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 무공해로 산뜻하게!
[우우우우우웅-]
남산을 향해 버스가 달린다.
그 안에 타고 있는 인물은 재환과 준호, 혜성자동차 부회장 이원표, 그리고 서울시장 오상현과 시의회 의원들이 있었다.
“보통 버스 하면 떠오르는 그 소리는 안 들리네요?”
안정감 있게 승차감을 느끼면서 소리가 거의나지 않는 전기버스에 신기해하는 오 시장이었다.
물론 아예 무소음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배터리 돌아가는 소리는 기존 버스 차량에 비하면 잠들어도 소음을 못 느낄 정도였다.
남산 한 바퀴를 들고 다시 차량 사업소로 들어와 모두가 내리자 그들은 재환을 향해 엄지를 올렸다.
“정말 대단합니다. 친환경 전기 버스라니.”
이미 국토해양부 인증은 받았고, 상하이 엑스포에서 한국관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운용했으니 대략 알려질 사람들에게는 모두 알려졌다.
“기존 버스하고의 스펙 차이는 심하게 날까요?”
“음, 비싸다는 정도요?”
재환의 농담에 모두가 웃었다.
하지만 재환은 현실적인 가격 문제로 인해 말했다.
“사실 그게 제일 큰 문제입니다. 전기버스는 현재 대량 생산 주문을 받지 못해서 대당 6억에서 줄이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힘듭니다.”
“허어~ 그건 국회에서 어떻게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오 시장 역시도 여당 소속인지라 이번 기회에 한 번 국회 쪽에 이야기해 볼 것을 은근슬쩍 권했다.
“보통 이런 건 환경부하고 국토해양부에서 논의해서 보조금 같은 게 나올 텐데 말이죠.”
“아, 제가 그런 로비에는 영 약해서···.”
“하하하, 농담입니다.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나라에서도 분명 알아줄 것입니다. 기다리시면 결과가 나오겠죠.”
오 시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모두 서울시청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차를 타고 시청으로 갔을 때 공사가 한창인 서울시청 신청사를 슬쩍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
‘내가 저거 진짜···.’
백이면 백 모두가 ‘구리다’라고 했던 물결 모양의 유리 궁전 서울시청.
재환은 어지간해선 장인어른에게 부탁 않았지만, 저건 안된다면서 문광위원회에 있는 한의원에게 사정을 했다.
물론 일개 2선 의원이 뭘 어쩐다고 할 수 없었지만, 문광부 장관에 문화재청장에 모두를 설득시킨 장인 덕분에 ‘유리 궁전 아웃’의 여론이 만들어져 물결 모양 디자인은 파기되고 수수하지만, 경제적인 대리석 문양의 건물로 지어졌다.
설계도를 보고서 ‘너무 멋이 없는 거 아니냐?’라는 말과 ‘예산 아끼고 검소해서 좋다’라는 양 반응 속에서 2년 뒤 서울시청 새 청사는 완공된다.
그리고 지금은 임시 시청 역할을 하는 인근의 서소문 청사에서 협상을 시작했다.
“남산, 여의도에 시범케이스로 운행해 보겠습니다.”
“최소 10대는 구매해 주셔야 합니다.” “흐으음, 예산이 만만치 않을텐데.”
“최대 55억까지는 가능합니다.”
“50억 안 되겠습니까?”
“···.”
“신 회장님에게 어려운 부탁이라는 거 압니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자체 전기버스 최초 도입이라는 점을 좀 고려해 주십시오.”
시장바닥 흥정도 아니고, 시 예산을 두고 억 단위로 깎아나간다.
아직 전기차 국가보조금이 활성화 되기전인데 이렇게 진땀을 빼야 한다는 생각에 재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새로운 기술을 선보일 때마다 그걸 도입하는데 단가로 투덕거리면 어떤 기업이 연구개발을 하겠습니까?”
“그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시지 않습니까? 시의회는 이런 예산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오 시장은 본인이 자리에 있으면서 야당이 주류인 시의회와 잦은 충돌이 있었다.
무슨 예산 문제만 있으면 의혹을 제기하면서 발목을 잡는 건 야당의 특기.
그 야당이 한민국당이건, 통합당이건 반대편에 서면 그렇게 된다.
재환은 고민했다.
5억 차이로 차라리 인천이나 경기도, 아니면 저 밑의 경남 등으로 팔까? 아니면 아예 미친척하고 처음부터 깎을까?
그것을 고민할 때 재환의 눈에 이원표가 보였고 그는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딱 일주일만 시간을 내주십시오. 저희도 장사하는 몸이니 이사회에서 회의 정하고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오히려 저희가 무리한 부탁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내일이라도 당장 거래 성사를 바라면서 재환이 떠나는 길까지 악수하는 오 시장이었다.
차에 탄 재환은 조수석에 준호, 옆자리에 이원표 부회장을 태우고 조용히 강남 본사로 돌아갔다.
“회장님. 그 정도면 예상했던 50억에 딱 맞추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이건 아니에요.”
“네?”
재환은 지자체 상대로 거래하면서 이렇게 계속되면, 앞으로도 국가와의 거래는 힘들어질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어차피 시간 벌었어요. 그 동안 다른 지자체에 전화 돌리세요.”
“!”
상하이 엑스포에 참가했던 지자체장, 혹은 광역시&도의원들의 수가 상당했다.
그들 역시 상하이 엑스포에서 전기버스를 체험한 자들이 있었고, 그 중에서 고민하던 지자체장도 여러명 있었다.
재환은 혜성자동차와 기전실팀을 부르고 말했다.
“지금부터 퇴근 시간까지 지자체에 전화 한 번씩 돌리세요.”
“네?”
“이렇게 된거 1주일 기한 동안 공동구매로 갑시다. 기전실은 카탈로그하고 홍보 영상 새로 준비하고, 버스 영업팀은 바로 연락처 돌리세요.”
“아, 예. 알겠습니다.”
이원표와 김준호는 황급히 사무실로 들어가 일을 시작했고, 재환은 그동안 혜성자동차의 서류들을 검토했다.
“경차 잘 팔리고, 신모델 개발 잘 되고 있고, 전기버스는 이제부터 팔면 되고, 트레일러 문제 없고···.”
세단과 왜건 등의 승용차를 포기하고도 나름대로 자동차 회사에서 순조롭게 안착했다.
특히 픽업트럭은 러시아와 우즈벡 공장에서 상당한 인기였고, 빙판과 눈 쌓인 기후에 대비할 수 있는 개량형도 준비했다.
“현재는 러시아 공장이 제일이네?”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의 러시아공장은 과거 대윤자동차때부터 한국과의 인연이 계속 이어지는 곳이었다.
연간 33만대 이상 생산에 고용창출 능력도 좋아서 러시아 정부 내에서도 아주 많이 흡족해한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러시아는 별로 가 본적이 없네?”
기껏해야 하바롭스크에 지은 혜성식품 공장 착공.
컵라면에 마요네즈 풀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 러시아 입맛에 매우 좋다고 해서 증축계획까지 있는 곳이었다.
유통, 전자, 자동차에 대해서 하나하나 검토하고 있으면서 묵묵히 일을 하고 있는 재환.
그때 미국에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제가 다시 연락했습니다!]
통화 속으로 아드레날린이 가득 넘치는 화성인의 통화였다.
“아, 애런 머스크!”
[하하하, 제가 말이죠. 미국에 돌아온 뒤로 한국에서 코멧 코퍼레이션에 대한 뉴스를 많이 찾아봤습니다. 코멧이 한국말로 혜-성 맞죠?]
재환은 이렇게 연락을 다시 했으니 일단 통화는 계속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동안 이 친구에 대해 생각했던것도 거리는 벌리되 기술적 제휴에 대해서는 고려해보기로 했다.
[어떻게 제 제안에 응해주시겠습니까?]
“후우, 일단 이야기를 해 봅시다. 우리는 지금 전기 버스를 만들고 있어서 대형 차량에 대한 전기차 노하우는 있어요.”
[경량화가 힘드시죠?]
“그것도 보통의 차보다 더 작게 만들어야 해요. 우린 1000cc 이하의 경차 위주의 차량만 만드니까.”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재환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서 어제도 확인했던 T슬레이의 주가를 다시 살펴봤다.
현재 주가는 3.7달러, 만성 적자의 이 전기차 회사가 훗날 주당 880달러를 웃도는 메가히트 유니콘이 되는건 고작 10년 뒤.
T슬레이의 제휴에 대해 혜성자동차 내에서는 전기차생산부가 전원 찬성했지만, 상용차 사업부는 이미 기존에 버스외에 그 이상 유의미한 발전이 있겠냐며 유보를 했었다.
그리고 이사회에서는 찬성의 우위.
재환은 개인 감정에 오너리스크 100% 안고가는 CEO 부류하고는 거리를 두고 싶었지만, 회사를 위해서 응하기로 했다.
“혜성과 T슬레이의 1억 달러 상당의 지분 교류를 먼저 제안하겠어요.”
[오오, 우리와 코멧모터스가요? 아주 탁월하신 선택입니다! 그렇다면 저희의 특허권과 기술에 대한 공유는 모두 제공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가 지분 투자를 좀 하려고 하는데.”
[이건 미스터 신의 개인 투자? 뭡니까? 뭐든 응하겠습니다!]
재환은 오를만큼 올랐던 기존의 이베이스 등의 온라인 쇼핑몰 주식을 처분하고 T슬레이로 가기로 했다.
“5천만불. 10년 동안 묶어놓을 것이고, 이후 스톡옵션을 행사할 거야.”
[어메이징! 정말 탁월한 선택을 하신 겁니다!]
밑 빠진 독에 혜성이 물을 부었다.
그리고 이 1억 5천만 달러가 10년 뒤에 얼마가 될지는 아마 재환과 창업주 애런 머스크만 알고 있을 것이다.
현 T슬레이의 지분 30% 이상을 혜성이 차지한다는 것인데, 애런은 오히려 좋아하면서 재환이 자신과 한 배를 탔다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했다.
“단 조건이 있어요.”
[뭐죠? 얼마든지 말하세요. 펜실베이나대학의 이름을 걸고 지키겠습니다.]
“내가 얼마를 투자했는지에 대해 철저하게 비공개로 하세요. 그리고, 대중적으로는 혜성자동차와의 지분거래만 언급하고 향해 스톡옵션을 앞두고서 말할 겁니다.”
분명 그걸 안 말했다가는 애런의 성격상 동네방네 ‘세계적인 기업가 신재환이 나한테 1억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했다!’ 라고 떠벌리면서 있는대로 주가를 끌어올렸다가 말아먹기 딱 좋은 상황으로 갈 것이다.
재환은 할말을 마치고 계속 떠벌리는 머스크와의 통화를 마치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리고 불을 붙이면서 눈 앞에서 또 1600억원 투자 한 것에 대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비트코인 그거 뭐 붙잡을 필요가 있나? 100배 뛰어넘는 장사가 이렇게나 많은데.”
90년대 A-컴퍼니와 알파넷, 이베이스 등으로 이 정도로 성장했다면, 그다음은 T슬레이 같은 전기차와 인터넷 관련 핵심 사업이다.
***
며칠 뒤 재환은 준호에게서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광주?”
“예, 광주시장이 무등산 일대의 시내버스를 전기차로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내왔습니다. 5대 정도 된다고 합니다.”
“다섯대···.”
합쳐봐야 2~30억 정도인데, 조금 아쉬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전남도청과 협의해서 공동구매를 한다면 최대 20대까지 구매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서울시에서 약속한 10대 50대는 확실히 맞출 수 있었다.
재환은 맨유 인수에 2조, T슬레이 투자에 1600억을 두고서 전기차 150억을 비교하니 상대적으로 실망이 조금 있었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었다.
“서울시청에 전화 하세요. 계약 하자고 합시다.”
“예, 회장님!”
그렇게 재환은 서울시장과 사인을 나누고 악수를 하면서 국내 최초로 전기차를 시내버스로 판매했다.
[친환경 전기버스의 시대. 혜성이 열다!]
기존의 디젤버스나 천연가스보다도 훨씬 더 깔끔한 전기버스의 등장에 매연으로 검은 때 가득한 버스와 비교하며 서울시의 첫 전기 버스가 남산과 중구 일대를 도는 노선에 배정받았다.
그 뒤로 2시간이면 충전이 가능한 전기충전소를 각 차량 사업소에 설치하고 앞으로 버스 업체들에게 제 3의 길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렸다.
생각해보면 최소 4억 밑에까지 인하해서라도 팔려고 했던 전기버스는 대당 5억이라는 나쁘지 않은 가격으로 첫 단추를 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