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87화 (187/244)
  • 187- 알아서 찾아오는 복덩이들.

    재환은 김연수 사장에게 백지수표를 건네 주고, 티 타임의 시간을 가졌다.

    “궁금한게 하나 있네요.”

    “뭡니까? 뭐든 물어보십시오.”

    “마카오도 카카오도 아니고, 왜 카오톡입니까?”

    “아, 그거요?”

    김연수는 그 이야기를 떠올리고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사실 농담으로 시작한 거에요.”

    “음?”

    “스마트폰 시대에 화상통화 기능을 살려서 무선 인터넷으로 메시지를 교환하고, 영상통화를 하는 페이스 투 페이스 방식의 메신저를 만들면서 생각한 이름입니다.”

    “네~”

    “그래서 원래 이름이 ‘페이스톡’···이었어요.”

    재환은 그 이야기를 듣고서 크게 웃었다.

    공교롭게도 거기 역시 수천만 달러의 투자를 노스캐롤라이나의 금융사들을 통해 준비하고 있었다.

    “하하하! 그렇군요? 페이스톡으로 등록하려고 하니, 페이스‘북’에 걸린 거군요.”

    같은 시기 SNS 메신저로 등록했다면, 분명히 문제가 될 사안이긴 했다.

    그리고 재환은 김연수가 이때부터 국제적인 서비스로 큰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얼굴톡으로 하려 했다가 그건 어감이 국제적으로는 안 통할 거 같더라고요. 근데 딱 일본어로···”

    “かお(얼굴)이라고 해서 카오톡이 된 겁니까?”

    “어쩌다 보니 말이죠. 하하하.”

    재환은 그 이야기가 재밌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건 고쳐야 된다고 생각했다.

    “뭐, 그래도 한국 앱인데 일본어가 어원인건 좀 아닌거 같아요.”

    “저도 그렇게는 생각합니다. 아직은 프로젝트명이니, 더 좋은 이름이 없을까 싶네요.”

    김연수 사장의 말에 재환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뭐, 아예 바꿀 필요가 있겠습니까? KAO의 뜻만 바꾸면 되죠.”

    “예를 들어서요?”

    “Korean Application Operation! 한국 애플리케이션 사업! 해서 K.A.O톡.”

    재환의 제안에 김연수는 일본어 카오보다 그게 더 낫다고 생각하면서 승낙했다.

    “이야, 이거 투자를 요청하러 왔다가 그럴듯한 이름도 만들게 되는군요.”

    “그래서 말인데, 이 프로젝트에 저도 참여시켜 주실 수 있나요? 투자금은 전적으로 저희가 제공하지요.”

    김연수는 그 제안에 대해서 잠시 고민하다가 재환을 보고 이 사람이라면 정말 믿고 맡길 수 있겠다 싶었다.

    “좋습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니 저 역시도 혜성의 투자를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재환은 김연수와 악수를 하고 세부 조율을 위해서 혜성전자 경영진을 보내기로 했다.

    이렇게 스마트폰 시대를 앞두고서 재환은 거대한 캐쉬카우를 손에 넣게 되었다.

    ***

    “내가 완전히 국민연금이 된 느낌이야?”

    “뭔 뻘소리야?”

    육공회 모임에서 오늘도 한 턱을 내는 재환은 다른 멤버들을 보고는 피식 웃으며 하나하나 가리켰다.

    “이 자리의 모임이 만들어진게, 나랑 대현 형님, 그리고 삼신의 현규지?”

    “그렇지.”

    “뭐야, 올드비 부심 부리는 거야?”

    다른 멤버들의 소리에도 재환은 현 상황에 대해 차분하게 말했다.

    “내가 삼신에 몇 천억 투자했던게 벌써 11년 전이야. 그리고 KS하고 내비 문제로 투닥거리다가 서로 우호 지분교환을 했지. 그래서 소베날 어찌어찌 넘겼어.”

    재환의 말에 다른 오너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두성그룹, 효령그룹, 신누리그룹, 아성차그룹 서로 빅딜을 주고 받거나 지분 투자를 통해 혜성은 웬만한 대기업의 그 가문 방계사람들 보다도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로 인해 현 재계서열은 샤를로트를 제끼고 5위지만, 사실상의 영향력은 삼신, 아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할 말이 뭐야?”

    “뭐가 있겠어요? 지 잘났다는 말 에둘러서 하는 거 아니야?”

    진용의 말에 다른 멤버들이 모두 빵 터졌고, 재환은 거기서 쿨하게 인정했다.

    “그래, 내가 짱짱맨이다!”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다시 돌아오는 과정에서 재환이 잠시 담배를 태우러 나갈 때, 현규가 조용히 뒤를 밟았다.

    재환은 흡연실에서 현규를 보고는 물었다.

    “폐 안 좋다는 애가 어떻게 여기까지 쫒아왔어?”

    “할 말이 있어서.”

    “가서 하면 되잖아?”

    “우리끼리 해결해야 될 것 같다.”

    “···.”

    재환은 장초를 꺼 버리고 조용히 나와 복도에서 말했다.

    “이따가 그 청담동 와인바 콜?”

    “아, 그것도 좋은데··· 차라리 너희 집 어때? 조카들도 한 번 보고 말이야.”

    콕찝어서 집에서 보자는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진짜 이녀석이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아무일 없다는 듯이 들어왔다.

    “야! 둘이 무슨 밀실회의 한 거냐?”

    대현이 위스키 잔을 들고서 물을 때, 옆에 있던 다른 멤버들도 물었다.

    멋쩍게 웃어보이는 현규를 보고 재환은 자기 잔을 들고 말했다.

    “요새 현규가 스트레스 심한가봐. 담배를 다 배우려고 하네.”

    “푸우웃!”

    순간 마시던 진용이 뿜어버리고, 다른 멤버들도 빵 터졌다.

    “푸하하하! 미친, 나이 마흔 먹고 무슨 친구한테 담배를 배워?”

    다른 멤버들은 낄낄거리자, 현규는 화끈 거리는 얼굴로 뻐끔거리는 모양을 하고 거기에 응했다.

    그리고 그날도 사업 이야기들을 논하고, 서로에 대한 세금 계산 문제나 투자에 대한 한국 주식시장 요동칠 S급 정보들을 공유하면서 모두가 헤어졌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재환은 딱 30분 뒤에 현규를 초대했다.

    “어머, 어서오세요. 부회장님!”

    “편하게 현규씨라 부르세요. 아, 그리고 이거···.”

    이 밤중에 어디서 구해왔는지, 네 살이 된 승윤이 장난감인 대형 비행기와 첫돌 지난 승아에게 인형을 선물했다.

    애들은 좋다고 방방 뛰고 미연이 황급히 애들을 데리고 방에 들어갔을 때, 조촐하게 술상이 차려졌다.

    “자~ 우리 삼신의 황태자께서 무슨 일 때문에 왔는지 어디 이야기나 들어보자고.”

    재환은 수제 맥주 한 잔을 따라서 현규에게 건넸고, 그것을 마시면서도 그 녀석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체 왜 그래?”

    “후우-”

    그동안 이 녀석 고민하면서 한탄하는 거 많이 들어주긴 했지만, 이런 얼굴 때는 진짜 큰 문제가 있다는 거다.

    재환은 그런 현규를 보고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10분, 20분, 음식은 계속 나오고 시간은 흐르고 있는데, 방 안에 있던 아이들이 뛰어나왔다.

    “아빠!”

    삐융삐융삐융~

    버튼 누를때마다 번쩍거리는 플래시의 장난감 비행기를 들고 달려오는 아들을 재환이 안아서 무릎위에 앉혀놨다.

    “승윤이, 현규 아저씨에게 ‘감사합니다.’ 말했지?”

    “네~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고개를 꾸벅 하는 네 살 아기를 보고 현규는 빙긋 웃어 손을 흔들어줬다.

    “옛날 생각나네.”

    “너 아들 돌 때도 내가 그랬지. 오락기도 선물해 주고 말이야.”

    40살 아빠라는 공통의 감성을 건드려서 대화를 이어나가자 현규는 결심한 듯 맥주를 들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탁-

    “한잔 더?”

    “어, 그래.”

    재환이 따라주자 현규는 다시 한 번 쭉 들이켰다.

    그리고는 기어이 말할 것인지 승윤이를 가리켰다.

    “승윤아, 삼촌이 안아봐도 될까?”

    “네~”

    아주 순순히 현규의 품에 안긴 아들은 곧바로 미연에게 갔고, 눈치를 챈 와이프가 곧바로 아이들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가정부 안쓰는 거야?”

    “난 근로기준법을 잘 지켜서 10시 되면 전부 퇴근시킨다. 내일 아침 6시에나 출근할거야.”

    아파트가 문제인게 상시 대기하는 가정부가 없어서 들어올때마다 관리사무실에서 확인을 하고, 재환이 잘 때 들어와 음식을 한다.

    “뭐, 너희 집이 그래서 듣는 귀가 없지.”

    “자~ 사설이 너무 길었어. 이현규 부회장님? 이제 마음 속 이야기를 툭 털어봐요.”

    길었던 친구의 취중진담을 들을 기회였고, 재환의 재촉에 드디어 그가 입을 열었다.

    “너 삼신에 지분 엄청나지?”

    “으흠!”

    “삼신전자, 삼신자동차, 삼신증권 전부 다 네가 대주주잖아.”

    “으흠! 그래서 그거 팔라고?”

    그러자 현규는 조용히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당장 팔라고 말은 안할게. 하지만 각서 하나만 써줘.”

    “각서?”

    “어떤 일이 있어도 주주총회에서 내 백기사가 되어 달라고 말이야.”

    “!”

    “해줄 수 있어? 이건 진지하게 말하는 거다.”

    재환은 평소 가볍게 이야기를 논하던 이 친구가 무슨 일인지 정말 궁금해졌다.

    “야, 무슨 일이냐?”

    “각서가 먼저야. 할 수 있어, 없어?”

    눈을 날카롭게 뜨는 현규를 보고서 재환은 직감적으로 결정했다.

    “좋아. 하자고, 너랑 나랑 이 자리에서 노트로 하나 쓰자.”

    재환은 호기롭게 그 제안을 받아 들였고, 노트를 꺼내 서로의 소유 지분에 대한 백기사가 된다는 걸 신뢰가 아닌 법적 각서를 만들어서 작성했다.

    그리고 마누라 명품 립스틱을 하나 꺼내 엄지에 바르고 그걸로 지장을 찍었다.

    “이거면 충분히 믿으시겠어?”

    재환의 말에 현규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고맙다. 정말로 고마워.”

    현규는 그 말을 하면서 천천히 현 상황을 말했다.

    “현재 삼신가에서 네가 어떤 이미지인줄 알아?”

    “뭔데? 폭탄이냐?”

    “다를 바 없지.”

    현재 삼신그룹의 지분은 절대적으로 이건호 회장의 우위.

    그 다음으로 E-삼신을 그럭저럭 성공시키고서, 삼신증권과 삼신물산, 삼신생명을 상장전 지분으로 가지고 있는 이현규.

    그 외에 현규의 두 여동생과, 사촌들이 소유했는데, 그 중간에 재환이 있었다.

    “그거 아냐? 네가 진용이나, 내 둘째 여동생보다 삼신 지분이 많다는 걸.”

    “그게 크게 문제될 거 있나? 너랑 나랑은 사실상 형제랑 다를 바 없잖아?”

    “그래서 하는 말이야. 조만간 삼신그룹 내에서 큰 사건이 하나 터진다.”

    “!”

    현규는 그 엄청난 이야기를 재환에게 믿으면서 말했다.

    “아마도 사장단 중 절반 이상이 갈려나갈 수 있어. 그리고 잘못하면··· 회장님··· 까지.”

    재환은 과거의 일을 생각하면서, 2008년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생각했다.

    뭔가 삼신의 역사 중에서 자신이 임원일 때 많은 일이 있었지만··· 가장 큰 건 넘어간 상태였다.

    ‘삼신물산 불법 승계? 그건 상관없잖아? 내가 E-삼신 살려줘서 손실도 없고, 오히려 그걸로 지분을 사들였고.’

    원래 역사의 무능하다 여겨졌던 비운의 황태자 이현규가 아니라 자기 몫은 확실히 하는 부회장 이현규인데 거기서 우회경영권이나 전환사채 등을 쓰지도 않았다.

    ‘근데도 터질 폭탄이 있다는 거야? 어메이징 삼신이네 진짜···.’

    일단 재환은 그때에 대해 대비를 해 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주주총회가 생길 때··· 친인척들은 물론이고, 외국계 자본들도 엄청나게 달려들거다.”

    “야, 그러면 확실하게 묻자. 네 편이 설마 소수냐?”

    “···.”

    현규는 거기에 대해서는 절대 말하지 않고 입을 꾹 닫았다.

    재환 역시도 거기까지는 묻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각서를 한 번 보면서 피식 웃고는 그것을 쓴 노트의 낱장을 찢어 고이 접었다.

    “우리 사이에 이런 거 할 필요도 없는데, 지장까지 찍었으니 그래도 잘 모셔야지.”

    재환의 쿨한 반응에 현규는 조금씩 인상이 풀렸다.

    “걱정하지 마라.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네 편을 들테니까 말이야. 상대가 누구라도 말이야.”

    “···고맙다.”

    현규는 그제야 희미하게 웃었고, 재환은 그런 친구를 야식으로 대접하면서 새벽에나 돌려보냈다.

    “오늘 정말로 고맙다.”

    “신경쓸거 없어. 한 두 번도 아니고.”

    청담동 와인바때 아들 못 안아본 그때의 상태보다는 좀 더 담담한 상태였다.

    그리고 현규가 준비한 경호팀 기사와 같이 차를 타고 돌아갈 때, 재환은 설마 해서 중얼거렸다.

    “주주총회···백기사···나는 네편···?”

    재환은 혹시나 해서 떠난 차의 뒷모습을 보고 중얼거렸다.

    “저 새끼 설마 가진 지분 가지고 삼신에 ‘쿠’하려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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