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203화 (203/244)
  • 203- 메인이벤트는 너무 싱거웠어.

    카타르 타밈 왕자에게 푸짐한 대접을 받으며 돌아온 재환은 술이 없어 아쉬웠지만, 만족스런 식사에 흡족했다.

    “회장님. 이제 어떻게 합니까?”

    “이 사람, 뭘 그렇게 신경을 써요?”

    “UAE의 계약이 진행 중이지 않습니까?”

    준호가 말한 UAE의 계약.

    그것은 요르단을 넘어 중동 일대에 진출을 앞두고서 나선 것이었다.

    그리고 두바이에서 협상 중인 곽정빈이 있었다.

    “말 나온김에 연락을 지금 해야겠군요.”

    재환은 곧바로 국제전화를 준비했다.

    때마침 아직 두바이에서 협상을 게속 하는 상황에서 재환은 메일을 보내라고 명했다.

    그리고 노트북 하나를 새로 펼쳐서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재환의 표정이 미묘하게 계속 바뀌었다.

    “흐으음.”

    영업면적 18만 제곱미터에 예상매출 15~20억 달러 규모의 두바이 대형 쇼핑몰.

    그것을 계약하는 도중 두바이 측에서 내건 조건은 ‘혜성 쇼핑/유통 관련 모든 업체는 두바이를 통한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독점계약 생각하고, 아부다비나 쿠웨이트, 카타르 등에 딴 거 짓지 말라는 뜻이었는데···.”

    [회장님. 제가 다시 한번 협상해 보겠습니다. 현재 카타르 상황에 맞춰서 이야기를 잘 해보면 어떻게 통하는 길이 있을 것 같습니다.]

    재환은 그 말을 듣고서 결정했다.

    “아니, 이 정도 규모면 말 몇 마디로 진심을 얻기에는 힘들어요!”

    [회장님, 그러면?]

    “이쪽 이야기 그냥 하세요. 그 대신 독점계약을 푸는 대신에 한 가지 다른걸로 협상하세요.”

    [다른 협상 말입니까?]

    “두바이 국제공항, 무료 와이파이! 그거 혜성이 깔아준다고요!”

    [회장님! 그건···]

    “믿는 게 있으니까 그걸로 딜을 보세요.”

    스마트폰의 시대 2010년.

    전 세계의 통신망이 한층 더 진보되면서, 너도나도 가정용 컴퓨터처럼 길거리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첫 해.

    재환은 그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현재 무료 와이파이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항은 딱 네 곳이었다.

    대한민국 인천국제공항, 프랑스 샤를 드골 국제공항, 네덜란드 스키폴 국제공항, 마지막으로 싱가포르 창히 공항.

    그리고 인천공항의 기술력으로 다섯 번째 와이파이 공항을 제안한다.

    어차피 1~2년만 지나면 각 국제공항이 눈치껏 인프라를 깔겠지만, 그 전에 생색 한번 내주기도 충분한 것이었다.

    “이거면 충분히 협상이 되겠죠?”

    [네, 회장님! 내일 바로 알리겠습니다.]

    재환은 두바이에서의 영상통화를 마치고, 시간을 바라봤다.

    “김 실장.”

    “네, 회장님.”

    “내일 스케줄은 이 나라 전체에서 정오에 예배가 있다니 조금 수월하게 움직이겠군요.”

    “이후 저녁에 카타르 투자청과의 시간이 17시에 있습니다.”

    “좋아요. 그 전에 일 하나 해주세요.”

    “네, 회장님.”

    재환은 오히려 밤이 되자 더 활발한 호텔 일대의 면세점을 보고 초과근무로 심부름을 하나 시켰다.

    ***

    카타르의 마지막 날이자, 다시 한번 왕실 사람들의 저녁으로 어제의 이야기를 모두 정리한 날.

    재환은 식사를 마치고 어젯 밤의 이야기를 했다.

    “그 도하의 신공항 말입니다.”

    “그래, 말씀하시오.”

    “타밈 왕자께서 공을 많이 들이시는 것 같은데, 한가지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오호, 뭐죠?”

    “허브 국제공항이 새로 생기고, 카타르가 월드컵 유치에 성공한다면 우리 혜성의 이름으로 공항 일대에 무료 와이파이 필드 깔아드리겠습니다.”

    “오오오, 그것은 분명···.”

    “앞으로 카타르도 21세기의 스마트 시대에 도달할 겁니다.”

    “미스터 신, 그대는 정말 좋은 친구요!”

    왕세자가 아닌 자신에게 이렇게 친구의 예를 표하니 그가 원하는 건 뭐든지 돕겠다고 약속한 타밈 왕자.

    그들은 헤어지기 전에 한 가지를 나눴다.

    “이게 뭡니까?”

    “지금부터 제가 영국으로 가는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인수에 성공하면 내년 스폰서 계약은 이 만년필로 합시다.”

    밤중에 기전실장 준호에게 시켰던 야근.

    바로 재환이 과거 즐겼던 큰 계약을 앞두고 만년필을 서로 교환해서 싸인을 하는 것이었다.

    재환은 타밈 왕자와 악수를 하고, 카타르 항공의 777기로 영국으로 향했다.

    떠나기 전 재환은 퍼스트 클래스에서 현재 맨체스터의 상황을 살펴봤다.

    [더 이상은 못 참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 보이콧 선언!]

    [시즌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 팬들이 경기장을 외면했다!]

    [알렉스 퍼거슨 서포터즈에게 부탁. ‘부디 이 시즌만이라도 끝날때까지 기다려달라!’]

    런던 히스로 국제공항에 도착한 재환은 혜성 유럽법인 주재원들의 인사를 받았다.

    “회장님, 인사드리겠습니다.”

    혜성전자 영국법인의 현지인 임원 로이 테일러 부사장의 인사를 받은 재환은 먼저 법인으로 떠났다.

    영국 지사는 살인적인 부동산 가격에도 재환이 밀어붙여서 지은 법인이었다.

    ‘그때 스페인이나 프랑스에서 하자는 임원들이 많았는데 말이지.’

    런던 웨스트필드에 위치한 혜성전자 영국 법인에 도착한 재환은 1층에 혜성스토어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A-컴퍼니 같이 화려한 디자인은 아니어도, 신제품이 넘치고 많은 손님들이 오고가면서 그 브랜드를 알리고 있었다.

    재환은 흐뭇하게 바라보고 사무실로 올라와 서류를 하나하나 검토했다.

    영국에서의 일정은 런던에서 사흘동안 시장을 만나고, 주재원들을 격려한다음 PPT를 보고 바로 맨체스터로 갈 것이다.

    “회장님. 소식 들었습니다.”

    “뭐를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인수. 정말이십니까?”

    “!”

    재환은 말도 안꺼냈는데, 먼저 말하는 테일러에게 되물었다.

    “그거 어디서 들었습니까?”

    “카타르 투자청에서 팩스가 왔습니다. 아직까지는 ‘오프 더 레코드’라고 하지만, 미리 축하드린다고 선물과 함께···.”

    재환이 카타르에서 있었던 일은 카타르에서 타밈 왕자가 보낸 선물로 드러나게 되었다.

    그 안에는 왕실의 인장이 찍혀 있고, 카타르 항공의 스폰서 계약 MOU 문서가 도착한 것이다.

    “그 양반 참··· 서두르기도 하네.”

    2900만 파운드로 5년.

    총 1억 4500만 파운드라는 상당한 금액으로 한화 2천억이 넘는 금액이었다.

    “어쨌건 이렇게 됐으니 런던 일 깔끔하게 끝내고 맨체스터로 갈 겁니다.”

    “회장님, 한 가지 제안을 드리자면···.”

    “말하세요.”

    “런던 시장을 만나는데, 많은 기자들이 올 겁니다. 특히 BBC가 있습니다. 거기서 먼저 말하시는게 어떻겠습니까?”

    “흐음.”

    현지 언론을 통해 먼저 보도하려고 했는데, BBC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BBC가 먼저 보도하면, 더 선, 데일리메일 등의 사냥개들이 바로 물어뜯을 겁니다. 그레이스 가문은 손도 못대고 누더기가 될 겁니다.”

    “나쁘지 않군요. 진행합시다.”

    “네, 회장님.”

    “아, 그리고···.”

    “?”

    “어디 가서 붉은 와이셔츠에, V자 문양 있는 검은 넥타이 하나 구해올수 있어요?”

    “네?”

    ***

    런던 시장을 만나고 혜성전자의 코멧폰과 코멧탭북을 홍보하는 자리에서 재환의 옷차림은 굉장한 화제가 되었다.

    [REDS의 기운이 흐르는듯한 한국인 경영자]

    [오! 빨간색은 그 나라의 문화야. 붉은 셔츠는 결례가 아니라고!]

    기사 뽑는 헤드라인도 조롱인지 시적인지 모를 영국 신문사들.

    검은 정장에 속 와이셔츠를 붉은색, 거기에 넥타이는 검은색에 흰 V자 문양이 새겨진 독특한 패션으로 나온 재환을 두고 한 말이었다.

    석간 신문과 인터넷 뉴스들이 그 패션을 품평할 때, BBC는 그날 저녁 뉴스에서 크게 한 방 터트렸다.

    [단독보도: 혜성전자 오너 신재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노린다!]

    그리고 재환이 런던에서 맨체스터로 가기까지 모든 영국 언론들이 날뛰었다.

    ***

    Glory, glory, Man United

    Glory, glory, Man United

    Glory, glory, Man United

    As The Reds Go Marching On On On!!!

    맨체스터 UTD의 힘찬 응원가가 울리면서 재환이 그 성지 올드 트래포트에 도착했을 때 수많은 지역 기자들, 그리고 응원가를 떼창하는 팬들이 있었다.

    “미스터 신! 맨유를 인수한다는 말이 사실입니까?”

    “그레이스 가문과 협상이 진행중인 것입니까?”

    “BBC가 단독보도를 냈습니다! 한 말씀 해주시죠.”

    한국이나 영국이나 기자들 극성맞은 것은 똑같은 것 같았다.

    재환은 그 상황에서 차분하게 한 마디 했다.

    “글로리 맨유나이티드!!!!”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 순간은 기자들도 손을 들어올리고 다같이 ‘글로리 맨유나이티드’를 외쳤다.

    이 인수 건을 진행하면서 재환은 처음으로 미국에 있는 그레이스 가문과 연락을 했다.

    재환을 향해 건 전화는 마이클 그레이스 본인이었다.

    [미스터 신··· 라스베가스의 그 혜성의 오너··· 맞으시오?]

    “네~ 맞아요.”

    [이게 코리안 스타일인가? 당신은 일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시오?]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군요?”

    [당신과 우리 가문, 직접적으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 협상을 하려면 서로 얼굴을 맞닿아야 하는 거 아닌가?]

    “제가 보낸 대리인이 얼굴입니다. 35억 달러를 부르셨다죠?”

    [거기서 협상을 하는데, 왜 이렇게 시끄러운 언론플레이를 하는 거지?]

    자신은 물론이고 그레이스 가문 전체에 대한 여론이 최악으로 치솟고 채권단의 압박이 심해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다.

    재환은 그 상황에서 느긋하게 이야기했다.

    “맨체스터와 먼저 이야기하고 싶었을뿐이죠.”

    [우리 가문이 판다는 의사도 없는데, 이런식으로 뒤흔든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소?]

    “그러세요? 그럼 미얀마 군부정권에 지분 50% 제안한 거 보도해도 되죠?”

    [뭐, 뭐라고?!]

    “미얀마 군부에 12억 달러 어치 지분 사가라고 한 거. 카타르의 [알 자지라]와 [BBC]의 단독보도 제보하려고 합니다.”

    [Bull Shit!!!!]

    재환이 있는 호텔 스위트룸 전체를 뒤흔들 수준으로 고성이 울렸다.

    하지만 재환은 태연했다.

    어차피 카타르 투자청 포섭했을때부터 그레이스 가문하고는 싸움이 안 됐다.

    개인 재산 차이만 하더라도 10억 달러와 72억 달러로 7배 차이고, NFS(not for sale)을 외치기에는 여론이 들볶고, 거기에 JP모건, 바클레이스 은행 등의 채권단이 가만히 안 있었다.

    2년만 기다리면 상장이 가능할텐데 문제는 그 시간을 도저히 못 버틸 상황.

    “25억 달러 제안하죠. 원금 손실은 거의 없고, 거기에 그동안 맨유에서 얻은 수익금 만으로도 남는 장사일겁니다.”

    [미친 소리! 내가 그런 제안에 응할 것 같소?]

    “24억 달러.”

    [이런 건방진!]

    “20억 달러.”

    오히려 가격을 깎아가면서 발등에 불 떨어진 건 너희들이라고 말했다.

    “지금 맨체스터의 사람들이 많이 참고 있는거 아시나요? 올시즌 우승 못하면 폭동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더군요.”

    재환은 생각 잘 하라면서 전화를 끊었고 남은 시간은 관광이나 하면서 지내기로 했다.

    그동안 극성맞은 영국의 언론들은 미국까지 뒤흔들면서, 그레이스 가문을 향해 펜검술을 시전했고, 알 자지라의 폭탄은 아직 터지지도 않았다.

    ***

    5월 9일.

    09-10시즌의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모든 일정이 끝나는 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아쉽게도 승점 1점차이로 리그 우승에 실패했다.

    그래도 마지막 경기까지 지켜보면서 희노애락을 같이한 재환의 모습은 영국 전역에 퍼졌다.

    이제 시즌도 끝났겠다, 다시 한번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는 맨체스터 시민들 앞에서, 뉴욕에 꽁꽁 처박혀 있던 그레이스 가문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속보: 말론 그레이스. ‘맨체스터 포기하겠다.’]

    재환이 엑스포를 준비하기 위해 아쉽지만 잠시 맨체스터를 떠나기 사흘 전의 일이었다.

    그날 밤 맨체스터 일대는 챔피언스 리그 우승 수준으로 밤새도록 축제 분위기였고, 재환은 24억 1001만 달러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인수에 사인을 했다.

    [전세계에 붉은 물결을! 맨체스터를 다시 위대하게!]

    정식 구단주 취임 전에 맨체스터 국제공항 앞에서 외친 재환의 음성.

    그리고 엑스포와 월드컵 끝난 다음 다시 돌아오겠다며, 런던에 있는 혜성전자 주재원들과 리엔 코퍼레이션을 통해 인수인계를 준비하게 했다.

    비행기에 올라탄 재환은 스위트룸 안에서 맨체스터 도심을 향해 손을 흔들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근데, 맨유의 박진성하고 저녁 식사 같이 못 한 건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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