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97화 (197/244)

197- 골목상권 침략? 아닌데?

[지금부터 빵값은 10년 전으로 돌아옵니다.]

재환의 이 한 마디가 제과/제빵 유통업 전체에 대격변을 일으켰다.

전국에 있는 혜성백화점과 혜성마트, 혜성슈퍼마켓에 빵 종류가 올라오면, 우루루 달려들어서 담아가곤 했다.

[자! 어머님들! 오늘도 빵이 왔습니다. 단팥빵이 400원, 크림빵이 500원! 세 개 고르시면 섞어서 천원!]

2009년의 물가로 그 가격을 홍보해대자 날개 단 듯이 팔려나가고 있었다.

반값의 덤핑이지만, 대규모로 팔리는 것에 대해 재환은 전 지점마다 빵 코너는 전부 텅텅 빈 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좋아, 떡밥은 충분히 뿌린 거 같고···.”

일단 마트 봉지빵을 시작하고 재환은 하나하나 준비하기로 했다.

***

“라면에서 로켓까지, 세상을 누빈다고 하죠?”

“상사맨들에게는 유명한 말입니다.”

준호의 말에 재환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상사맨은 아니어도, 엇비슷하게는 자체적으로 할 수 있죠.”

재환은 혜성유통과 혜성식품의 임원들을 부르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했다.

“밀가루 직도입을 하고, 유통업을 싹 다 바꿔서 식품 가격대를 전체적으로 낮출 거예요.”

재환의 말에 임원진들은 박리다매로 유통업계가 상당히 바뀌겠다고 직감했다.

하지만 여기 있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저, 회장님.”

혜성유통 유통본부 전무 김정필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네, 말씀하세요.”

“저기··· 그··· 회장님이 말씀하신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싼 가격으로 좋은 상품을 제공하는 것을 공감하나···.”

재환은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혹시라도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모여 시위하면 어쩌냐고요?”

“!?”

모두가 고민하던 그것을 바로 회장이 언급하자 그들은 흠칫했다.

사실 모두가 그 생각을 했을 것이다.

현 정부가 중소기업의 성장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그동안 중소기업/대기업의 구도를 세분화 했기 때문이다.

5인 사업장의 소기업/중기업을 합해 중소기업/ 중견기업/ 준대기업/대기업으로 나뉘면서 중소기업이 대기업까지 오를 수 있게 지원을 해준다.

근데 이 상황에서 갑자기 대기업이 미친 덤핑으로 가격을 확 낮춘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환호해도, 정부가 그걸 고깝게 볼 것이다.

그리고 가장 문제가 클 것은 자신들도 국민이라며 소상공인들이 들고일어나서 대규모로 시위를 할 거다.

이것은 기업 이미지에 제대로 타격을 줄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도 예상하고 있고, 리스크를 최대한 줄일 겁니다.”

회장 재환이 당당하게 말하면서 지금 상황에 대해 말했다.

“저는 어떤 제품이든지 돈이 된다면 파고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레드오션이라는 단어를 별로 안 좋아해요.”

반도체, 자동차, 인터넷 쇼핑몰, 스마트폰 등의 첨단 사업을 하면서도 뜬금없이 500원 빵이나, 그 외에도 과자류에 대한 대폭 인하를 하고, 골목상권을 노린다는 재환.

“그것을 위해서 편의점 사업에 진출을 하려고 합니다. 좋은 매물이 있으면 인수를 하고, 아니면 아예 새로 만들겠습니다.”

“회, 회장님! 편의점은···.”

“이미 GH, 삼신의 분가인 SU, 샤를로트의 세븐이 꽉 잡고 있습니다! 더 이상 파고들 수도 없으며, 기존 업체들도 제살깎아먹기 경쟁입니다.”

“네~ 지금은 그렇죠. 지금은···.”

재환이 이 자리에서 ‘편의점이 레드오션인줄 알았는데, 그 뒤로 대기업 유통회사가 두 곳이나 더 들어왔다’는 미래 이야기를 해 주기도 그랬다.

“해외 진출까지 염두해 둘 것입니다. 이미 일본은 동남아 일대에서 소규모 편의점과 슈퍼마켓 유통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어요. 혜성 역시 그럴 것입니다.”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재환.

그리고 임원들은 이번에도 따르기로 했다.

하나둘씩 회의를 마치고 물러날 때 마지막까지 남는건 재환이었다.

그리고 그를 따르기 위해 준호가 기다리고 있을 때, 재환은 재떨이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였다.

“김 실장.”

“네, 회장님.”

“임원들은 각자 준비하고 있을테고, 일을 좀 해 주셔야 겠습니다.”

회장의 실질적인 2인자라고 불리는 기전실장에게 ‘일을 해달라’는 말에 준호가 긴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네, 회장님.”

“국내 여기저기를 좀 돌아야 하는 출장인데요. 시간 넉넉히 드릴테니 그 지역 맛집들도 좀 다니고 하세요.”

재환은 지방 출장을 시킨 뒤로 그가 갈 곳과 해야 할 일들을 모두 알려줬다.

그것을 들은 준호는 어깨가 무거웠다.

“반드시 성공하고 오겠습니다.”

“음, 그래요.”

재환은 준호의 인사를 받고서 그를 보냈다.

***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재환은 빵에 이어 새로운 사업을 준비했다.

[요즘 치킨값. 너무 비싸시죠?]

한 마리에 배달비 합쳐서 1만 7천원에서 8천원대 하는 치킨 한 마리.

이제는 야식으로 먹기에도 너무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눈치가 국민들에게 보였을 때, 재환은 유통업을 이용해서 이번에도 움직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퇴근하고 사오시던 종이 봉투에 싸온 통닭! 그 가격 6천원에 모시겠습니다!]

회장이 직접 나와서 또 다시 광고를 한다.

빵에 이어 치킨까지 유통업 구조 문제로 그동안 올라가기만 해도, 인하는 죽어도 없던 식품업계에 두 번째 핵폭탄이 터진 것이었다.

전국 혜성마트와 혜성슈퍼마켓에는 매일 한정판 100개로 ‘6천원 치킨’을 출시했다.

개시 첫날부터 대다수의 소비자, 그 중에서도 노년층이 주축이 되는 치킨 소비량이었다.

“장사 잘 된다~”

본사에서 바로 옆에 있는 강남본점 식품코너에 온 재환은 치킨 하나 사려고 줄을 서 있는 광경을 보고서 흐뭇하게 바라봤다.

이들이 정말로 치킨만 사러 오는 것도 아니고 그 옆에서 맥주 할인전, 콜라 두 통 할인, 그 외에 휴지, 물티슈등의 생활용품을 놓자 자연스럽게 같이 구매가 된다.

재환은 온라인 마켓이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오프라인 마켓 역시도 그간 소홀했다고 생각했다.

요새 국민들의 소비는 백화점을 외면하고, 대형마트나 아파트 근처 슈퍼마켓을 더 애용하는 문화부터 그 동안 할인에 너무 인색했기 때문이다.

혜성백화점 본점 지점장이 달려와 매출을 말해줬을 때, 재환은 수익 신경쓰지말고 이대로 가자고 조언했다.

그리고 임원들이 그렇게 우려하는 일이 터져 버렸다.

***

[서민 장사 말려죽이는 혜성그룹 각성하라!]

[지역상권 말살이다! 혜성유통의 박리다매 중단하라!]

[서민들 일자리 보호하자! 우리도 살고싶다!]

지난날 용산전자상가 그래픽카드 떨이에 이어 두 번째로 혜성그룹 앞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어디서들 냄새 맡고 왔는지, 이름도 못들어본 사단법인에, 시민단체에 아주 줄줄이 엮여 있었다.

“회장님, 이건···.”

준호가 출장간 뒤로 기전실 1팀 이원규 팀장이 실시간으로 언론과 시위에 대해 보고를 했다.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네, 회장실 아래서 잘 보이네요.”

담배 한 대와 최상층 밑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인물들.

거기에 따라 재환은 이럴 것을 예상했고, ‘내가 해결하겠다.’라고 선언했으니 이제 뭔가 보여줄 때였다.

“일단은 쟤들 얼마까지 하는 지 봅시다. 내가 김 실장에게 따로 말해둔게 있으니 그것만 나오면 여론 바뀌어요.”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아, 그리고 있죠. 언론도 중요하지만 인터넷 등의 실제 여론은 어떤지 그것도 한 번 모니터링 해주세요.”

“네?”

“대부분의 2-30대 커뮤니티 등이요. 뭐, 여론조작하라는 건 아니고, 실제 반응이 어떤지 글들 캡처해서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저들이 저렇게 시끌벅적하게 시위를 해도, 실제 온도차가 어떨지는 한 번 확인해야 했다.

***

[자, 이제껏 소상공인들이 물건을 떼어와서 직접 음식을 하고, 배달도 직접 합니다. 그렇게 줄이고 줄여서 치킨을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한 마리가 평균적으로 1만 2천원에서 비싼 것은 1만 8천원까지 합니다. 너무 비싼게 아닐까요?]

[원가 생각하고, 인건비 없이 해도 이 정도입니다. 지금의 혜성은 박리다매로 인한 대기업의 횡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치킨이나 빵 등. 밀가루와 닭고기에 대한 물가가 너무 오른건 사실이에요. 선짓국이나 설렁탕 등이 10년 동안 천원 오를 때, 빵이랑 치킨 얼마 오른 줄 아십니까?]

토론 프로그램에서 팽팽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고 재환은 자신이 잘 하고 있다는 걸 확신했다.

게다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반응 역시도 혜성을 응원하는 쪽이 압도적이었다.

‘저게 진짜 자영업자냐.’, ‘죄다 프랜차이즈 치킨집 폭리에 대리점들일 뿐이다.’, ‘튀김옷 입힌 닭이 올리브유랑 마늘 몇조각 넣었다고 만오천원이 말이 되냐?’ 등의 기존의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한 악평이 가득했다.

이런 반응 속에서 재환은 언제까지 이 이슈가 계속될지 계산을 해 봤다.

그 와중에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보는데 재미난 것이 보였다.

[BFC 회장: 국산닭에 국산 식용유를 쓰는 서민경제를 혜성이 부수고 있다!]

재환은 이번 사태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날뛰는 것에 대해 크게 웃었다.

‘치킨팔아 빌딩 세웠다.’ 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BFC, 그 외에 금촌치킨, 마니치킨등의 대형업체들.

하나하나는 혜성에게 별것도 아닌 놈들이었으나, 저 셋을 합치면 전국 매장 4200개에 중견기업들로 시가총액이 조단위는 될 것이다.

저들의 연합을 가지고 ‘담합의혹’으로 한 번 찔러볼까 생각도 했지만, 오히려 그러면 탈탈 털어도 과징금 몇억 내고 어물쩡거릴 것이다.

재환은 그것을 위해서 기다리고 있을 때 갑자기 전화가 왔다.

“음?”

발신번호를 본 재환은 곧바로 서재로 들어가 받았다.

“네, 신재환입니다.”

[아이고, 신 회장님. 바쁘신가요?]

청와대에서 온 전화였다.

회장 등극 이후로 기전실을 거치지 않고, 이렇게 연락을 몇 번 받은 적이 있는데, 이상명 정권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렇게 전화를 걸어서 실례가 많습니다. 민정수석 박형식이라고 합니다.]

“아, 네. 박 수석님.”

재환은 그의 전화를 받고서 역시나 그 이야기를 할거라 생각했다.

[최근에 국민들에게 싼 물가로 먹거리를 제공하는 거,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네, 저희가 수익을 조금 줄이더라도 윈윈하기 위해서죠.”

[저, 하지만 그게···]

“네?”

[VIP께서 조금 우려하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흐으음.”

[사실 이런 말을 하는게,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을 하는 정부 기조에서 이번 혜성의 박리다매는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싶어서 말입니다.]

윗선에서 이렇게 개입을 하니 재환은 짐작했던 바라며 미소를 지었다.

[아! 오해는 하지 말아주십시오. VIP께서도 치킨을 매우 좋아하시는데, 최근 값이 너무 올랐다고는 생각하십니다. 다만 그 사람들 대다수가 프랜차이즈 가맹점 출신의 자영업자 비율 때문에···]

“네, 무슨 말인지 잘 알겠고요. 저희 역시 그것 때문에 임원진들이 염려를 표하는 말을 저에게 직언하긴 했습니다.”

[신 회장님. 취지는 좋은데 지금은 한 발 물러나야 될 것 같아요. 대신 추후에 프랜차이즈 기업들 음식재료 원가 공개 등으로 법안이 나올테니 그때 봐서···]

어떻게 어르고 달래는 수준으로 민정수석이 양해좀 구한다고 하자, 재환은 자신의 위상을 다시금 체험하면서 일단은 알았다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면서 곧바로 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회장님! 전화 받았습니다. 기전실장입니다.]

“김 실장. 내가 지금 누구한테 전화 받았게요?”

[···네?]

“푸른 기와집에서 소상공인들 염려가 크답니다.”

재환은 그것을 역공하기 위한 준비가 잘 되냐고 물었다.

“제가 출장 보낸건, 이거 해결할 일이라고 했죠?”

[회장님! 그렇지 않아도 내일 정오부터 행동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오, 그렇군요. 그럼 상황이 비슷해 지겠네!”

[그리고 회장님이 말씀하신 혜인회 역시도 행동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좋아요. 그 사람들 움직이는 것은 최후의 수로 고려하고 일단은 내일 기다려 보겠습니다.”

[네, 회장님.]

“수고했어요. 지금 익산이라고 했죠? 그 옆 동네에 한정식 기가 막힌데가 있는데 먹고 오세요. 법인카드 맘껏 써도 다 결제해드릴테니.”

재환은 통화를 마치고 이번 건은 이제 해결됐다고 확신했다.

***

다음날.

대형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들 앞에서는 지방 여기저기에서 올라온 중장년~노인 단체들에 의해 난장판이 났다.

[유통 폭리에 못 살겠다! 닭 안키우고 만다!]

[알토란 같이 키운 닭들, 1천원도 못 준다는 치킨업체들 반성하라!]

[우리도 좀 먹고 살자! 니놈들 치킨에 배만 곪는다!]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농부들, 또 그들의 연합인 ‘대한양계협회’였다.

이들은 이런 일에 잔뼈가 굵은 농협도 함부로 못 건드릴뿐만 아니라, 대기업 육가공 업체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치여서 악만 남은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재환은 준호를 보내 ‘한가지 제안을 했다.’

[기존 대형 프랜차이즈 육가공 업체들이 폭리를 취해서 생닭 kg당 800원대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그거 합리적인 가격을 맞춰드리죠. 혜성치킨에 납품해주세요.]

물론 이후 물가에 따라서 최대 1500원까지 보장을 했고, 전국 닭 출하량 7500만 마리인 나라에서 자영농들이 이렇게 들고나오는 상황이 되었다.

당연히 뉴스는 이 떡밥을 놓칠 리가 없었다.

[네, 치킨값이 계속 논란이 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생닭을 유통하는 육가공 업체 농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BFC치킨, 금촌 치킨등의 대형 업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으며, 원가 공개를 하라는 시민단체와 농민들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vs ‘혜성그룹’에서 ‘프랜차이즈 유통구조’ vs ‘혜성이 편을 든 농민들’로 바뀌었다.

자영업자들의 표심 때문에 눈치를 본다?

이쪽은 농민들이 들고 일어나 그들과 부딪쳤다.

그리고 무서운건 이게 양계농가 뿐만 아니라 밀, 마늘, 고추, 양파등의 채소농가들까지도 분노가 한계치까지 올라와 혜성의 편을 들려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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