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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는 재벌의 삶!-177화 (177/244)
  • 177- 악당을 만들었으니, 모두 치거라!

    프랑스 임원들에게 한 방 먹이고 쫒아낸 재환은 여기까지 온 김에 계열사들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먼저 간 곳은 계양역에 있는 혜성마트였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고, 특히 자회사 혜성바이오의 버프와 농협의 지원으로 인해 농산물이 다른 마트보다 압도적으로 싸다는게 장점이었다.

    [자~ 어머님들! 오늘 특별 할인은 청양고추입니다! 진짜 청양에서 재배한 우리 농산물입니다!]

    고추 세일을 하자 몰려들면서 마구 퍼가는데도 1천원 이하대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캐셔들이 계산을 하는 모습에 재환은 미소를 지었다.

    얼마 안 있어 헐레벌떡 달려온 일원들이 재환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회, 회장님! 어떻게 연락도 없이 이곳에···.”

    점장 이하 간부들이 달려와서 굽신거릴 때 재환은 마트 냉장품목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겸사겸사 슬쩍 와야지, 진짜 상황을 알 수 있죠.”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회장님, 이쪽으로 오시···”

    “됐습니다. 한바퀴 돌고 제가 찾아가죠.”

    괜히 재환이 우루루 사람들 데리고 다니면 소비자들 시선만 한 곳으로 몰리고, 그러다 보면 괜히 고객 쇼핑 방해만 된다.

    재환은 준호에게 말해서 점장 데리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라고 했고, 재환 혼자서 편하게 마트를 돌았다.

    물론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경호팀이 있었으나, 상당히 온화한 경계였다.

    한바퀴 돌고 온 재환은 자리에 앉아서 몇 가지를 물었다.

    “직원들 휴게센터를 봤는데, 그거 불법개조 아닙니까?”

    물류창고 옆에 컨테이너 두 개를 설치해서 전기를 끌어왔는데, 옆에 공용재떨이도 있고, 전등 상태도 그런 것이 위험해 보였다.

    “아, 네. 휴식 용도로 만들은건데, 일단 소방법과 지자체에 증축 허가를 받은 겁니다.”

    “그렇다해도 너무 위험해 보이던데··· 조금 개선을 했으면 좋겠네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아, 내가 이 말했다고 무턱대고 없애진 마시고요. 그냥 불조심좀 하라는 뜻입니다.”

    오너가 한마디 했다고 꼭 다 없애버리는 ‘잘못된 오너 의중 해석’을 하는 간부들이 꼭 있어서 한 번 더 정정해준 재환이었다.

    재환은 그 외에 고용된 직원 목록을 보면서 캐셔 대부분이 무기계약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가장 베테랑이 누구입니까?”

    “여기 이 사람인데, 캐셔로 12년차입니다.”

    법적으로 무기계약이라 자진 퇴사까지 퇴직금은 없겠지만, 그래도 고과는 챙겨줬다.

    “이번에 에버홈 인수건으로 시끌시끌해요. 특히 그쪽 정규직/계약직 문제가 크긴 하더라고요. 복지시설도 미비하고.”

    “아, 네. 회장님.”

    고분고분 듣고 있는 점장에게 재환은 몇가지 지적사항 빼고는 제법 잘 돌아가는 지점이라 그냥 특이사항 없이 말했다.

    “그냥 시설 관리만 좀 더 해주시고, 사원 복지 잘 좀 챙겨주세요. 캐셔 아주머니들 자녀선물 같은거 준비하는 것도 좋고.”

    재환은 그렇게 말하면서 안주머니를 뒤적거렸다가, 아까 돈을 못 뽑은 걸 확인했다.

    그리고 준호를 보자 그가 준비했다는 듯 노란색 봉투를 꺼내 바쳤고, 재환은 그걸 점장에게 건네줬다.

    “금일봉입니다. 열심히 해달라는 뜻으로 보내는 거니 직원들 복지에 쓰세요.”

    “아, 예! 감사합니다. 회장님.”

    점장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그리 하겠다고 약속했고, 재환은 돌아가면서 다른 곳도 둘러봤다.

    여전히 픽업트럭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부평의 혜성자동차.

    그리고 판교의 제2 연구소가 지어질 때까지 종자 개량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은 많아도, 아직 인천에는 혜성백화점이 없었지만, 향후 청라와 송도 개발 이전까지는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뭐, 더 좋은 기회가 온다면 그전에라도 입찰하겠지만 말이야.’

    어쨌건 인천에서 한 바퀴 돌고, 서울로 돌아온 재환은 그날 밤 즉석으로 약속을 하나 잡았다.

    “아이고, 총장님. 안녕하십니까? 어떻게 1년차이신데, 임기까지 문제 없으시죠?”

    신임 검찰총장에게 전화를 건 재환은 그날 저녁, 조촐하게 식사나 한 자리 가지기로 했다.

    약속장소는 서래마을인데, 그 곳은 국내 프랑스 거주인 겸, 각종 정부 고위직들이 많은 자리였다.

    재환은 서래마을 거리를 돌며, 뒷좌석 창문 너머로 보이는 수많은 백인 미녀들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피식 웃으면서 손가락을 펼쳤다.

    “레볼루숑~”

    ***

    [네, 다음 소식입니다. 작년 서래마을 일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냉장고 영아살해 사건에 대한 재판이 프랑스 내에서 재판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 김용철 기자입니다.]

    작년 서래마을에서는 말하기도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서래마을에 거주하는 프랑스 엔지니어 J씨는 냉장고에서 살해된 영아의 시신을 발견하여 경찰에 신고했다.

    갓 태어난 아이를 목졸라 죽이고, 냉동실에 시체를 보관한 천인공노할 사건 속에서 서초경찰서와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했고, 한국 내의 이미지에 엽기적인 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으니, DNA검사 결과 J씨의 친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정신질환을 앓는 J씨의 부인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구속영장을 검찰이 청구했다.

    하지만, J씨 부부는 ‘한국의 법을 믿을 수 없다!’면서 체포 이전에 곧바로 프랑스로 도주했다.

    거기에 한국에서 자신들을 범인으로 몬다고 검찰의 자작극 가능성까지 제기하면서, 한국 언론과 법조계를 비하하는 인터뷰까지 하여 주프랑스대사관 내에서도 국제관계에서 상당한 악영향을 끼쳤다.

    그 상황에서 결국 한국과 프랑스 사이에 외교부 간부들이 오갔고, 결국 처벌은 자국에서 하기로 했다.

    그런 상황으로 국내에서 프랑스라는 나라에 대한 여론은 최악.

    그런데 거기에 이어 재환이 불을 한 번 더 당겨버렸다.

    [네, 94년 한국 진출 이후 2006년에 모든 지분을 정리하고 철수하고 선언하겠다는 프랑스의 유통기업 카푸르. 하지만 아직도 지분을 가지면서 한국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하는데요? 에버홈마트의 수상한 지분구조에 대해서 저희 CBM이 추적했습니다.]

    “그렇지! 나오는구나!”

    집에서 기사 하나 보고서 주먹을 불끈 쥐고 외치는 재환을 보고 미연은 만삭이 된 몸으로 과일을 깎아 오며 물었다.

    “무슨 기사인데 그렇게 좋아해요? 회사 일인가?”

    “엉~ 미래의 우리 회사.”

    재환은 아내가 깎아준 과일을 한입 먹고, 그녀의 입안에도 넣어줬다.

    “승윤이는 언제 와?”

    “아, 오늘 아버님이 데리고 재운다고 하셨어요.”

    “아이고, 할아버지가 아주 손주를 끼고 사시네.”

    애가 순해서 그런지 양재동 희경 내외의 집이나 외가인 천호동 한 의원 집 어디를 가더라도 잘 잠든다.

    둘째 태어나면서 첫째는 양가의 할머니집에서 묵는 경우가 많았다.

    베이비시터를 따로 고용하겠다고, 했지만 양가 모두 그럴 필요 없다면서 직접 양육을 하니 재환은 뭘 해주고 싶어도 어머니와 장모님 만류로 그냥 놔둔 일이었다.

    아내와 대화하는 동안, 서래마을 사건과 카푸르의 지분 문제로 인해 프랑스에 대한 이미지는 점점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제 술자리 같이한 검찰총장이 나와 외환관리법 위반과 다국적기업에 대한 먹튀 논란으로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재환은 마지막 뉴스를 보고 이제 됐다고 생각하면서 박수를 쳤다.

    “뭐 보고 그래요? 저기 저 프랑스 기업?”

    “엉~ 다음달 쯤이면 우리 회사야.”

    “다다음달에 출산예정일인거 알죠?”

    “알지. 그때 같이 들어가려고.”

    “어머··· 됐어요.”

    미연은 활짝 웃으면서 오붓한 가족의 시간을 보냈다.

    ***

    까푸르인지 카푸르인지 하여튼 여기저기서 그 이름은 신문과 방송국 어디에나 나왔다.

    에버홈 마트 노동자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준다면서, 안도했고 본점인 부천 중동에서는 수시로 여당과 야당 할 것없이 국회의원들이 방문해서 그들의 손을 잡아주는··· 이른바 ‘위문 쇼’를 아끼지 않았다.

    웬만하면 정치인들이 기업하고 친해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좌우할 것 없이 확실히 손절했다.

    여론은 점점 나빠지고, 랜드에버그룹이 입을 꾹 닫고 있고, 타겟은 모두 까푸르의 잔여지분으로 향했다.

    [다음 소식입니다. 경찰은 근로기준법 위반과 외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전 카푸르 임원, 기욤 피레스씨를 긴급 구속했습니다.]

    [현재 검찰은 곧바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며, 프랑스의 카푸르 본사에도 소송을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까지 한탕 해서 털고 가려는 까푸르의 계획은 대실패, 거기에 다국적기업으로 잔뼈가 굵은 양반이 바로 감방에 가자 아시아쪽 법에 밝은 국제변호인단이 긴급히 한국으로 왔다.

    재환은 그 상황에서 혜성유통 임원들을 모아놓고 선언했다.

    “얼마나 될 것 같아요?”

    재환의 물음에 조용히 김만국 혜성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이 말했다.

    “한 달이 안 될겁니다. 지금 카푸르는 한국에 남은 지분보다, 과징금이 더 클 것 같으니 치우고 빠지려는 계획만 있을겁니다.”

    “맞습니다. 오래 못 버틸 것 같습니다. 프랑스 변호인단 역시도 과징금과 현재 구속된 임원들 보석에만 치중한다고 합니다.”

    다른 임원들의 말을 듣고서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2조 2천억을 삼신증권 투자자문으로 들었는데, 지금이라면 훨씬 더 싸게 후려칠수 있겠죠?”

    “네, 프랑스 지분만 걷어내도 충분합니다.”

    재환은 그 말을 듣자 한층 더 자신감이 생겼다.

    안팍으로 까푸르를 두들겨대고, 거기에 랜드에버는 이대로 있다가는 자기들도 특검과 세무조사가 들어갈 것 같으니 못 버티고 매각을 공개적으로 준비했다.

    “최대한 깎아보세요. 인수하고 나서 고용승계는 100% 해줄테니, 인건비 말고 다른쪽으로요. 아, 그리고···.”

    재환은 여기서 한 가지 폭탄을 떨어트렸다.

    “법무팀에서 노동법 전문 변호사들 모아서 파업하는 노조에게도 말하세요. 고용승계 해 줄테니 협상좀 하자고요.”

    “네?”

    “회장님, 구조조정된 계약직들까지 안고 가신단 말입니까?”

    “네~ 그거 인건비 다 합쳐야 100억도 안됩니다. 수수료로 생각하세요.”

    깎을 수 있는건 최대한 깎으라면서 고용문제로 인건비는 건드리지 말라는 회장의 오더였다.

    사실 인수하면서 기존 계약직들 다 털어내면 더 싸게도 인수 가능했는데, 오너가 그러라고 하니 일단 임원들도 합리적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그리고 재환이 이 소식을 발표하고, 에버홈 노조위원장과 만나는 자리가 되었다.

    ***

    “지금부터 제가 여러분들에게 두 가지를 제안할 거예요. 택일은 그쪽의 몫입니다.”

    “네, 말씀하세요.”

    고졸에 세 아이를 키운다는 캐셔 경력 20년의 아주머니가 노조위원장으로 나왔다.

    이번 에버홈 사태는 이분의 부당해고로 시작해서, 노조가 설립되었다고 한다.

    “에버홈에서 위원장님 외 노조 간부들을 정직원 고용하는 조건으로 파업을 끝내라고 했다죠?”

    “네, 그렇습니다.”

    “노조를 남기는 대신에 노조 외 직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하는 방식, 그리고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할테니, 에버홈 노조는 혜성마트에서는 허용 안하는 방식으로요.”

    그 말을 듣자 노조위원장은 고민했다.

    이미 그녀들은 대기업에서 두 번이나 뒤통수를 맞은 상태였다.

    그리고 혜성이 제안하는 것 역시 다른 대기업과 다를 바 없다면서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신재환 회장은 좀 다른 줄 알았는데.’

    고민하는 위원장 앞에서 재환이 말했다.

    “아, 혜성이 무노조라는 건 아닙니다. 다만 노조 설립을 5년 뒤 쯤으로 미뤄 달라는 겁니다.”

    “어째서죠?”

    “현재 혜성마트 내에서도 노조 이야기가 있는데, 인수되는 회사가 이미 거대 규모의 노조를 가지고 있다면 인화가 안 되니까요.”

    “그렇다면 혜성마트도 똑같이 노조를···.”

    “어디요? 전 에버홈 소속 노조에 기존 혜성마트 직원들이 들어가는 방식으로요? 그러면 우리 직원들 사기는 뭐가 됩니까?”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굴러온 돌이 박힌돌 빼내고, 거기다가 이끼까지 뿌리는 꼴이 될테니 말이다.

    그 상황을 말하자 위원장은 다시 고민했다.

    재환은 그런 그녀에게 조용히 제안서를 내밀었다.

    “이 두 개가 혜성의 조건이니 그럼 전체 직원 투표를 해 주세요. 거기에 혜성은 따르기로 하죠.”

    인건비 백억단위로 계속 입씨름 하기는 싫고 조건이 두 개니 너희끼리 한 번 결정하라고 정한 거다.

    다만, 기존 혜성마트 직원의 문제를 생각하라는 말도 말이다.

    “고려··· 해보겠습니다.”

    ***

    얼마 후 재환은 전화를 받았다.

    “네, 어떻게 결정됐습니까?”

    [전 직원 투표 결과··· 저희가 노조를 포기하겠습니다.]

    부당해고를 당한 계약직 직원 600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승격해줘서 고용승계를 한다는 조건이었다.

    물론 기존의 1000명 역시도 합치게 되었고, 이렇게 혜성마트는 직원 5500명의 규모가 되었다.

    [대신, 5년이 아니라 노조 설립 투표에 대해서는 3년 뒤로 해 주실수 있겠습니까? 저희가 기존 혜성마트의 직원분들과도 논의해 보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재환은 그렇게 하면서 노조위원장 아주머니를 에버홈마트의 민원서비스 담당 팀장으로 과장대우로 올려줬다.

    그렇게 직원 협상은 끝냈고, 이제 남은 것은 랜드에버 그룹과 혜성유통 임원들의 거래대금 문제였다.

    재환은 알아서 잘 할 것이라 생각하면서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뭐가 됐든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 끝내길 바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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