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76화 (176/244)
  • 176- 성령의 뜻? 신재환의 의지다!

    에버홈마트는 계속되는 파업으로 인해 모기업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있었다.

    특히 노조 운동의 중심인 부천 중동점은 주변 일대가 현수막들로 도배되어 있었다.

    [5년 동안 정규직 제안을 믿고 일했습니다.]

    [계속되는 급여 동결과 회사 내에서의 반성문, 그리고 감봉. 우리는 기계가 아닙니다!]

    하나하나가 사무치는 절규들이었고, 계약기간을 채우기 전에 해고된 노동자들은 더욱 더 분노했다.

    [연장근무 이후 한 번도 없었던 추가 수당!]

    [파업중에 대체인력 쓰는 것은 불법이다!]

    재환은 현수막들을 보고서 기가 찼다.

    “야, 이건 좀 심했는데···.”

    90년대의 깡촌 공장도 안 할 짓을 마음껏 하고 있었다.

    재환 역시 노조에 대해서는 말도안되는 파업에 시달려서 협상자 테이블로 많이 올라가 봤지만, 이건 그 이상이었다.

    에버홈마트는 아예 그들과 협상할 생각이 없다.

    그리고 용역을 동원해서 전부 다 쓸어버린다.

    차 안에서 그 모습을 본 재환은 기가 차서 담배를 물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시끄러워 질 것 같습니다.”

    “김 실장, 내 하나 물어봅시다.”

    “네, 회장님.”

    “저게 진짜 노조 때문에 저렇다고 생각해요?”

    재환의 물음에 준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노조 이전에 근로기준법에 기본 고용 자체를 안 지킨 겁니다. 저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감히 재벌 회장 앞에서 노조 이야기를 했지만, 재환은 그 이야기를 조용히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 나간 것들이 기업 이미지 생각 안 하고, 눈앞에 현금만 보니 저딴 짓을 하지···.”

    재환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그곳을 떠나자고 김 기사에게 말했다.

    “청량리로 갑시다.”

    재환은 곧바로 차를 돌려서 청량리역으로 향했다.

    청량리역은 혜성쇼핑이 입찰한 뒤로 혜성백화점을 크게 지었다.

    수익은 상당했고, 그 일대 상권을 전부 쓸어간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1층에 있는 미금저축은행에 재환이 도착하자 버선발로 달려나오는 인물이 있었다.

    “아이고, 신 회장! 이게 얼마만인교?”

    정말로 오랜만에 만나는 미금신용금고, 이제는 미금저축은행 회장 김미금이었다.

    “못 보던 사이에 더 젊어지신거 같습니다?”

    “아이고, 할매에게 못하는 소리가 없으시네. 안으로 들어오이소.”

    재환은 안내를 받고 안으로 들어갔고, 곧바로 커피가 나왔다.

    10대그룹 재벌 회장이 저축은행에 찾아온 일이니 안에 있던 모든 직원들이 초긴장 상태로 얼어 있었다.

    “혜성그룹이 이래 성장한 거 보면 역시 신 회장님이 대단하신 분입니다.”

    “네, PF(프로젝트 대출)로 막힌 자금 틔워준 여사님 덕분도 있죠.”

    “아이고, 내가 뭘 해줬다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어느덧 이 둘도 10년 인연이었다.

    선대 신희경 명예회장 때까지 합한다면 20년의 인연이고 말이다.

    그리고 재환은 커피를 마시면서 말했다.

    “이번에 대형마트 하나 인수하려고요.”

    “랜드에버에 그 에버홈인가 거기요?”

    “네~ 재계에서는 벌써 소문 퍼졌죠?”

    “말도 마소! 그 양반 나한테도 돈 빌렸는데, 돌려막기로도 부채 1500억 못 메꿔서 판다는 소문 자자해!”

    당연히 그럴 것이다.

    이미 카푸르 때부터 누적된 적자였는데, 대형마트 40개 지점의 유통매장이어서 눈이 돌아간 랜드에버 그룹이 빚으로 먹어치운 회사니 말이다.

    그래서 기존에 카푸르 역시도 납품업체 단가 후려치기와 파견직 캐셔들로 원가 절감을 극심하게 했지만, 마른오징어에서 물 짜낸다고, 에버홈은 한술 더 떠서 계약 기간 남은 캐셔들까지 구조조정 시켰다.

    앞서 시위에서 봤듯이 그동안의 잔여수당이나 퇴직금은 하나도 없이 말이다.

    재환은 잘못 삼켜서 배가 터져버린 랜드에버 그룹의 대형마트 에버홈을 자신이 거둬들일 계획을 짰다.

    “그래서 어느 정도가 필요하신가요?”

    “금액을 적겠습니다.”

    재환은 인수에 필요한 대금을 적었고, 김미금은 그것을 보고는 활짝 웃으면서 간만에 융자 큰 건이 나왔다고 좋아했다.

    ***

    [여러분! 성경에는 노조가 없습니다!]

    “나왔다. 역대급 망언.”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오너 일가에서 나온 단어.

    성경에는 노조가 없다.

    노조를 전부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용역깡패들을 동원해 모두 철거한 다음 나온 말이었다.

    그리고 랜드에버 회장 일가를 포함해서 주변 임대 상인들의 불만도 상당했다.

    [언제까지 파업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우리는 장사하지 말라는 겁니까?]

    [그 사람들 정규직 전환문제 시위로 우리까지 나앉게 생겼어요! 이거 너무한 거 아닙니까?]

    노조 시위에 대한 후폭풍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쪽 상황도 이해가 갈 일이었고, 재환은 해결을 위해서는 적당히 설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일단 휴대폰을 들었다.

    [아이고, 회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첫 시작은 KBC 사장이었다.

    “네~ 사장님, 작은 부탁을 들어주실수 있겠습니까?”

    [허허허, 작은 부탁이라니요? 뭐든지 말만 하시죠.]

    “에버홈에 사발 한 번만 불어주세요.”

    [아~노조들의 불법파업, 뭐 그런겁니까? 그것들 좀 설치긴 하죠?]

    “아뇨, 그 반대.”

    [···네?]

    역으로 노조 활동을 하는 에버홈 비정규직들을 피해자로, 그리고 랜드에버그룹과 에버홈에 대한 불공정 계약과 갑질을 악으로 말해달라는 것이다.

    [저, 회장님··· 아무리 그래도 랜드에버 역시도 나름 저희 방송국에 광고를 많이 보내주고··· 또 기업과 언론간에 이렇게 균열을 만들면···]

    “랜드에버가 더 오래갈까요? 혜성그룹이 더 오래갈까요?”

    [아··· 회장님?]

    “그리고 어느쪽이 더 KBC와 더 좋은 친구관계가 될까요?”

    재환은 선택 잘 하라는 은연중의 한마디를 해 주고 전화를 끊었다.

    그 다음은 CBM, 그리고 SBC까지 각각 내용은 달라도 재환을 위해서 사발을 요청했다.

    ***

    [다음 소식입니다. 에버홈 사태가 더욱 장기화 되는 가운데, 모기업인 랜드에버 그룹은 에버홈 마트를 전체 매각할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누적 적자를 메꾸지 못하는 상태에서 파업으로 인해 일부 전문가들은 매각 가능한 기업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현재 혜성그룹과 샤를로트그룹이 유통업 확장을 위해서 인수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으며···]

    랜드에버 그룹의 박 회장이 지상파 3사에서 일제히 날아오는 뉴스를 보고 길길이 날뛰었다는 이야기는 경제련 회장단 사이에서도 술안주거리가 되었다.

    정작 그렇게 날뛰어도 당시 중견기업 수준인 랜드에버는 광고 뺀다는 협박질을 해도 어째서인지 전혀 먹히지가 않았다.

    언론플레이로 점점 두들겨 맞고 있는데다가 기껏 할 수 있는 방법이 메이저 신문사도 아니고, 인터넷 신문을 통해 홍보를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민심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얼마후 재환에게 연락이 왔다.

    ***

    “회장님, 랜드그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에버홈 갖다바친다고요?”

    “직접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아마 인수 논의가 아니겠습니까?”

    재환은 그 말을 듣고서 담배를 꺼내 물었고, 준호가 다가와 불을 붙여줬다.

    “삼신증권에서 자문 받았는데, 부채 끌어안고 인수하는데 2조 2천억은 든다고 하던데···.”

    조아은행과 대한산업은행 두곳에서 이미 혜성전자의 미래를 위한 반도체 사업에 풀 융자를 땡긴 상태였다.

    거기에 미금저축은행을 통해 입찰최저보증금 수준으로는 융자를 받았는데, 그 돈 다 내기에는 쫌 아까웠다.

    “그래서 누가온답니까?”

    “회장님 그게 저···.”

    “?”

    ***

    서울이 아닌 인천 국제호텔 VVIP 라운지에서 재환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뭐 대단한 회담을 하겠다고 여기까지 오라가라야?”

    재환이 일부러 투덜거리면서 임원진을 대동하고, 오자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뜻밖에도 한국인이 아니었다.

    둘 다 장신에 40대 중후반은 되 보이는 백인이었다.

    “뭐야, 이것들?”

    “Bonjour, Enchanté de vous rencontrer! Voici ma carte.(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여기 제 명함입니다.)”

    불어로 인사를 하면서 명함을 건네주는 백인 사내를 보고 재환은 그것을 집은 뒤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Sorry. I don’t Know français. please Korean Speaking.(미안, 난 불어 할줄 몰라. 그러니 한국어로 말해.)”

    일부러 프랑스 사람 앞에서 영어로 말하자 그들은 씁쓸하게 웃더니 자리를 안내했다.

    “앉아서 이야기 하시죠.”

    제법 유창한 한국어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재환 역시 그 명함을 확인했다.

    “에버홈 고문, 기욤 피레스?”

    “그렇습니다. 신 회장님.”

    “암튼, 잘 알겠소. 미스터 윌리엄.”

    프랑스어 ‘기욤’을 영어식 ‘윌리엄’이라고 발음한 어그로에 기욤 고문의 이마에 실핏줄이 돋았다.

    “프랑스 사람들은 직설적인거 싫어하나?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으면 좋을텐데 말이죠.”

    일단 사업 이야기를 하자고 부른거니 빨리 너희들 조건을 말해보라는 재환의 재촉이었다.

    그러자 기욤은 헛기침을 하면서 007가방을 열고 그 안에서 서류를 꺼냈다.

    그 안에 있는 것은 에버홈 마트에 대한 매각 제안서였다.

    “저희 쪽에서 산출한 금액입니다.”

    “흐으음.”

    재환은 그것을 보면서, 매각대금에 대한 하나하나를 살펴봤다.

    각 지점마다 매출전표가 나와있고, 거기에 대해서 산출한 금액들을 종합하고, 물류센터에 있는 물건들까지 전부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재환은 그것을 보면서 한 가지 웃긴 사실을 발견했다.

    “당신들, 까푸르에서 파견나온거였나?”

    “아, 그렇습니다. 아직 국내에서 완전 철수는 아니고, 법인명 변경으로 인해서 소수 지분은 우리 까푸르가 가진 관계로···.”

    “웃기고들 있구만.”

    “!”

    기욤과 그 뒤의 있는 프랑스 임원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거 댁들이 작성한 건가? 기업 내 직원들과 아웃소싱에 대한 업체 대금··· 왜 이걸 우리한테 청구해?”

    “아, 그것은···.”

    “니네들이 처음부터 정규직도 아닌 캐셔를 아웃소싱 파견직으로 굴렸으면서 무슨 낮짝으로 이걸 청구했냐고.”

    “!”

    사실이었다.

    카푸르는 각 나라의 해외법인을 만들 때, 전 직원을 정직원으로 채용하였는데, 유독 아시아에서는 파견근무로 돌려버려 인건비를 말도 못하게 줄여버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여기서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건가? 자유, 평등, 진리는 어따 갖다 팔아먹었어?”

    “미, 미스터 체어맨! 그것에 대해서는···.”

    기욤이 뭔가 해명을 하려 했지만, 재환은 들을 생각이 없었다.

    “조 단위로 매각건이 진행되니 철수하고서도 얻어먹을 부스러기 없나 청구하는거냐? 이건 니들하고 랜드그린이 해결할 일이잖아? 정 아니면 지금이라도 정규직으로 전원 채용해 놓던지. 그러면 우리가 전부 인수인계 할테니까.”

    “미스터 신! 우리는 아직 잔여 지분이 남아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인수를 진행할 경우 우리의 지분까지도 사들여야 원활하게 40개의 마트를 운영할 수 있을 겁니다.”

    자기들 지분 아직 남아있었으니 그 지분을 강매에 가깝게 사 가라는 까푸르 임원들의 반응에 재환은 귀를 후비적거렸다.

    “글쎄?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는데? 정 그 지분 받고 싶으면 너희들 파견직원들 추가수당하고, 고용보험에 대한 청구서 준비해와. 니네가 우회고용한 파견직 전부다.”

    “무, 무슨!”

    말도 안되는 어깃장을 놓는 소리였지만, 재환은 태연했다.

    네깟 놈들 지분을 사느니 차라리 과반수의 랜드에버그룹 지분만 사들인 다음에 정 안되면 사모펀드에 웃돈 주고 넘겨버릴 것이라는 마인드였다.

    “그동안 한국 근로기준법 악용해서 꿀좀 빨았으면, 적당히 빠질 것이지 어디서 가라 청구서를 들이밀고 있어?”

    “미스터 신!”

    참다 못한 기욤 이사의 말에 재환은 싸늘한 눈으로 말했다.

    “내가 무리한 걸 요구하는 걸까? 아니면 네놈들이 되도 않는 웃돈을 요구하는 걸까?”

    까푸르가 그동안 한국법인을 통해 자행했던 근로기준법 위반사례만 하더라도 작정하고 털면 마트 하나 꽉 채울 정도는 나올거다.

    게다가 납품업체들에게 강요한 불공정거래에다가 마트를 짓는다고 국내 부동산을 과다계상해서 본사로 돌린것도 파고들면 외화 밀반출 건으로 정부까지 움직인다.

    “어쭙잖게 눈탱이 치고 한국에서 마지막 한탕 하려는 것 같은데, 나한테는 안 통해.”

    재환은 손가락을 까딱였고, 협상은 확실히 결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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