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86화 (186/244)

186- 줄줄이 달려오는구나!

재환은 출장 기간을 늘리고, 본사에 바로 연락했다.

“회장님, 혜성자동차에 노스캐롤라이나 미국 공장 건에 대한 기획서 작성오더를 내렸습니다.”

“오케이~ 돌아오면 딱 진행할 수 있겠구만.”

준호는 이제 기전실장 일에 익숙해지면서,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고위임원들에게도 스스럼없이 오더를 내릴 수 있었다.

회장님이 옆에 있으니 사장급에서 이사급의 인물이 올라와도 그 위상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어디보자. 부지사급 보내가지고 렐리 시티에 공장 부지를 알려주겠다고 했는데.”

재환은 노스캐롤라이나의 주도 샬럿에서 롤리를 검색했다.

“Raleigh인데, 렐리나, 롤리나 랄리라고도 부르고···.”

미주 한인들은 렐리나, 랄리라고 하고 본토 미국인들은 롤리라고 부르는 동네였다.

재환 역시 혼동해서 썼지만, 아메리칸 스타일로 불러주기로 했다.

“자~ 그럼 일단 부지부터 봐야겠죠? 갑시다. 롤리로!”

“차 준비되어있습니다. 회장님.”

재환은 곧바로 샬럿에서 롤리로 향했다.

165마일 정도 되는 거리인 롤리로 향했을 때, 길은 편하게 뚫려있었다.

롤리 시티는 인구 44만의 도시로, 각종 인프라가 가득한 곳이었다.

인근의 같은 생활권인 더럼 역시도 30만의 인구가 있어 사실상 75만 정도의 광역 타운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물가가 매우 저렴했는데, 서부와 비교하면 반값 정도의 생활용품과 기름값은 LA의 70%, 집값 역시도 애틀란타, LA의 80% 정도였다.

거기에 주립대와 각종 명문대도 있고, 한인타운도 규모는 작지만, 어느정도 자생하고 있었다.

“좋아! 첫 시작으로는 딱 좋은 곳이다!”

남부의 수많은 주들을 발품팔아 아주 딱 좋은 스타팅 포인트를 잡은 것 같아 흡족한 재환이었다.

그리고 사전 조사를 다 마친다음 재환은 노스캐롤라이나의 높으신분들과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

“안녕하십니까? 노스캐롤라이나의 부지사 스티브 플레어라고 합니다.”

“신재환입니다.”

주지사와는 달리 검은 머리에 콧수염을 기른 정치인이었다.

그는 싹싹한 모습으로 나와서 수행비서들에게 가져오게 한 수많은 서류들을 재환에게 건넸다.

재환은 그것들을 꼼꼼이 읽어나갔는데, 그 중에서 특히 주목한건 기업의 세제 혜택이었다.

“미스터 신? 우리 노스캐롤라이나는 주립 경제를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혜성을 지원할 것입니다.”

“네, 문서들 보니 그런 것 같네요.”

“모르는 사람들은 뉴욕이 제1의 금융도시라고 하지만, 이제는 노스캐롤라이나가 미국 제일이 될 것입니다.”

과장을 하긴 했지만,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9.11테러 이후로 수많은 뉴욕의 금융사들이 남부로 대거 이주했고, 그 중에서도 노스캐롤라이나는 폭넓은 세제혜택과 기업도시라는 슬로건을 걸어서 뱅크 오브 아메리카 본사 유치 이후로 10만이 넘는 동부 금융쟁이들이 내려와 남부의 금융도시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미국 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규모, 그래서 지역 금융투자나 융자 문제는 걱정 없을 것 같았다.

거기에 조건 역시 완벽했다.

세제 감면, 부동산 부지 제공, 지역 연구소 박사급 인재 특채, 공장을 돌릴수록 재산 증대에 대한 절세.

만약 한국에서 이 조건을 걸었다면 10대기업들이 앞다투고 달려들어 그 지자체에게 금송아지 돌리고 제발 우리가 유치하겠다고 갖은 선물공세를 하며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재환은 그 초기 제안을 보고서 살짝 웃고는 말했다.

“제가 여기 있는 것들을 천천히 읽었습니다. 꽤나 공들인 제안서군요.”

“하하, 여기서 바로 싸인을 해야 하니 완벽하게 준비해야 하지요.”

주 정부 차원에서 빨리빨리 계약 하고, 기자들 불러서 이런 대박 계약을 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재환은 그 좋은 제안에서 초면에 NO를 외쳤다.

“사실 조금은 서운합니다.”

“왓?!”

그 엄청난 제안을 두고서 서운하다고 말한 재환은 자신의 패를 꺼냈다.

“자, 먼저 드린 서류지만, 추가로 된 내용들을 지금 보여 드리죠.”

반질반질하게 코팅된 서류들을 건네자, 부지사는 펀치로 묶인 것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갔다.

[혜성자동차 노스캐롤라이나 공장 기획서]

260만 제곱km의 규모에 3교대 3500명 직원 채용, 연간 34만대 생산량.

확실히 좋은 규모이고, 거기에 걸맞는 혜택을 제공했다고 생각한 부지사였다.

“네, 이 정도의 규모인데 혹시 뭔가 부족하다 하심은···.”

“테네시에서는 제임스 모터스에 15년 세제 혜택, 조지아도 기어 모터스가 13년 세제 혜택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10년이라니요?”

이미 10년 세제 감면도 대단한 특혜인데 거기에서 위 사례를 언급하면서 ‘노스캐롤라이나가 혜택이 다른 남부에 비해 좀 짜다.’라는 말을 돌려 말한 재환이었다.

플레어 부지사는 그런 재환의 막무가내 반응을 두고 생각했다.

‘젠장, 누가 와튼 출신 아니랄까봐. 한 번에 계약하는 꼴을 못본다는 건가?’

와튼 스쿨 출신의 상술이야 악명높다지만, 그게 한국 출신 유학생에게도 유효하다는 것을 느낀 플레어 부지사였다.

“15년, 저희도 그 정도의 대우를 원합니다.”

“하하, 하지만 그건 제가 바로 결정할 것이···.”

“네, 그러니까 주지사님과 주립의회의 회의가 더 필요하겠죠. 대신 혜성도 스케일을 올리겠습니다.”

“네?”

“자동차 외에 부품 공장 까지도 추가 증설을 하겠습니다. 직원은 1500명 정도 추가 채용을 하지요.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의 산학연수 역시도 늘리겠습니다. 투자금을 드리지요.”

“!”

아예 단순 고용이 아니라 R&D센터까지 염두하고, 지역 대학 인재들까지 죄 쓸어가겠다는 선언을 하자 부지사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거··· 진짜 제대로 하려는 거 같은데, 협상을 마라톤으로 해봐야 하나?’

주 정부들 파산 위기로 입에서 손이 튀어나와 달러를 달라고 내밀 저도로 몰린 상황.

거기에서 세제혜택을 10년에서 15년으로 늘려달라는 조건을 걸고 추가 고용 1500명의 새로운 공장을 만들겠다고 한다.

거절하기 힘들지만, 냅다 싸인하기도 힘든 제안이었다.

“미스터 체어맨? 이 이야기는 제가 주지사께 바로 보고하겠습니다. 그리고 실무진들을 통해 회의를 마치고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러죠. 그 동안 저는 롤리와 던햄 일대에서 산책이나 하려 합니다.”

“하하하, 그리 오래 기다리시지는 않을 겁니다.”

재환과 플레어 부지사는 악수를 마치고서 뜻깊은 시간을 끝내고 파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본 준호는 너무나도 엄청난 이야기가 오간 현장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턱 빠져요. 이미 부지사 양반 돌아갔는데, 뭘 그렇게 아직도 놀라있고···.”

재환은 찌뿌둥한 몸을 풀면서 오늘은 스위트룸에서 맥주나 하자고 그를 불렀다.

***

“솔직히 말해도 됩니까?”

“솔직한거 빼면 기체인 김 이사가 뭘 그렇게 물어요? 뭐든 말 하라니까?”

재환은 호텔 안에서 맥주를 마시며 준호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사실 이 정도 규모의 협상이라면··· 협상단이 최소 전문가 10명에 국제법 전문 법무팀과 세무팀을 동원해서 해야 될 일입니다.”

“네~ 그래서 이 협상 싸인 끝나는대로 한국 본사의 그 전문가들이 바쁘겠죠?”

“어떻게 이걸 혼자서··· 다 하신단 말입니까?”

자신도 이제 회사 짬밥이 20년 가까워지는 40대인데, 재환의 일처리 방식을 보면 그저 소름이 돋았다.

‘모든 일에 선봉은 내가 선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해서 정리만 해라!’ 식의 스타일.

현 5대그룹인 혜성의 규모와 위상을 생각한다면, 부회장급 3인에게 맡길 법도 한 데 이런일을 직접 처리하는 재환의 추진력에 그저 놀랄 뿐이었다.

“그래서 내가 댁을 고용한 거야.”

“···네?”

“어디서든지 나 따라서 보좌하고, 제깍 본사에 연락해서 모든 스케줄을 처리할 튼튼한 사람이 필요하니까.”

“아···.”

“마흔 넘어서 설마 그 열정이 다 식었다고 하는 건 아니겠죠?”

“아닙니다! 앞으로 10년이고, 20년이고 회장님을 보좌하면서 발로 뛰겠습니다.”

“오케이~ 그 마인드 맘에 들어!”

부하직원과 격의없이 맥주 한 잔씩 마시면서 재환은 앞으로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올 협상을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

[다음 소식입니다. 혜성자동차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총 80만평 규모의 공장에 합의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는 15년의 세제 혜택과, 향후 부지 제공에 합의하였으며, 특히 주목받는 것은 임금 방식입니다.]

[네, 기업도시로 지정된 랄리에서의 계약은 공장 노동자에게 평균 급여보다 10%씩 더 제공할때마다 주 정부가 일자리당 5000달러의 세액공제를 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는데요? 이런 규제 완화, 한국의 기업과 노동자 문화에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한국 뉴스에서는 연일 혜성차와 노스캐롤라이나의 공장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코스피가 반토막 났다’, ‘미국 금융계가 무너진다’, ‘세계 금융위기가 10년도 더 갈수 있다.’ 라는 이야기 속에서 혜성그룹의 통 큰 미국 배팅으로 인해 연일 대기업의 경제 이야기가 나온 것이었다.

한국에 도착한 뒤로 역시나 수많은 기자 무리와 거기에서 재환은 경호팀의 안내를 받으면서 두 팔을 벌려 만세를 한 다음 자신의 입술을 가리켰다.

“여러분! 제가 이 입으로 협상을 해서 10년 면세를 15년으로 늘렸습니다!”

재환은 오늘 공항에서 내민 그 큰 떡밥을 자연스럽게 풀어놓고는 본사로 돌아갔다.

이미 본사에서 준비하고 있던 혜성자동차는 공장 건립 계획을 준비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다 한 상태였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굵직굵직한 떡밥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

“수도권 총량 규제가 드디어 풀려요?”

“본회의 통과 될 거 같아. 우리 당이고, 야당이고 할 것 없이 이건 과반수가 확정됐어.”

지난 94년 이후로 수도권의 과밀화를 막기 위해서 공장에 대한 규제를 했던 법안이었다.

하지만, 이후로도 늘어나는 수도권 인구와 일자리 부족으로 인해, 몇 차례의 논의 끝에 정부는 수도권에 있는 그린벨트 중 공장부지 용도로 일부 규제를 풀어줬다.

총 3년간 여의도 정도 크기로 풀어준다는 장인어른의 말에 이건 큰 기회라고 직감했다.

“장인어른이 재선 성공하시고, 앞으로 좋은 정보를 더 많이 얻겠군요.”

“하하하, 그러게나 말이야.”

재환은 의정활동 중에도 아이를 맡아주는 한 의원 내외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약소하지만, 출장오면서 선물을 드리고 딸을 데리고 왔다.

그 뒤로 혜성자동차 일에 정신없이 치여 살 때, 또 다른 곳에서 대형 떡밥이 하나 튀어나왔다.

유니콘 기술재단 문제였는데, 꽤나 월척이 들어온 것이었다.

“카오톡이라···.”

재환은 그 사업 기획사를 보고서 웃음을 숨기느라 애쓰고 있었다.

훗날 한국 유니콘 기업의 상징이 되어서 K.A.O 라는 IT대기업으로 성공하는 곳이었다.

“훌륭하네요? 이 친구는 제가 꼭 만나보고 싶습니다.”

박찬우 부이사장은 그 말을 듣고서 대기하고 있는 그를 불러왔다.

곰같은 체구에 기업인 답지 않게, 그것도 한국에서 수염을 기른 인상은 초면부터 불량하게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재환은 그 서글서글한 미소를 보고서 편히 앉게 한다음 차를 대접했다.

“이렇게 뵈서 반갑네요. 김연수 사장님.”

“아, 회장님. 저를 아십니까?”

“김연수, 66년생 서울 출신.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나베르’의 공동 대표이사이자, 포커,화투로 유명한 HN게임즈 전 사장.”

“하하하, 이거 영광입니다. 벤처기업 조금 운영했던 커리어를 다 알아주신다니요?”

“그게 명함이잖아요?”

재환은 김연수가 직접 온 것을 보고 싱글벙글하면서 물었다.

“기술연구재단인 유니콘까지 오셔서 투자를 생각하신다면, 필경 엄청난게 있을 게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제가 퇴사 이후 3년 동안 가족 여행을 다니고, A-컴퍼니에서 개발한 신형 스마트폰 애플폰을 보고서 떠올린 아이디어인데, 여기 기획서가 있습니다.”

[프로젝트 KAO톡]이라고 써진 두꺼운 제안서를 보고서 재환은 대충 둘러본 다음 품 안에서 수표책을 꺼내 건넸다.

“이게 뭡니까?”

“백지 수표요. 원하는 금액 쓰세요. 그만큼 혜성이 투자해 드리죠.”

“네, 넷!?”

제대로 된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거기에 금액도 안 논하고 그냥 백지수표부터 들이밀었다.

“그렇지 않아도 MMS 방식 메시지 힘들었는데, 딱 봐도 그거 아닙니까? 전자 메시지.”

“!”

김연수는 과연 신재환을 찾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가 건네준 만년필로 금액을 적었다.

자신이 과거 근무했던 나베르의 주식을 모두 팔고, 거기에 가산을 털어도 약간 모자랐는데, 혜성이 구원의 손길을 건네준 것이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오히려 내가 고맙지.’

추후 서버투자 비용만 한 달에 10억에서 그 이상이 될 수 있고, 인력도 어마어마하겠지만, 무려 그 회사가 카오톡이다.

호박이 넝쿨채 굴러들어왔는데, 그 호박 껍질부터 줄기가 모두 순금이고 안에는 다이아몬드의 속이 꽉 찬 선물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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