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212화 (212/244)
  • 212- 돌아오니 선택에 기로에 놓였네.

    재환은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뉴욕을 거친 뒤로 마지막으로 한국에 돌아가기 전 다시 서부로 향했다.

    돌고 돌아서 다시 LA 로스가토스에 도착한 N플릭스의 본사를 찾았다.

    97년 창업했지만, 초고속 인터넷으로 영상 스트리밍 사업은 아직도 걸음마였다.

    그런 상황에서 큰손으로 신재환이 등장했다는 말에 그들은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시애틀의 대공이 이곳까지 와 주셨군요.”

    “네? 시애틀 대공?”

    “하하하, 요새 언론에서 미스터 신을 부르는 별명이 그것인데 혹 모르십니까?”

    N플릭스의 창업주이자, 현 마이크로 컴퍼니 이사회 이사인 윌리엄 리드는 껄껄 웃으면서 신문을 건네줬다.

    [시애틀 대공은 오늘도 후원할 예술가를 찾는다. 르네상스의 귀족처럼.]

    재환은 비행기 안에서 하룻밤 자니 별 게 다 올라왔다면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열고 그 기사를 확인했다.

    그 뒤로 몇몇이 계속 자신을 시애틀 듀크라고 칭하는 것을 보고 재환은 크게 웃었다.

    “하하하! 나도 이제 미국 사회에 완벽하게 인정받은 건가요?”

    “그렇게 봐야겠죠. 대공 전하!”

    윌리엄 리드가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이건 엄청난 기사였다.

    예전부터 미국은 스타 CEO나 가문의 상속을 받은 부호들을 향해 중세 유럽 귀족같은 호칭을 붙여주곤 했다.

    그 옛날 카지노와 호텔 사업을 라스베가스에서 한 하워드 휴즈를 라스베가스 남작이라 칭한 것을 시작으로, XX가 공주라던가, 이런저런 칭호를 붙여 가십거리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 출장에서 수많은 미국 기업인들에게 투자를 하고, 엄청난 돈을 거위츠 재단에 후원한 것이 굉장히 좋게 보였나보다.

    “이렇게 금칠을 해 준 이야기를 들었으니 제가 투자하려는 금액을 더 늘려야 할까요?”

    “하하하, 돈을 싫어하는 기업인은 없지요. 하지만 미스터 신? 리엔 코퍼레이션을 통해 대략적으로 들었지만, 자세히 논의를 좀 해야 겠습니다.”

    윌리엄 리드는 돈 보다도 먼저 사업 계획과 구상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하자고 했고, 재환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FM적으로 N플릭스의 사업과 비전,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으로 회사에 대한 역사를 하나하나 창업주에게 들었다.

    그리고 재환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남은 일정은 모두 N플릭스 탐사로 정했다.

    본사를 일일이 돌아보고, 그 일대에서 실제 N플릭스의 OTT서비스를 알아보고, 그러면서 현재 스트리밍 사업에는 뭐가 필요한가, 그리고 실제 고객을 얼마나 되고 그들로 인한 매출은 얼마인가? 등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윌리엄 리드는 동양에서 미국 한바퀴를 돌고 온 이 새로운 쩐주 대공에게 회사에 모든 것을 소개하고, 크릭사이드터프 호숫가에서 거닐면서 설치된 테이블에 앉았다.

    “하~ 자유롭다. 자유로워.”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거군요.”

    “시애틀도 그랬지만, 역시 제대로 쉬려면 풀숲에 호수와 바다가 보이는 곳이 제격이에요. 낮에는 커피한 잔 밤에는 캠핑하며 바비큐 굽는 곳이 있다면 더욱 좋고요.”

    “핫핫핫, 그러면 정말 천국이긴 하죠.”

    두 경영인은 여행에 대한 로망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제 슬슬 일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각기 다른 IT기업 오너들을 만나 서로 다른 초대를 받고 이렇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네, 뭐든 말씀하시죠. 저에게 할 말은 무엇입니까?”

    “역시 미디어 서비스겠죠.”

    재환은 쿨하게 대답하면서 앞으로 한국에 대한 사업에 대해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도 몇몇 포털 사이트 등에서 VOD를 팔아 극장에서 내려간 작품을 DVD 대신 컴퓨터 안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요.”

    “네, 맞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대세가 되어서 극장과 동시개봉의 시대도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뜻하는 바가 맞은 재환은 그래서 더욱 N플릭스에 투자를 하기로 했다.

    “현재 한국 진출 계획이 있으신가요?”

    “고려는 해 보고 있습니다만, 마친 미스터 신이 오셨으니 제대로 논의해봐야겠군요.”

    “혜성전자가 판을 깔아놓을테니 혜성과 같이 한국 시장 진출하시죠? 미스터 위드가 그랬던 것처럼 이 시장의 가이드는 내가 할테니까요.”

    “미시시피하고도 이야기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저희까지 말입니까?”

    “법인을 한국으로 올 때 혜성과 합작으로 하는 거죠. 어차피 둘 다 혜성의 이름이지만 내 개인 구좌로 투자를 할 겁니다.”

    혜성그룹의 이름을 빌리면서 오너인 재환의 개인투자로 가겠다는 제안.

    N플릭스는 전혀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 시장은 많은 검열로 인해서 들어가지 못했는데 대안으로 한국과 일본을 같이 들어간다면 기존 업체들과의 경쟁만 잘해서 충분히 치고들어갈 여지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 미디어에 대해서 굉장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현재 300달러대의 주식이 1000달러가 될 때까지 고정적으로 투자하겠어요.”

    재환의 제안에 윌리엄 위드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제안에 바로 손을 내밀었다.

    재환 역시 웃으면서 악수를 나눴고, 그렇게 10년뒤 공룡기업 3인방의 뒤에 혜성그룹의 자본이 닿는 큰 그림이 그려지게 되었다.

    ***

    한국에 돌아온 뒤로 정신없이 일을 하던 재환은 혜성전자 임원 회의에서 새로운 제안을 받았다.

    코멧폰2에 대해서 새로운 모델이 나왔는데, 가지치기로 나온 코멧폰2-SSS였다.

    “SSS가 뭐의 약자라고요?”

    “슈퍼(Super)-스트리밍(Streaming)-서비스(Service)입니다.”

    이기남 부회장의 말에 재환은 머리를 긁적이며 겨우 웃음을 참았다.

    “말이 되긴 하는군요.”

    이후로 스펙을 보면, 높은 화질에 낮은 발열량, 그리고 PC의 파일을 바로 돌려도 문제 없는 자동 인코딩 서비스등의 미디어 가동률을 높인 제품이었다.

    “회장님께서 미시시피와 N플릭스 등의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와 OTT에 논하셔서 저희 역시 아예 전용 모델을 기획했습니다.”

    “흐음, 무슨 말인지 잘 알긴 하겠는데···.”

    재환은 그것을 보고서 뭔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최근 삼신전자가 자사의 휴대폰 갤럭시아S를 내놓고 갤럭시아S 와 KS텔레콤의 VOD서비스인 홉스와 함께 손을 잡았다.

    그래서 나온 갤럭시아S 호핀을 두고 혜성 역시도 그런 것을 기획했으나 아직 출시는 안한 상태였다.

    “회장님, 저희 역시 플래그쉽 모델을 두고서 이제 바리에이션을 늘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기남의 말에 다른 임원들도 거들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단일모델로 뒤처지는 것은 A-컴퍼니 하나로 충분합니다.”

    이기남의 라인인 김정열 정보통신사업부 사장이 동의했고, 옆에 있던 무선하드웨어 사업부 양일선 사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하는 의견은 없어요?”

    재환의 물음에도 휴대폰 사업부의 모든 임원이 강하게 밀어붙였다.

    다른 사업부의 임원들은 현재 가장 강력한 세력인 휴대폰 사업부에 거스를 수 없었다.

    그리고 이사회의 제안에 재환은 잠시 생각하고, 스펙 카달로그를 본 다음 조용히 입을 열었다.

    “좋아요. 그럼 내 의사를 말하죠.”

    모두가 기대하는 가운데 재환이 결정했다.

    “그룹 회장의 직권으로 거절의사를 밝힙니다.”

    “!”

    “!?”

    “회, 회장님!”

    모두가 제안했는데, 그 자리에서 거절한 재환의 반응에 이기남 이하 모든 임원들이 깜짝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

    재환은 회장의 의지인데 뭐가 문제냐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리고는 아직도 충격적인 이기남을 향해 말했다.

    “첫 번째. 가지치기 모델 자체가 의미가 없어요. 스마트폰은 OS를 업그레이드 하면서 계속 지원이 가능한 제품입니다.”

    최적화, 발열 줄임, 사운드, 인코딩 등은 굳이 새 제품을 만들 필요 없이 기존 제품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시키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두 번째. 분명 스마트폰으로 편하게 영화 보는 세상은 오지요.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적어도 지금 인터넷 속도의 10배 이상은 되야 합니다.”

    이 또한 틀린말이 아니었다.

    현재 스마트폰은 과거 2G 이동통신 기술인 CDMA와 GSM 통신방식.

    거기서 GH만 이동통신법 때문에 2.5G로 나가고, 남은 둘은 3G기술인 WCDMA와 EV-DO기술.

    이 역시 과거 ADSL시절을 생각하면 굉장히 빠른 초고속 인터넷이지만, 아직은 부족했다.

    “자, 생각해봅시다. 지금 HD 디지털 시대인데, 영화 한 편 용량이 얼마나 되는 줄 아세요?”

    “평균적으로 2기가 전후가 아닙니까?”

    “네, 그래요. 그러면 그걸 지금의 스마트폰 통신 기술로 받으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

    “원클릭 구매를 원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에요. 차라리 우리가 그런 VOD앱을 만들어서 돌리는 게 낫지 전용모델의 필요성은 무의미해요.”

    결국 기존에 있는 제품으로 충분히 소프트웨어를 키워서 질적 향상을 하자는 재환의 제안에 사장단은 슬슬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아직 여기서는 말을 못하겠어요. 다만 ODM식으로 나갈 새 프로젝트가 있으니 휴대폰 사업부와 같이 다음 이사회를 대기해 주세요. 이게 우선순위입니다.”

    재환의 세 가지 이유에 대해서 말하자 모두들 부회장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부회장인 이기남이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회장 재환의 거부와 이유를 듣고서 이 프로젝트는 접혔다는 것을 말이다.

    “다만 이 신기술에 대해서는 차라리 차기 작으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이를테면 페이스리프트 식으로 코멧폰 2.5 같이 말이죠.”

    일단 완전 파기는 안 할테니, 충전핀 규격을 통일화 하고, 배터리 개량 등으로 이걸 베이스로 다시 만들어보라는 제안을 한 것이다.

    대부분의 임원들은 아쉽지만 여기서 회장이 말한 새 프로젝트를 다시 준비하기로 하고, 모두들 회의실을 나섰다.

    그리고 재환은 시계를 본 다음 오늘 저녁에 만날 약속을 준비했다.

    ***

    “그래서 우린 안하기로 했어.”

    “그렇구나.”

    육공회 모임에서 재환은 ‘자신들은 OTT 서비스와 연동되는 스마트폰 프로젝트 폐기했다.’를 선언했다.

    그동안 숱하게 서로의 사업이 겹쳤던 육공회였는데 재환이 이렇게 나서자 그들은 웃으면서 물었다.

    “돈 보다는 의리다. 뭐 이런건가?”

    정인이 묻는 말에 재환은 유쾌하게 웃으며 맥줏잔을 들었다.

    “네, 평생 의리 가야죠!”

    사실 그 이유가 아니지만, 좋게만 포장된다면 무슨 말을 못할까?

    그리고 모바일 시장에서 가장 위협적이었던 재환의 OTT 포기 선언에 현규 역시도 살짝은 안심했다.

    “그럼 뭐 때문에 그렇게 미국에 돈을 퍼부은거야?”

    “그러게? 재환이 저 새끼 미국에서만 개인돈 1조에 회삿돈 2조원 정도 뿌리고 왔다며?”

    “그게 뿌린거냐? 정식으로 투자를 한거지.”

    “별··· 벤처도 아니고, 대기업 올라간 애들 뭐 더 성장할거 있다고 그리 던진거냐?”

    하려면 이전에 100배로 뛰기전 스타트업 시절에나 그렇게 움직이지 완전히 성장한 공룡들에게 먹이 주듯이 투자를 했으니 다른 멤버들 입장에서는 그저 어리둥절 할 뿐이었다.

    그리고 재환은 피식 웃으면서 남은 멤버들에게 말했다.

    “···알려줘?”

    “음?”

    “뭘?”

    “재환이 저거 또 작두타나?”

    그런 반응속에서 재환은 빈 맥주잔을 탁자위에 올려놓고 말했다.

    “내가 얼마나 큰 그림 준비하고 이랬는지 말이야.”

    순식간에 대한민국 상위 0.01%의 존재들이 재환 한사람에게 이목을 집중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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