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207화 (207/244)
  • 207- 작두 탔냐고? 그렇게 이해해!

    혜성식품 산하의 효자상품이 된 먼치킨호프.

    빠른 기간에 매장을 확장하고, 특히 휴양지 인근을 집중적으로 노렸는데, 그 덕분에 다른쪽으로 매출이 상승했다.

    그리고 가평에 있는 콘도에 만든 지점은 오늘 하루 장사를 접고, VIP손님만 받았다.

    부부동반으로 모인 자리에서 빔프로젝터로 모두가 보는 것은 남아공 월드컵 경기였다.

    치킨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인근 양조장에서 바로 공수해온 생맥주와 흑맥주를 맘껏 들이키면서 보는 평균 나이 40대 중반의 재벌 회장들.

    “그렇지! 가라!”

    “그려! 날려!”

    결승전으로 스페인 : 네덜란드의 경기를 보면서 판돈을 깔아놓고 얼굴이 벌게진 상태로 응원하는 재벌들.

    옆자리는 부인들끼리 모여 오늘만큼은 아이들 인근 콘도에 일찍 재우고 축구를 보면서도 서로의 이야기를 나눴다.

    저러다가 육공회 부인회도 생기는데 아닌가 생각이 드는 재환이었지만, 이쪽은 여섯 명인데 저쪽은 네 명인 것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와이프가 불참한 삼신가의 두 친구를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둘다 ‘그 날밤’ 자신을 붙잡고서 후련하다면서 그동안 할 말 못 할 말을 새벽까지 술 먹으면서 했었던 일이었다.

    “자, 연장간다. 연장!”

    “승부차기 될거 같은데?”

    가벼운 내기였지만 재환은 느긋하게 팔짱을 낀 채로 경기를 보고 있었다.

    “생각해보니까 재환이 이 새끼는 한번 지는 걸 못봤어!”

    벌써 만취한 대현은 그동안 번번이 잃으면서 치킨값만 전부 내는 상황에 부아가 치밀었다.

    “축구를 좀 자주 보면 다 알게 되 있어요.”

    “야! 아무리 그래도 12경기 연속 다 맞추는 게 어디있냐?”

    “쟤 한일월드컵, 독일월드컵도 그렇고 무패 아니었어요?”

    정인도 낄낄대며 말하자 진짜 토토하는 거 아니냐면서 재환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물론 대다수는 장난이지만, 재환의 그 신들린 찍기 실력은 정말로 궁금해하는 재벌가.

    그리고 그날 경기에 스페인 승을 건 재환은 이니에스타의 결승골로 첫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고서 기분좋게 테이블 위의 돈을 쓸었다.

    “자, 스페인 승리 걸은 세 분 오세요.”

    각자 N빵을 하고서 지갑에 담은 재환은 당분간 애들 장난감값은 벌었다고 환호했다.

    월드컵도 끝나고 새벽이 돼서 이야기꽃을 피우던 아내들도 들어갔을 때, 남자들은 끝까지 남아 밤새 파티에 들어갔다.

    “근데 말이야. 진짜로 궁금해서 그런데.”

    “음?”

    재환을 향해 또 하나 묻는 대현은 그의 눈을 뚫어지게 보면서 물었다.

    “너 혹시 무슨 무당 같은 신끼 있니?”

    “아, 축구 때문에 그래요? 그건 그냥 분석하다 나오는 거라니까.”

    “축구 말고도!”

    “아, 이 형님 취하셨나···.”

    재환이 애써 넘기려고 할 때 갑자기 다른 멤버들도 한마디씩 했다.

    “그건 그렇긴 하지. 신 회장이 이제껏 실패한 적이 있었던가?”

    “진용아. 넌 또 왜···.”

    “나 솔직히 2008년 경제위기 때 인버스로 선물거래 7조 만들었을 때 미친놈인 줄 알았어.”

    “그거야 작두를 한 번 탄 거지.”

    “그 작두 이후로 지금까지 간 거냐?”

    보통 아무리 경영의 신이라고 해도 한두 번은 예측 실패나 세계경제위기나 천재지변 같은 일이 일어나긴 한다.

    근데 재환은 그런 거 없이 오히려 불경기 때 인버스 선물을, 호황 때는 4-5년 앞두고서 타 기업에 대한 저점 풀매수를 하고, 이전까지 위에있던 기업들은 지분거래를 하면서 자신의 덩치를 키워갔다.

    그 결과 이제는 전통의 GH와 KS까지 제치고서 그의 위에는 삼신과 아성, 해방 전부터 시작된 두 거인의 기업 둘밖에 없었다.

    그것도 이제 나이 마흔셋에 말이다.

    “그런 김에 정보 공유좀 해줘.”

    문영도 거들자 재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술김에?”

    “진짜 작두 탄 거 같은데 좋은 정보좀 알려 줘라!”

    “그래! 너 진짜 육공회 의리를 위해서 정보좀 털어라.”

    재환은 어차피 술김인 거, 그냥 툭 터놓고 말하기로 했다.

    “나, 사실 미래에서 왔어. 2023년.”

    “개지랄 떨지 말고!”

    대현이나 진용이 뭔가 하나 던지려고 하자, 진실인데도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재환은 고개를 저으면서 그냥 정보를 던지기로 했다.

    어차피 자기 가게니 안에서 담배 한 대 물고 불을 붙인 다음 연기를 뿜고 말했다.

    “이건 진짜 니들이 등 떠민 거야. 나중에 가서 바람잡이 했네, 뭐네 하는 소리 하지 말기다?”

    어차피 전부 취해서 낄낄거리고 이걸 진중하게 들을 사람은 없을 거다.

    재환은 미래에 관한 스포일러 중 뭘 할까 하다가 살짝 하나를 던졌다.

    “다음 정권도 한민국당이 가져간다.”

    “어, 그러냐?”

    그냥 던진건데 몇몇이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긴 재환이 일부로 개입해서 쇠고기 시위도 없었고, 유리궁전 청사도 없어진다.

    “아마도 여자 대통령이 나오겠지. 그리고 그 다음부터 대북사업은 완전 접힐거다.”

    순간 거기서 움찔하는 선길. 그러더니 한숨을 푹푹 쉬고 있었다.

    그걸 진짜로 알아듣고 있는 멤버들 중 진용은 맥주를 들이키며 말했다.

    “별··· 난 또 무슨 5년 뒤에 한국에서 석유 나온다거나, 중국이 미국 제낀다. 이런 말이라도 나올 줄 알았다.”

    “미안 그건 둘 다 네버다.”

    재환의 작두 타는 이야기는 시답잖게 끝이 났으며 다들 하나씩 낄낄거리면서 각자 콘도로 돌아갔다.

    하지만 유독 두 명의 표정은 밝지가 못했다.

    설마 그걸 신경 쓰나 싶었지만, 재환은 개의치 않기로 했다.

    ***

    그리고 재환의 삶은 조용히 지나갔다.

    8월이 오고, EPL 개막식때 구단주로 참여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첫 경기에서 글로리 맨유나이티드 응원가를 부르고, 개막전에서 2:1 승리를 거둬 환호하는 모습이 BBC 카메라에 찍혔다.

    물론 축구 한 경기 보자고 온 것은 아니고, 맨체스터시에 런던에 이어서 두 번째 혜성전자 스토어 오픈 행사에 참여했다.

    신형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그리고 각종 주변기기등을 거래하는 자리가 되었을 때, 재환은 영국에서 장사 잘된다고 흡족해했다.

    영국에서 업무를 마치고 바로 미국으로 향해서 노스캐롤라이나 자동차공장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

    공정률 85%에 도달해 내년 여름이면 드디어 미국에서 마음껏 자동차를 만들어내 미국 전역을 누비게 될 것이다.

    수출로 들어온 H250 트럭들이 간간이 보였고, 노스캐롤라이나 일대에 한인타운에 혜성마트 오픈에 대해서도 흡족했다.

    그 뒤로 WWE 주주중 한 명으로 썸머슬램 PPV 경기 관람, 시애틀의 혜성 아메리카 방문 후 엘리사 수 격려와 CPU X86신형 시리즈 공정을 한 번 둘러봤다.

    그 뒤로 ‘미국까지 왔는데, 이 후배를 안 볼꺼냐?’라는 캘리포니아의 연락으로 졸지에 머스크의 초대를 받아 T슬레이 회사를 방문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 달간의 투어, 그 뒤로 여름도 지나고 가을이 되었을 때, 한국에서는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회장님, 아성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음? 자동차요, 그룹이요?”

    “그룹입니다. 정목헌 회장이 직접 전화했습니다.”

    준호의 말에 재환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수화기를 들고 눌렀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신 회장. 오랜만이네요? 목소리에 힘이 있어.]

    “아, 정 회장님!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정목균 회장은 지난날 대북송금 특검 이후 재환의 개입으로 무혐의 처리 됐지만, 그 뒤로 상당히 보수적인 경영을 고수했다.

    사내 현금을 끌어모으고, 최소한의 인력으로 탄탄하게 아성그룹을 운용해 원래 역사와 다르게 오래오래 살면서 재계서열 14위를 마크하고 있었다.

    그 위로 같은 집안이었던 아성자동차그룹과 아성중공업그룹이 있긴 하지만, 아성그룹도 나름대로의 안착은 성공한 상태였다.

    [이제는 나보다 더 격이 높아진 혜성 아닙니까?]

    “아이고,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저는 아직도 아성가와 삼신가에 비해 멀었습니다.”

    신세 한탄하려고 전화한 건 아닐테고, 재환은 갑자기 아성가의 전화가 왜 왔나 싶어 물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오랜만에 저녁 식사 한번 하려고 하는데, 종로의 그 한정식집 기억해요?]

    “아이고~ 거기 한우는 언제 먹어도 환영입니다. 네, 네! 그때요? 알겠습니다.”

    재환은 통화를 마치고, 곧바로 전화를 돌렸다.

    “김 실장, 지금 당장 반도체사업부 강 상무 들어오라고 하세요.”

    재환은 아성그룹 정 회장하고 약속을 잡고 그를 만나기전 오랜만에 친구를 불렀다.

    “휘유. 저 왔습니다. 회장님.”

    “앉아요.”

    재환은 평택에서 신나게 파운드리 공정 지휘하다가 본사 상무로 올라온 석찬을 보고 웃었다.

    “우리끼리 둘이 있을때는 예전처럼 하자?”

    “아, 그래도 돼···는지 아직도 긴가민가하네···요··· 가 아니라 입니다!”

    “헤이, 컴 다운! 우리 둘 다 마흔 넘었어. 말 짧다고 뭐 날라올 시기냐?”

    “젠장! 회장님하고 맞담배에 말 놓자는 제안이라니!”

    하지만 친구로 지낸 시간이 더 오래 지났으니 석찬은 뒤늦게 다시 말을 놓았다.

    “재벌 친구들 빼고는 주변 인물들과 사이가 진짜 소원해지긴 했어.”

    “아니, 나는 파운드리 공정 때문에 서울 올라올 일이 없어서였으니···.” 삼신에서 수 년간 유학생활을 하고, 돌아와서 평택공장에서 혜성전자 반도체를 비약적으로 상승시킨 공신 석찬이다.

    그와 같이 배운 간부들 역시 모두가 힘을 합쳐 파운드리 공정에 있어서는 삼신을 맹추격하고 있었다.

    “아성그룹 정 회장이랑 저녁 약속을 했거든?”

    “으음.”

    “요새 아성전자 어떠냐?”

    “어? 그걸 왜 나에게···?”

    “현장직 시선 한번 들어보자. 요새 아성전자 반도체사업부··· 계속 갈 것 같냐?”

    재환의 질문에 석찬은 최대한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말했다.

    “보수적으로 말해야겠지?” “응, 리스크 가장 적게 생각해봐.”

    “힘들어.”

    “역시···.”

    한국 양대 재벌이었던 삼신과 아성.

    그리고 전자에서 반도체로 붙었을 때, 둘의 D램 사업은 같은 용량에서 공정의 문제로 갈리게 되었다.

    흔히 반도체를 제조할 때, 기판에 내려가면서 셀을 만들어가는 방식의 트랜치공정.

    안전하고 불량률이 적지만, 단가가 비싸다는 단점.

    그리고 기판에 아파트를 짓듯이 셀을 쌓아올려서 완성품을 만드는 스택 공정.

    단가는 싸지만 불량률이 많고, 그만큼 완성품 검증과 마감처리에서 시간이 걸리는 단점.

    삼신은 스택을 선택했고, 아성은 트렌치를 선택했다.

    그리고 반도체 시장의 승자는 스택 공정.

    그 후로 20년이 지나서 뒤늦게 아성전자도 스택공정으로 갔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

    그리고 IMF 외환위기때 그룹 공중분해, 이후로 누적되는 적자와 수주실패로 인해 위기였다.

    “아무튼, 그래. 아성그룹은 분명 과거의 위상을 유지하지만, 전자는 진짜 아니야.”

    “우리가 인수하면 달라질까?”

    “뭐!?”

    재환은 뺨을 긁적이면서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최근에 연락없던 아성그룹의 연락이라면 그거밖에 없을 거 같아. 빅딜.”

    이번에도 작두 탄 것 같은 모습의 재환을 보고 석찬이 말했다.

    “아성증권이나 손해보험같은 금융사나 물류업을 파는 거 아닐까?”

    “그 정도 규모라면 먼저 말했을 거야. 게다가 둘은 적긴 해도 흑자기업이잖아.”

    “흐으음.”

    석찬은 혜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를 맡으면서 현재의 아성전자에 대해 고민했다.

    “아무튼 저녁 약속이 나흘 뒤거든? 그때까지 아성전자 동향좀 같이 보자.”

    재환은 어쩌면 국내에서 조단위 빅딜 오랜만에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기대감에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리고 아마 육공회 멤버들은 그런 재환을 보고 ‘저거 또 작두탔다.’라는 말을 아마 5년 뒤에 쯤에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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