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83화 (183/244)

183- 미래 먹거리. 당장 준비하자!

재환이 칼을 뽑아 들었다.

원자재와 기름값 폭등으로 인해 흔들거리는 혜성그룹의 문제를 자신이 직접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신재환(혜성그룹 회장): 확실히 말하지요. 내가 있는한 혜성그룹에 위기는 없습니다!]

[신 회장의 선언에 내려가던 주가는 이내 다시 오름세로 돌아왔습니다. 현재 혜성그룹은 미래 먹거리와 그룹 내 부채에 대해서 어떻게 해결하냐에 대해 대형은행에 추가 융자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언론에서는 97년 ‘대구 선언’에 이어 2008년에 신재환이 다시 한번 ‘강남 선언’을 해서 여론을 반전시킨다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대다수는 비슷한 반응이었다.

‘아마도 부실 계열사를 매각할 것이다.’, ‘임원진들 임금 삭감이 있을 것이다.’, ‘또 제 3세계에서 공장 증설이나 입찰 등을 따서 현금을 돌릴 것이다.’ 등의 추측을 했다.

[야, 뭘 하려고 그런 배팅을 했냐?]

“뭐긴요? 기업 소유주가 회장 하나만 보는데, 지갑을 풀어야죠.”

[사재출연? 미쳤냐? 가진 것도 전부 자사주인 놈이.]

“네~ 그래서 개인 현금으로 자사 주식들을 확 사들이려고 합니다.”

아예 혜성그룹 지배권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오너가 지분을 사들여 상승 폭을 만들려는 재환.

그리고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면서 혀를 차는 대현에게, 재환이 물었다.

“형님, 요새도 그거 해요?”

[그거라니? 뭘 말하는 거냐?]

“형님 잘 하는 거 있잖아? 해외시장 선물거래.”

[!]

대현은 설마 이 미친놈이 개인 재산으로 선물 거래해서 회사 금고를 채운다는 재벌 3.4세 유학생들도 안 할 짓을 생각하나 싶었다.

***

얼마 후.

재환은 인터넷으로 확인하던, 선물과 펀드, 파생상품등의 거래를 확인했다.

“휘유···.”

재환은 뚫어지게 쳐다본 모니터 너머의 수치를 보고서 손가락을 튕겼다.

딱- 딱-

“여보 마누라! 어서 이리 오시게!”

“뭐예요?”

“빨랑 이리로 오라고! 보여 줄 거 있으니까!”

재환의 외침에 아이 둘을 보던 미연은 아장아장 걷는 아들과 아직 못 걷는 딸을 안고서 들어왔다.

그리고 영어로 잔뜩 쓰여 있는 그래프와 주가를 보고 이게 뭐냐고 어리둥절했다.

“자, 지금부터 여기 써진 숫자를 천천히 읽어봐.”

“일··· 십··· 백··· 천··· 만···십만···백만··· 억···십억···.”

“달러야.”

“이게 대체··· 무슨 숫자에요?”

재환은 웃으면서 딸아이를 안고 말했다.

“집문서 하나 빼고 가진 돈 죄다 선물거래에 부었어.”

“!?”

물론 과장이 섞인 말이었지만, 진짜 그동안 혜성그룹에서 받은 연봉하고, 기존에 해외주식 투자했던 금액들 빼다가 파생상품에 돌려버렸다.

“이거··· 어디에 투자한 건데요?”

“인버스랑 리버스. 주가 떨어질때마다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공교롭게도 코스피가 반 토막 나고, 나스닥이 거꾸러지기 전이었다.

“월가에서는 이미 이걸로 2조 달러 가량 모였다고 하더라고? 주식이 거꾸러지면, 역으로 돈을 버는 곳에 배팅!

그리고 나도 똑같은 짓 좀 했지.”

“그래서··· 60억 원 번 거예요?”

“원? 뭔 소리야. 자네 남편이 그리 푼돈벌이 하려고 이 짓 했겠어? 달러야.”

“!”

60억 달러.

현재 환율은 300원 올라서 1203원.

“그, 그럼 돈이 얼마···.”

“한화 7조 2천억원.”

“···.”

상상이 안 가는 금액이었다.

재벌가에 시집온 뒤로 돈 부족한 거 없이 풍족하게 살았지만, 그래봤자 아무리 많이 써야 억을 넘어본 적은 딱 한 번밖에 없었다.

그것도 성우 아카데미 만든다고 사옥 짓는데 부동산 투자한 금액이니 사적인 돈은 아니다.

순간적으로 머리가 꼬인 미연이 털썩 주저앉았다.

“엄마, 왜 그래?”

아들 승윤이가 다가오자 떨리는 손으로 그를 안고서 재환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지금 번 돈이···.”

“응, 다시 말해줄게. 7조 2천억원.”

그 이전까지 재벌가에서 포켓머니로 선물거래를 하는 풍경은 흔했다.

개중에서는 해선 안 될 짓으로 회삿돈 끌어다가 써서 몇천억 날린 양반도 있었고 그러다가 분식회계랑, 횡령 및 배임으로 검찰청에 사진 찍으러 간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이전까지 재벌가에서 선물거래 최대 수량은 KS그룹의 최대현 회장이 진행했던 12억 달러··· 그것도 회삿돈 손대서 영혼까지 끌어모은 금액이었다.

그런데 재환이 지금 그 다섯배의 거래에 성공했다.

넋이 나간 미연을 보고서 재환은 그녀를 끌어안고 들어올리며 외쳤다.

“오늘 외식하자! 먹고 싶은 거 맘껏 고르라고!”

세상 가장 잘난 자기 남편이지만, 혼자 컴퓨터 뚝딱거리다가 몇조 원을 벌었다는 말에 이제는 무섭기까지 했다.

그날 저녁 재환은 아이들까지 먹을 수 있는 식사를 찾으면서,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오붓한 가족의 시간을 보냈다.

***

[속보: 신재환 회장, 혜성그룹 자사주 매입.]

[떨어지는 주식을 오너가 붙잡다! 혜성자동차, 혜성전자, 혜성식품 풀매수.]

[‘70억 불 장전 됐다!’ 그룹의 산타클로스가 된 회장님!]

재벌 회장이 자기 회사를 구하기 위해서 개인 재산으로 선물거래를 해서 수 조원을 벌어온 다음, 국세청에 연락해 세금 낼거 다 내고, 나머지는 회사로 돌렸다.

그 어떤 오너가 이런 짓을 하겠냐면서, 언론들의 관심은 곧바로 재환에게 향했다.

재환은 오히려 그것을 적절히 이용해서 오랜만에 생방송 뉴스쇼에 나왔다.

[아나운서: 네, 자세히 알수 있을까요?]

[신재환: 인버스 선물이라고, 보통 사람들은 그 나라의 코스피나 나스닥, 닛케이 지수 같은게 오를수록 돈을 투자하죠?]

[아나운서: 네, 그렇습니다.]

[신재환: 인버스는 그 반대입니다. 역으로 주식거래에서 주가가 떨어지면 수익이 올라가는 방식입니다.]

[아나운서: 아, 그러면 그 인버스라는 상품을 선물매도 하신거다 이겁니까?]

[신재환: 네~ 바로 그거에요.]

재환이 개인적으로 움직였지만, 이미 월가 내에서는 리만 이후 초대형 투자은행들이 고사하면서 인버스로 발빠르게 움직인 펀드매니저가 한가득이었다.

‘투자은행 불패론’으로 설마 무너지겠냐? 하는 낙관론을 가진 이들은 미국 정부 지원을 기다리다가 깡통을 찼고, 인버스로 미국 증시가 추락하기를 기다리며 수익성을 투자한 인버스 선물거래의 규모는 1조 달러.

한국 돈으로 1300조가 넘는 엄청난 자금이 현 미국 경제가 버블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스닥 증시 거꾸러지기만 바라면서 투자를 했는데, 결론적으로 각자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재환도 할 수만 있다면, 육공회 멤버들 다 끌어들여 최소 10조원씩 나누는 그림도 그리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이건 실패하면 마이너스로 수천억을 매달릴 수 있어서 거절한 친구들이 많았다.

이해는 했다.

재환의 수익과 미래 지식을 몰랐으니, 순간의 결정으로 수천억을 날릴 재벌가 오너가 되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아나운서는 웃으며 재환에게 물었다.

[아나운서: 하지만, 회장님께 궁금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분명 투자를 그만큼 하신 것은 자신감이 있으셨다는 건데, 어째서 혜성그룹의 이름이 아닌 개인 투자를 하신건가요?]

[신재환: 혜성의 이름으로 그런 짓을 했다간 실패할 경우 모두 무너지지 않습니까? 제가 오너이니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고 홀로 움직인겁니다.]

[아나운서: 아~ 하지만 만약 잘못됐다면, 큰 일 아닙니까?]

[신재환: 오너가 왜 오너입니까? 그 책임감을 느끼고, 움직이니 그 자리에 있는 겁니다.]

그 생방송의 인터뷰는 모두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신재환: 일전에 저는 97년에 대구에서 시멘트 회사 인수하면서 그런 말을 했습니다. ‘혜성이 왜 망합니까? 제가 있는데요.’]

[아나운서: 아~ 그 유명한 ‘대구 선언’ 말이군요.]

[신재환: 네, 다시금 말하겠습니다. 혜성은 문제없습니다. 제가 있으니까요.]

재환은 일부러 카메라에 집중하고 손으로 가리켰다.

[신재환: 그러니 앞으로도 혜성그룹은 국민들을 위해서 기본 먹거리부터 올해 물가 동결합니다.]

폭탄선언이었고, 원자재와 석유값 폭등에도 혜성의 제품들은 재환의 선물발 사재출연으로 풍족한 사내자금을 운용했다.

그리고 주가가 계속 오른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야~ 이 미친새끼가 진짜 조단위로 선물에다 꼴아박을지는 상상도 못했다.”

육공회 내에서도 ‘미친 짓’이라고 욕을 먹었는데, 지금은 모두가 부럽게 바라봤다.

“너 진짜 왜 금융업 안 하는 거냐? 증권사나 보험업 했으면 지금 혜성이 세 손가락 안에는 들 텐데.”

“밸런스 패치입니다. 다같이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재환이 대현에게 농담을 하자 모두가 빵 터졌다.

반면 현규는 조용히 웃고 있다가 말했다.

“이제와서 말하는건데, 고백할게. 사실 눈치껏 따로 나도 인버스 넣었었다.”

“뭐, 진짜?”

“와! 이현규, 이 배신자!”

위험해서 공식적으로 못할거 같다면서, 개인 재산으로 슬쩍 인버스 넣었다는 말에 사촌인 진용까지도 욕을 했다.

확실히 삼신가 황태자가 허허실실 웃으면서 챙길 건 다 챙기는 영악한 양반으로 진화했다.

“그래서 넌 얼마 벌었냐?”

“한 2천억원 벌었나?”

“달러로 나스닥 한거지? 1억 5천만 달러 정도 얻었나보네?”

그때 현규는 손가락을 까딱이며 말했다.

“아니, 나는 엔화로 했어. 그쪽이 더 잘 아는 영역이거든.”

그 순간 재환은 머리 위에 느낌표가 떴고, 빵 터졌다.

“이야~ 이 자식 진짜 지능적이네?”

달러가 1300원 정도의 비율일 때, 엔화는 훨씬 더 떠서 1500원 넘네 마네 할 정도로 오른 상태였다.

결국, 같은 값이면 엔화가 조금 더 수익이 있었고, 재환에 비교해 소액이니 차라리 더 익숙한 일본쪽 선물을 이용한 것이었다.

“자~ 돈 번사람끼리 그럼 사업 이야기좀 할까?”

그 뒤에서 진용이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고, 선길이나 정인, 대현, 문영 같은 이번에 선물 포기한 멤버들을 낄낄 거리면서 술이나 사라고 따로 빠졌다.

“엔화로 한 이유가 뭐야?”

“일본 디스플레이 사업 투자를 하려고, 일단 샤이프, P소닉, 소니아 쪽 두루두루 지분 투자 생각한다.”

일본도 이번 경제위기로 인해 상당히 휘청거리는 상태였고, 삼신전자는 이번 기회에 대규모 디스플레이 공장을 손에 넣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재환 역시 미래 먹거리를 위해 움직였다.

“디스플레이 투자는 나도 돕지. 스마트폰 액정이 필요하다.”

“좋은 생각이야.”

혜성전자가 풀 터치폰을 이제 막 개발한 상태였다.

이미 이전에 삼신은 자체 UI를 만들었고, 사실상 삼신제 반도체를 파운드리로 위탁하면서, 자사 물건을 찍어내는 지라 휴대폰에서는 형제와도 같았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를 삼신이 혜성에게 건네주고, 혜성은 다른 쪽을 안내했다.

“OS 세미나 갈거지?”

“그래, 난 리눅스로 운영하는거 별로인데 그게 미국에선 대세라니···.”

재환은 육공회가 소유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유니콘기술문화재단’을 통해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진행했다.

그중에서도 손 안의 컴퓨터라 불리는 스마트폰.

이전까지는 PDA폰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앞으로의 대세를 위해 움직여야 했다.

GSM방식이라 CDMA를 쓰는 한국 주파수와는 맞지 않아 못 들어오는 A-컴퍼니의 스마트폰 ‘애플폰’이 나온지 1년이 지난 뒤였다.

거기에 대해 국제적인 규격을 맞춘 OS를 유니콘 이름으로 했는데, 마이크로 컴퍼니의 ‘win 모바일’과 알파넷의 ‘안드로’였다.

그리고 삼신은 혜성의 실리콘밸리 인맥으로 개발을 하는데, 막차타고 들어가서 투자를 했다.

하드웨어는 삼신전자, 소프트웨어는 혜성전자가 움직이는 스마트폰 시장은 앞으로 준비될 먹거리였다.

“실탄은 충분해. 남는걸로 삼신전자 주식 사도 될 정도로.”

“야, 그만 좀 사라. 그러다가 우리회사 나보다 네가 더 지분 높겠다.”

재환은 피식 웃고는 그 뒤로 스마트폰 시장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나, 두 친구는 미국으로 출장을 같이 떠났다.

유니콘의 이름으로 시작해서 미래 먹거리인 스마트폰 OS를 한 번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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