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82화 (182/244)

182- 2008년 진짜 스펙타클하다!

재벌들의 미국산 쇠고기 가든파티 유출 이후로 혜성, 샤를로트, 신누리 등의 대형 유통업들은 슬금슬금 간을 보다가 수입을 준비했다.

그리고 출장갔다가 뒤늦게 이야기를 들은 현규는 재환의 집에 찾아와서 그때 이야기를 듣고 배를 잡으며 웃었다.

“그래서 나 없을 때 미국산 쇠고기 회식이 성공한거네?”

“덕분에 어린 송아지만 잔뜩 먹게됐다.”

정부의 논란과 재벌들의 마케팅.

하지만 물밑 협상이 다시 진행됐고, 국민들의 대규모 시위는 없었지만, 언론이 광우병으로 떠들어대는 건 똑같으니 눈치가 보였던 것이다.

결국 온건하게 협상을 재시작하고, 덕분에 30개월 이상 수입이라는 한국만의 쇠고기 협상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일본하고 똑같이 24개월 이하 도축 고기만 받기로 했어.”

“그렇구나. 나는 유통업을 안 해서 잘 모르겠네.”

“어찌보면 한국에 딱 맞는거야. 어린 고기 좋아하는거.”

“음?”

“영계라는 말이 왜 있겠냐?”

실제로 한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유독 고기 섭취에서 완전히 자라기 전에 빠른 도축으로 섭취를 했다.

영계라는 말처럼 닭을 키워 출하할때도, 일본 축산업은 2.5kg, 미국은 3kg까지 자라서 도축하는 반면, 한국은 1.5kg만 되도 곧바로 도축해서 납품하기 때문이다.

닭뿐만 아니라, 소, 돼지, 오리 등의 고기들도 그렇게 이른 도축을 했고, 그래서 사이즈가 작지만 그만큼 맛있다고 여기는 게 한국인의 입맛이었다.

“따지고 보면 문화차이지. 뭐, 덕분에 송아지고기 붐이 일어나겠지만.”

재환이 그 말을 하자, 현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맥주잔을 들었다.

출장 다녀온 다음에 썰을 푸는 중 그 둘은 현재 국제정세에 대한 이야기로 떡밥이 넘어갔다.

재환은 새 정권에서 굵직한 사건 두 개가 지난 뒤로 미국 증시에 몰두했다.

“딱 이때쯤이란 말이지··· 월가 개박살나고, 제임스 모터스 파산하고···”

“예언이야?”

현규는 흑맥주를 마시며 피식 웃었다.

“농담 아니야. 진짜 이 정도로 심각해지는 상황이 올거다.”

“경기 지표 좋잖아? 갑자기 버블이 터지기라도 한 다냐?”

“어.”

현규는 이 녀석이 하는 말은 뜬금없지만,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인해 이번에도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 역시도 재환에게 출장에서 알아온 사실을 말했다.

“미국은 버티겠지. 진짜 문제는 유럽이더라.”

“거기도 문제 많지.”

“햐~ 내가 있지? 삼신자동차 쿠페 개발하고 이탈리아 다녀오고, 그 다음 포르투갈의 우리 디스플레이 공장 다녀오고 깜짝 놀랬다.”

“뭐 때문에?”

“부동산이 미쳤어. 모든 은행들이 무작정 대출해주고, 공장 부지 일대의 땅들을 알박기 하고, 오를때만 기다리면서 주민들이 술하고 도박에만 빠졌더라.”

“크으-”

2008년 경제위기의 전조였다.

이때는 전세계적으로 호황기여서, 너도나도 대출받고 부동산에 투자하고, 개발이 되면 2배에서 3배를 받고 팔아 넘기는걸 최고의 재태크로 여길때였다.

특히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으로 금리 인하를 해대는 은행으로 인해 해외자본들까지 겹쳐서 너나 할 것 없이 경치 좋은 해변에는 별장을, 공장 일대에는 추가 부지를, 그리고 도심에는 아파트를 빚으로 사들였다.

“니 말 들어보니 일단 준비는 해야겠다.”

“응, 그중에서도 로비를 준비해줘.”

“뭐?”

“환율 함부로 정부가 건드리지 못하게, 재경부에 로비 어떻게 안 될까?”

현재 이상명 정권 밑에는 고환율, 고수출 노래를 부르는 경제전문가가 하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손을 댈때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솟고··· 그 이후의 후폭풍은··· 더이상 말 할 수가 없었다.

“일단은 그렇게 하자고. 알았지?”

“뭐, 그래 될지 모르지만, 해 볼게.”

현규는 재환과 맥주를 나누면서 집으로 돌아가 미전실을 이용해 새 정권과의 로비를 준비했다.

그 뒤로 재환은 있는대로 달러를 긁어모았다.

97년때도 그랬듯이 2008년에도 일단 달러와 엔화를 최대한 긁어모으고, 사내 현금을 금으로 돌렸다.

갑작스런 자금 흐름에 의문을 가지는 금감위가 조사를 했으나, 그 뒤로 혜성그룹이 수출량을 늘리고, 해외 회사 인수를 위해 준비한다는 기획서를 올려서 조사 끝에 넘어갔다.

***

“회장님, 정말 해외에 기업 인수를 준비하십니까?”

“뭐, 할 수 있으면요.”

김준호는 재환이 명한대로 최대한 달러와 엔화, 금을 모으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그 정보를 들은 임원들 역시도 각자 준비를 했다.

그동안 재환은 저녁에 장인어른 댁에서 딸을 데려간다고 전화했고, 컴퓨터로 해외 증시를 봤다.

“내가 살다살다 이 짓을 할지는 몰랐는데···.”

주식은 많이 했었어도, 질색하던게 선물거래랑 옵션 거래였다.

하지만, 앞으로 벌어질 파국을 생각하면 싫어도 해야 됐고, 베팅 역시도 폭 넓게 해보기로 했다.

“계산된 도박이라도 해도, 진짜 찝찝하단 말이야.”

하지만 회사를 위해서 재환이 움직였다.

***

그리고 2008년 상반기가 지나고, 혜성그룹은 마이다스가 완공한 사옥으로 입주했다.

한티사거리의 거대한 성과 같은 사옥은 최상층에서 재환의 집인 삼신타워팰리스가 아주 잘 보였고, 반대편으로는 테헤란로 일대가 한 눈에 보였다.

사무실 이사만 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재환은 유급휴가를 줘서 이틀 정도 전 직원들을 쉬게 했다.

완공 이후 혜성그룹 사옥 앞에는 푸짐하게 제사상이 차려졌고, 명예회장 희경과 회장 재환.

그리고 일가들이 모두 모여서 각자 돼지 입에 봉투를 물려줬다.

“자~ 앞으로 혜성의 영광을 함께 할 곳이니 잘 부탁한다!”

새 건물에 제사까지 지내고, 들어오자 향기가 은은하게 퍼졌다.

그리고 구 사옥으로 썼던, 혜성백화점 본점 별관은 그 옛날 인수 전에처럼 명품관으로 용도 변경을 위한 개,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이후로 반가운 소식이 또 들렸다.

광주의 혜성타이거즈 신구장 완공, 그리고 광주에 짓기로 한 철도 테마파크까지 완공이었다.

재환은 그곳을 모두 방문하고, 격려금을 전달해줬다.

“자, 신구장도 짓고~ 그럴듯한 랜드마크도 지었으니, 광주도 이제 살아나겠죠?”

“하하, 그렇습니다.”

광주시장은 호남 일대에서 진정한 넘버1이 된 혜성그룹을 절대적으로 신뢰했고, 투자를 기대했다.

그렇게 광주에서 며칠 묵으면서 야구 경기도 보고, 오랜만에 휴가 온 것 같은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그 날이 왔다.

[RRRRRR-]

“여보세요?”

스위트 룸에서 세상만사 편하게 전화를 받던 재환은 미국에서 온 주재원들의 소식을 듣고서 쓴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됐군요. 토씨하나 안 틀리고···.”

세계경제위기.

미국의 투자은행 베어스톤스의 파산, 그리고 세계 4대 투자은행이었던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신청.

그로 인해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인 미국의 금융이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자고 일어나면 대형 금융사의 부도 소식에, 산업기반들도 하나하나 무너졌고, 미국 3대 자동차 회사인, 크라이슬, 랜포드, 제임스 모터스 역시도 정부구제 요청을 공식적으로 신청했다.

그 여파는 유럽을 넘어 아시아에도 찾아왔다.

2007년 2000까지 올라갔던 코스피 지수가 순식간에 1300대까지 추락한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리고 더 기가막힌 것은 천호동에서 전화한 장인어른이었다.

[사위··· 미안하네. 끝내 못 막았어.]

“미··· 아이고, 죄송합니다.”

순간 장인 앞에서 욕을 할뻔했던, 재환은 전화를 마치고 나서 휴대폰을 집어던졌다.

“정신나간 것들이 그렇게 경고를 했는데도!”

현 대통령과 과거의 친분 같은건 로비로도 못 쓸 일이었다.

재환은 여당의 의원이 된 장인어른, 그리고 삼신에 현규한테 로비 요청.

그 외에도 경제련에서 제안을 해서 어떻게든 고환율 정책을 막아달라고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신재환(혜성그룹 회장):네!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우리 회사가 사내현금으로 달러 쌓아놨는데, 고환율 정책을 포기해달라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이거 내수 완전히 박살나요!]

경제련 간부 자격으로 국회 청문회까지 와서 경제부처의 정치권 높으신 분들과 핏대를 세우면서 말했지만, 아직까지도 ‘일개 기업인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말만 들었다.

결국, 전의 평화당이나 우리당 정권과 마찬가지로 한민국당도 여당이 된 뒤로 하는 짓은 별 다를 바 없다는 정치 혐오감만 가득 들던 나날이었다.

“소고기 시위 막았다고 정신 차렸을 리가 없지.”

재환은 분노한 상태에서 TV를 켰는데, 그 꼴도보기 싫은 놈이 또 나와서 입을 열었다.

[강한수(경제부총리): 고환율 정책은 계속 유지되야 합니다. 또한, 미국발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외환보유고 600억 달러를 차례대로 쓸 것이며, 수출 증대를 위해 원화 약세, 달러화 강세로 좀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겁니다.]

“에라이!”

리모컨까지 집어 던진 재환은 씩씩거리며 서울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 옛날 자신에게 대놓고 면박을 주고 안암대 라인 이용해서 ‘재벌은 악, 전문경영인 외 혈족 경영은 금지’를 주장했다가 날라간 전 경제부총리 이영재 다음으로 저 인간을 혐오하게 되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까지 고환율의 여파로 당장에 혜성그룹부터 위기가 왔다.

***

사장단 회의는 죽을상을 한 경영인들의 얼굴이 가득했다.

재환 역시도 지끈거리는 머리로 말했다.

“그래서··· 얼마나 올려야 합니까?”

“전체적으로 소비재는 전부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회장님, 특히 원유값과 원자재 값이 2배나 폭등했습니다. 이대로 현 가격정책을 유지하기는 무리입니다.”

혜성식품, 혜성시계, 혜성바이오는 물론이고, 혜성전자와 혜성자동차 역시도 배럴당 두 배 이상 오른 기름값에 머리가 깨질 지경이었다.

“휘유유- 어떻게, 대비를 한다고 했는데도 이 정도이면···.”

재환은 이미 1년전부터 세계 경제위기를 대비해 엄청난 준비들을 했었다.

먼저 달러와 금, 엔화를 사내현금으로 보유하고, 효령이나 KS를 통해 석유공급 장기 계약을 맺어서 최소한의 수급을 끝냈으며, 원자재를 다량으로 사들이고, 해외 부동산들을 미리 매각했다.

그 상황인데도, 어느정도 버티는가 싶다가 다시 위기를 맞이했다.

그나마 재환이 대비한 혜성이니까 이정도로 버틴거지 그 위에 있는 기업들도 부실 계열사 매각에 구조조정까지 대규모로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10대 기업 중에서도 파산 위기에, 분식회계 특검이 움직이는 곳도 나왔다.

중공업, 해운, 철강쪽은 완전히 주가 말아먹고 있고, 혜성자동차도 위기인 상황.

재환은 그 상황에서 사장단의 제안을 받았다.

“회장님, 아무래도 긴축재정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이 참에 무기계약직들을 대거 정리하고, 과다한 인건비부터 줄인다음 체질 개선을···.”

“그건 안 될 말입니다.”

재환은 그 상황만큼은 거부했다.

“구조조정으로 대량 해고해서 회사 살리는 건 가장 최악의 수라는 걸 내 누누이 말했지 않습니까?”

“하지만, 회장님. 이 불경기가 3년만 계속되도,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겁니다. 그리고 당장에 3분기 매출부터가 유의미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상유지라는게 제일 힘든 상황에서 나온 비관적인 경제 지표.

그 상황에 재환은 칼을 뽑아 들었다.

“현재 계열사 위기에 대해서 내가 해결해 보려고 합니다.”

회장이 직접 움직이겠다는 말에 사장단들은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긴장한 눈으로 바라봤다.

“뭐, 아직까지는 예상한 일이었고. 거기에서 이제 준비한 것들을 모두 꺼내야죠.”

재환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금 사장단 외 고위임원진들에게 상기시켰다.

“잘 알아두세요. 내가 있는 한 혜성그룹 내에서 위기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움직여서 전부 해결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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