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96화 (196/244)
  • 196- 10년전 물가.

    [다음 소식입니다. 군 장병 휴대폰 사용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총 299석에서 찬성이 152표가 통과되어서 앞으로 징집된 국방의 의무를 치르는 병사들에게 희소식이 왔다.

    [정부는 시범 케이스로 1군 사령부의 강원도 일대의 군부대부터 먼저 휴대폰 사용에 대한 허가를 고려했으며···]

    아마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을 거다.

    지금이야 시범이지만 그곳에서 휴대폰을 가지고 보안이 문제니, 일부 병사의 개인적 일탈을 두고, 범죄에 노출됐다느니 떠들어댄다.

    하지만 결국 대세를 막지 못하고 시범 부대를 넘어 전군 휴대폰이 될 테니 재환은 군인들도 차기 고객이 될 거라는 것을 확신했다.

    거기에 맞춰 육공회도 움직였다.

    KS그룹은 군인전용 요금제를 새로 만들어서 기존에 병장이 10만 2천원 받는 상황에 맞춰 일반 요금제보다 1/3이 싼 요금제를 만들었고, 다른 그룹 친구들은 아예 기증 릴레이를 벌였다.

    재환의 의지와 현규의 발언으로 만들어진 이번 일은 혜성그룹 과 삼신그룹에 대한 엄청난 지지로 돌아왔다.

    “사위, 나는 그거 찬성표 못 썼네?”

    “이해합니다. 장인어른.”

    “아이고, 사돈! 그런 거 일일이 따지지 마쇼! 뭐 죄질 이야기도 아니고!”

    희경은 식사를 하면서, 정치권에 있는 사돈에게 넉살 좋게 넘겼다.

    재환은 두 가문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와중에 재환은 어른들에게 말했다.

    “다음은 미래 먹거리에요.”

    “호오? 그 스마트폰 다음에 또 뭔가를 준비하는거냐?”

    “올해도 몇 달 안 남았죠. 그 전에 할 수 있는 기반은 다 다져놓으려고요.”

    자신만만한 아들을 보고, 희경은 자신이 평생 일군 그룹이 여기까지 올라간 것은 이 녀석이 다 했다고 생각했다.

    “감회가 새롭구만, 내가 만든 회사가 4대그룹까지 올라가니 말이야.”

    “진짜 탑이 얼마 안남긴 했죠?”

    “하하하! 그렇다고 너무 무리 하지 말고. 몸 생각해라.”

    “저 아직 젊어요.”

    재환은 아버지와 대화를 하면서 오랜만에 웃음 가득한 식사를 했다.

    그리고 한 의원은 조용히 듣다가 물었다.

    “사위, 그 이번 미래 먹거리는 무슨 사업으로 하려고 하나?”

    “네?”

    “아, 아니! 그게 말이지. 나도 새로운 기술 같은거에 대해 좀 알고 싶어서 말이야.”

    멋쩍게 말하는 한 의원을 보고 재환은 쿨하게 답했다.

    “미래 먹거리에요. 진짜로 먹거리.”

    “음?”

    “주머니 가벼운 사람들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

    재환의 말에 두 사돈은 이 녀석이 뭔가 또 큰거 하나 할 거라고 여겼다.

    ***

    “뭐하자고 우리 둘을 불렀어?”

    “육공회 모임에서 그동안 소홀했던 것 같아서요.”

    재환이 집으로 초대한 것은 효령의 문영, 그리고 KS의 대현이었다.

    “그동안 제가 범 삼신 친구들하고만 놀았죠? 그래서 한 분씩 초대를 하려고요.”

    “어이구~ 우리 재환이, 구라가 많이 늘었구나?”

    대현은 키득거리면서, 갓 구운 꽃등심을 먹으며 말했다.

    “재환아, 너 그 말 아니? 소고기는 절대 호의로만 사주는게 아니라고.”

    “괜찮아요. 이거 미국산이라 얼마 안 해.”

    대현과 재환의 만담에 문영은 박수를 쳤다.

    “자, 만담들은 그만 하시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얘가 따로 불러서 이야기 한다는 건, 같이 사업 좀 하자는 거 아닙니까?”

    문영의 말에 재환은 조용히 말했다.

    “밀가루, 설탕, 계란, 마가린이 아주아주 많이 필요하다.”

    “어디 슈퍼 가서 사오면 돼?”

    “아니요. 톤 단위로 대량구매를 해서요.”

    “!”

    재환의 말에 시덥잖은 농담만 하던 대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호라, 대량구매를 하려면 우리쪽 손이···.”

    재환은 그제야 알아들은 대현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FTA를 체결한 칠레와 미국, 두 곳은 농업으로 엄청난 곳들이죠. 그리고 효령과 KS는 그런거 싼값에 떼어오는 상사맨들이 가득하고.”

    재환은 두 회사의 무역회사를 통해 대량으로 원자재들을 수입할 루트를 새로 찾고 있었다.

    “단순히 그거만 해 주면 돼? 국제 곡물가 맞춰서 최저가에 떼어오면 금방일텐데.”

    “FTA라 관세도 없지.”

    대현과 문영은 재환 덕분에 이번에 상사 계열사가 제법 목돈을 만질수 있겠다면서 웃었다.

    “아, 단순히 사오는 것 뿐만이 아니라 농사지을 땅도 크게 알아봐주세요.”

    “음?”

    재환은 단순 물건 최저가 떼오기만 생각하는게 아닌 그 이상을 노렸다.

    ***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네, 거기 앉으세요.”

    혜성바이오 대표이사 이영필 사장은 최근 분당의 식품공학 연구소 공사에 몰두하고 있다가, 본사로 급히 호출을 받았다.

    혹시라도 뭔가 큰 일이 있나 싶어 조마조마한 그에게 녹차를 대접하며 말했다.

    “향이 아주 좋죠?”

    “네, 그렇습니다.”

    “누가 만든건지 몰라도 정말 잘 만들었어요. 이 녹차잎.”

    “하하하-”

    최근 재환은 자주 먹던 홍차보다 녹차의 비율을 높였는데, 전남 보성 일대에 혜성 바이오 연구진들이 개발한 신형 차나무 종자로 인한 시범 재배 후 출시를 위해서였다.

    기존의 찻잎보다 더욱 깊은 맛이 난다고 하며, 블라인드 테스트에도 훌륭한 반응을 보여서 개량 차나무는 조만간 기존의 종자들을 대체하고 생산량이 더 높아질 것이다.

    “저는 홍차를 좋아하니, 홍차 생산용인 대엽종 개발도 빨리 됐으면 좋겠네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번 농협하고 협의해서 전남 일대에서 개량된 차나무를 보면, 계속해서 종자의 국산화를 위해 개발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혜성 바이오 사장과 종자 개량과 농협과의 협력을 위한 이야기를 나누던 재환은 다음 오더를 준비했다.

    “다름이 아니라 국산 밀 때문에 연락을 드렸습니다.”

    “네?”

    이번에 개발할 것은 밀 종자인가 싶어서 물어보는 이영필 사장에게 재환은 혜성식품에서 준비한 기획서를 보였다.

    “칠레하고 미국에서 현재 수입하는 곡물 양입니다.”

    “아, 네. 상당한 양이네요.”

    혜성그룹은 근간이 제과회사에 최근 인수한 라면 사업으로 인해 매년 엄청난 양의 밀가루와 설탕 등을 수입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평소보다 배 이상의 양을 준비하라고 했고, 이 정도면 원자재값이 정말 만만치 않다고 여긴 이영필이었다.

    “그리고 KS네트웍스와 효령물산이 지금 FTA가 치러지는 미국과 칠레에 대규모 농장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회장님, 그렇다면?”

    “네~ 우리가 개발할 신형 밀 종자를 구매한 해외의 땅에서 한 번 재배해서 유통구조를 바꿔보려고 합니다.”

    해외에 대규모 농업용지를 사들이고, 거기에서 재배한 작물을 수입한다.

    그것을 위해 두 대기업의 종합무역상사가 알아보고 있다.

    “회장님, 그 방법은···.”

    “네, 우물쭈물하지 말고 말하세요.”

    회장 앞에서 몇 번이나 생각을 하고 최대한 순화해서 그 사업에 대해 말했다.

    “회장님, 국내 기업들이 종합상사를 끼고 해외에 농지 개발을 했던 것은 이제껏 성공한 전례가···미비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최초가 되는거죠.”

    “회장님, 이미 대윤 역시도···.”

    “마다가스카르 이야기 하는 거면, 이미 다 아는 사실입니다.”

    “···.”

    마다가스카르 사건.

    한때 하늘을 찌를 위세의 대윤그룹은 종합상사인 대윤인터내셔널과 물류업체 대윤로지스틱스의 프로젝트로 아프리카 제3세계의 국가에 인프라 공사를 약속하고, 99년 농지 임대를 해서 국산 농작물을 재배해서 유통하는 방식을 준비했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90만 헥타르에 달하는 땅의 환경파괴, 그리고 마다가스카르에 대한 경제주권 침탈이라는 내부의 불만이 가득했고, 결국 그 나라의 혁명이 일어나자 그동안 공들인 농지사업을 모두 철수했다.

    21세기의 식민지라는 오명까지 썼던 대윤의 흑역사였다.

    “이미 그런 케이스를 두고서 차라리 이름난 국가를 노린 겁니다. 막말로 미국에서 몇 십만 헥타를 사고, 농사를 짓는다고 그게 미국 구권침탈이 됩니까?”

    “으으음···”

    “칠레는 또 어떻고요? 그쪽 농산물 한국 수출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아시나요? 특히 포도나 콩, 사과, 밀은 우리 마트에도 많이 있어요.”

    단지 새로운 종자를 제공하고 그걸 심어서 재배하면 혜성이 사들이겠다는 계약으로 주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 국제법 관련 인물들을 알아보고, 현지 농지를 운용하는 대규모 농업 기업들과 협업을 준비했다.

    “아무튼 그렇게 됐으니, 현재 라이선스가 있는 밀 제품들하고요, 사탕수수등 준비해주세요. 개량종 연구도 맘껏 하시고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일단 혜성바이오는 회장의 오더가 내려졌으니 따르기로 했다.

    ***

    “자~ 먹자.”

    “와아아아~”

    퇴근길에 우유하고 빵을 잔뜩 사오자 두 아이가 방방 뛰면서 좋아했다.

    “웬 빵이에요?”

    “오다 사왔어.”

    봉투 한 가득 담겨 있었지만, 의외로 양은 적었다.

    재환이 책상 위에 올리자 미연이 우유를 가져다가 승윤이와 승아 두 자녀들에게 먹였다.

    잘게 찢자 버터향이 물씬 풍겼고, 슈크림과 단팥이 있는 부불을 오물거리며 먹는게 재환의 눈에는 그렇게 이뻐보였다.

    “아빠! 이거!”

    “어, 그래. 고마워.”

    네 살 아들이 반 찢어서 준 빵에 재환이 먹으면서 미연에게 말했다.

    “이게 얼마 어치게?”

    “글쎄요? 한 만원?”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2만2천원 들더라.”

    “어머머, 세상에 뭐 그리 비싸요?”

    재환은 단팥빵을 보이며 말했다.

    “이게 요새는 900원이다, 그리고 슈크림이 1200원, 샌드위치는 2500원.”

    “세상에, 이젠 빵도 엄청 비싸졌네?”

    재벌가에서 돈 만원, 2만원이 뭐 중요하겠냐만, 이 정도 양에 생각 이상으로 부자들도 비싸다고 느낄 정도였다.

    재환은 빵 하나를 입에 넣으면서 말했다.

    “그래서 확 내릴려고.”

    “네?”

    “우리는 반값.”

    “!?”

    미래 먹거리 준비한다고 해서, 지난번 라면처럼 다시 한번 먹거리를 준비하는 재환이었다.

    ***

    얼마 후 혜성그룹 본사에서는 새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한다는 소식에 수많은 기자들이 다가왔다.

    “오늘은 또 뭐에요? 삼우일보는 정보 있어요?”

    “몰라요. 갑자기 기자회견한다는데 신사업이라고 혜성 기전실이 연락하긴 하던데.”

    뭐가 되었든간에 좋은 기사 거리가 될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기다리는 기자들이었다.

    잠시 후 혜성식품과 기전실 직원들은 두툼한 박스를 가지고 왔다.

    “이게 뭐예요? 빵?”

    “자, 기자분들 회견하기 전에 A빵하고, B빵에 대해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 주세요.”

    “네?”

    기자들은 우유 한 통에 두 개의 크림빵을 가지고 각각 먹어보면서 테스트지에 적었다.

    A빵에 대해서 쓴 사람과 B빵에 쓴 사람들이 팽팽할 때, 재환이 모습을 드러냈다.

    재환이 오자 모두들 일어나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기자들.

    재환은 손을 흔들고는 마이크를 붙잡았다.

    [여러분, 오시면서 빵 맛좀 보셨습니까?]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설문지를 추슬러 기전실 임원들이 보고하자 재환은 흥미를 보이고서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두 크림빵은 모두 혜성식품에서 만든 만나크림빵입니다. 요새 이게 개당 마트와 슈퍼마켓에서 천원이란 말이죠.]

    재환의 말에 기자들은 뭔 이야기를 하나 싶어서 기사를 쓰면서 기다렸다.

    “A빵을 적으신분. 이건 천원짜리 빵입니다.”

    웅성이는 소리 속에서 B빵을 찍은 기자들이 웃는다.

    “그리고 B빵은 500원입니다.”

    둘다 싸구려 빵이지만, 그 다음의 말이 중요했다.

    “참고로 둘 다 같은 재료로 만든겁니다.”

    “!!!”

    재환은 그 말을 하면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응답하라 2000년! 지금부터 혜성 식품 내에 있는 제과류와 제빵류에 대한 가격을 10년 전으로 인하하는 발표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대기업이 작정하고서 유통 구조를 바꾸고, 먹거리를 파격적으로 10년 전 가격으로 하겠다는 말에 기자들은 역시나 혜성에서 재환이 발표하면 엄청난 일이 생긴다는 것을 또 다시 체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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