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89화 (189/244)
  • 189- 증권으로 샤워하는 기분이군.

    [이건호 회장 사임 결사반대!]

    [삼신이 망하면, 우리나라가 망한다!]

    플랜카드를 걸고서 대법원과 서울지검 앞에서 시위하는 시민단체들이 가득했다.

    대다수가 삼신그룹을 지지하고, 대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주장하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반 삼신의 시민단체들이 가득했다.

    [삼신공화국! 더 이상은 안 된다!]

    [비자금, 탈세, 뇌물! 비리 종합 세트를 처벌하라!]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지, 삼신이 아니다!]

    두 세력이 극렬하게 대립하고, 심지어 고성이 오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주먹다짐까지 나와서 경찰이 수시로 촉각을 곤두세우는 자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마침 지나가던 재환의 차가 발견했다.

    “진짜 대단들 하다.”

    혜성의 새 차량이자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픽업트럭 H250을 타고 서울시 드라이브를 하고 있던 재환이었다.

    광고는 많이 나오는데, 거기에 재환이 직접 타고 다니면서 강남, 이태원, 압구정등에서 슬슬 운전을 하다가 교외에 있는 강촌이나 남양주 등의 휴양지에 차를 대놓자 많은 고객들이 관심을 가졌다.

    “어머머, 세상에! 혜성그룹 회장님 맞으세요?”

    “네, 맞아요~”

    “어머! 하은 아빠! 이리 와바! 혜성 회장님이래!”

    특히 가족단위로 온 눈썰매장이나 콘도 등에서 차를 선보이고,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으면서 얼굴이 명함이고, 홍보가 된 재환이었다.

    살아있는 광고가 된 재환은 그러면서 가족들 동반한 예비 고객들과 악수도 해주고,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좋은 기를 달라.’라고 부모들 요청에 같이 손잡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러면서 커피를 마시고, 애아빠들과 이야기를 했다.

    “이게, 혜성에서 나온 픽업트럭인가요?”

    “네~ 화물차로 되어있어서 승용차에서 바꾸시면 보험료 바꾸실수도 있고요. 내년에는 더블캡으로 5인승 버전도 나옵니다.”

    “이야~ 이런게··· 한국에도 나오는구나?”

    보통 픽업트럭하면 드넓은 미국 땅이나, 유럽 등에서 거친 길을 가는 차량으로 생각했다.

    “기름 값 만만치 않을까요?”

    “그렇지도 않아요. 신형 디젤 엔진인데 리터당 기름값 최대한 잘 나오게 만들었고요.”

    그러면서 재환은 아재들의 로망을 자극 했다.

    “가을에 나와봐요. 아이들 태우고, 와이프하고 같이 캠핑장에 딱! 짐에 실은 텐트 펼치고, 캠프파이어 하면서 아이들하고 추억의 자리를 딱!”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자, 벌써 뽐뿌가 온 일부 시민들은 진지하게 작은 소형차나 준중형차 대신 차 바꿀 때 픽업트럭을 고민했다.

    재환은 홍보를 마치고, 남양주를 떠나 양평과 동두천 일대도 돌아봤다.

    현재 출시 이후 가장 큰 고객은 보험사였다.

    특히 기존에 1톤 트럭을 사용하던 보험사 차량들은 2배 이상의 배기량에 대형 견인차로 많이 사용됐다.

    디자인이 괜찮아서 수수한 트럭보다 인기가 더 많다고 한다.

    “이게 딱 2,3년 지나서 SNS붐 일 때가 가장 적기인데 말이야.”

    재환은 중얼거리면서 담배를 꺼내 물고 한 대 태우면서 엑셀을 밟았다.

    혜성의 자동차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물론 삼신상용차였다가 넘어온 기존의 트럭 시리즈 역시도 아성의 PT시리즈를 턱밑까지 추격했고, 버스 시장에서는 시내버스와 고속버스 모두 아성 제끼고 국내 1인자가 되었다.

    그렇게 승승장구를 하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분위기였고, 픽업 트럭 다음으로 박스카 경차와 SUV 경차를 준비하면서 재환은 엔진개발 연구소 예산을 두 배로 늘여줬다.

    ***

    재환은 아침 일찍 나갈 준비를 위해 오늘따라 힘을 줬다.

    집 안으로 헤어 디자이너를 부르고, 지난번 주문한 수제 양복을 가지고 온 재단사가 대기하고 있었다.

    “와아~”

    “승윤이 얼음!”

    머리 만지는데 달려오는 아들을 잠시 멈추게 하고, 거울을 보면서 잔뜩 힘이 들어간 얼굴을 보고서 피식 웃는 재환이었다.

    “이 정도면 아직 쓸만 하지?”

    “어머, 회장님. 지금도 굉장히 잘 어울리세요. 30대 초반 같이요.”

    열 살 어려보인다는 말에 흡족한 재환은 대기한 수제 양복을 들고 갈아입고 나왔다.

    그 모습에 아이들과 와이프가 상당히 흡족해 했고, 떠나기 전 말했다.

    “여기 온 김에 와이프 머리도 만져주고, 재단사 양반은 저기 애 둘도 입을 수 있게 옷 한 벌 만들어줘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애들 금방 크니까 약간 넉넉하게 해야 하나?”

    “제가 다 준비하겠습니다.”

    재환은 그렇게 숙지한 다음 밖에서 대기하는 혜성그룹 직원들을 대동하고, 태평로로 향했다.

    오늘은 삼신그룹의 주주총회가 있는 날이고, 재환은 그중에서도 VVIP 대주주로 나서는 것이다.

    이미 태평로 주변은 수많은 시민단체와 소액 주주들이 고성을 내뱉으면서 서로를 삿대질하고, 싸움박질까지 해서 경찰까지 쫙 깔렸다.

    “휘유. 이거 힘들겠구만.”

    재환은 혀를 차면서 비밀 통로를 통해 상층으로 향했다.

    “어서오십시오. 회장님.”

    미전실 간부들이 재환을 극진히 모셨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다.

    그 안에는 기존의 삼신 대주주들 외에도 반가운 얼굴이 많았다.

    “오, 진용!”

    “신 회장, 이렇게 또 보는구만.”

    지난 주에 왔다 갔지만, 모르는 척 하면서 악수를 하는 진용을 보고 대기실에서 쉬고 있는 현규가 있다고 한다.

    그 외에 해외에서 온 디국적 펀드 회사들의 사람들도 하나하나 나와서 악수를 했고, 그 중에서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신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이런 데도 왔나?”

    제임스 리를 오랜만에 보자 재환은 피식 웃으면서 악수를 했다.

    “반갑지만, 달갑지는 않은 친구로구만.”

    “하하하, 저 역시 대주주로써 참여한 것입니다.”

    “소베날이 삼신에 그만큼 투자했나?”

    “편하게 생각하시죠.”

    재환은 다른 녀석들은 몰라도, 저 쪽에서 과연 얼마의 지분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삼신의 해외지분 가장 많은건 앨리스겠고, 그 외에 BOA나, 각종 사모펀드인데··· 저 중에 제임스 리의 소베날도···.’

    잠시 후 앨리스 매니지먼트 쪽으로 온 아태지부 임원 스콧 랜드먼이 오자 삼신가 사람들이 와서 악수를했다.

    이건호의 사임 논의에 대해 저쪽이 어느쪽의 편을 서느냐 기울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앨리스는 경영자문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로 이건호가 부패했지만, 주가를 위해서 사임 반대표에 던질거라는게 대다수의 의견이었다.

    그리고 제임스 리 같은 검머외 주주들 역시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삼신 주주총회로 한 탕 하러 온거 같은데, 어림 없지.’

    재환은 피식 웃으면서 주주총회실로 들어갔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임시 이사회 의장인 이주인 삼성생명 대표이사가 나왔다.

    [본 안건은 최근 시민단체의 투서로 인한 투서로 인해 비자금 조사를 받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이건호 회장의 사임에 대한 이사회의입니다.]

    발표는 했지만, 사임이 수락되지 않아서 여기서 반대가 나온다면, 이건호는 사표 수리가 안된다.

    그러면 검찰 조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대략적으로 재판을 질질 끌다가 무혐의, 혹은 집행유예 다음 사면으로 자연스럽게 복귀가 가능하다.

    사실상 면피성 사임에, 휴가를 다녀온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재환은 그것을 알고서 이번 주주총회에서 느긋하게 들으며 기다렸다.

    모두가 긴장하는 가운데, 홀로 편한 마음의 재환은 드디어 투표가 시작되고 자신의 지분을 이용하 소중한 선택을 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 주주총회에 모인 주주들이 모두 사임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시작했고, 결과가 나왔다.

    “!”

    결과를 확인한 이주인 대표는 두 눈이 부릅 떠졌다.

    그리고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결과를 천천히 읽었다.

    [이번···주주총회에서··· 이건호 삼성그룹 회장에 사임에 대한 주주 투표는···]

    말을 더듬자 웅성거리는 반응이 여기저기에서 보였다.

    특히 진용은 당황해서 계산했다.

    ‘뭐야? 재환이까지 개입하면 과반수 이상으로 여유있게 부결일텐데?’

    아무리 해외 주주들이 움직여도, 삼신가와 재환이면 이길수가 없는 싸움.

    혹시나 싶어서 재환을 바라봤을 때, 그는 작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총 56%의 찬성으로 인해, 이건호 회장의 사임이 주주총회에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

    “미친!”

    “어엇?!”

    “Oh, FXXX!!!”

    여기저기에서 대주주들의 고성이 오고갔고, 특히 아래층에 있던 소액주주들은 자신의 증권을 집어 던지고 이건 무효라면서 난리치고 있었다.

    재환은 결과를 듣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삼신이 또 한 시대가 사라지는 군.”

    이제 할 일 다 마쳤으니, 돌아가려는 재환을 향해 붙잡는 이가 있었다.

    “야, 신재환!”

    “?”

    진용이 씩씩거리면서 달려왔다.

    당장에 진실관계를 따지고, 한 방 날릴 수도 있을 기세였지만, 그 상황을 현규가 달려들어 막았다.

    “야, 누굴 막는거야? 놔 봐! 저 새끼 아무래도 회장님 사임 찬성표 날린 것 같다고!”

    누가 봐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외국 주주를 무게추로 생각하고, 분명 이건호 회장 사임 반대파인줄 알았던 재환이 찬성으로 돌려버렸다.

    특히 육공회의 다른 멤버들의 삼신 지분까지 가지고, 일부 친구들의 위임까지 받은지라 재환의 이 선택은 조사하면 바로 드러날 일이었다.

    하지만 재환은 거기에 대해 일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 저기 혜성 신 회장이다!”

    우루루 달려오는 기자들, 그리고 마이크를 들이밀지만, 오늘은 한 마디 없이 차에 올라탔다.

    “회장님, 결과가 어떻게 된 것입니까?”

    “주주총회에서 찬성을 하신겁니까? 반대를 하신 겁니까?”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삼신에 관련된 일인데, 재환이 쏘아올린 소중한 한 표로 인해 모든 것이 뒤집혀진 순간이었다.

    [속보입니다. 이건호 삼신그룹 회장의 사임이 이사회에서 통과됐습니다.]

    [이사회의 사임안이 가결되어 앞으로 차기 회장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편, 이건호 회장의 사임 이후 삼신전자와 삼신물산은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하였습니다. 전날대비 0.7%의 하락을 하였으며, 국내 기관에서 매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거인이 쓰러지다.’라는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함께, 수많은 신문사. 역시도 이번 건에 대해 많은 우려를 보냈다.

    “응, 오래 못가. 오너리스크 쇼크는 3개월이면 정상화 될 거야.”

    물론 당장에, 주당 만원, 2만원씩 떨어지다가 조금 오르고 널뛰기를 할 테지만, 결국 주식의 특성상 우상향은 한다.

    그리고 재환이 이번 주주총회에서 재환의 움직임으로 인해 혜성그룹의 기전실은 전화통에 불이 났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RRR-RRRRRR-]

    기존 휴대폰에, 서브폰까지 불통이 나고 있었지만, 사업에 찾는 사람 빼고는 일체 받지 않았다.

    특히 삼신가에서는 한 명씩 연락하고, 문자로 육두문자를 날렸다.

    단 두 명.

    이건호 회장과 현규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리고 며칠 뒤 육공회의 정기 모임이 있을 때, 재환은 단 한가지를 내걸었다.

    ‘만약 그날 자신이 참여할 때, 누구라도 주먹 한 방 갈기는 순간 자신은 탈퇴할 것’이라고 말이다.

    ***

    하필이면, 오늘의 육공회 회담 모임 장소는 삼신그룹 산하의 서라벌 호텔이었다.

    그곳의 오너는 현규의 여동생, 이현아였다.

    신재환이 떴다는 말에 임원들은 분노했지만, 일단 초대된 VVIP 고객이니 묵묵히 서비스로 대접했다.

    재환이 육공회 멤버가 있는 스위트룸에 도착했을 때, 그 안에는 삭막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신재환이, ···왔네?”

    “창립멤버인데, 웬만하면 빠지지 말아야죠.”

    대현이야 중재를 위해 나섰지만, 진용 같은 경우는 할 수만 있다면 멱살잡고 끌고 나가 ‘네가 뭔 짓을 한 건줄 아냐’며 날뛰려고 했다.

    하지만 문영이나 정인 등이 말렸다.

    선길은 라이벌 그룹이지만 ‘친구 아버지’를 제끼는 일에 표를 던진 재환에 대해 씁쓸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당사자인 현규는 일부러 시선을 회피했다.

    그날 모임에서는 둘이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재환은 그 와중에 불난집에 기름을 붓듯 말했다.

    “삼신전자 주가 많이 떨어졌더라? 주당 77만원 고점 찍고 지금이 74만원인가?”

    “!”

    그게 누구 때문인지 알면서, 태연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현규는 조용히 술을 마시다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진용 역시도 나가자 보다 못한 대현이 말했다.

    “야임마, 신재환. 너 진짜 어쩌자고 그런 짓을 했냐?”

    “뭐가요?”

    “네가 이 회장님. 사임에 찬성표 던졌다는 거 모르는 사람 없어. 어쩌자고 거기다 던졌냐? 니네들 사이는 모두가 아는데.”

    재벌가에서 재환은 이 일로 그동안 동반 성장했던 친구를 배신하고, 그 아버지에 뒤통수를 때린 패륜아 새끼라는 악명을 뒤집어 쓸 수 있다.

    이게 다행히 밀실 협약 속에서 나온 소문이라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그 내막만 밝혀지면, 신재환은 굉장히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이 될 것이다.

    “전 소신대로 했을뿐입니다.”

    “소신?”

    “왜들 그래요? 주가는 정상화 되고, 우리가 재계 1위의 삼신제국을 다 걱정해 줍니까? 알아서 잘 될거에요. 뭐든지···.”

    재환의 말에 못말린다는 듯 고개를 젓는 육공회 멤버들.

    그리고 재환은 그날 모임을 끝내고 집에서 조용히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현규였다.

    “어, 집에 있어?”

    [···그렇지. 저번처럼 서재다.]

    재환은 힘없는 그 목소리를 듣고 피식 웃었다.

    “나 1시간동안 다른 멤버들에게 쫑코 겁나게 먹었다. 내가 뒤통수 친 놈이래.”

    [···.]

    “뭔 상황인지 알겠지?”

    [그래···]

    그 순간 두 친구는 수화기 너머로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하하!”

    [크큭, 크하하하하!]

    타워팰리스와 이태원 삼신자택이 떠나가라 웃는 소리가 퍼졌다.

    그러면서 재환은 책상 위에 있는 지난날 현규가 쓴 각서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옆에는 다다음 분기에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라갈 [삼신전자 임시 이사회 의장 사임 이후, 차기 대표이사 이현규 임명 건안]을 어루만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