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85화 (185/244)
  • 185- 사우스 말고 노스.

    남부의 알짜 주마다 자신들의 영역을 하나씩 꽂아놓은 세계 자동차 업체들.

    뒤늦게 치고 들어가려고 하는 혜성자동차는 적절한 땅을 찾으려고 텍사스부터 루이지애나, 앨라배마, 조지아, 테네시 등을 돌면서 적절한 곳을 찾고 있다.

    재환은 그들을 보면서 길게 한숨에 잠겼다.

    그때, 호텔에서 묵고 있던 재환에게 준호가 연락을 했다.

    “네, 뭔가요?”

    [두성그룹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미국 공장 건이라고 합니다.]

    “음?”

    재환은 전화를 돌려서 한 번 받아봤다.

    “네, 전화 바꿨어요.”

    [아이고, 신 회장님. 미국 투어를 다니신다고요?]

    반갑게 인사하는 것은 정인이었다.

    이번에 두성중공업 대표이사로 올라와서 대대적으로 사업 확장한다는 이야기를 지난번 육공회 멤버에서 들었었다.

    “아니, 형님? 출장가 있는 저한테 무슨 전화를 다 주십니까?”

    [나도 미국이거든. 여기 문영이도 와 있다.]

    “아니 뭐 재미난게 있다고, 미국에 육공회 멤버가 넷이나 있을까?”

    서부에 있는 현규까지 합해서 분주하게 경제위기 상태인 미국에 모인 그들이었다.

    그리고 재환은 정인의 초대를 받았다.

    [너, 여기로 올래? 샬럿인데 말이야.]

    “샬럿이면···.”

    남부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었고, 재환은 다음 행선지를 사우스캐롤라이나로 하려고 했는데, 한 번 지나치기로 했다.

    재환이 거기에 응했고, 스케줄을 조정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은 북한을 제외한 대한민국 땅의 1.5배 정도의 크기에 1천만의 인구를 가진 주였다.

    주요 대기업은 세계적인 의류기업 ‘폴리-알프 로렌’과 2001년 동부에서 남부로 내려와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이후로 버티기에 들어간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있었다.

    샬럿은 상당히 조용한 동네였다.

    명색이 최대 도시인데 인구는 70만 정도로, 서울에서 서초-강남구 인구 합친것보다 적었다.

    “여어~ 신 회장!”

    “아이고, 오셨습니까?”

    문영과 정인이 반갑게 재환을 불렀고, 효령그룹과 두성그룹의 주재원들이 절도 있게 다가와 곧바로 재환을 모셨다.

    “아니, 뭐하자고 여기까지 와서.”

    재환이 일단 짐을 맡기고서 물어봤을 때, 그들은 차를 준비하고 가면서 이야기 하자고 했다.

    “호텔은 셰라톤으로 잡았어.”

    “진짜 어딜가나 있다니까.”

    대형 프랜차이즈 호텔들은 재벌들에게 있어서 아주 좋은 휴양지가 되 주었다.

    하지만, 재환은 놀러온게 아니니 여기까지 와서 뭐라도 얻어갈 셈이었다.

    “호텔에서 육공회 스타일로 놀자는 거로 부른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냐? 내일 주지사 만나는데 말이야.”

    “엉? 공식적으로?”

    “반은 그렇지.”

    무슨 소리인가 재환이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정인이 대략적인 상황에 대해 말해줬다.

    “두성중공업이 굴삭기하고, 불도저 등의 중장비 기계 공장을 만드려고 하는데,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면담을 요청했어.”

    “솔직히 우리 공이지.”

    효령상사가 중간에 개입하고, 본인들의 중공업 사업인 발전소용 변압기와 차단기 등의 부품 제조공장을 생각하는지라 주지사와 대대적으로 논의를 하려는 셈이었다.

    “휘유~”

    “안 그래도 다른 남부 주에서 재환이 네가 부지 찾는다는 거 말이 많더라.”

    시큰둥한 반응 속에서 재환은 현지 로비스트를 고용해서 움직이려고 했는데, 그들의 그런 움직임은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존나 빡셌지? 기존 업체들이 혜성 못들어오게 규제하는거 장난 아니라더라.”

    “!”

    재환은 그 이야기를 듣고 피식 웃었다.

    “하여튼 미국 놈들 로비는···.”

    혜성도 전 세계적으로 쳐서 절대 꿇리는 기업이 아니고, 미국 내에서도 초고속인터넷과 전자제품으로 상당한 네임밸류를 구축했는데, 자동차 사업 때문에 미국 빅3와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기를 쓰고 못들어오게 막았다고 한다.

    그들에게 있어선 경제위기 때문에 밥그릇 뺏길 지경인데, 거기서 비집고 들어오는 새 밥그릇을 도저히 용납 못한 것이었다.

    재환 역시도 그걸 알고 움직이려 했다.

    “안 그래도 반응이 그렇길래 그냥 제임스나 랜포드의 공장들 돈으로 사려고 했지.”

    “그럴 필요 없을 것 같다. 내일 면담에서 이야기 하면 될 것 같으니까.”

    “뭐?”

    “친한 기업가가 한 명 더 있는데, 같이 식사할 수 있냐고 물은 자리야. 그러니까 PR은 그 자리에서 네가 해야지.”

    정인의 말에 재환은 무슨 상황인줄 알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육공회 관계는 계속 지속되길 잘했네? 점점 서로를 돕는 성과가 나오고 말이야.”

    재환이 미국 남부 전역을 돌며 발품을 팔려는 것을 반의반도 안되는 시간으로 줄여줬고, 그들에게 보답은 오늘 호텔에서 술이나 한 잔 사라는 것이다.

    “오늘은 재환이 대접좀 받아보자?”

    “그러게 말이야. 제대로 얻어먹어보자고.”

    재환은 그들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아, 대화 잘되면 한 턱이 아니라 열 턱도 사지. 근데 지금 시간이···.”

    재환은 시계를 보고 현지 시각 오후 1시인 것을 확인한 다음 말했다.

    “다들 따로 스케줄 없지?”

    “왜? 뭐 하려고?”

    “혼자 좀 다녀올데가 있어서.”

    둘은 어리둥절 했지만, 일단 저녁 여섯시에 샬럿 호텔에서 만나기로 하고, 재환의 방으로 예약한 스위트 룸부터 체크한 다음 움직이기로 했다.

    재환은 오자마자 짐을 풀고, 동행한 혜성그룹 기전실 직원들에게 각자 방을 잡아준 다음 나갈 준비를 했다.

    “잠깐 동네 탐방좀 해야겠네요.”

    “회장님, 기사 부를까요?”

    “네, 지리가 밝은 사람으로 호텔에서 새로요.”

    VIP고객이어서 그런지 일대에 지리가 밝은 호텔 기사가 대기하고 있었고, 특급 서비스를 마음껏 누릴 재환은 곧바로 출발을 명했다.

    ***

    “얜 왜 이렇게 안 와?”

    “동네 돌고 온다고 하던데, 쇼핑이라도 하는 거 아닐까요?”

    호텔의 특급 정식을 주문하고, 미국 남부까지 왔으니 위스키를 준비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7시가 약간 넘어서 온 재환은 상당히 싱글벙글한 모습이었다.

    “야, 뭐하다 왔냐?”

    “동네 탐방.”

    “뭐?”

    “아예 샬럿을 넘어서 인근 도시까지 돌았지. 어우~ 이 동네, 밤이 짧더라고. 다섯 시 조금 넘었다고 금방 깜깜해지고.”

    “설마 차에서 내려서 거길 돌아다닌건 아니지?”

    “그랬는데?”

    “미친···.”

    미국 치안을 얼마나 믿길래 수십억 달러 재산의 아시아인이 그렇게 당당하게 다니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재환은 자신도 유학생 시절 필라델피아 일대하고, 많이 돌아다녔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래서 뭘 느꼈는데?”

    정인이 낄낄대며 위스키를 따자 재환이 말했다.

    “흔히 남부 하면 생각하는 레드넥··· 그거하고는 진짜 거리가 먼 동네였어요.”

    주도라서 더 그럴지는 몰라도 시민들은 친절하고, 골목을 돌아다나면 짖굿게 ‘이봐 아시안! 그 거리 위험해!’라고 말하는 미국 노인들이 많았다.

    일전에 주재원들이 현지 공장 알아보려고 갖다가 어린 백인놈들의 눈찢는 시늉과, 강도까지 당할뻔했던 미국 중부하고는 전혀 다른 이미지였다.

    “뜻깊은 시간이었어.”

    “뭘 보고 왔길래?”

    “그건 차차 이야기 하기로 하고, 자! 한 잔 마십시다!”

    그날밤은 육공회 멤버 중 세 명이 미국에서 밤새도록 먹고 마시면서 한국과 미국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되었다.

    ***

    그날 저녁에는 샬럿 시티를 순방하고, 저녁에 한국 기업인들과 약속을 잡은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루이 허버트가 도착했다.

    백발을 빗어넘긴 백인 노신사의 모습이지만, 실제 나이는 54세 정도라고 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한국의 기업인 분들!”

    자신이 먼저 한국 기업인들에게 인사를 하고, 정인과 문영, 그리고 재환은 악수를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30분의 식사, 그리고 20분의 티타임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업인들에게 있어서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에 충분했다.

    허버트 주지사는 미리 준비한 것인지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말했다.

    “한국은 매우 좋은 나라입니다. 아메리카와 동맹을 맺었고, 정치와 경제의 동반자로 함께 해 왔습니다.”

    “하하, 네.”

    “특히 저는 한국 문화중에서 태권도와 김치를 좋아합니다.”

    누가 ‘두유노?’도 안했는데 먼저 선빵을 치는 허버트 주지사를 보고 역시 정치인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한식에 대해 칭찬을 하면서 정작 지금 먹고 있는 것은 미국식 립아이 바비큐와 베이컨과 슬라이스 햄이 가득 들어있는 치즈라서 정말 김치, 최소한 피클이라도 절실한 기름진 음식들이니 말이다.

    먼저 초대한 정인은 두성그룹에 대한 중장비 공장에 대한 논의를 했고, 부지 선정과 세금 절세를 위해서 협의를 하겠다고 주지사와 약속했다.

    사실상 세트메뉴로 취급받은 문영 역시도 규모는 작지만 발전소에 쓰일 부품 공장에 대해 논했다.

    “우리 노스캐롤라이나는 수많은 발전소들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네, 저희는 발전소 보일러와 터빈에 대한 펌프, 팬 등의 부품공장을 논의드리고 싶습니다.”

    대다수의 주민들이 섬유, 목축, 담배 농사 등의 전기가 아주아주 많이 필요한 산업에 치중되다 보니 석탄발전소에 지형을 이용한 수력발전소까지 넘치는 곳이 노스캐롤라이나였다.

    “전기 공급에 대한 감세 혜택을 의회에서 논의해보겠습니다.”

    공장 부지 제공에 전기 공급까지 약속을 해줄테니 제발 자신들의 주에 마음껏 산업시설을 지어달라고 하는 주지사.

    재환은 이렇게까지 말하니 오히려 일이 잘 됐다고 생각했다.

    “자, 그리고 원래 예정에 없다가 이곳에 온 혜성이 남았군요?”

    허버트 주지사는 재환을 보고 빙긋 웃으며 말했다.

    “미스터 신은 제가 굉장히 잘 압니다.”

    “저를요?”

    “와튼 스쿨 출신이죠? 지난날 동문회 연설 때 인상깊었습니다.”

    “아! 설마···.”

    “와튼 스쿨 class of 1977의 올드맨이 동문을 만나 반갑군요.”

    재환은 인연이란게 이렇게 이어지나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이 지난날 유학을 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한국 현지 법인으로 온 검머외 정도가 고작이었는데, 아이비리그 인맥을 정치권에서 만나니 역시 혜성의 위상이 세 지긴 했었다.

    “이거, 사실 긴가민가 했는데, 혜성의 자동차 공장은 아무래도 노스캐롤라이나가 유력할 것 같군요.”

    “자동차요? 혜성 하면··· 그 MP3 플레이어나 초고속 인터넷 등의 IT공장을 말하신 것 아니었습니까?”

    초면에 알고 온 게 아니라 전날 다급하게 초대받은 손님이라고 해서 생각 못한 허버트 주지사는 뜻밖에 굴러들어온 복덩이에 입이 귀에 걸렸다.

    재환은 오히려 그런 리액션을 보여주는게 미국인 답다는 생각을 보이면서, 일대를 철저히 지키는 보안요원들을 보고 말했다.

    “이분들도 주지사님과 저희를 호위하는데 딱 50분이 주어졌군요. 좀 더 긴 시간이었으면 제대로 된 논의를 할 수 있을텐데 말이죠.”

    그러자 주지사는 자신의 비서와 수행인원들을 보고서 심상치않은 눈빛을 보였다.

    아무래도 좀 더 이야기를 해야 될 것 같고, 스케줄을 좀 조정해야 될 것 같다는 말이었다.

    재환은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제가 원래 협상을 할 때, 제 이야기를 10분만 들어달라고 많이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에게는 20분의 티 타임이 남아있군요. 안 그렇습니까?”

    순식간에 두성과 효령을 두고, 혜성이 진짜 알짜배기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주지사는 곧바로 승낙했다.

    “좋습니다. 오늘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만나기 위해 저희가 시간을 좀 더 내야겠군요.”

    그렇게 재환은 본격적으로 자동차 사업을 위해서 노스캐롤라이나를 혜성의 첫 미국 자동차공장으로 낙점했다.

    그리고 세부 조율을 위해 자신이 직접 나섰다.

    ‘훗날 전기차의 [그 기업]이 부지 삼은 곳이 노스캐롤라이나 렐리시티였지?’

    재환은 10년 뒤의 일을 생각하고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 미소가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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