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91화 (191/244)

191- 프레젠테이션 고민하다가...

재환은 회장실에서 노트북으로 프레젠테이션 영상을 관람했다.

[a revolutionary product comes along that changes everything]

(혁신적인 제품이 등장하면, 모든 것을 바꿔 놓습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역사에 남을 프레젠테이션이었다.

“진짜 몇 번을 봐도, 이 양반 사람을 홀리는 능력은 기가 막히다니까?”

스티브 폴하고 한 바탕 들이받았었던 과거가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카피캣 금수저 vs 폴라티 올드맨]

[겨우 128mb의 작은 모델 vs 5기가인데, 노래 담지도 못하는 쓸데없는 크기]

[마케팅은 남들과 다른 편한 옷차림 vs 옷이란 것은 사람에 대한 예의]

진짜 불꽃 튀는 설전을 벌였었고, 덕분에 미국 내에서 거위츠 재단 임원에 오른 것 외에도 신재환의 이름을 알렸던 사건이기도 했다.

“그 뒤로 4년이 지났는데, 내가 스마트폰을 들고 프레젠테이션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미국은 프레젠테이션의 때아닌 유행으로 시끌시끌했다.

스티브 폴이 언제나처럼 단촐한 폴라티에 청바지를 입고, 파격적인 PPT를 보일 때, 그것을 은근슬쩍 따라 하면서 ‘혁신’이니 ‘창조’니 하면서 단출하고 평상의 옷차림으로 나섰다가 망신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자~ 생각을 잘 해야겠지?”

고급 정장을 입고, 고급스러운 브랜드로 홍보하는 것을 생각해봤지만, 그건 이미 슈퍼코멧때 했던 거였다.

오히려 그걸 한 번 더 하면 스티브가 신이 나서 ‘자기복제 한 놈’이라고 깔 게 분명했다.

그러니 이미 한 번 쓴 프레젠테이션은 하면 안 되고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재환은 그날 저녁 시간을 맞춰서 미국에 전화를 걸었다.

[미스터 체어맨. 무슨 일이십니까?]

“엘리사 사장. 내 뭣좀 물어보려고 전화했어요.”

[네, 뭐든 답하겠습니다.]

“이번에 PC용 CPU 개발하는거, 트리플 코어라고 했죠?”

[네, 맞습니다.]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잘한다.’라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스마트폰 CPU만 생각했지만, 사실 엘리사 수를 처음 영입한 뒤로 아성과 삼신이 합동 개발하던 CPU를 개발시켜 멀티코어까지 개발했다.

그것도 5년만에 듀얼코어를 넘어서 트리플 코어로.

뭐 여기까지 올 때까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엄청나게 극딜을 맞았고, 엘리사가 원하는 추가 연구원 영입도 전부 다 결제해줘서 생긴 일이었다.

그야말로 묻지마 투자, 결실이 나와서 재환도 한 마디 할 수 있었다.

“여튼, 그게 엄청난 발명이라는 것은 저도 압니다. 혜성의 CPU는 이제 시작인데, 마이크로 컴퍼니랑 차기 게임기 부품협상을 하고 있어요.”

[그렇습니다. 일단 이번 캘리포니아 전자 엑스포에서 제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려고 합니다.]

“네, 바로 그것 때문에 연락을 드렸어요. 프레젠테이션 어떻게 하실 겁니까?”

[아, 내년 스마트폰 PPT 때문에 그러시는군요. 스티브 폴의 애플폰과 같이.]

엘리사는 영상통화로 전환하고 재환과 프레젠테이션에 대해 논의했다.

그녀 역시도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가 중의 하나이고, 어떻게 고객들을 홀리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프로젝트 아젠다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제가 직접 준비할 겁니다.]

“아, 좋아요. 한 번 볼까요?”

[영상을 찍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엘리사 수는 그동안 연습했던 프레젠테이션을 회장 앞에서 처음 선보였다.

30분 후 재환은 파일 하나를 메일로 받았다.

처음 시작은 스티브 폴과 같이 단조로운 캐주얼 복장.

하지만, 자신만만한 표정에 그녀의 목소리는 전혀 다른 톤이었다.

[우리는 혜성을 파트너로 선택한 고객들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호~”

[이것이 뜻하는 바는 저희가 시장에서 좋은 제품을 내놓는 것은 저희와 파트너 모두를 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혜성과 협약을 맺는 수많은 기업들.

삼신, KS, 마이크로 컴퍼니, 소니아 등의 게임기, 휴대폰, 컴퓨터의 칩에 대한 역사 설명과 같이 동반성장과 신제품의 특이점을 설명하는 PPT.

매우 좋은 방식이었고, 역시 엘리사 수라고 생각했다.

“그래, 이것도 방법이지.”

스티브 폴 같이 혼자만 잘났다고, 다른 경쟁자를 카피캣으로 깔아뭉개는게 아니라, ‘우리가 좋은 제품을 내놓으니 모든 파트너와 고객들을 배려한다’며 자신들의 위상도 끌어올린다.

‘물론 부품 하나와 완제품의 차이긴 하지만, 그래도 듣는 사람 좋게 만드는 PPT는 확실해.’

재환은 엘리사 수를 영입한 건 과거도 현재도 앞으로도 엄청난 상승세의 주축이 될 거라고 확신하면서 엄지를 올렸다.

그리고 재환은 거기에 대해 메일을 보냈다.

[매우 좋은 PPT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또 다른 방법을 강구해 보려고 합니다.]

재환은 보너스 기대하라는 추신까지 붙인 다음에 다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

***

“자~ 그렇게 해서 이렇게 된 것입니다!”

“와아아아!”

“바아~ 바!”

재환이 집 안에서 프레젠테이션 연습을 하는 모습에 관객은 아들딸들이었다.

“진짜 직접 하는 거예요?”

“그럼, 내가 회장인데.”

미연 역시 감상하다가 수고했다고 과일을 깎아서 재환에게 건넸다.

재환은 사과 하나를 씹으면서 자신이 찍어놓은 영상을 확인했다.

뭔가 리액션이 재밌긴 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위화감이 들었다.

“스탠드업 코미디 같네. 뭔가 경박해 보여.”

본인이 찍어보고, 본인이 판단하는 PPT의 감상평이었다.

재환은 잠시 쉬기 위해 TV나 보면서 오늘의 뉴스를 기다렸다.

그때 광고에서 아주 좋은 게 나왔다.

[아몰레드~ WIN os~ 컴퓨터를 휴대폰 안으로~ 삼신 톰니아~]

“와우~”

재환은 혜성과 A-컴퍼니에 이어 스마트폰에 훗날의 맹주의 광고를 봤다.

그리고 그 전설의 폰 톰니아까지 보게 되었다.

갤럭시아 프로젝트 이전까지 삼신의 주력 상품이었고, OS는 마이크로 컴퍼니의 win 모바일이었다.

재환은 저게 출시되기 전에 현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우린 해외를 안드로 OS로 하고, 국내는 win os로 하는게 나을 것 같아.]

[네 선택이 그렇다면···]

[아무리 조사해도 우리나라는 리눅스 기반의 OS는 너무 생소해. win os 최적화가 힘들다 하더라도 일단 스마트폰 입문이 쉬운 win os가 나아.]

틀린 말은 아니었었다.

하지만, 그 최적화가 끝끝내 발목을 잡았고, 리눅스 기반의 안드로 OS가 이렇게 뜰지는 재환을 제외하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재환은 뉴스를 쭉 보고서 그날 서재로 가서 최근 3년간의 프레젠테이션 들을 찾아봤다.

***

“2009년, 새해 복 많이 받고! 육공회 신년회를 위하여!”

“위하여!”

해가 지나서 만난 육공회 멤버들은 재환의 참여에도 뭐라고 하는 이들은 당연히 없었다.

“그동안 오해해서 미안했다.”

진용은 먼저 다가와서 재환에게 웃으면서 화해했다.

“그만큼 철저하게 작전을 짰다는 거겠지.”

재환 역시도 이 녀석이 이렇게 사과하는데, 웃으면서 넘겼다.

“그럼 현규가 올해 삼신 회장님 되는건가?”

“아마도 말이지.”

육공회 멤버들은 미리 축하를 하면서 오늘은 현규가 쏘는 자리가 되었다.

그 와중에 재환은 작년 12월부터 고민했던 프레젠테이션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 중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현규는 대현과 함께 애플폰이 국내에 들어올 때를 대비해 준비해올 비장의 무기를 논하고 있었다.

“형님, 그러니까 말이죠. 톰니아2는 일단 KST 우선순위로 나갈겁니다.”

“그래, SKS의 와이파이도 잘 깔렸으니, 전용 스마트폰이 있다면 딱이겠지.”

재환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리를 떠나서 다른 자리로 갔다.

그곳에는 문영과 정인, 선길 등이 있었는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야, 요새 애들은 진짜 왜 그런지 모르겠다. 나도 나이를 먹긴 먹었나봐.”

“형님, 뭐 때문에 그러시는데요?”

정인은 최근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말했다.

“두성중공업에서 신년 프로젝트라고, 3년차 이하 사원급들이 발표를 하는 PPT를 했거든?”

“네, 그런데요?”

“애들이 신박한 거하고, 예의 없는 걸 너무 구분 못하더라.”

“!”

재환은 PPT라는 말에 귀가 쫑긋 섰다.

정인은 그런 재환의 반응을 못 알아보고 앉아있는 세 명에게 흑맥주를 따라주면서 말했다.

“세상에, 나부터 부사장, 전무, 상무들 다 있는 자리에서 새로운 PPT라고 인형옷을 입고 슬라이드 쇼에 무슨 일본 만화 캐릭터를 넣었더라.”

“풋!”

“와, 기가 막힌다. 그걸 진짜 하는 놈들이 있어요?”

아무리 개혁, 혁신, 진보라고 해도 그런 모습을 사원들이 보였다간 바로 관리자들이 뒷목 잡을 일이었다.

“아니, 요새 취업상담사들은 그런거 안 가르쳐 준다냐?”

“그렇게 하면 윗선에 눈에 들어온다고 생각하는거겠죠. 얼라들의 생각이지 뭐.”

“눈에 들어오긴 들어왔겠네? 곧 짤릴 놈으로.”

선길이나 문영이 낄낄대며 말하고, 정인도 황당하다는 듯이 말하자 재환이 조용히 말했다.

“남일이 아니에요.”

“음? 혜성도 그런 놈들 있냐?”

“내가 그런거 생각했거든요.”

“!”

재환은 한숨을 쉬면서 프레젠테이션에 대해 말했다.

“스티브 폴이 PPT한 것 때문에 그것과는 대비되는 식으로 발표회를 하려 했어요.”

“미국에서 그 엘리사 수인가 하는 아줌마 잘 하더만? 그 친구한테 계속 맡기지 그래?”

“CPU만이에요. 스마트폰은 내가 발표할거니까.”

“이야, 재환이 또 2009년에도 뉴스에 많이 나오겠구나? 그걸 회장이 직접 한다고?”

정인의 말에 재환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난 발로 뛰는 오너라니까요?”

재환은 그 말을 하고서 생각에 잠겼다.

“뭐가 됐든 드레스 코드는 중요해.”

“중요하지. 네가 폴라티 핏이 잘 어울리지 않고서야.”

여기도 저기도 실리콘밸리의 단촐한 옷차림 방식의 프레젠테이션을 논했지만, 그것을 재환이 직접 쓰지는 않는다.

결국 아직까지도 아이디어가 잘 나오지 않아서 한숨만 나왔다.

***

재환이 생각을 정리하고, 1분기 미국 출장에 왔을 때, 노스 캐롤라이나에서는 이상한 제안이 하나 왔다.

“WWE?”

“네, 프로레슬링 단체의 그 WWE 맞습니다.”

“걔네가 왜요?”

노스캐롤라이나의 공장 시찰 중에 있던 재환에게 미국지사의 양순철 상무가 받은 제안을 보고했다.

“공장이 완공 되기 전에 이미 혜성의 H250이 미국에서 잘 팔리고 있습니다.”

“네, 그건 알죠. 그래서 WWE랑 뭐가 상관이 있냐고요?”

“그게 저··· 소품 요청을 했습니다.”

“네?”

재환은 더욱 알 수 없는 말에 일단 자세히 들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자세히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니까 프로레슬링 쇼를 하는데, 우리 차를 부수는 퍼포먼스가 나온다고요?”

“그렇습니다. 일부러 나사를 빼서 문작을 뽑아 버리거나, 망치로 치는 장면이라는데, 이게 자칫 차량 이미지에···.”

재환은 잠시 생각하다가 승낙했다.

“그냥 하세요.”

“네?”

“할리우드에서 차량 협찬했다가 폭발하는거나, 프로레슬링에서 그러는거나 뭐가 차이가 있나요?”

오히려 그렇게 해서 알려진다면, 새 차 하나 부수는 것쯤은 아깝지도 않았다.

“그래서 언제 한다는데요?”

“거기서 방송이 1주일 뒤 샬럿 시티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그래요? 나도 옛날에 그거 많이 보긴 했는데, 대가로 VIP 티켓이나 몇 장 달라고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재환은 잠시 머리를 식힐 겸 문화 생활이나 해 보기로 했다.

스마트폰은 소프트웨어 최적화만 끝나면 올해 6월로 발표가 맞춰졌다.

그리고 재환은 그때를 위해 기다리면서 자동차 공장 건설현장에서 들은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

1주일 뒤.

300파운드가 넘는 근육덩어리들이 서로 치고박고 싸우는 현장에 재환이 있었다.

[The Game! Triple H!!!!]

모두가 환호하고, 정장을 입은 챔피언이 오고 선글라스를 벗으며 벨트 자랑을 하더니 중후한 목소리로 마이크웍을 시작한다.

수많은 관객들의 반응을 이끌기 위해서 하는 프로모.

재환은 그것을 보다가 눈이 점점 커졌다.

환호하는 관객들, 반응을 이끌어내는 레슬러, 한 가운데의 링 위에서 사방에서 바라보는 관객들과 저 멀리 보이는 대형 스크린에 비추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

“···이거다!”

재환은 뭔가 깨달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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