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88화 (188/244)
  • 188- 황금의 옥좌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며 돌아간 현규.

    그 뒤로 재환은 자기 회사 일에 몰두하면서, 신제품 시연을 위해 인천에 왔다.

    “브라보~ 브라보!!!”

    부우우우우우웅!

    화끈한 디젤 엔진 소리와 함께, 혜성자동차의 첫 픽업트럭 H250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4기통 디젤 2500cc의 배기량, 슈퍼캡 방식으로 2인승이지만, 운전석 뒷공간 역시도 넉넉했다.

    거기에 힘도 좋아서 재환이 요구한 스펙에 딱 맞춰왔다.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정말로 수고했어요.”

    재환은 개발진 모두에게 박수를 치면서 내년 보너스 두둑이들 준비하라면서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하하하! 내 생에 마지막 도전이 될 것 같소이다!”

    걸걸한 북중부 방언으로 말하는 피터 노이만 연구소장은 랜포드에서 유명한 F시리즈를 연구했을때보다 더 공을 들여서 만든 역작을 보고서 껄껄 웃었다.

    재환은 직접 시승을 한 뒤로 만족스러워서 말했다.

    “지금은 슈퍼캡 모델이지만, 이후 더블캡도 바로 개발해 봅시다. 판매는 경영진이 합니다. 연구진들 모두 힘써주세요.”

    “네, 회장님.”

    재환은 성준모 전무에게 개발 이후 출시 광고 빵빵하게 때리고, 수출 준비를 하라고 명했다.

    특히 노스캐롤라이나 롤리시티에 지을 공장 현장에 있는 혜성자동차 이경수 부회장에게도 연락하라고 알렸다.

    다른 자리에 비해 유독 인사이동이 잦았고, 그만큼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이제 자동차에도 혜성은 순위권에 올라 주력상품이 될 것이다.

    ***

    그렇게 자동차, 전자, 유통에 대해서 번갈아가면서 사업을 진행하던 재환은 퇴근 후 집에서 맥주 한 잔 하다가 엄청난 뉴스를 발견했다.

    [네, 지금 소식은 저희 CBM에서 단독으로 발표하겠습니다.]

    “음?”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걸고서 9시 뉴스에서 뭘 그렇게 준비했나 싶어서 채널을 고정했을 때, 실루엣으로 삼신 이건호 회장이 드러났다.

    [지난 2007년, 삼신그룹의 비자금을 폭로한 A변호사의 수사가 시작된 이래 1년 만에 전직 검찰총장과, 서울 고검장, 감사원장 등이 금품 로비를 받았다는 추가 폭로가 이어졌습니다.]

    “!”

    [A씨는, 과거 삼신그룹 법무팀에서 근무하였으며, 퇴임 이후 인권 변호사를 지내다가 삼신그룹 내 비자금 의혹에 대해 2007년 내부고발을 했고, 이후 추가 폭로가 이어졌습니다.]

    재환은 그 이야기를 듣고서 눈이 커졌다.

    “삼신물산 전환 사채 이후로 사라진 줄 알았는데··· 거기서 비자금이 또 있었어?”

    재환은 그것을 보고 지난번 쓸쓸한 얼굴로 언제까지고 자기편이 될 수 있는지 각서까지 쓰며 요청했던 친구가 떠올랐다.

    “삼신 난감하게 됐네?”

    단독 보도 이후 케이블의 뉴스채널을 돌려보자 그쪽에서는 뒷북으로 황급히 보도를 했다.

    [네, 삼신그룹 비자금 사건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CBM의 보도에 의하면···]

    [이건호 회장의 비자금 문제로 인해 삼신의 상황은 안갯속 정국이 되었습니다.]

    재환은 연말을 앞두고서 크리스마스는 가족끼리 홀로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다.

    ***

    12월이 되고, 결국 폭탄이 터졌다.

    삼신그룹 태평로 본관에서 있는 공식 기자회견.

    20여명의 사장단이 모이고, 그들의 가운데 선 이건호 회장은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구설수에 대해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이건호 회장은 담담하게 말하고는 수많은 카메라 렌즈 앞에서 ‘그 말’을 꺼냈다.

    [삼신의 수장으로써 그 책임을 통감하고, 그룹 회장의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향후 회장은 이주인 삼성생명 부회장이 맡을 것입니다.]

    이건호가 비자금 사건으로 인해 물러난다.

    여기까지는 역사에 맞았고, 후임자리가 이건호의 오른팔이자, 이상학, 현영관 이전의 2인자이면서, 이현규의 가정교사라 불렸던 인물이었다.

    “아마도 저 양반은···.”

    누구나 다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추가로 이현규 부회장 역시도 검찰에 소환 명령을 받고 불구속으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특검으로 한 번 흐지부지 됐는데, 또 한 번 삼신이 큰 고초 겪게 생겼다.

    “비자금이니 뭐니 해도, 결국 세금 문제라니까···.”

    재환은 죄를 지은 것에 대해서 옹호를 해 줄 생각은 없었다.

    단지, 그들이 뭔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때 가서 슬쩍 손을 내밀어 주는 정도는 충분히 하겠지만 말이다.

    ***

    “그렇게 됐단 말이지.”

    현규랑 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오늘은 또 진용이 와서 재환의 집에서 술상이 차려졌다.

    “애 선물이나 가지고 오고 이런 말을 하지.”

    “야, 나는 그런 장난감 보다 더 좋은 거 가져왔잖아!”

    진용이 가리키자, 거기에는 또 다른 삼신가 삼촌이 선물로 사 온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맛나게 먹고 있는 아들딸이 있었다.

    “승윤이, 승아! 그거 먹고 치카치카 해야되요!”

    “네~”

    초콜릿과 바닐라를 입에 잔뜩 묻힌 두 아이들을 손수건으로 닦아준 미연이 진용을 향해 멋쩍게 웃으며 인사하자 그도 손을 흔들어줬다.

    “그래서, 다음 회장 자리에 혹시 관심 있는 거냐?”

    “미쳤냐? 내가 대주주긴 해도 이미 분가로 독립한 몸이야!”

    진용은 추호도 그런 생각은 없다면서, 오히려 현규를 돕기 위해 자신도 백기사가 되겠다고 나섰다.

    “현재 내가 가진 삼신전자랑 삼신물산 합쳐서 지분이 8천억 정도 된다. 이후로 4천억 정도 추가 매수를 할 거야.”

    이제는 육공회 스케일이 커져서 수천억대 매수/매도는 가볍게 진행할 수 있었다.

    “너 올해 선물 투자한 거 사재출연하고도 남은 거 많지?”

    “한, 2조원 되나?”

    “아~ 두고두고 아쉽네! 나도 그거 알았다면 바로 선물거래 가는건데!”

    재환의 개인재산도 어느 순간 쌓다 보니 조 단위의 부호가 되어 있었다.

    현재 개인 재산 순위에서 3위를 찍고 있는 재환이고, 그 위에는 이건호,이현규 부자만 있었다.

    “어쨌든 각설하고, 저번에 현규도 너희들이 말하는 건 이거 아니야?”

    이건호 회장이 사임 의사를 했다.

    그리고 이사회에서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이유야 이것저것 가져다 붙여도 될 것이다.

    아직 형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흔히 프레임으로 있는 ‘이건호가 없으면 삼신이 망하고, 삼신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라는 친 기업 경제지들이 노래를 부를 것이다.

    정권 1년차의 이상명 정부도 그것을 원하지는 않을 테고 적절하게 추징금 선에서 합의를 볼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한다.

    그 시간은 바로 ‘삼신그룹 주주총회’에서 모두 모여 [이건호 회장의 사임 건]에 대한 부결 처리에 재환의 지분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흐으음, 오너가 직접 사임 의사를 밝혔는데, 이사회가 거절하는 것이라.”

    “그게 그림이 가장 좋아. 여론이 좀 시끄럽겠지만, 그것을 위해서 매출 수익이 발표되면 뒤집힐거다.”

    그렇게 된다면 국민들 여론은 ‘역시 삼신은 이건호가 없으면 안 되는 구나’라고 생각할 것이고, 남은 회장 생활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재환은 그것을 생각하고, 사임 반대표를 던져달라는 부탁에 생각했다.

    “일단 이 회장님이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계신거고, 그 지분 행사가 조사중에는 못 쓰는 거지?”

    “그렇지.”

    “그리고, 해외 수많은 펀드사들이 삼신전자와 물산 지분을 가지고 달려들테고?”

    “맞아.”

    재환은 그것을 정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삼신은 순환출조 방식의 경영을 하는 지라 삼신전자의 대주주는 삼신물산, 그리고 그 물산의 대주주는 삼신자동차, 그리고 자동차 주주는 삼신생명, 그 주주는 삼신증권과 삼신카드, 그리고 그들의 대주주가 삼신중공업이고, 그걸 삼신전자가 다시 한 번 대주주인 꼬리물기 방식이었다.

    그 고리 중에서 직접적으로 핵심인 삼신전자를 소유하려면 물산과 자사주가 핵심이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어.”

    “그래, 그동안 우리 우정을 생각해서라도 좀 도와 줘. 대신 나도 혜성에 훗날 위기가 생긴다면 백기사로 도울게.”

    “내가 현역에 있는 동안 그럴 일 없겠지만.”

    두 친구는 위스키를 찐하게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눈 다음 돌려 보냈다.

    “에그그, 우리 사업 하기도 바쁜데 정치 문제에도 엮인단 말이야.”

    사실 최근 재환은 임팩트 있는 한 방을 제외하고는 본인이 직접 개입하는 게 줄어들긴 했다.

    올해만 하더라도 선물거래로 사재출연과 노스캐롤라이나 공장건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 3인의 부회장에게 일임한 상태였다.

    뭐, 그래도 개인을 위해서는 움직여야 할 일이었다.

    “내가 가진 지분이 진용이나 현규 여동생 둘을 합친 것과 근소하다라···.”

    사실상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할 정도로 움직여준 지라 어느덧 이 정도까지 위상이 올라 버렸다.

    ***

    “직접 움직이실 겁니까?”

    제임스 리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곳도 아니고 삼신이잖냐? 100B정도의 덩치의 회사라면 응당 내가 나가줘야지.”

    리엔 코퍼레이션의 대표 매튜 리는 피식 웃으면서 사무실 너머의 세계지도에 다트를 던졌다.

    쉬이이익-

    툭!

    정확하게 꽂힌 다트는 세계 지도 중에서 작은 표적인 대한민국, 그것도 서울에 정확하게 꽂혔다.

    “이번에도 혜성의 그 녀석이 개입할지 모릅니다.”

    “이봐~ ‘모릅니다’가 아니지. 그 녀석이 개입했어도 이기는 싸움을 만들겠다고 하는게 제대로 된 대답 아닌가?”

    “···죄송합니다. 보스.”

    다국적 금융사의 전직 임원이자, 수천억의 돈을 떡 주무르듯이 만졌던 금융맨인 제임스 리 조차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그 위의 존재. 매튜 리.

    그 역시도 한국계로 흔히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 불리는 보이지 않는 금융의 큰손 중 하나였다.

    지난 번 일본 관서 일대의 금융사들을 이용해서 홍콩에 있던 육공회 지분들을 사들이고, 트라이앵글 구상이 재환에게 깨졌지만, 그들은 아직 제임스 리 외에 존재들을 모른다.

    “적어도 원 빌리언은 벌 수 있는 큰 건이야. 부패한 오너 때문에 생기는 리스크가 가장 좋은 이벤트면서도 확실히 돈이 되거든?”

    실탄이야 지난 번 세계경제위기에서 나스닥을 중심으로 리버스 선물을 돌려 지폐로 사무실 전체를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벌었다.

    그 뒤로 더 큰건인 삼신그룹 사태가 퍼지자 그들은 다시 움직일 준비를 했다.

    “우리쪽 삼신 지분이 어떻게 되지?”

    “삼신물산 2억, 삼신전자 6억, 삼신자동차 1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도합 9억 불의 삼신그룹 지분을 가지고 있는 다국적 금융쟁이들은 이번에 한 번 은밀히 움직여 주기로 했다.

    “지분에 대한 의사권을 위임하지. 일단 한국에 가는대로 주주총회에서 움직여라.”

    “네, 알겠습니다. 보스!”

    “좋아, 그럼 나도 오랜만에 어머니의 고향을 한 번 여행해 볼까?”

    ***

    “자냐?”

    [이 새벽에 무슨···]

    “자냐고 물었잖니. 이 친구야.”

    “아직 안 자. 해외 증시 때문에 오늘은 밤 좀 샐 것 같다.”

    재환은 새벽에 건 현규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담배 한 대 물고 이야기를 하려다가 밖에 나갈순 없고, 아이들도 있으니 할 수 없이 옷장에 들어가 물이나 마시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해외 증시 계속 보고 있는게, 삼신의 외국인 지분 생각하나 보구만?”

    [맞아.]

    “가장 염려되는 곳이 어디냐?”

    [···앨리스 매니지먼트. 사모펀드 중에서 삼신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진 곳이야.]

    “그놈들 수법 유명하지.”

    다국적 펀드 중에서도 기업의 지분을 매입하고, 적극적으로 경영과 이사회에 끼어들어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식의 행동주의 금융사들이다.

    아마도 앨리스 외에 수많은 다국적 금융사들은 이건호의 경영능력과 비자금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그의 죄상, 그리고 그가 부재시 삼신의 오너리스크 등을 언급하면서 찬반 투표를 간을 볼 것이다.

    재환은 그것을 알고서 말했다.

    “영상통화좀 하자.”

    [뭐?]

    “주변에 누가 있는지 봐야겠으니까 말이지.”

    [갑자기 왜 그래? 나 서재라서 혼자 있다.]

    “모르는 일이야. 지금 당장 화상 카메라 온! 하시오.”

    재환의 말에 현규는 일단 하라는 대로 했고, 정말 서재 안에서 조명 하나 키고 홀로 앉아있는 친구가 보였다.

    책상에는 수많은 서류와 컴퓨터 여러 대가 실시간으로 각국의 증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흐음, 좋아. 이 자리에서 화상 회의 한 번 해 보자고.”

    재환은 주주총회를 앞두고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카메라 너머서도 ‘신재환, 이 미친놈아!’라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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