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200화 (200/244)
  • 200- 운동은 좋은 것이다.

    미국에서 마지막까지 마케팅을 끝내고 온 재환은 거기서 돌아가지 않고, 캐나다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가족들에게 티켓을 보내 전부 이곳으로 오게 했다.

    국제 가전 박람회 이후로 2월에 시작된 벤쿠버 동계올림픽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와아~ 와아아아~”

    아들이고 딸이고, 화려한 개막식에 입이 떡 벌어졌고, 재환 역시 손뼉을 치면서 8년 뒤에 있을 국내 올림픽을 떠올렸다.

    이후 스피드 스케이팅, 쇼트트랙, 스키 등의 다양한 경기를 관람하고,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냈다.

    “진짜 아들 덕분에 호강한다.”

    “그러게나 말이에요. 호호호, 저도 사위 덕분에 외국에서 올림픽을 다 보네요.”

    명숙과 장모는 아이들과 같이 호텔에서 식사를 하고, 경기가 없는 날에는 관광과 쇼핑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재환은 호텔 라운지에서 오랜만에 아버지와 시간을 보냈다.

    “미국에서 아주 대단한 일을 했더라?”

    희경의 말에 재환은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

    “아직 멀었어요. 이제 시작이니까요.”

    “대단하다, 정말.”

    “누구 아들인데요?”

    재환의 말에 희경은 엄지를 올리면서 크게 웃었다.

    “아, 근데 말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네 숙부들 좀 챙겨줘라.”

    “네?”

    “아, 희수도 그 축구연맹 총재 자리 끝나잖아.”

    “어우, 벌써 시간이 그렇게.”

    생각해보면 연임해서 6-7년은 했으니 슬슬 다른 사람을 구해야 했다.

    “다시 자리 바꿔서 이번엔 희지 숙부가 연맹 총재 가시면 괜찮겠지만.”

    “그건 좀··· 보는 모양새가 그렇지 않아? 연맹 자리도 혈족 세습하냐?”

    어쨌거나 국가에서는 프로축구연맹 회장의 경우 혜성그룹의 영향력이 막대하다 보니 다음 연명 총재는 혜성 쪽 사람이 오기를 원하는 눈치였다.

    “그러면, 은퇴한 임원 중에서 한 명을 꼽죠. 그건 가서 결정할게요.”

    “그렇게 해라. 아, 참고로 말이지.”

    “?”

    “임창훈이가 축구 정말 좋아한다. 그놈 주재원 보냈을 때, 월드컵 보다가 중요서류 놓칠 뻔했었지.”

    아주 반가운 이름이고, 기전실장 사임 이후에는 고문으로 차 마시러 회사 다니는 분인지라 재환은 아버지의 추천을 받기로 했다.

    “그것 외에 요새 스포츠로 사업을 좀 해보려고 하는데 말이죠.”

    “야구팀 하나로는 부족해?”

    “축구팀도 하나 만들 거고, 그리고···.”

    재환은 현재 재정 상태를 보면서 결심했다.

    “전부터 생각한 건데, 유명 팀을 인수해서 구단주로 활동해보고 싶네요.”

    “뭐, 노인네 허락받을 게 있어? 이제 혜성이 회장은 너야.”

    “그렇게 말은 하셔도 말이죠.”

    “명예회장 직함 빼고는 그냥 손주랑 노는 시간 많은 할배다. 회사일은 네 맘대로 다 해.”

    희경은 그렇게 말하면서 말 나온 김에 승윤이랑 승아 선물 사러 쇼핑몰 한 번 보러 가겠다고 나섰다.

    재환은 홀로 남아서 아버지가 떠난 자리를 보고 중얼거렸다.

    “와~ 나이 먹으면 전부 변하는 건가?”

    불과 10년 전만 해도 광주의 활화산이라 불리신 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제 칠순을 앞두셔서 그런지 몰라도, 그동안 욕 한 번 안 하고 홧김에 물건 던지는 일도 없었으며, 둘째 손주 태어난 뒤로는 술도 안 마신다고 한다.

    덕분에 집안이 매우 화목해졌고, 노부부가 말년에 더욱 금실이 좋다고 했다.

    “그래도 옛날 왕실로 치면 태상왕이신 분인데, 잘 대해 드려야지.”

    재환은 이번 올림픽 때 가족들 전부 데려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사진이나 많이 남기기로 했다.

    ***

    “한국을 떠난 지 오래됐지만, 오늘 피겨스케이팅 경기는 조금 뭉클하더군요.”

    매튜 리는 여자 피겨스케이팅 쇼트에서 김연아의 세계신기록 점수를 언급하면서 코끝을 긁었다.

    “제임스 그 친구는 지금 영국으로 보냈습니다.”

    “음?”

    “집에 일이 있다고도 하고, 최근에 미국하고 영국을 오가면서 대형 프로젝트를 맞고 있거든요.”

    그 녀석의 이야기를 듣자 재환은 별거 아니라는 듯 홍차를 마시며 말했다.

    “나하고는 이제 상관없지. 그 친구의 보스가 이렇게 파트너쉽을 맺고 있으니 말이야.”

    “하하- 그래도 신경이 쓰이시겠죠.”

    재환은 그 대화 속에서 유럽 진출을 위해 그동안 생각하던 것을 말했다.

    “북미는 그렇게 됐고, 유럽은 역시··· 제대로 활동하려면 큰 게 필요한데 말이지.”

    “축구 어떠십니까?”

    “그 생각하고 말하는 거야.”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안 그래도 요새 유럽 축구판에 모래바람 좀 날린다지?”

    2008년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2억 1천만 파운드, 한화 3750억원에 사들였다.

    처음에는 중동 왕족이 취미로 축구팀 하나 운영하나 싶었지만, 실상은 그 이상이었다.

    먼저 맨체스터라는 영국 제 2도시의 광역권, 그리고 홈구장을 부동산 건물로 잡아서 그 일대 광역 개발을 하게 된다.

    그렇게 지역 연고 축구팀으로 인지도를 올린 다음, 지자체에 구장 근처 지역 개발을 담당하고, 지역민들의 지지까지 받으면서 유럽에 안착할 수 있는 사업, 그게 축구팀이었다.

    “아부다비, 카타르, 사우디 등의 중동 부호들이 자주 쓰는 방법이죠. 그 친구들 금전 감각이 좋습니다.”

    “오일머니 한바탕 휩쓴 그다음은 아마 중국이 되겠지.”

    “동감합니다.”

    현재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여 이제는 미국을 턱밑까지 추격한 중국의 경제.

    그리고 넘쳐나는 그 돈을 유럽과 다른 선진국들의 부동산에 투자하는데 축구 클럽만 한 게 없을 테니 말이다.

    “좋아, 그래서 축구팀을 인수해야겠어.”

    “훌륭하신 결정입니다. 그럼 저희가 어느 쪽을 알아볼까요?”

    “당연히 마케팅을 생각하면 영국이지.”

    재환의 결정에 매튜는 미소를 지었다.

    “런던, 버밍엄, 맨체스터··· 크게 이 세 곳의 광역권이 추후 발전에 있어서 도움이 될 겁니다.”

    “역시 그중에서도 한국 사람들이 잘 알려면 맨체스터겠지.”

    “···네?”

    매튜 리는 순간 잘못 들었나 싶어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제껏 맨체스터 이야기 잘 했잖아요? 우리도 맨체스터 팀을 인수합시다.”

    “하하, 맨시티가 아니라면 설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인수 진행합시다.”

    신재환이 또 한 번 세계를 뒤흔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대 압도적인 위상을 차지하는 유럽을 넘어 세계적인 빅클럽.

    그리고 한국에서는 한 슈퍼스타를 통해 알려진 국민 클럽에 준하는 인기의 팀이었다.

    ***

    재환은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담당 재무설계팀을 만나 개인 재산을 확인했다.

    재벌 회장의 개인 재산을 관리하는데는 특급 세무사와 행장급 은행원과 증권맨들이 와서 전부 조사했다.

    “현재 보유 주식이 4조 7천543억이고, 채권이 3271억원, 부동산 2조 8195억원, 예금 3650억원에, 보석과 명품류의 개인 재산을 합치면···.”

    하나하나 따지고 보니 재환 역시도 ‘꽤 된다’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특히 지난번 선물 거래 7조짜리 대박을 낸 것을 거의 다 회사에 사재출연으로 투자했는데, 그거 아니었으면 국내 제1의 부호는 압도적으로 재환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그걸 제하고서라도 지금 재환의 재산은 8조 6천억의 이건호 전 삼성회장과 7조 7천억원의 정목균 사이에 있는 국내 재산 순위 2위지만 말이다.

    “언제봐도··· 내 남편이라는 게 대단하네요.”

    옆에서 보던 미연도 식은땀을 흘리자, 재환은 그녀를 한팔로 안았다.

    “이걸로 백년해로 해야지?”

    아무튼, 정리가 다 끝난 뒤로 재환은 주식 관련으로 말했다.

    “현재 혜성이 가진 지분 말고, 타 회사에 주식들 말이죠. 그거 일부 정리를 해야겠어요.”

    “네, 회장님. 그때가 되면 저희를 꼭 불러주십시오. 절세를 위해 발로 뛰겠습니다.”

    규모가 규모인만큼 개인 거래는 어림도 없고 기관이나 법인을 통해 움직일 양이었다.

    일단 대략적으로 재산을 한번 둘러본 재환은 실탄은 충분하니까 축구팀 하나 인수하는 것은 문제없다고 여겼다.

    그리고 그날 밤 재환은 서재에서 화상채팅으로 매튜 리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옆에 제임스 리가 런던에서 로그인하여 들어왔을 때, 채팅이 시작됐다.

    “지난 일은 더이상 신경 쓰지 않을테니 말해 보라고.”

    [네, 그러면···]

    재환과 매튜의 눈치를 심하게 보는 제임스는 한때 소베날의 젊고 유망했던 동양인 임원이었다는 위상이 한풀 꺾인 상태였다.

    그리고 명예회복을 위해 이번 건을 두고 더욱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미국의 그레이스 가문 소유입니다.]

    “음, 대략적으로 인터넷 검색은 해 봤어.”

    [현재 말론 그레이스가 2004년에 14억 7천만, 이후 12억 달러를 들여서 75%의 대주주가 된 뒤로 상장 폐지를 해서 개인 소유의 상태입니다.]

    “합치면 27억 달러 정도 되나?”

    저 정도 금액이면, 국내에서도 알짜 계열사를 몇 개 사들일 수 있고, 웬만한 중견기업의 시가총액 수준이다.

    재환은 그것을 두고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말론 그레이스는 2010년대에 뉴욕 증권거래소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장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습니다?”

    [네, 제작년에 뇌졸중을 앓아서 현재 재활치료중이고, 경영 복귀는··· 힘들다고 여겨집니다.]

    아메리칸 자본가가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거액의 투자를 했는데, 막상 본인이 쓰러져서 임시 경영 체제는 두 아들이 맡고 있다고 한다.

    [현재 말론에게 네 아들이 있는데, 첫째와 셋째는 맨체스터를, 남은 둘은 템파베이 버커니어스 라는 풋볼 팀을 운영중입니다.]

    “미식축구, 아식축구 둘 다 하는구만.”

    어쨌든 현 상황은 이렇다고 한다.

    재환은 4년전에 26억 달러로 구매하고, 쓰러진 오너를 두고 그 아들들과 협상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에 대해 매튜에게 물었을 때 그도 대답했다.

    [음, 아주 못 노릴 구석이 없는 건 아닙니다. 첫 번째로 그레이스 가문은 구단 내 수익을 쌓아두지만, 그에 비해 투자는 원활하지 못합니다.]

    일단 팬들에게 미움받는 구단주라는 뜻이다.

    [둘째로 두 차례에 걸쳐 지분을 사들이면서 26억 7천만 달러를 들였으나, 그중에서 18억 달러는 은행 부채입니다.]

    즉, 성적이 안 나와 중계권과 스폰서가 줄어들면 곧바로 추심이 들어갈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세 번째로 축구의 룰 조차 모를 정도로 수익에만 관심 있는 구단주인데, 뉴욕거래소 상장이 실패하는 순간 그동안 쌓은 돈이 휴짓조각이 된다는 겁니다.]

    그럴 일은 드물겠지만, 정말 늘어나는 부채 때문에 한 번 삐끗한 순간은 그렇게 될 수 있었다.

    모든 걸 정리한 재환은 카메라에 대고 두 ‘리’에게 말했다.

    “좋아요. 그럼 이걸 두고 리엔 코퍼레이션에 정식으로 인수를 맡기죠. 재원은 충분하니 둘이 협상을 해 줘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재환은 둘에게 맡긴 뒤로 자금 조달을 준비했다.

    ***

    “슬슬 우리의 거래의 끝이 보이겠구만.”

    재환은 현규를 따로 불러서 그동안 서로 투자했던 것에 대해 정리를 준비했다.

    “그동안 네가 꽉 잡아줬지.”

    삼신전자는 현재 주당 95만원에 육박했고, 100만원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거기에 맞춰 현규는 자신이 회장이 된 이후로 삼신전자를 국민주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50대1 규모로 액면분할을 준비했다.

    이대로 이뤄지면 94만 9천원인 기존 주식은 50개로 쪼개져 주당 1만 8천원이된다.

    그리고 그 액면분할에 맞춰 재환은 그동안 자신이 가진 삼신전자와 삼신물산의 지분을 일부 매각하기로 했다.

    “다는 아니고, 한 8천억 어치 넘기마.”

    “어이구, 세네?”

    그걸 현규가 사들이면, 삼신그룹 3대 회장의 지배구조가 좀 더 견고해질 것이다.

    “거기에 내가 가진 땅 좀 사가라. 대구인데, 신공항 떡밥이 있는 곳이다.”

    “뭐야? 갑자기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절친 사이라지만 갑자기 조 단위의 거래를 하자는 말에 흠칫하는 현규.

    “내가 엄청 큰 사업을 진행하느라 급전이 필요하거든? 그래서 안 살 거야? 아니면 너 액면분할 미루고 기다릴까?”

    재환의 말에 현규는 이 녀석이 미친 짓을 또 하긴 할 거라는 것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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