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 라스베가스는 약속의 땅!
2010년은 1분기부터 엄청난 사업이 연달아 터졌다.
[삼신전자 이사회. 찬성 66%로 이현규 부회장, 회장 선임.]
국제 헤지펀드들이 달려들어 기를 쓰고 막아내려고 했지만, 결국 통과가 되 버렸다.
사임한 이건호의 복귀가 아닌 이현규가 후임 회장이 되면, 주가가 떨어진다는 것을 예상하고서 반대한 것인데, 재환에 이어 국제 펀드중에서 리엔이 갑자기 뒤통수를 친 상황이었다.
덕분에 리엔은 부실채권을 사들이는데, 상승기류까지 어깃장을 놨다며 다른 펀드운용사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다음으로는 지난 번 겨우 수습한 닭고기 대란이었다.
[리엔 코퍼레이션, 외식업 쇼핑에 나선다! 967억에 금촌치킨 인수 이후, 프랜차이즈 6위인 시장통닭까지 인수.]
거기에 맞춰 혜성 역시 자체적으로 외식사업부를 ‘혜성푸드빌’쪽으로 독립시켜, 아예 상장화를 준비했다.
추가로 지점 1-200개의 중소 프랜차이즈 여러곳을 인수해서 단숨에 700개 지점에 재환이 이야기한대로 전원 고용승계를 하고 말이다.
재환은 싸인을 마친 뒤 혜성푸드빌에서 인수한 치킨호프 [먼치킨]이에서 임원 회식을 시작했다.
“먼치킨 이름은 나쁘지 않은데, 진짜 알아볼 사람이 있으려나?”
“킥킥대면서 다 올걸?”
아이디어를 입안한 기환은 재환을 향해 저 이름 분명히 뜬다고 강력 추천을 받았다.
물론 재환도 20년전 쯤에는 TRPG를 써클에서 했어서 그 용어 뜻은 잘 알고, 몇몇 게임을 통해서 들은 말인지라 오타쿠들에게는 좋은 이름일 것이다.
‘문제는 대중적으로 얼마냐 먹히냐는 건데···.’
일단 2년 정도 지켜본 다음에, 리엔이 추후 자신들이 운용하는 치킨 프랜차이즈를 혜성에 매각할 때, 통합하면서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치킨 회식을 하면서 재환은 준호에게 물었다.
“상하이 엑스포는 잘 준비 되고 있어요?”
올해 5월 엑스포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다.
재환은 그것을 벌써부터 준비하면서, 곧바로 출시할 수 있는 제품으로 혜성자동차의 전기차를 준비하면서 사업 루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회장님. 지금 상하이는 혜성차 부회장이 먼저 가서 설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흐으음, 좋아요. 내가 상하이 도착하자마자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어야지.”
“물론입니다. 회장님.”
그러자 다른 간부들이 치킨을 먹으며 말했다.
“회장님. 그 양반이라면 잘 할겁니다.”
유통부문 부회장 곽정빈의 말에 재환은 부회장 3인방끼리는 뭔가 통하는 게 있나 싶어 피식 웃었다.
“자, 잔들 들자고요!”
회장이 직접 500cc 맥주를 가득 채우고, 혜성푸드빌의 성공을 위해 모두가 들어올렸다.
“오늘 이 자리는 새로운 막내 계열사를 위한 자리지만, 또 다른 것이 남아있습니다.”
다른 것이라는 말에 고위 사장단들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엑스포도 있고, 추가 인수합병의 거래도 있겠지만, 1월에 가장 먼저 시작할 건 CES입니다.”
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약칭 CES로 국제전자제품 박람회.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그 자리 역시도 혜성 아메리카와 혜성전자 주재원들이 연구를 한 제품들을 마음껏 쏟아부을 때였다.
“전반기는 미국, 후반기는 중국에서 대격변을 일으킬겁니다. 모두 다 같이 힘냅시다!”
“힘냅시다!”
재환은 그룹 중역들을 집결시키고 이제 2010년에 제대로 세계구 기업을 인정시키겠단 각오를 다졌다.
***
인천공항에는 수많은 기자들이 몰려있었다.
재계에 높으신 분들이 모두 모여 라스베가스로 가는 길이었다.
재환은 기자들 앞에서 두 팔을 벌려 크게 외쳤다.
“라스베가스 전자박람회! 거기에서 혜성의 기술을 유감없이 선보이겠습니다!!”
짝짝짝짝짝-
기자들은 거기에 맞춰 박수를 보냈고, 마치 톱스타의 해외 공연을 방불케 하는 환호를 받으면서 체크인을 마쳤다.
재환은 면세점을 한 번 돌면서 적당한 물건이 있는지 찾아봤다.
“이런데서 살 물건이 있어?”
현규의 말에 재환은 둘러보다가 깡통 보루 단위로 파는 담배에 파이프까지 구매했다.
“슬슬 끊어라. 애들도 곧 있으면 학교 갈 텐데.”
“줄여나가야지.”
친구의 충고에 재환은 하나 챙긴다음 기전실장에게 넘기고 라운지에서 차 한잔을 하며 비행기를 기다렸다.
“이번 라스베가스 말이야. 엄청나겠지?”
“그래야하는데 말이야.”
현규가 회장자리에 오른 뒤로 처음으로 나서는 무대.
그래서 전자사업부 부회장이 아닌 자신이 직접가서 신제품을 만들고 ‘이현규폰’이라는 프로젝트의 [갤럭시아S]를 선보일 것이다.
‘원래 저거 후속 모델이 니 이름 딴 폰이었는데.’
그 이야기를 하면서 재환은 갤럭시아 폰을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스펙은 진짜 좋더라고, 잘 될거야.”
“후우~ 너희 코멧폰 만큼 잘나갔으면 좋겠다.”
순간적이겠지만, 혜성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1인자 한 번 찍어봤으니 그 인지도는 계속 오래가고 이제 후발주자로 따라오는 안드로 OS의 업체들 중 하나가 삼신이었다.
“자~ 라스베가스에서 각자 윈윈 하자고.”
한국에서 9500km가 넘는 거리에 있는 라스베가스.
그곳에는 수많은 IT 기업 CEO들이 모여서 그들만의 파티를 하고 있었다.
A-컴퍼니, 인터콘에 GE메디칼, 유럽에서 필립스, 시멘스, 일본의 소니아, 마쓰타, 샤리프등의 수많은 기업들.
거기에 한국 오너들도 모여서 이제 각자의 준비를 했다.
“자 닷새동안 이 친구들 모두 홀려야 해요. 무슨 상황인지 알죠?”
“물론입니다. 회장님.”
모두가 경쟁자이면서, 역으로 고객이 될 수 있는 자리.
재환은 그것을 두고 활짝 웃었다.
한편, 라스베가스 호텔 한 곳을 통째로 임대하고 그 안에 모두가 혜성그룹의 임직원들로 채워졌다.
특히 엘리사 수는 PC사업부 프래제인테이션 사업을 두고서 리허설을 몇 번이고 하면서 재환에게 보였다.
재환은 당당한 CEO의 발표에 감탄하여 손뼉을 쳤다.
“이상입니다. 회장님!”
“보너스 통장 준비하셔야겠네요? 아주 완벽합니다.”
실패할래야 실패할 수 없는 프레젠테이션을 보고서 재환은 엄지를 올렸다.
미국의 그래픽카드&CPU 제조업체 레이니온과 첫 합작을 해서 나온 CPU X86 ADM시리즈의 시작이었다.
사실상 13%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서 혜성전자의 자회사나 다름없게 되었고, 이번 발표 이후로 추가 지분을 사들여 자회사화 시키는 것에 대해 결정이 내려진 상태였다.
‘그 검머외 친구, 잘 해줘야 할텐데 말이지.’
지난번 매튜 리를 중용한 뒤로 그 휘하 놈은 맘에 들지 않지만, 리엔이라는 금융사가 미국 내에서 IB(투자은행) 중개일을 얼마나 일을 잘할지 한 번 지켜보기로 했다.
그걸 실패하면 바로 손절처리 하고서 이전과 같이 국제금융쟁이들을 철저하게 배제할 건 똑같지만 말이다.
재환은 CPU 발표를 앞두고 또 다른 것에 대해 말했다.
“이 부회장님도 에어컨 열심히 홍보해주세요.”
사물인터넷을 이용해서 앱으로 연동할 수 있는 원격조종 스마트 에어컨을 준비했다.
처음 시작은 에어컨이지만, 앞으로 TV,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할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13년.
재환은 그 짧지 않은 시간에서 자신이 직접 발표할 신제품을 준비했다.
10인치에 작은 모니터같이 생긴 제품.
그리고 작동을 하면 스마트폰과 같은 OS로 연동이 되는 또 다른 컴퓨터.
태블릿 PC, ‘코멧탭북’의 시작이었다.
***
“스마트폰이 나온 이래 2010년대 부터는 기술 혁명이 일어날 것입니다.”
재환은 직접 발표를 하면서 모두가 기다리고 있던 그 제품을 꺼냈다.
“그리고 그 혁명의 첫 포문은 우리 혜성이 코멧 시리즈로 선보이겠습니다! 소개합니다. 코멧 탭북!”
그동안 각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필사적으로 매달리던 태블릿 PC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재환이 약속한대로 A-컴퍼니의 혁신, 창조 등의 미사여구를 잔뜩 붙여서 발표하려고 한 애플패드보다 더 빠른 출시로 말이다.
엄청난 박수와 환호성이 울렸고, 재환은 스펙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기존의 스마트폰과 연동을 하면서 와이파이 모델과 3G 모델을 출시했고, 훗날 4G 기술이 될 LTE와 같이 움직일 것이다.
재환의 발표는 두 차례로 나뉘었다.
코멧 탭북을 준비한 다음, 뒤이은 발표회는 안드로 OS의 레퍼런스 폰 넥서스 코멧이었다.
코멧폰과 형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넥서스 코멧은 향후 안드로 OS의 각종 버전업의 지표가 될 것이다.
한 번에 두 방을 날려버린 혜성에 대한 보도는 그 어떤 제품보다도 많은 기사가 올라왔다.
내일은 삼신 갤럭시아S의 발표인데, 재환은 프레젠테이션 잘 할지 한 번 지켜보기로 했다.
[혜성! 이름처럼 날아오르다.]
[한국에서 온 CEO. 라스베가스를 뒤흔들다!]
[사물 인터넷, CPU, 레퍼런스 폰, 태블릿 PC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미국 역시도 이런 낮간지러운 헤드라인을 아주 좋아하나보다.
거기에 단독으로 발표회를 열려고 했던 A-컴퍼니의 스티브 폴은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절규를 하면서 애플패드 발표가 완전히 물먹었다고 난리쳤다.
“참으로 좋은 스토리텔링 아닌가?”
“네?”
“최초로 가정용 컴퓨터를 만들고,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대중화 시킨 엄청난 기업과 기행이 넘치는 CEO야. 근데 갑툭튀한 한국에서 온 재벌 오너가 자객처럼 그 제품들을 물먹였어.”
“아~”
자화자찬하고 있는 재환을 향해 준호는 미소를 지었다.
누가 뭐래도 지금의 재환의 경영능력은 토를 달 수 없었고, 혜성의 위상을 미국에서도 끌어올렸다.
그리고 전화를 통해서 미국 다른 지역에 있는 리엔 컴퍼니에 연락이 왔다.
[발표회 굉장했습니다.]
“그 외에 더 굉장한 게 있을까요?”
[회장님의 발표로 인해 주가가 너무 오른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하하!]
레이니온과의 인수협상에 대해서 움직이는 매튜 리는 재환이 원하는 그 결과를 바로 안내했다.
[이번에 MOU를 체결하고, 2분기에 본격적으로 레이니온과 혜성전자는 한 식구가 될 것입니다.]
합병 성공.
거피셜이라고 할 수 있는 단계이고, 본격적인 협상 논의가 준비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IB는 누가 파트너로 정해졌는데요?”
[BOA입니다.]
“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노스캐롤라이나의 파트너쉽 이후로 계속 함께하고 싶다고 합니다.]
“!”
참으로 톱니바퀴가 절묘하게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혜성전자가 신제품 연타석 홈런으로 주가가 오르고, 그러면서 다른 사업으로 자동차를 선택하자 노스캐롤라이나가 나섰다.
그리고 노스캐롤라이나에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 본사가 있었고, 기업 융자 파트너쉽 이후로 그곳이 다른 계열사 인수에 도움을 준다.
재환은 일단 일처리는 인정할만 한 매튜 리에게 말했다.
“조만간 큰 이벤트 있을테니까 다른 국제펀드들 동향 한 번 알아줘요.”
[염려하지 마십시오. 회장님!]
자신은 확실하게 혜성 편이라는 것을 어필하는 매튜 리.
재환은 이대로만 간다면 리엔에 대한 경계를 조금씩 풀어도 될까 생각했다.
물론 한 건으로 모든 의심을 풀긴 힘들겠지만 말이다.
***
얼마후 성황리에 끝난 CES에서 재환은 돌아가지 않고 라스베가스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오 마이갓! 저게 누군가요?]
[오늘의 쇼에는 억만장자가 강림했습니다. 코멧폰의 CEO 체어맨 신이 있군요!]
WWE 경기에서 VIP석에 앉아있는 재환이 카메라에 들어오자 해설위원들이 호들갑을 떨면서 재환을 알아봤다.
대다수의 관객들도 수많은 프레젠테이션과 일렉트릭 콘서트로 인해 최소한 ‘Who is it?’이나 ‘What?’ 같은 소리는 안나왔다.
재환은 신제품 태블릿 코멧탭북을 두들기면서 손도 흔들어주고, 주변에 악수도 했다.
메인이벤트 경기에서 WWE 챔피언 쉐이머스와 도전자이자 아이콘 존 시나의 경기.
재환은 그 경기를 보면서 일부러 다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고, 그날의 쇼는 챔피언의 타이틀 방어로 끝났을 때 마지막 TV쇼를 앞두고 재환은 카메라에 코멧탭북을 들어올렸다.
그림 앱으로 쓴 코멧의 글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See you! Comet!]
태블릿PC를 한손으로 들며, 다른손으로 흔드는 재환의 모습은 단 1~2초가 나왔지만 임팩트는 엄청났다.
1만 7천명의 MGM 그랜드 아레나의 관중, 그리고 그걸 실시간으로 TV로 봤던 미국인들이 순식간에 태블릿PC 구매를 누르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