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90화 (190/244)
  • 190- 황제를 만드는 자 역시, 황제다.

    “자~ 앞으로 해야 할 일 우리 서로 말해볼까?”

    [좋아, 다시 한 번 상기하지.]

    처음부터 계획된 일.

    심지어 이건호 회장도 당일까지 몰랐던 일.

    진실은 뒤통수가 아니라 기만책이었다.

    웬만한 선진국 중에서도 재벌이란 특이성으로 오너리스크가 컸던, 대한민국에서 회장의 사임은 주가 변동이 컸다.

    현재 직접적으로 승계하기에는 수많은 상속세와 지분 구조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재환은 그 이야기를 미리 듣고 둘이 논의해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만들었다.

    주주총회 당일까지, 이건호의 사임 반대쪽으로 몰아가다가, 재환이 개입해서 사임 찬성으로 돌린다.

    그 순간 일순 언론에서 나발을 불어대고, 충격적인 여론이 계속 이어지니 자동적으로 주가가 떨어진다.

    외국인 주주야 상황을 지켜본다지만, 국내에서는 ‘이건호가 없으니 삼성이 위기다.’라는 마인드로 매도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오늘 저녁 모임처럼 재계에서는 신재환이 지분을 반대로 돌려서 배신을 했다는 모양새가 되었다.

    [오늘 육공회 모임, 들어보니까 살벌하더만?]

    “전부 다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 보면, 게임 끝난거지.”

    [진용이도 그래. 아직도 네가 배신했다고 생각하고, 다시는 안 본단다.]

    “어이구~ 진실을 알면 그놈 이불킥 몇 번 할 텐데.”

    [현재 74만원까지 떨어졌는데, 아직도 매도가 심해.]

    “전부 사들이셔야지? 다음 주주총회를 위해서 말이야?”

    이제 현규가 싸질 때 대량으로 삼신전자와 삼신물산에 대한 대량 매수를 시도한다.

    그리고 재환 역시도 그걸 서포트 해주기 위해 자신도 사들인다.

    어차피 각서를 써서 다음 주주총회에는 무조껀 현규가 회장되는 자리로 밀어준다는 약속을 했으니 지금 사들이는건 전부 우호지분이다.

    “쌀 때 사들여서 이 오너리스크때 최대한 지분 확보해라. 수월한 싸움으로 가려면 말이야.”

    [그래 알았어. 티 안나게 매수 들어가야지.]

    재환은 통화를 마치고서 기지개를 켰다.

    “읏차~ 현규 회장 올라가면 이제 뭐 도와주고 할 것도 없겠지.”

    과거의 인연은 이쯤에서 다 갚은 거로 끝냈고, 이제 자신의 혜성그룹 운영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일단 자동차 쪽에 사업을 하고, 뒤이어 스마트폰 사업도 차근차근 진행하려고 할 때, 갑자기 전화가 왔다.

    “음?”

    번호가 적혀있지 않은 전화.

    보통 이런건 하나였다.

    정치권에서 VVIP의 전화라거나, 아니면 해외에서 오는 스팸.

    어느쪽이 됐던 받는다고 문제될건 없으니 일단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신 회장. 나요.]

    “!”

    뜻밖에도 새벽에 전화를 한 것은 이건호 회장이었다.

    “아, 회장님. 오랜만에 전화를 하는 것 같습니다.”

    [긴 말 할 필요는 없겠지? 내일 오후 인천 하와이 호텔.]

    “···꼭 가야 합니까?”

    [그건 선택에 맡기겠소.]

    장소와 시간만 정해주고, 올지 안 올지는 자유라고 말하면서 전화를 꺼 버렸다.

    재환은 그것을 보고서 피식 웃고는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래 가 드려야지. 그래도 인연이란게 있으니 말이야.”

    내일은 인천에서 점심 먹고 겸사겸사 자동차 공장 한 번 더 순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인천하와이 호텔은 숨겨진 VVIP들의 명소로 유명했다.

    아직 송도나 청라가 삽을 뜬지 얼마 되지 않아서 미리 지어진 특급 호텔이었고, 서울에서 못 할 이야기를 인천공항에서 오는 해외 바이어들과 사업 이야기를 논의하기 좋은 곳으로 각광받았다.

    그리고 재환이 들어왔을 때, 아예 한 층이 비어져 있다는 카페테라스로 호텔리어들이 안내했다.

    “휘유~”

    호텔 하나를 통째로 임대한 VVIP의 초대.

    재환은 그 안으로 들어가 카페 창가에서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시는 이건호 회장이 보였다.

    기다리고 있던 미전실의 상무급 이상 임원들이 재환을 향해 인사했지만, 그 방 안은 살기가 가득했다.

    ‘어우~ 분위기 하고는.’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천하의 미전실 임원들이 말끝까지 흐릴 정도인거 보면 전부 다 머리끝까지 분노가 차 있는 것 같았다.

    재환은 안내를 받고 이건호 회장에게 먼저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

    이건호는 재환을 한 번 쳐다보더니 앉으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미전실 직원들이 음료를 물을 때 다즐링으로 홍차를 달라고 요구했다.

    차가 온 뒤로 침묵의 시간.

    재환은 이건호 회장과 같이 바다를 보면서 홍차를 마셨다.

    30분이 지나도록 단 한마디도 하지 않자, 재환 역시도 말을 아꼈다.

    그리고 조용히 커피를 마시던 이건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대단한 짓을 해 주셨더군.”

    “아, 주주총회 말입니까?”

    “그동안 자네를 친아들 이상으로 여겨왔어. 주례도 서주지 않았나?”

    수많은 인연 속에서 둘의 관계가 절대 멀지는 않았다.

    재환은 그 말을 듣고는 97년의 새 삶부터 추억을 곱씹었다.

    “왜 그랬나?”

    “형제를 위해서요.”

    “···.”

    “회장님까지 모르셨다는 건 예상 못했습니다. 현규의 주도로 준비한 것이라 당연히 모두가 아신다고 생각했죠.”

    이건 거짓말이었다.

    현규는 이 상황에 대해 이야기만 하고, 재환이 직접 역선택으로 차라리 주주총회를 움직이고 차기 회장 자리를 약속했으니 말이다.

    “···훗.”

    이건호는 쓴 미소를 짓다가 찻잔을 들고 부들부들 떨었다.

    “내 나이 일흔까지 먹고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들놈에게 거꾸러진다는 건 상상도 못 했군.”

    “그래서 청출어람이라는 고사가 있나 봅니다.”

    “크크크··· 크하하하하하하!”

    이건호 회장은 호탕하게 웃었다.

    완전히 당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진실을 알고 나니 기분 나쁘다기보다는 허를 찌른 것이 자기 친아들과 그에 버금가는 녀석이라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래서 다음 주주총회에는 내 아들을 삼신 회장으로 올릴 건가?”

    “네, 거기까지가 큰 그림의 끝이죠.”

    “그리고 자네는 대주주로 계속 삼신에 발을 뻗고?”

    “정당한 지분거래 투자입니다. 그리고···.”

    “그리고?”

    재환은 말할까 했다가 그냥 웃으면서 에둘러 대답했다.

    “이현규 부회장이 회장에 오를 때 혁신 비전을 발표했더군요. 저는 거기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일단은 그렇게 말한 뒤로 이건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놀랐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이렇게 되는구만.”

    사실 이건호가 이렇게까지 차분해진 것은 이번 사임 쇼로 생각지 못했던 반전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기존에 삼신그룹은 이건호가 이현규에게 승계를 할 때, 아직 부족한 아들의 지분으로 인해 E-삼신이나 그 외에도 새 계열사를 만들어 줘 상장 이후 순환출자 지분을 잠식하는 방식으로 갔다.

    하지만 거기에서 벌어진 비자금이 들통났고, 어떻게든 시간을 끌기 위해 사임 선언 이후 이사회 주주총회까지 갔다.

    그런데 재환이 개입해서 진짜로 사임하는 모양이 되 버렸고, 공백의 기간동안 내년이면 아들을 주주총회에서 추대하는 진짜 회장이 된다.

    그때까지 이건호는 그동안 벌여놓은 일을 모두 수습하고, 정부와 검찰에게 딜을 하면서 상속세를 마련할 시간을 벌었다.

    어떻게보면 자연스럽게 승계를 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줬으니, 이건호의 자존심 하나만 접으면 만사형통이었다.

    “여러모로··· 방법이 그렇지만, 제법 우리를 위해 도와줬군.”

    “저는 형제와 다름 없는 친구를 도운 겁니다.”

    ‘그 속으로 배당금도 삼신이 주니 수고비로는 넘쳐나고요.’

    속마음은 말하지 않고서 이건호와 이야기를 끝낸 재환은 조용히 인사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이건호는 조용히 자신의 오른팔 이상학을 불렀다.

    “내년 주주총회. 잘 한 번 알아보라고.”

    “네, 회장님.”

    “이렇게 한 방 먹었는데, 아들이라 해도 그냥 물려줄 수 있나? 마지막 시험은 치러야지.”

    “!”

    마지막 시험이라는 말에 이상학은 자신이 사원 시절에 있었던 삼신 창업주 이인철과 그 사이에 있었던 임원진들의 싸움을 떠올리고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

    “자~ 친정 이야기는 그만 하고, 이제 우리 일 해야지.”

    1주일 사이에 혜성그룹 회장이 삼신 주주총회에만 돌아댕겼으니 이사회에 사과하고 이제 본연의 일로 돌아갔다.

    “회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네, 여기서 하세요.”

    “···.”

    회의가 다 끝나고 이기남 혜성전자 부회장의 말에 재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장실로 오라고 했다.

    차를 두 잔 시킨 다음에 회장실 소파에 편히 앉은 재환은 이기남에게 물었다.

    “내가 회장이 된 이후로도 왜 이리 직접 보고들을 선호하십니까? 중요한 말이라면 다른 임원들도 다 들어서 아이디어 공유를 하지.”

    “혜성의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입니다.”

    “좋아요. 들어봅시다.”

    이기남은 품 안에서 두 대의 스마트폰을 꺼냈다.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었는데, 상대는 국내를 넘어 현재 스마트시장에 폭탄을 준비하고 있는 존재....

    A-컴퍼니의 [애플폰 3GS]였다.

    그것을 겨냥하고 만든 혜성전자의 스마트폰.

    이름은 지난번 MP3 플레이어 슈퍼코멧에 이어, [코멧폰]이라고 명했다.

    “이건 이미 화성 공장에서 본 거잖아요? 스펙도 괜찮고, 출시도 얼마 안남지 않았어요?”

    “하드웨어는 99.9% 완성이지만, 아직 그 결정을 안 해주셨습니다.”

    “뭐요? 아··· OS.”

    하드웨어는 이기남 이래 수많은 연구진들이 매달려 만들었지만, 문제는 소프트웨어였다.

    현재 안드로 컴퍼니와 마이크로 컴퍼니 중에서 어느쪽을 고를까에 대한 찬반이 팽팽했다.

    ‘이건 삼신전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고 판단하려 했지만···.’

    재환은 이렇게 된 거, 그냥 결정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최적화가 된다면 안드로 OS죠. 하지만···.”

    “네, 아직 검증이 안된 제품이라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앞으로 10년만 지나도 대세 플랫폼이 되지만, 지금의 안드로는 0.5->1.0 버전업 등만 하더라도 최적화 문제로 상당히 골칫거리였다.

    거기다가 현대에는 알아서 4G기술로 자동 업데이트가 되지만, 이 당시만 해도 새로운 OS 업데이트 한 번 하려면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USB 커넥터로 연결을 한 다음, 거기에서 이어지는 다운로드 시간에, 회사에서 제공하는 사후 지원 최적화에 별별 짓을 다 해야 됐다.

    반면 마이크로의 윈 os··· 망했다, 망했다 해도 그게 윈 10까지만 버티면, PC와 다를바 없이 최적화가 된다.

    결국 문제는 최적화였다.

    애플폰같이 단일 플랫폼이 아니어서 윈os와 안드로os중에 선택은 해야 하지만 ‘나는 미래에 대세가 안드로가 될 걸 아니까 안드로!’라고 하기에는 지금 기술력의 최적화와 대중적인 인지도가 문제였다.

    재환은 생각하다가 그래도 계산된 모험을 해 보기로 했다.

    “국내하고 미국은 안드로, 그 외 동남아, 유럽, 중국은 윈 OS로 가 보죠.”

    “이원화 모델을 말하시는 겁니까?”

    그러면 판이 더 커지지만, 재환은 곧바로 결정했다.

    “네, 그렇게 하세요.”

    재환의 말에 이기남은 고개 숙여 그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2007년 역사에 남을 검은 폴라티에 청바지 차림의 프레젠 테이션 이후로 이제 한국에도 스마트폰이 상륙할 날이 딱 1년 남았다.

    재환은 그 동안 확실하게 국내 점유율을 늘이고, 미국 내에서도 혜성의 이름을 확실히 알리기 위해서 준비했다.

    “그리고 미국 출시 시 프레젠테이션은 제가 직접 할 겁니다.”

    “네? 아, 알겠습니다!”

    이제 다음은 스마트폰의 무대.

    자동차, 전자, 유통쇼핑의 삼 축중 다시 전자를 경영하는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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