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98화 (198/244)
  • 198- 하려면 제대로 하자.

    소상공인들은 때아닌 농민들의 시위로 인해 졸지에 역공을 당하게 되었다.

    심지어 양계협회에서 ‘아예 3개 프랜차이즈에 닭 공급을 하지 않겠다!’라는 폭탄선언까지 했으니 당장에 생닭 수급부터가 문제였다.

    언론에서는 이것을 ‘치킨대란’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어느 쪽의 편을 드는 순간 반대 진영에게 린치를 당할 각오를 해야 하므로 급속도로 말을 아꼈다.

    ***

    “상황이 재미나게 됐지?”

    “이놈의 닭튀김이 뭐라고···.”

    여론에 맞춰서 오늘의 육공회 회담의 만찬 메뉴는 각 치킨집에서 포장해온 것에 맥주였다.

    “솔직히 양은 줄고, 가격이 는 감은 있지.”

    현규가 한 마디 거들자, 진용은 다리 하나를 씹으며 말했다.

    “그만큼 다양해졌잖아? 옛날같이 쇼트닝에 튀기고 치킨무랑 소금 달랑 주는것도 아니고, 치즈다 뭐다 잔뜩 들어가고 말이야.”

    “그래도 선 넘은 가격이야.”

    “젠장,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물가에 민감했다고.”

    그도 그럴것이 여기 있는 사람들은 치킨이 한 마리 2만원이라고 안 먹을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깎는다고 해서 뭐 남는게 있겠어?”

    다른 멤버들의 말에 재환은 느긋한 얼굴이었다.

    “그렇게 될 거야. 손해보는 장사는 안 하니까.”

    재환의 자신만만함에 일단 어떻게 될지는 모두가 지켜보기로 했다.

    ***

    한편 양계협회의 닭 공급 중단을 두고서 점점 피가 마르는 건 점주들이었다.

    급기야 치킨무를 공급하는 중소업체들도 아예 계약을 보이콧하겠다는 소식에 각총 채소 농가도 들고 일어나자 진짜 손가락만 빨 상황이 되었다.

    현재 육가공업체 대기업의 길을 두들기는 ‘계림’은 그야말로 노났지만, 그들 역시 이 참에 은근슬쩍 도매가를 슬쩍 올리는 모양새가 보였다.

    더 이상 갔다가는 국내 치킨 업계가 완전 고사하게 생겼고, 양계업체는 차라리 더 키워서 아예 도축장에 보내질 않겠다고 선언했으니 한산해진 유통이었다.

    시간은 재환의 편이었다.

    닭이야 기존부터 한국은 지나치게 어린 병아리를 잡는다고 해서, 1년은 더 키워도 출하에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당장에 수급 못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하루 20마리 한정이라도 해서 팔아야 하냐며 본사에게 항의했다.

    그리고 재환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속보: 혜성식품, 치킨프랜차이즈 인수한다.]

    [신재환 회장 ‘전원 고용승계 이후, 직영점과 가맹점 직원들도 모두 포용하고, 투자할 것.’]

    재환이 이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나섰을 때, 소상공인 사업을 잡아먹는다고 말이 많았지만, 그는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정면 돌파했다.

    “네, 최근 치킨대란 문제에서 혜성그룹의 행동이 주목되고 있는데요. 여기에 대해 치킨 프랜차이즈 인수까지 추진하시는 신 회장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생방송 뉴스 프로그램에 나와서 자신에게 한 말씀 해 달라는 아나운서에게 재환은 차분하게 말했다.

    “고견이랄게 있습니까? 싸게 사들여서 좋은 음식을 파는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대기업이 이런 상권에 드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날카로운 질문이겠지만, 재환에게는 예상한 것이었다.

    “물론 대우도 대기업으로 해드릴 겁니다.”

    “하하, 예를 들면 어떤 식이죠?”

    “가맹점 분들에 대한 지원을 늘이겠습니다. 또한 기존에 배달일을 하시는 분들도 이제는 그룹 내 계열사로 두겠습니다. 4대보험은 물론이고, 사내 복지까지 맞춰서 말이죠.”

    재환은 거기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했다.

    “우선 오토바이의 비중을 낮추고, 현재 혜성이 개발하는 신형 경차로 안전한 배달을 정규직이 하게 될겁니다. 연차에 따라 직영점 관리직으로 갈 수 있으며, 육아와 자녀 학비까지 제공될 겁니다.”

    “!”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해도 원자재를 대량으로 매수한 상태라 인건비 조금 떠안는 것으로 커버가 충분했다.

    그리고 원래 기획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문제를 말하려고 했는데, 엄청난 사내 복지 제공 약속과 이전까지의 노동조합까지 떠앉으며 고용승계를 해준 혜성의 이미지로 인해 반응은 전혀 상상치 못한 곳으로 갔다.

    인터뷰를 마친 뒤로 재환은 회사에서 언론의 반응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착하게 살고 볼 일이야.”

    [이건 흡수가 아닌 상생이다.]

    [소매상 직도입에 기존 보다 높은 가격, 배달부 정규직 사내복지. 혜성의 방식은 다르다!]

    재환의 대해서 다시금 호의적인 반응이 올라왔고, 혜성그룹 만큼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준호가 노크하며 들어왔다.

    “회장님, 연락이 하나 왔습니다.”

    “또 청와대?”

    “아니요. 리엔 코퍼레이션이라는 사모펀드 회사라고 합니다.”

    “음?”

    못 들어본 곳이어서 고개를 갸웃 거릴 때, 준호는 전화한 사람의 명함을 건네줬다.

    “내가 이름도 모르는 금융쟁이 연락도 받아야 합니까?”

    “죄송합니다. 그 쪽에서 제임스 리 라고 하면 분명 회장님이 연락을 주실테니 꼭 전해달라고···.”

    “···누구?”

    제임스 리 라는 말에 재환은 그 명함을 받아들고 피식 웃었다.

    “하, 이 녀석 삼신 주주총회때부터 계속 한국시장 다시 기웃거리더니 또 다가오는건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불편하시다면 기전실에서 처리 하겠습니다.”

    “바쁘니까 사업 이야기 할 게 있으면, 할 말 전해달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또 중간에 어떤 농간을 부려서 슬그머니 빨대를 꽂으려고 접근하나 싶어 아예 차단해버렸다.

    “회장님, 오늘 저녁 7시 유니콘 재단의 밤은···.”

    “아, 그건 가야지.”

    스케줄 일정을 말해주자 재환은 시계를 보고서 슬슬 움직이기로 했다.

    ***

    축사를 마치고, 육공회 멤버 중 일부가 찾아온 곳에서 재환은 그동안 유니콘을 만들고 급성장하는 IT기업들을 유심히 바라봤다.

    “KAO톡 하나만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잘도 들어온단 말이지.”

    과거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을 방불케 하는 아이디어 스타트업들이 모두 유니콘으로 다가왔다.

    그 중에서도 훗날의 네임드가 되는 기업들은 재환이 특별 관리했다.

    “김 대표님 요새 개발 잘 되시죠?”

    “앗, 회장님!”

    “다들 모이셨네? 여기 이 대표도 계시고.”

    미디어 플레이어, 모바일 메신저, 은행 보안 애플리케이션, 원터치 결제 등 통신산업에 필요한 기술자 CEO들은 여기 다 모여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육공회로 온 문영하고, 정인은 실소유 지분을 행사하며, 자연스럽게 기부금을 냈다.

    그 외에도 많은 큰손들이 재벌 인맥을 위해서 자신의 지갑을 열곤 했다.

    투자한 기업가들과 개발 진척 이야기를 하던 재환은 와인 한 잔을 새로 받고서 마시다가 다가오는 인물이 있었다.

    비서실이 제지하려고 했지만, 재환은 손을 들었다.

    그리고 김준호가 재환에게 속삭였다.

    “이번에 1천만 달러를 후원한 사람인데, 리엔 코퍼레이션 대표라고 합니다.”

    “!”

    재환은 그 이야기를 듣고 흥미를 보였다.

    제임스 리 하고는 또 다른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정식으로 인사 드리겠습니다. 리엔 코퍼레이션의 대표이사 매튜 리라고 합니다.”

    정중하게 인사하는 매튜를 보고 재환은 앉으라고 하고 와인 한 잔을 준비하게 했다.

    “펀드 하시는 금융인이 이런 곳에 재단 기증까지 왔군요.”

    “천만 달러로 나라를 움직이시는 분들을 뵈는 건 싸게 먹히는 거죠.”

    숨길 것도 없이 ‘재단에 기증하고 댁을 만나러 왔다.’ 라는 말을 하는 매튜 리였다.

    재환은 흥미를 보이면서, 잠시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신 회장, 어디가?”

    정인의 말에 재환은 입가에 손가락을 대서 한 대 피고 오겠다는 제스처를 보였다.

    밖으로 나온 재환은 흡연실에서 한 대를 물고 불을 붙였다.

    “같이 피시죠.”

    “아, 네.”

    멘솔 한 갑을 꺼내 자신도 한 대 물고는 담배 회담이 시작됐다.

    “제임스 리의 윗선이 댁이었나 보군요.”

    “먼젓번 일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소베날에서 나온 뒤로 그 불쌍한 동포를 거둬준 것이니까요.”

    쿨하게 말하면서 자신은 그때의 사태와 전혀 상관 없다면서 철저하게 선을 그었다.

    “그래서 나에게 할 말이 뭐요?”

    “그동안 많은 고민을 했는데, 아무래도 이번 사업 건에 대해서는 회장님과 동행하고 싶습니다.”

    “음?”

    재환은 그 이야기를 듣고서 담배 한 모금을 뿜었다.

    “내가 진짜 요새 담배가 늘었어요. 별별 일에 다 엮이면서.”

    “하하하, 혜성이라는 거대기업을 운영하시면서 많은 일이 있으신 걸 압니다.”

    “담배 한 대의 시간까지 할애했는데, 곧바로 듣고 싶군요?”

    사업 본론부터 말하라는 말에 매튜가 말했다.

    “여론이 있긴 하지만, 곧바로 전부 인수하시는건 독과점 문제가 심하실 겁니다. 지금 당장은 말이죠.”

    “그래서요?”

    “사모펀드를 운용해서 외식사업 준비하시는거, 저희가 돕겠습니다. 저희는 2-3년만 운용하고, 곧바로 혜성이 그때 품으시면 됩니다.”

    “얼마나 뻥튀기를 하려고 내 앞에서 사모펀드쟁이가 그런 말을 하는 거요?”

    “그거 하나로 제가 회장님의 귀한 시간을 뺏었겠습니까?”

    “그럼?”

    “저희가 외국인 매수로 보유한 삼신전자와 물산의 전 주식으로 이현규 부회장님이 회장 자리 오르시는 것도 돕겠습니다.”

    “그건 내가 아니라 삼신에게 말해야지.”

    “반대표 던진건 회장님에 이어 저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점 풀매수를 위해 말입니다.”

    “!”

    “저희는 이후 그곳에서 오른 수익만으로도 충분히 고향에 땡큐를 외칠 수 있습니다.”

    “흐음.”

    “뿐만 아니라 현재 외식업에서 유통 구조를 바꾸시는 것에 대해 FTA를 맺은 두 나라에 용지를 찾으신다고 들었습니다. 중간책으로 있는 무역상사 기업에게 저희가 다리를 대겠습니다.”

    확실히 재환에게는 일일이 찾아서알아보기 귀찮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하청 같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재환이 그리는 큰 그림에 물감하고, 펜 가져다 드릴테니 합류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하는 매튜 리.

    재환은 예전부터 국제자본이라고 사모펀드 거대로 운용하는 자들을 그닥 신뢰하지 않았다.

    하지만 삼신 주주총회부터 지금의 외식사업까지 모두 알고서 ‘알아서 에이전트를 해주겠다’는 말에 흥미가 느껴졌다.

    재환은 그런 매튜 리에게 다시 물었다.

    “달러값도 비쌀 때, 천만 불을 나 한 번 만나는 비용으로 생각한다면, 상당한 자산을 굴리는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매달리는 이유를 좀 듣고싶군요?”

    “네, 말씀대로 저희는 미국에서부터 전 세계에 있는 채권, 주식 등의 금융자본을 거래하는 장사를 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몇 달 동안 한국에 오면서 느낀 것은 회장님하고 대립하면, 아시아에서 장사 못 하겠다고 여겨서입니다.”

    “아시아 전체까진 너무 날 띄워준거 아닌가?”

    “유럽 금융 회사들이 홍콩하고 일본에서 거하게 물을 먹은 사례가 작년 일이 아닙니까?”

    그 말을 들은 재환은 제법 괜찮은 대답이었다면서 웃어보였다.

    “좋아요.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 말하지.”

    이 정도면 최소 식견은 갖추고 있는 친구이고, 거기에 대해 한 가지를 일부로 시험으로 던졌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움직일 거 같아요?”

    “네?”

    매튜 리는 그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자신이 생각한 것이 맞다고 확신하고는 재환에게 말했다.

    “전자에서 스마트폰으로 대중화를 이끄시고, 유통에서 대격변을 이루셨으니, 다음은 자동차··· 그것도 아마 친환경자동차를 준비하시겠군요. 맞습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죠?”

    재환은 질문에 대답으로 전기차를 꺼내자 그 이유를 물었다.

    “회장님은 다른 기업집단 오너들과 달리 환경, 복지, 재단을 누구보다 잘 운용하십니다. 단순 수익 증대가 아닌 세 가지를 꼭 참조하셔서 균형을 맞추시니 이번엔 환경에 관련된 사업이라 생각했습니다.”

    “···합격!”

    재환은 나름대로 시장을 캐치한 매튜 리를 두고, 이 친구는 제임스와 달리 확실히 두고 있으면 최소한 이득은 줄 수 있는 녀석이라 여겼다.

    먼저 와서 공손히 협업 요청을 하면서, 거액의 재단 기부금을 낸 것을 보면 앞으로도 볼 일이 많을 것 같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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