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84화 (184/244)
  • 184- 서부에선 휴대폰, 남부에선 자동차.

    “웰컴~ 미스터 체어맨.”

    엘리사 수는 혜성 아메리카 사장으로 진급한 이후로 워싱턴 연구소에서 개발에 몰두하고 있었다.

    “어제 삼신 CEO하고 스마트폰 OS 보고 왔는데 말이죠.”

    “아, 그렇습니까? 스마트폰 시장이 피처폰을 위협할 정도로 커지고 있기는 하죠.”

    스마트폰.

    이동통신이 가능한 소형 컴퓨터.

    이미 미국이 선도한 사업이었고, 한국은 재빨리 말을 갈아타서 그 뒤를 따라가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선 개념이 생소한 상태였다.

    전자수첩으로 유명한 PDA에 휴대폰 기능을 담아서 특정 직군의 영업사원들이나 사용하는 특수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대중화를 준비하면서 재환은 전적으로 컴퓨터, 통신사업부에 오더를 내렸다.

    그리고 미국지사장을 맡은 엘리사 수는 재환에게 연구실의 개발중인 반도체들을 보여주면서 최근 개발하고 있는 SOC를 보여줬다.

    “혜성전자의 스마트폰에 사용할 제품입니다.”

    “호오~?”

    “마이크로 아키텍처 기반으로 만들었고, 안드로 OS에 호환될 제품입니다.”

    재환이 과거 삼신전자에 있던 시절, 안드로 스마트폰의 SOC는 양분화된 시장이었다.

    하나는 삼신전자에서 개발한 ‘엑스포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미국 퀼컴에서 개발한 ‘드래곤 스냅’

    두 회사는 스마트폰으로 1GHz 클럭을 달성한 이후 웬만한 PC보다 스펙이 좋은 고성능 폰들을 만들면서 끊임없이 경쟁했었다.

    그리고 재환은 엘리사 수를 재빠르게 영입하고, 알파넷과 접선을 해서 안드로 OS 개발에 투자하면서, 자체적으로 SOC를 만드는 것이었다.

    ‘일 재밌게 될 거다. 2파전이 아니라 3파전의 역사로 말이야.’

    재환은 그것을 예상하고서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경쟁은 언제나 즐거운 것이고, 자신의 능력으로 1인자가 되는 것은 가능, 그것도 아주 쌉가능이었다.

    “일단 SOC가 완성되고, 혜성의 스마트폰이 나오면, OS는 무조껀 안드로로 갑니다.”

    알파넷, 혜성, 삼신의 3개 컨소시엄이 합친 성배 안드로 OS.

    물론 알파넷과 다르게 혜성과 삼신은 윈 모바일 OS라는 기존의 제국, 마이크로 컴퍼니와도 거래를 맺어 최소한의 보험은 든 상태였다.

    물론 그 보험의 생각은 다르지만 말이다.

    ‘삼신은 국내판/외수판 OS 다르게 생각해서 가는 거 같고··· 나야 윈 모바일 보험으로 든 건, 의리도 있지만 역시 그거지.’

    재환은 스마트폰이 단순히 휴대폰 하나로 끝나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엘리사 수에게 말했다.

    “마담 리사! 나 하나 더 요청하려고 합니다.”

    “네, 뭐죠. 체어맨?”

    “단순히 폰이 아니라요. 이걸로 안드로 OS로 컴퓨터를 만들어 볼 수 있을까요?”

    “아, 컴퓨터 OS요?”

    재환의 명에 엘리사는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갔다.

    현재 윈 OS 말고, 모바일을 넘어 PC까지 간다면, 일단 리눅스 기반이니 문제는 없어도 보안 문제와 한국 내에서의 편의성 문제 등이 많았다.

    “노트북은 몰라도, PC까지는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뇨. 제 말은 태블릿 컴퓨터를 만들어 달라는 겁니다.”

    “아!”

    재환이 태블릿을 언급하자 엘리사는 뭔가 확실히 알았다는 듯이 손가락을 튕겼다.

    사실 거대한 공책과도 같은 크기의 컴퓨터로 터치스크린을 운용하는 방식의 태블릿은 이미 99년도에도 충분히 나왔던 제품이었다.

    문제는 ‘기술력만 있다.’ 뿐이지, 그걸 대중화 시킨다는 정신나간 생각을 한 IT기업의 CEO는 없었다.

    이유야 많지만 가장 큰 문제는 경량화, 그리고 단가. 거기에 인터넷 까지 되려면 엄청난 기술력이 필요했다.

    “빌 거위츠가 그러더군요. 2006년쯤이면 컴퓨터의 개념이 태블릿이 될 거라고.”

    “그 말을 2001년에 했다가, 그 해에 가장 우스운 발언 1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가능성 있지 않겠어요?”

    “흐으음.”

    엘리사는 고민했다.

    재환이 전폭적으로 밀어줘서, CPU개발도 잘 되고, 거기에 경량화 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만들어서 자신이 꿈꾸는 컴퓨터 업계의 1위를 만드는데는 정말 의지에 따라 가능할 것 같았다.

    비전은 제시됐고, 거기에 자신을 밀어주는 오너가 있다?

    여기에서 그 기대에 못 미치면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무능한 CEO가 되는거다.

    “열심히 해 주세요. 아 그리고 말이죠.”

    또 뭐가 있는지, 이것저것 꺼내서 하나부터 열까지 손을 쓰게 만드는 재환의 오더였다.

    “회장님, 이것은 뭡니까? 호출기인가요?”

    “장난감 하나 만들어봤습니다.”

    재환은 옛날 삐삐라 불리는 소형 호출기를 닮은 전자기기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놨다.

    “무선 신호기입니다. 주로 근처에 사람들을 부를 때 쓰죠.”

    리사 수는 이것저것 확인해봤지만, 다른 연구원들은 시큰둥했다.

    이미 80년대에나 쓰이던 기술이고, 21세기에 누가 저걸 쓴다고 저런걸 만들어 가져왔단 말인가?

    하지만 재환은 그것을 두고 말했다.

    “이게 아주 좋은 곳에 쓰이겠더군요. 특히, 고정 수익으로 말이죠.”

    “그렇습니까?”

    리사 수는 시간만 주면 1시간만에 뚝딱거려 만들 수 있는 이 단순한 호출기의 용도를 궁금해 했다.

    “커피숍에 쓸 겁니다.”

    “!”

    “더이상, 카운터 직원이 커피 올려놓고서 큰 목소리로 부를 필요가 없어요. 고객들이 이걸 가지고 있다가 알림벨 울리면 찾으러 오는 거죠.”

    “아, 그렇군요.”

    “기술은 단순하잖아요? 근데 이 용도로 쓰는 사람은 하나도 없더라고요.”

    무선호출기가 사장된지는 한참 지났지만, 이걸 커피숍 무선호출기로 쓴다는 건 그 뒤로 10년은 지나서 개발된 것이었다.

    재환은 발 빠르게 움직였고, 지난 날 무선 인터넷 대중화를 위해 Wi-Fi를 커피숍 일대에 다 깔아놨을 때, 커피숍에 알림벨 호출기 개발을 오더로 내렸었다.

    트로이카 인수 시절부터 10년전의 약속이었던 ‘사장된 삐삐 무선사업부도 언젠가 빛을 보게 해주겠다.’라는 약속을 지켰고, 이제 팔기만 하면 된다.

    “미국 지사가 책임지고, 스타벅스 등의 대형 카페 프렌차이즈하고 협상 한 번 해 보시죠?”

    “알겠습니다! 이거면 확실히 마케팅용으로 아주 잘 먹힐 겁니다.”

    어쩌다 보니 한국이 테스트 시장이 되었고, 이제 미국에 이 제품을 수출하게 되었다.

    재환은 혜성 아메리카 지사를 돌아본 다음 전자제품에 대한 오더를 마치고, 남부로 향했다.

    ***

    “회장님, 도착했습니다.”

    “으으음, 네.”

    비행기 안에서 깜빡 졸았던 재환은 기전실장 준호의 속삭임에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퍼스트 클래스 좌석에서 푹 쉰뒤로 대대적인 남부 투어가 준비되어 있었다.

    텍사스 샌 안토니오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혜성자동차의 주재원들이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회장님!”

    혜성자동차의 미국담당 주상준 이사는 재환을 안내하고, 수천km를 달려야 하는 강행군을 시작했다.

    재환은 미국에 지을 혜성자동차 공장 부지를 알아보고 있었다.

    유럽이나 아시아는 대윤자동차 공장으로 인해서 잘 돌아갔지만, 역시나 자동차 공장은 미국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

    그중에서도 미국 자동차 공장들은 남부쪽에 편중되어 있었는데, 재환 역시도 같은 값이면 이쪽이 낫겠다 생각하고 움직인 것이다.

    “흐으음.”

    내부까지는 못 들어가도, 돌아볼 수 있는 자동차 공장들.

    “여기가 넥서스(Nexus) 모터스입니다.”

    일본 제1의 자동차 기업 토요 모터스가 ‘토요(TOYO)’라는 이름이 국제적으로 나서는데, 어렵다고 판단해 만든 프리미엄 브랜드 자동차였다.

    일본 차라는 것을 모르고, 미국 텍사스에 공장을 만들어, 10만명의 고용창출을 이끌어낸다는 곳이었다.

    “텍사스만 해도 우리나라의 다섯배는 넘는 크기인데, 여기에 이 정도 공장이 하나 더 있단 말이죠?”

    “그렇습니다.”

    “그 나머지 공장도 가 봐야죠. 오스틴으로 갑시다!”

    재환은 곧바로 샌안토니오에서 텍사스 오스틴으로 향했다.

    그곳은 제임스 모터스의 픽업트럭 공장이 있는 곳이었다.

    고용효과는 7만명 정도라고 하지만, 현재 제임스 모터스가 파산 위기에 몰려서 어찌될지 모르는 풍전등화의 상태였다.

    “그냥 이걸 먹어버려?”

    재환의 한 마디에 임원들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회장이 작정하고서 혜성자동차의 자동차 공장을 찾는다는데, 아직 첫 걸음인 텍사스에서 그런 말을 하니 ‘네, 그러시죠.’ 라고 해야 되나 ‘신중히 결정하십시오. 다른 남부 지역의 공장들을 직접 알아본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라고 말해줘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재환은 오스틴 공장 일대를 보면서, 자동차 공장 하나가 지역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치는 지 충분히 숙지했다.

    “일단은 1순위로 잡아놔야겠습니다.”

    “아, 그럼 이곳에 대한 조사를 따로 주재원들에게 준비하겠습니다.”

    주 이사의 말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세요. 뭐라고 하면 제임스 모터스 담당자들과 공장부지 인수 알아본다고 하고요.”

    재환은 텍사스에 대형 공장들을 둘러보고 남부 투어를 제대로 시작했다.

    미국 남부에 있는 대형 자동차 공장들은 나란히 늘어져 있었다.

    텍사스를 돌고, 바로 옆에 루이지애나 주에는 제임스 모터스의 또다른 공장이 있었다.

    이후, 미시시피 주로 가니 니혼 모터스의 공장이 있었다.

    “일본 녀석들이 좋은 땅은 죄 알박기를 했단 말이야.”

    남부 10개 중에서 자동차 공장만 15개였다.

    평균적으로 6만명 이상의 지역 고용을 할 수 있고, 주지사와 시장 차원에서도 입찰을 위해 부지 제공과 세금에 대해서 많은 혜택을 준다.

    그런데 일본이 그 15개 공장 중에서 5-6개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아성기어모터스가 앨라배마주에 아성, 조지아 주에 기어 모터스 공장이 있어 5만명 이상의 직원 고용효과를 누린다고 한다.

    “미시시피, 앨라배마, 테네시, 켄터키, 사우스캐롤라이나···.”

    각 주에 있는 공장들을 순방한 재환은 쓸만한 부지가 보이지 않아 혀를 찼다.

    역시 원안대로 텍사스에 있는 제임스 모터스 공장 부지를 인수하는게 베스트일지 생각이 들었고, 미국 연방 내에 정치인들을 만나도 딱히 뾰족한 수가 안나왔다.

    “주지사고, 하원의원이고 죄 도움이 안 돼···.”

    하나같이 하는 짓은 악수하고, 사진 같이 찍고 자기 지역구에 대한 홍보를 하면서 ‘여기에 공장 지으시면 뭐든 다 해드립니다.’라는 입발린 공수표만 던진다.

    그 지역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도 안하고 말이다.

    “역시 기존 공장 인수를 생각하시는 겁니까?”

    준호의 말에 재환은 혀를 차며 담배 한 대를 물고 말했다.

    “새로 지으려고 하는데, PPT 하나 제대로 준비하는 놈이 없어요. 한국이나 미국이나 죄다 좋은거 유치하라고 입발린 소리만 하지. 눈으로 보이는게 없어!”

    출장 전에 선길에게 듣기로는 아성자동차가 공장 지을 때, 조지아 주지사와 공장 부지인 웨스트포인트 시티의 시장이 직접 한국까지 와서 생산공장 유치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 들었다.

    하지만, 재환이 직접 와서 도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대로 된 약속을 잡은 인간이 안나왔다.

    “어떻게 생각해요?”

    “이런 말씀 드리기 죄송합니다만···.”

    “죄송은 무슨. 우물쭈물하지 말라고, 내가 당신 기전실장 임명한 거예요?”

    재환의 말에 준호는 헛기침을 하고 진짜 돌직구로 말했다.

    “저희가 늦어도 한참 늦은 후발주자여가지고 매리트를 못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차라리 남부 내에서도 산업기반이 흔들리고, 제조업 경험이 많은 새로운 주를 선택하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아예 새로 개척하자고요?”

    “텍사스 오스틴 공장 거르고요?”

    “회장님이 가장 베스트의 선택을 하실거라 믿습니다만, 여기서 기존 공장 인수로 결정한다는 것은···.”

    “발품 판게 아깝다 이겁니까?”

    “···.”

    대답이 없는게 맡는 말 같았다.

    재환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결정했다.

    “좋아요. 그럼 좀 더 한 번 알아봐야겠군요.”

    자신있게 말한 재환을 두고, 과연 연간생산 25만대 이상의 혜성자동차 공장은 미국 어느 주에 세워질지 그룹 임원들의 촉각이 곤두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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