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95화 (195/244)
  • 195- 10년 뒤에 할 일을 지금 하면?

    “내가 진짜 이런 말 안 하는데···.”

    “욕이라도 하려고 그러냐?”

    “어, 아무리 생각해도 넌 진짜 미친 것 같다. 어떻게 그게 되는 거지?”

    현규는 재환에게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었다.

    미국 제 1의 대기업이자 전세계 시가총액 1위의 회사를 상대로 그 창업주를 조롱하며, 그것을 기회 삼아서 국내에서 한 번도 판매량으로 밀린 적이 없는 ‘대 반 A-컴퍼니 전선’을 만들어버린 재환.

    현규는 도저히 그 친구가 이해되지 않았다.

    “대체 너랑 나의 차이가 뭐냐?”

    “우리 집에서 그런 말 하지 마라.”

    “아, 미안. 근데 있잖아··· 난 이거 진짜 알고 싶다.”

    현규는 꼭 평소에는 싫은 소리 못하다가 술만 먹으면 재환의 재능에 대해서 상당한 열등감을 보였다.

    벌써 몇 번째 그것을 물었지만, 그동안 재환은 언제나처럼 웃으면서 어물쩡 넘어갔다.

    “너는 너대로의 매력이 있고, 나는 나대로의 매력이 있는 거다.”

    “흐음?”

    “예를 들어 봐. 난 너처럼 신비스런 귀공자 역할을 못 해. 기자단이 사진 찍는데 카메라 앞에서 미소 한번 짓고 차에 타면 기사가 엄청 나오지?”

    “아, 그거는···.”

    “난 그게 안 되더라고, 뭐라도 인터뷰에 한마디 해야 너같이 기사가 나오지.”

    적절하게 삼신 황태자의 위상을 유지해주며, 띄워주자 현규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 win os를 밀어붙인건 내 실수야. 난 진짜 마이크로 컴퍼니를 믿었거든.”

    “삶이란게 원래 그런거야. 믿음과 도전은 종이 한 장 차이거든.”

    “그 종이 한 장의 굵기··· 더럽게 두껍네. 무슨 골판지냐.”

    이건호 회장이 물러난 뒤로 자신이 회장 승계를 앞두던 현규는 이번 사업 실패로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것 같았다.

    처음에는 상대의 도발을 욕으로 내뱉는 재환의 기행을 보고서 술자리의 예능이라 생각하고 웃어넘겼지만, 그 하나하나가 퍼포먼스로 여겨지는 그가 정말로 부럽기도 하고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대화를 하면서 재환은 이 자리에 부른 이유를 말했다.

    “올해 4분기 회장 자리 오르는건 순조롭겠지?”

    “글세··· 스마트폰에서 헛발질을 크게 했으니.”

    “왜 그래? 천하의 삼신 황태자가, 그런건 금방 제낄수 있지 않겠어?”

    낄낄거리는 새로운 1인자와, 순간 휘청이는 전직 1인자의 대화.

    재환은 그러면서 넌지시 말했다.

    “나라를 한 번 움직여서 네 인지도를 확 끌어올려 볼래?”

    “뭐?”

    “원래 내가 하려고 했는데, 사실 네가 진행한다면 더욱 더 반발이 적을 것 같다.”

    “무슨 소리야? 설마 나한테 사업 이템··· 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재환은 피식 웃으면서 손가락을 들었다.

    “딱 10분만 듣고 판단해. 못하겠으면 그냥 내가 생각한대로 직접 하지.”

    재환의 말에 10분동안 눈이 점점 커져 튀어나올 것 같이 놀란 현규, 그리고 이 녀석은 진짜로 미치면서 천재인게 확실하다고 각인됐다.

    ***

    얼마후 삼신공익재단에서 이현규가 직접 발표하는 일이 있었다.

    [자나깨나 이 나라를 위해 지키는 국군 장병들을 위해 저희 삼신이 작은 후원을 하려고 합니다.]

    신제품 발표나 회사 빅딜에 관한게 아닌 뜬금없는 기부 선언에 많은 기자들은 어리둥절했지만, 미담으로 쓰기 좋은 이야기니 보도가 이어졌다.

    [삼신그룹, 국군장병 의료개선을 위해 전문의와 의료장비 제공.]

    [5억 달러 규모의 첨단 의료장비가 국군병원에 생긴다. 전방 6개병원부터 시범 도입]

    [김영태 국방부 장관: “고맙게 받아, 장병 복지에 쓰일 것.”]

    뜬금없지만 징병제 국가에서 군에 대한 기부를 한다니 대다수의 남성들은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그리고 재환은 물꼬를 안전하게 튼 뒤로 대규모 군납 계약을 체결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고, 저희야 말로 좋은 제품을 쓰게 되었습니다.”

    방위사업청과 국방부장관의 앞에서 재환은 그 둘과 힘차게 악수했다.

    [혜성그룹 군용 H250 트럭 납품, 총 2천억원 규모.]

    방탄 트럭을 대당 1억에 맞춰서 95년 도입 이후 단종 위기였던, 아시아모터스의 지휘관 및 특수목적차량 교체 사업에 참여해 나쁘지 않은 실적을 올렸다.

    “향후 부품 제공이나, AS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시죠.”

    “아이고, 이미 저희가 다 테스트 해봤지요. 정말 대단한 차량이에요. 미국의 그 험비에 못지 않덥니다.”

    산지가 많은 대한민국 영토에 오프로드 위주의 군부대에서 굴리기 좋은 픽업트럭을 개조해서 군용차로 납품.

    재환은 시계에 이어 두 번째로 자동차 납품 이후에 군용 컴퓨터 사업까지 추진하고 있었다.

    조달청 만큼이나 까탈스럽다는 방사청 사업단은 요청 스펙에 대해 전부 맞춰주고 단가를 낮춘 혜성그룹의 제품에 깊은 신뢰를 보였다.

    그리고 가볍게 차 한잔을 하는 자리가 있을 때, 재환은 거기서 곧바로 승부를 걸었다.

    “차 마시면서 그냥 하는 말인데, 말이죠. 자동차에 이어 전자도 군하고 사업을 조금 하고 싶네요.”

    “아, 뭡니까? 혹시 레이더나 전자장비 사업을 준비하시는 겁니까?”

    눈을 반짝이는 방사청장과 일단 들어보겠다는 국방부 장관.

    재환은 그 상황에서 폭탄을 떨어트렸다.

    “군 내에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을 준비해볼까 합니다.”

    “!”

    “네?”

    깜짝 놀라는 둘을 보고 재환은 느긋한 반응이었다.

    “군 휴대폰이라면··· 혹시 지금 스마트폰을 비화폰으로 만드시겠답니까?”

    “네에, 납품이 가능하다면요.”

    “장성급 이상 쓸 수 있는 보안 물건이겠군요.”

    김영태 장관의 말에 재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요, 전 장병들까지 모두 쓸 수 있는 물건입니다.”

    “!”

    군대에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혜성전자가 그것을 돕겠다.

    방사청이고, 국방부 장관이고 ‘이 사람이 지금 제정신인가?’하는 얼굴이었다.

    “사병들 휴대폰이라··· 진심으로 하시는 말입니까?”

    “사병이란 단어 쓰지 말라고 한 지 10년 넘지 않았나요? 방사청장님?”

    “흠, 크흠!”

    예순이 넘은 방사청장은 한 방 먹고서 헛기침을 했고, 김영태 장관 역시도 내키지 않는 모습이었다.

    “국방의 의무에 최저시급도 안되는 돈으로 나라를 위해 싸우는데, 적어도 통화의 자유는 있어야겠죠.”

    재환은 그 말을 하면서 차를 비웠다.

    “일단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건 대통령 이하 국회에서나 정할 일이니 여기까지만 말하죠.”

    재환이 일단 불씨를 지피고, 일단 저쪽에 알렸다.

    군 내에서는 ‘재벌 회장 하나가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를 한다.’라고 웃으면서 넘어가겠지만, 이제 그 뒤로 벌어질 일은 커질 것이다.

    ***

    [군 장병들이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을 기대합니다.]

    [부회장님, 그 말씀은···?]

    며칠뒤 인터뷰 속에서 현규가 기부식에서 언론에 대고 ‘국군 장병들도 휴대폰 쓰게 하자.’ 라는 말을 필터링 없이 말하자 그것에 대해서 뉴스패널들이 촉각을 세웠다.

    신문사에서는 ‘장병들에 휴대폰 지급이 가능한 일인가?’, ‘군 부대 보안은 어쩌고 그런 소리를 하는가?’라는 말들이 나왔다.

    물론 천하의 삼신그룹 부회장을 두고 어리석은 소리라고 말하는 정신나간 언론인은 없었다.

    “오케이, 불씨 붙이니 기름을 부어줬어.”

    지금의 이 이슈는 어디까지나 국회나 정치권에서 전혀 생각지 않는 것이다.

    그저 혜성그룹과 삼신그룹의 오너들이 스마트폰 붐이 일어날 때, 한마디씩 한 것이고 그것을 키우는 것은 기자들의 언론플레이였다.

    그리고 이 떡밥으로 인해서 온라인이고 오프라인이고 할 것 없이 치열하게 대립했다.

    ‘요새 군대가 군대냐?’, ‘애들을 어떻게 믿고 휴대폰을 하나씩 주냐?’, ‘안보가 뻥뻥 뚫린다.’ 라는 절대 반대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월급 10만원 남짓 주면서 전화도 못하게 하냐?’, ‘언제까지 공중전화 돌아가는 식으로 하냐?’, ‘20대 청춘 바친애들에게 좀 해줄건 해줘라.’라는 여론이 팽팽했다.

    재환이 쏘아 올리고, 현규가 지원사격한 이 엄청난 폭탄은 기어이 국회 내에서도 언급이 되었다.

    그리고 재환은 연예계 사업을 하면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백분 토론?”

    “네, CBM 관계자분들에게 들었는데, 그··· 회장님이 말씀하신거로 인해 찬반토론을 한다고 합니다.”

    신동협과 김준호와 같이 커피숍에서 담배 한 대씩 태우던 재환은 그 이야기를 듣고 피식 웃었다.

    “생각해보니 둘다 군대 옛날에 다녀왔죠?”

    “하하하, 전 18개월 방위병이었습니다.”

    신동협이 멋쩍게 웃자, 김준호도 말했다.

    “저는 전차병 출신인데, 파주에서 복무했습니다.”

    이제는 40대 아재들이 된 인물들이 옛날 군대 이야기를 하자 갑자기 또 방위 둘과 현역병 하나의 그 당시 이야기를 꽃피웠다.

    그러다가 재환은 갑자기 재밌는게 생각나서 신동협에게 물었다.

    “백분토론 거기에 장병 휴대폰 찬성하는 패널 누가 나온답니까?”

    “그것이··· 아직 못 구했답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 임 소장이 나온다고 했다가, 양심적 병역거부로 군 기피 전과가 있어서 안 된다고···.”

    반대 패널은 예비역 중장 출신의 국회의원과, 안보위원장이 나온다는데 찬성은 사람도 없다고 한다.

    재환은 그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넘어갈 수 없었다.

    “CBM 사장에게 연락 한 번 해 주세요.”

    “네?”

    “백분토론에 찬성패널로 내가 나간다고 하면, 난리 나겠죠?”

    “!!!”

    순간 준호와 동협 역시 입이 떡 벌어졌다.

    ***

    [네, 지금부터 백분토론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군 장병 휴대폰 사용 문제.’ 이고 각자 발언권을 가지고 주어진 시간에 맞춰 이야기 해 주십시오.]

    기계와도 같은 목소리로 토론의 사회자로 나선 아나운서 손석현.

    그리고 찬성 패널로는 재환이 나오고 급하게 섭외해왔다는 인권변호사 한 명이 들어왔다.

    반대쪽은 현 무소속이자 과거 민자련이라는 충청 정당 소속의 예비역 중장 겸 국회의원 이삼진이 있었다.

    그는 먼저 반대에 대해서 말했다.

    “먼저 휴대폰에 대해서 한마디 하려고 하오. 그동안 군은 수많은 개편을 거치면서 그 안보의식이 점점 흐릿해지고 있어요!”

    80년대 군을 지내와서 인지 ‘요새것들은 군대도 아니다!’라는 고리타분한 마인드의 양반이었다.

    “지금 북한의 200만 대군이 호시탐탐 이 나라를 노리고 있어요! 그 상황에서 간첩들로 인해 안보가 뻥 뚫렸는데, 부대 안에 핸드폰? 중요 정보 다 넘기라는 소리 아니요?”

    호통치듯이 말하는 재환을 보고서 이제 그도 차분하게 반론을 시작했다.

    “네, 휴대폰이 부대 안의 안보에 큰 침해가 있다. 정 그렇다면 보안 프로그램을 깔아서 카메라 촬영만 안 하면 되는거 아닌가요?”

    “그럴 거면 기존의 부대 안에 전화기를 늘리면 될 일!”

    “아, 그럼 하사 이상 간부들도 부대 내 전화기 쓰지 왜 휴대폰 따로 가지고 다닙니까?”

    “간부하고, 병이 같소?”

    “간부는 국방부고 병은 그럼 어디 소속입니까? 같은 군 아니에요? 아니면 이 나라가 신분제 사회에요?”

    재환은 조곤조곤 말하지만, 군 간부와 사병 사이의 내로남불을 들쑤셔가면서 이 장군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했다.

    “아, 그··· 실제로 우리나라의 병역의무에 대해서는 실제로 많은 인권침해가 있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찬성 패널로 온 변호사는 자기 할 말을 하면서 소극적으로 서포트 했고, 이제는 재환과 시민단체 안보위원장 출신의 지상덕이 나섰다.

    “대한민국은 휴전 국가입니다.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 언제나 비교는 우리보다 선진국인 미국이나 서유럽 군에 비교하고 있어요. 그들은 모병제의 정예 군인입니다.”

    “아~ 그럼 대한민국 국군은 징병으로 강제 차출된 병사는 정예가 아니군요.”

    “그, 그런 말이 아니잖소!”

    “그리고 휴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요? 미군은 휴전도 아닌 실시간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지금도 이라크, 아프간에서 전투 중이죠.”

    할 말이 없어지자 옆에 있던 이삼진 의원이 외쳤다.

    “아까 병역의 의무를 강제 차출이라 말하신거 진심으로 한 말이오? 나라의 의무를 두고 말이오.”

    “네~ 그 나라의 의무를 줬으면, 거기에 따른 자유도 줘야죠. 적어도 나라를 지키는 우리의 아들이자 동생들이 일과후 부모님과 형제자매, 애인과 자유롭게 통화할 자유 정도는요.”

    재환이 하나하나 긁고 들어가자 관중석 내에서도 남성 방청객들이 탄식하는 소리가 실시간으로 들렸다.

    “군의 위험성과 특수성을 생각해야죠! 나라의 안보와 직결된 곳에 60만의 무전기가 있다 생각해보세요!”

    “네, 비슷한 보안의 원자력발전소나 전국의 수많은 화력발전소에도 휴대폰으로 기밀 유출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못들었습니다. 게다가 그곳들은 사전에 먼저 보안프로그램을 깔아 안전하게 운용하고 있고요.”

    뭐를 대답해도, 문제될게 전혀 없다는 재환의 토크.

    그날의 토론은 재환의 압도적인 승리.

    현역 재벌 회장이 직접 방송에 나와 군 문제에 대한 토론을 하고, 시청률이 웬만한 예능 이상으로 치솟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군 장병 휴대폰 사용’에 대한 여론은 점점 더 탄력을 받았다.

    ***

    “네, 여보세요? 아, 장인어른.”

    [후우, 사위가 요새 국회를 뒤흔들고 있네?]

    여당의 현역 의원인 장인 한수호는 전화를 걸면서 조용히 말했다.

    [VVIP가 이번 건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하네.]

    “그래서 한 답니까?”

    [···.]

    대답을 못하는게 아무래도 텃나보다.

    [그··· VVIP께서 말이야. 이런 건에 대해서는 쉽게 결정할 게 못되니, 국회 국방위에서 정식으로 안건을 올려서 법안을 통과하는 방식이 어떻겠냐고 하시네?]

    “그래서, 의회에서 투표한답니까?”

    [아무래도 그렇겠지. 나야 국방위 소속이 아니니 선배 의원들이 하겠지만 말이야.]

    결국 국회에서 통과되냐 안되냐가 논의될 것이다.

    그래도 현재 여당인 한민국당은 지난 총선에서 뉴타운 떡밥으로 156석이라는 과반수를 차지한 거대 여당이 된 만큼, 그곳에서 통과하면 내년부터 60만 장병이 휴대폰을 쓸 것이다.

    재환은 대략적으로만 들은 뒤로 통화를 마친 뒤 길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원래였으면 한참 뒤에나 벌어질 일을 10년이나 먼저 끌어당겨 터트렸고, 덕분에 20대 남성층에서는 재환에 대한 지지가 높아졌다.

    “대통령이란 양반이 정치를 모르네···.”

    진짜로 생각이 있었다면, 이런 중요한 이슈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젊은 청년들을 위해 대통령령으로 허락하겠다!’라고 하면 지지율이 장난 아닐텐데, 물텀벙처럼 재보기만 하다가 이런 빅이슈를 국회에 떠넘긴 것이었다.

    재환은 서울시장 시절의 그분을 생각하고는, 결국 이 사람도 다른 정치인과 다른 바 없다면서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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