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210화 (210/244)
  • 210- 미국간 유통업 이야기.

    ]재환은 종편의 개국준비를 보면서 출장 준비를 했다.

    “와~ 우리아빠 미국간다.”

    “어감이 좀 그렇지만, 그래 아빠 출장 간다!”

    이제는 말도 곧잘 하면서 벌써 7살이 된 아들 승윤이를 번쩍 안아올린 재환이었다.

    그 뒤로 딸인 승아 역시도 벌써 다섯 살.

    그런데 공교롭게도 아내인 미연 역시도 중국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최근 방송,예능 프로그램에서 중국 진출을 유도하는 문광부와 외교부로 인해서 초대를 받은 것이었다.

    “삼국지나 무협 드라마 같은 거 좋은 거 있으면 가져오고.”

    “네, 한번씩 볼게요. 그런것들은 더빙판으로 로컬라이징 하면 성우도 많이 필요하니까.”

    “그렇지. 어쩌다보니 둘이 같은 시기에 출장이라니.”

    “하필 기환 도련님도 이번에 일본을 가시니···.”

    “어우, 그 녀석은 게임기랑 일본 회사 서드파티에 진심이야.”

    그래도 꾸준히 실적을 내고 있는데, 문제는 혜성게임즈 외에는 다른 계열사로 가기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이었다.

    뭐, 원툴로도 수익을 내고 있으니 앞으로 차기 게임산업 총괄사장은 그 녀석이 될 거다.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부부가 미국과 중국으로 따로따로 떠나는 것에 대해서 아이들을 잠시 양재동 할아버지 댁에 맡기기로 했다.

    “승윤이 승아는 할아버지 집 가서 잘 있을거지?”

    “네~”

    재환은 저녁에 둘을 데리고 양재동 집으로 갔고,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서 식사를 한 다음 새벽에 둘만 따로 집으로 돌아갔다.

    ***

    “어우, 이젠 늙어가나?”

    아침 일찍 일어나 퀭해진 재환을 보고 준호를 포함한 기전실 임원들은 에너지드링크와 비타민 등을 준비해 바쳤다.

    “아, 고마워요.”

    과거의 삶에서는 50살까지도 강골이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배 이상으로 뛰어서였는지 몸 여기저기가 축난 상태였다.

    육공회 모임에서 예전처럼 죽도록 부어라 마셔라도 안 하고, 주말은 꼭 남겨서 애들 데리고 캠핑도 가고 수영도 하지만 슬슬 몸을 챙길 때가 온 것 같았다.

    게다가 이번 미국 출장은 동-서-남부를 모두 돌게 되니 꽤나 빡센 일정이 될 것이다.

    재환은 퍼스트 클래스에 누운 뒤로 그대로 숙면에 들어갔다.

    ***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에 도착한 재환은 푹 쉰 뒤로 내려왔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엘리사의 부름으로 다시 미국으로 간 란비르 칼리 부사장이 재환을 반갑게 맞이해줬다.

    그 뒤로 최근에 많이 영입된 아시아계 미국인 직원들이 재환에게 인사했다.

    하나같이 아이비리그와 서부 명문대의 공학 석사 이상의 인재들이었고, 그들에게 있어 혜성은 아시아계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이 가능한 대기업 중 하나였다.

    재환은 차에 올라타고 시애틀의 혜성 아메리카 본사에 도착했다.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엘리사 수가 뒤늦게 달려와 인사하고, 최근 신형 그래픽 카드를 재환 앞에서 시연했다.

    “오~”

    확실히 컴퓨터의 그래픽 성능을 알 수 있는 건 FPS게임과, 오픈월드형 게임이었다.

    그 외에도 HD급 화질의 프레임이 유려하게 움직이는 것을 본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쳤다.

    “이것이 이번 레이니온과 합작을 해서 만든 ‘R9’ 시리즈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야 진짜 제댜로 된 물건이 나오는군요.”

    미국에서는 레이니온의 이름으로, 해외에서는 혜성전자의 이름으로 나오는 이 제품에 대해 이제 판매 전략을 세워야 했다.

    “정식 출시는 언제쯤이죠?”

    “대량 생산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생각한다면 2년 안에 가능합니다.”

    일단 완성품은 있어도 그것을 판매하는데 걸릴 시간들이었다.

    물론 그 시간을 기다릴 정도로 스펙은 환상적이었다.

    GDDR램 8기가에, 1,250MHz의 클럭, 쿨러는 공냉과 수냉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솔루션.

    컴퓨터 덕후들이라면 환장한 이야기들이었고, 그 문제는 가격이었다.

    “내년 출시될 N컴퍼니의 티탄즈 시리즈와 비교해서는 어떨까요?”

    “저희 역시 그쪽을 겨냥해서 만들었고, 아마 실제 벤치마크에서는 더 높은 수준을 보인다는 것을 자신할 수 있습니다.”

    엘리사 수가 저렇게 말했다면 그건 정말 먹힌다는 말이다.

    적어도 이 여성 CEO는 이제껏 재환의 기대에 실망시킨 적이 한 번도 없는 연타석 홈런의 귀재니 말이다.

    재환은 다들 잘 해줄 것이라 믿으면서 프레젠테이션을 마쳤다.

    그 뒤로 시애틀에서 컴퓨터 말고 재환이 해야 될 사업이 또 있었다.

    재환은 혜성 아메리카 내에서 전자사업에 옆에 조그맣게 상가를 임대한 혜성유통 사업부로 향했다.

    초대 혜성아메리카 유통 대표를 맡은 이는 곽정빈 부회장의 추천을 받은 송영민 부사장이었다.

    부울경 일대에서 지점장만 세 번 돌면서 그 일대의 매출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킨 인재이자, 온라인-오프라인 쇼핑몰 결합 상품에 대해서도 상당한 능력을 보인 친구라고 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 것은 처음이군요.”

    “이렇게 뵙게 되어서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회장님.”

    인사이동 때시절 곽정빈의 추천서에 싸인만 해줬고 그 뒤로 혜성 아메리카로 보낼 때 처음 본 이후로 두 번째 만남이었다.

    “저 같은 인물을 이 자리에 앉혀 주신 것에 대해 영광입니다.”

    “아, 너무 숙이는 건 좋지 않아요. 나는 3인 부회장 체제에서 강력 추천을 받은 인재라서 뜻대로 하라고 그 자리에 올린거니.”

    물론 어디까지 하는지 보기 위해서 사장이 아니라 부사장인 COO로 앉혔지만 말이다.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 많이 있는지 한 번 볼까요?”

    재환은 어디 많은 아이디어를 보기 위해 한 번 유통 사업부의 프레젠테이션을 보기로 했다.

    송영민 부사장은 먼저 레이저 포인터를 챙기고, 벽 한 곳에 빔 프로젝터를 가동해 능숙하게 진행을 시작했다.

    한인 타운 위주로 지은 슈퍼마켓을 시작으로, 그 주 일대의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수급하고, 지난번 재환이 빵값과 라면값을 대폭 인하한 것에 맞춰 미국에서도 폭탄 세일 이벤트를 해서 흑인계/히스패닉계/동남아계의 저소득층 가정들도 얼마든지 풍족한 물건을 살 수 있게 만들었다.

    게다가 유통기한 파기 전의 물품들에 대해서 처리하는 방식이 참으로 신기했다.

    “여기 보면 혜성마트와 혜성슈퍼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채소를 밭에 심는다고요?”

    “네, 주로 감자나 콩 등은 그렇게 합니다.”

    “그게··· 되요?”

    냉장처리부터 시작해서, 각종 손질을 해서 팔기 위한 작물인데 그걸 시간 지나면 땅에 다시 심는다니.

    그리고 송 부사장은 자리를 보여주면서 설명했다.

    “감자나 콩류는 특히 시간이 지나면 싹이 발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거기에 독성까지 있지요.”

    “그건 당연히 알지.”

    그것을 마트 일대의 밭을 일궈서 어려운 사정의 아이들에게 심게 하고 그것을 체험학습 프로그램으로 해서 일당으로 남는 통조림이나 재배해서 자란 작물을 가져가게 합니다.

    “?”

    재환은 그 이야기를 듣고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첫 보고에 대해서는 같이 넘어갔던 준호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회장님. 이건 과거 블로그 시절에도 국내에서 간혹 나오던 겁니다.”

    “한국도 이런걸 했다고?”

    “그렇습니다. 마트에서 사온 대파나 양파 등을 아파트 베란다나 옥탑방 등에서 심어서 집에서 유기농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내가 모르는 일인데, 그게 은근히 하는 사람들이 있나보네?”

    재환은 송 부사장에 이어, 기전실장 준호까지 거들자 납득했다.

    게다가 지금 이러는 사업이 효과가 굉장했다고 한다.

    “이건 시범케이스로 시도한 텃밭입니다.”

    “오~”

    100개 심으면 그 중에서 한 10% 정도가 싹이 트고 자라기 시작하는데, 그 주변에는 수많은 저소득층 미국 아이들이 정성껏 꽃삽과 호미, 비료를 가지고 재배하고 있었다.

    “그냥 주는 것은 안 되니, 거기에 따라 아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그러면서 부모들이 보내게 됩니다.”

    “흐으음.”

    “뿐만 아니라 유정란 역시도 일부 판매가 안될 제품들을 부화기로 만들어 직접 병아리를 만들고 닭으로 키우는 프로젝트 역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프로젝트에 따라 지역 밀착형 마켓이 되었다는 것을 송 부사장은 특히 강조했다.

    “일단은 시범적으로 하는지라 본사에 올릴 보고를 앞두고 거위츠 재단에서 먼저 후원 제안이 왔습니다.”

    송영민은 그 제안서를 재환에게 보냈고, 정말 거위츠가 직접 ‘바이오 공학 전문가들을 보내 재능기부로 아이들을 교육하는데 돕겠다.’라는 편지 내용이 있었다.

    “흐음, 이런 좋은게 있다면 기전실이나 회장님에게 바로 연락주시지.”

    준호 역시도 혼자 다 한 송 부사장의 말에 한 마디 거들었다.

    “보고 체계가 늦은 것에 대해 대단히 죄송합니다. 회장님이 이번에 혜성 아메리카에 오실 때를 위해 PPT로 준비했습니다.”

    재환은 박수를 치면서 그 자리에서 말했다.

    “좋아요. 그것 한 번 계속해 봅시다.”

    재환은 그 뒤로도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2009년부터 국내 정부에서 ‘한식의 세계화’를 두고서 많은 기업들에게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미국에서 한식사업 또한 송 부사장이 준비한다고 했다.

    “비건 프로젝트?”

    “네, 이것은 최근 서부 일대에서 셀럽들을 중심으로 채식주의에 대한 붐이 있어서 제가 홍보로 만든 것입니다.”

    서양식 채식주의라 하면 보통 시금치 통조림이나 콩, 견과류 등을 이용하는데, 한식에서 ‘사찰음식’을 중심으로 소개했다.

    감자전, 호박죽, 호박찜, 비빔밥, 밀떡, 파전, 마, 두릅 등의 제품으로 소개한 것은 서부 할리우드 일대에서도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저소득층에게는 농사체험과 아이들 교육을, 상류층에게는 채식주의에 이은 새로운 한식 소개를 했다.

    그리고 이것을 혜성 아메리카의 공식 SNS 계정과 유튜브를 통해서 알리고 있었다.

    스마트폰이 보급될수록, 점점 늘어나는 정보의 홍수.

    거기에 맞춰서 재환은 이건 좋은 마케팅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좋습니다. 뭐든지 하고 싶은대로 다 하세요. 혜성 아메리카에 대해서는 전권을 드리지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송 부사장을 보니 알아서 잘한다라는 건 진짜 이런 경우를 보는 것 같았다.

    “그 다음에 또 알릴 거 없죠? 이 두 개 정리 됐으면, 이제 식사나 하시죠?”

    재환이 직접 제안한 식사에 준호가 바로 예약한 호텔에 연락을 하려 했다.

    하지만 송 부사장은 거기에서 빙긋 웃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직 보고 안 드린게 하나 더 있습니다.”

    “음?”

    “이건 회장님이 오실 때 꼭 여쭤봐야 할 내용 같습니다.”

    재환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야기 해보라고 손짓했다.

    ***

    “과거의 제왕은 마이크로 컴퍼니, 현재는 A-컴퍼니, 그리고 미래의 제왕은···.”

    “혜성그룹이 되야하지 않습니까?”

    준호의 말에 재환은 피식 웃었다.

    그동안 코멧닷컴이다 혜성유통그룹이다 온/오프라인 마켓 할 것 없이 유통 사업을 했는데, 꾸준히 성장은 해도 아직 ‘유니콘’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그리고 온라인 마켓 시장에서 대규모 물류 센터를 위해서 새로운 파트너를 찾았다고 한다.

    재환과 회담을 할 인물은 특이하게도 호텔이 아니라 자신의 요트의 만찬에 초대했다.

    시애틀에 거위츠 이후로 개인 대형 요트를 두고서 그곳에서 파티를 즐기는 부호들이 많다는데 ‘그’역시도 그런 부류였다.

    재환은 안내장을 받고 시애틀 항 앞에서 수많은 미시시피의 경호회원들을 만났다.

    “회사 이름은 미시시피인데, 시애틀 앞바다에서 다 만나자네.”

    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건 확실했다.

    재환은 초대장을 건넸고, 신원조회가 끝나자 그들은 정중하게 인사하면서 VIP를 요트로 모셨다.

    미국이나 중동 부자들 취미라고는 하지만, 본인은 ‘배는 낚시 갈 때나 타는 것’ 수준으로 시큰둥했다.

    ‘뭐 그래도 하나 가지고 있으면 부의 상징이긴 하지.’

    재환은 그 안으로 들어가 내부의 화려함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요트의 중앙 홀에서는 수많은 샴페인과 진귀한 요리들.

    그 앞에서 정장에 선글라스를 낀 대머리의 백인 남성이 있었다.

    ‘렉스 루터냐.’

    딱 생긴게 슈퍼맨 만화에 나오는 메인빌런 렉스 루터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였다.

    그는 재환을 보고서 선글라스를 벗으며 싱글거리는 웃음으로 다가왔다.

    “미스터 신?”

    “예, 맞아요.”

    “오늘 이 자리에서 귀한 인연을 다 만나는군요! 동서양의 유통 공룡이 한 자리에 만난 것으로 역사가 기록될 겁니다.”

    시애틀의 또다른 거물.

    전자책유통업으로 시작해 미국의 손꼽히는 오픈마켓 미시시피 Inc의 창업주 제이미 요한슨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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