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렸다.

    “농담 아니야. 잘하면 2조 달러 시가총액도 나올걸?”

    “재환아, 그 정도면 말이지··· 미국 경제 전체의 10%야. 그런 게 여러 개면··· 나라 뒤집힌다.”

    “자본주의 사회잖아? 그만큼의 위상이 올라가는거지.”

    재환의 말에 육공회 친구들은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야, 형님 따라서 투자하면 우리도 막 1조 클럽 되고 그런거에요?”

    선길이 웃으면서 묻자 재환은 자기 따라 투자하는 것에 대해 얼마든지 오라면서 손을 벌렸다.

    “가만 보면 저 새끼가 진짜 허무맹랑한 행동 잘한다니까?”

    대현은 재환 옆에 앉아 같이 마시면서 말했다.

    “너 임마, 예전에 비트코인 했을때는 관심없다면서 3만원이더만, 이번에는 30억 배팅했을 때 얼마나 서운했는줄 알아?”

    “아, 비트코인 형님이 만든 거 아니잖아요.”

    여기서는 아무 말 대잔치로 나오는 이야기였지만,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일지 아니면 헛소리로 끝낼지는 각자의 몫이었다.

    지금 여기에서 나온 것이 모두 10년뒤에 돈복사가 가능한 말들이니 말이다.

    그날 저녁.

    모임이 끝나고서 현규랑 진용이 다시 차에 타서 2차를 자기 집에서 하자는 말에 셋이 같이 차를 탔다.

    “아까 했던 말 있잖아.”

    “음?”

    “진짜 시가총액 1조 달러 시대가 오면 나도 가능하려나?”

    “삼신전자의 1조라··· 안될 거 없지. 앞으로 열심히 하면 될 거야.”

    “어째 강건너 불구경 식으로 하는 말이다?”

    진용이 이죽거리자 재환은 크게 웃으면서 집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이 자고 있을 때, 조촐하게 술상을 차리고 재환은 이번 미국 이야기를 하다가 넌지시 말했다.

    “당분간은 집이나 좀 사려고 한다.”

    “음?”

    이 녀석이 기업 투자 이후로 집이라는 말에 부동산을 생각하나 싶어서 두 친구가 물었다.

    “어디 좋은 개발 호재 있대?”

    “그런 걸 내가 신경 쓸까? 그냥 미국에 별장들 좀 사 놓으려고.”

    재환은 맥주를 마시며 미국에서 있었던 일로 깨달은게 많았다.

    “호화 요트 타면서 안에서 파티를 벌이거나, 숲에서 런닝하다가 호수를 보면서 차한 잔하며 경영 이야기를 하는거··· 여유에 낭만이 넘쳤어.”

    “야, 그런 건 한국에서도 충분하잖아?”

    “머리 아플 때 제주도 같은데 가서 푸른 바다 보면서 시간 보내면 최고지.”

    두 친구의 말에 재환은 그것 역시 괜찮지만, 그 이상을 생각했다.

    “아무튼, 정기적으로 휴가를 떠날 수 있는 별장을 좀 구매해야겠어. 안 되면, 내가 직접 지어보고.”

    “그래, 넘쳐나는게 돈일테니 열심히 해 봐라.”

    재환은 이때 한 가지 생각을 떠 올렸다.

    그리고 그 계획을 두고서 가족들을 보고 미소를 지으면서 친구 둘과 새벽가지 마시다가 그들을 돌려보냈다.

    ***

    얼마 후 재환은 회의 중에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중국 투자?”

    “그게··· 원장님께서 요청하신 일이라 말입니다.”

    준호가 멋쩍게 말하면서 보고한 기획서는 다름 아닌 미연이 올린 것이었다.

    혜성아카데미 원장으로 웬만한 사장에 준하는 자리이니 사업 기획 올리는 거야 특별할 게 없었지만, 그게 중국 연예계 사업 진출이라니 재환은 이것을 끝까지 봐야했다.

    “흐으음. 아예 이쪽에서 준비하는 것 같은데 말이지.”

    재환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내가 이런 사업을 준비한다고 공들인건데 이건 봐 줘야 했다.

    “이 사람 지금 어딨어요?”

    “아, 네. 오늘 ESB 방송국에서 일이 있다고 고양시로 가셨습니다.”

    “일 끝나면 내가 불러야겠구만, 알았어요. 잘 검토하겠다고 전해줘요.”

    “네, 회장님.”

    재환은 준호를 보낸 뒤로 한번 아내의 기획서를 살펴봤다.

    제법 공들여서 쓴 것 같은 기획서는 혜성엔터테이먼트 사업부에서 보내줬던 임원들이 큰 도움을 준 것 같았다.

    “흐으음.”

    지난번 중국이 문화사업을 한다고 하고, 그로 인해 초대를 받은 이야기.

    거기에 대해서 ‘진짜 중국이 많이 발전한거 같다.’ ‘앞으로 미국만큼 영향력이 있겠다.’라고 그쪽 이야기를 많이 하긴 했다.

    “한류, 중국 진출, 그리고 문화사업이란 말이지.”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일단은 까도 전부 다 봐야 정상이다.

    ***

    그날 저녁 재환은 퇴근 후 애들 모아서 외식이나 하자고 모두 불렀다.

    오랜만에 온 용산의 남경반점의 코스요리는 수십 년이 지나 훌륭한 노포가 되어서 그때의 그 맛을 따라줬다.

    “와아아~”

    새 음식이 나올때마다 아들딸들이 환호했고, 미연 역시 오랜만에 먹는 이 음식에 미소를 지었다.

    “맛이 변한게 없지?”

    “네, 그렇네요.”

    재환은 가족들이 먹는 모습을 보다가 늦은 저녁 홀로 시킨 코스요리에 주변을 둘러봤다.

    세월이 지나고, 재벌 회장이 3대에 걸쳐 온다는 이 가게는 특별한 분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음식이 괜찮으십니까?”

    백발이 성성한 사장이 모자를 벗으며 나오자 재환은 빙긋 웃으면서 같이 인사했다.

    “10년전부터 아버지의 단골 집이라고 왔는데, 역시 이곳의 맛은 잊을 수가 없네요.”

    “네, 감사합니다.”

    재환은 아들딸에게도 감사하다고 인사하라고 한 다음 식사를 하다가 미연에게 말했다.

    “자, 편하게 이야기하자고.”

    다음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 차도 한 잔 마시면서 속을 풀고 있을 때 재환이 말했다.

    “중국 사업 진출 기획서 잘 봤어.”

    “아, 그거. 엄청 공들여서 만든건데 잘 봐주셨어요?”

    활짝 웃으면서 칭얼대는 딸에게 음식을 덜어준 미연은 다시 재환의 말을 경청했다.

    “연예기획 사업 중국 진출하는게, 나쁘진 않지. 거기에 한-중 합작 드라마라. 잘만 만든다면 흥행 도움은 될거요.”

    “그렇죠? 특히 그쪽 시장은 확실히 되겠다고 생각하는게, 일단 13억 인구중에서 우리나라만큼 사는 사람들이 1억은 넘어요.”

    거기에 인프라도 고속성장했으니 잘만 하면 이건 금광을 개척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재환은 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서 한 가지는 말했다.

    “여기 있는 기획서대로 투자는 힘들어.”

    “네?”

    이야기 잘 들어줬으면서 갑자기 투자는 못하겠다는 말에 약간 실망한 눈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 다 먹고 돌아가서 할게. 그렇지 않아도 중국 건으로 할 이야기가 많거든.”

    “아, 네. 알겠어요.”

    일단은 아이들 먹이고, 다같이 외식한다음에 가서 이야기하자는 말에 미연이 아이들을 챙겼다.

    그렇게 기분좋은 외식을 한 다음 재환은 아이들을 재우는 것을 확인한다음 와이프를 서재로 불렀다.

    “다 좋아. 다 좋은데 말이야···.”

    외식한 다음에 이야기 해주겠다는 재환은 표정이 변하면서 아내에게 물었다.

    “혜성전자와 유통사업 진출 요청 이거 누가 제안한거야?”

    “아, 그거는 중앙 상무위원이라는 사람인데, 이름이···.”

    재환은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쓴웃음을 지었다.

    ‘하필 줄을 타도···.’

    중국의 중앙정부는 여러개의 파벌로 나뉘어져 있는데, 상하이방-태자당-공청단 이라는 크게 세 곳이 남는데, 미연이 제안한 인물은 상하이방이었다.

    이후 2년뒤 정권이 바뀌고 올라가는 ‘그분’에 의해 싹 쓸려나가게 되는 썩은 동앗줄이었다.

    “일단 미국이나 우리나라같이 생각하면 안 돼. 거기 정치 시스템을 생각하면 하루아침에 모든게 갈아엎어질 확률이 높거든.”

    “이렇게까지 올라갔는데··· 설마 그러겠어요?”

    “어, 이렇게 가다간 중국은 장사 못할 땅이 될 거야.”

    “에이, 그건 너무 부정적인 생각이다.”

    육공회 내에서는 1조 클럽 기업들이 나올거라고 말해서 헛소리 취급받았고, 여기서는 중국시장 회의론을 들고오니 아내가 뭐라한다.

    재환은 그 상황에서 누가 맞는지 보자면서 절충안을 제시했다.

    “중국에 연예사업? 공장 진출? 물론 해야지. 하지만 일단 나설 것은 경공업 위주야.”

    재환은 혜성그룹 내에서도 준비하고 있다면서 경공업 위주의 계열사들을 진출할 준비를 했다.

    “일단 혜성패션, 혜성식품, 그리고 프랜차이즈 외식업 쪽으로 나설거야.”

    “아···.”

    “여기에 이후로 나간다면 노트북과 태블릿 등의 혜성전자 공장이겠지.”

    D램이나, 그래픽카드, 전기차 등의 핵심 사업에 대해서는 기존처럼 한국과 미국 내에서 개발하고, 중국에서는 단순한 경공업 위주의 사업들.

    미연은 중국 내에서 환대를 받으면서 다른 기업인들과 같이 중국 정부의 PPL과 세액 감면 약속을 받은 것을 떠올렸다.

    동행했던 임원들도 저 대로만 지원을 받는다면 미국의 15년 절세 공장지원보다 더 좋은 조건이라고 했는데, 남편이 칼같이 잘랐다.

    “일단은 조정해서 중국 진출할 사업은 신중하게 정하기로 하자고, 일단 엔터테이먼트는 확정이니까 하던대로 당신은 계속 하면 돼.”

    “아, 네. 알겠어요. 그럼 일단 저는 준비하고 있을게요.”

    재환은 그렇게 아내를 설득해준 이후로 그렇지 않아도 진출해 있는 중국 사업을 떠올렸다.

    “정권 바뀌는 게 13년, 한한령이 16년, 그 뒤로 무역 전쟁이···.”

    아예 안 갈 수는 없지만, 갔다가는 뭐 하나 포기해야 할 게 많은 독이든 복어 같은 시장 중국.

    재환은 그것을 위해서 홀로 끙끙 앓으며 머리를 싸맸다.

    ***

    얼마 뒤 KS에서 초대를 받은 재환은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스마트TV요?”

    “그래, 이번에 우리 제대로 진출하려고 하는데, 혜성하고 같이 만들고 싶어서.”

    “우리는 TV안 만드는··· 아!”

    재환은 그 말에 바로 자기 머리를 쳤다.

    “뭐 말하는 줄 알겠네요. 셋톱박스죠?”

    “그래. 모든 TV에 다 쓸수 있는걸로 말이야.”

    셋톱박스야 혜성전자의 기술력이라면 눈감고도 만들 수 있는 물건이었다.

    게다가 KS가 이번에 통신과 스마트TV, 인터넷으로 결합 상품을 한다고 했으니 그곳에 지분이 많은 혜성 입장에서는 땡큐였다.

    “삼신이야 우리 합작인 SKS에서 기술만 가지고 일체형 스마트TV만든다고 하고, 우리는 둘이서 셋톱 만들자고.”

    연매출 1조는 너끈하게 찍을 사업이었다.

    다만 그러려면 단가 문제와 새 공장부지를 찾아야 했는데, 지금 시작한다면 일단 규제들부터 풀고 부지 선정부터 하고 지자체랑 협상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재환은 머릿속에서 뭔가가 필이 빡 왔다.

    “대현 형님.”

    “음.”

    “중국에 진출한 시장이 몇 개나 되죠?”

    “뜬금 없이 왠 중국? 일단 배터리에다가 석유화학에다가 나일론 섬유에···!”

    재환은 웃으면서 답을 제출했다.

    “그거 중국에 공장 한 번 지어볼까요?”

    기술 리스크가 적으면서도 적은 인건비가 필요하고, 쉽게 만들 제품으로 대규모 공장을 짓기에 좋은 상품으로 말이다.

    재환의 제안에 대현은 자신도 삘이 와서 그거 괜찮겠다고 생각하며 당장 이사회 소집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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