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75화 (175/244)
  • 175-내가 비정상일까? 너희들이 악일까?

    “꼴받게 말이야··· 그 새끼가 뭐라고 했던 줄 알아? 아저씨가 뭔데 의사들 모인 곳에 와서 그러냐는 거 있지?”

    한 달간 강릉 출장을 마치고, 육공회 모임에 참가한 재환은 거기서 있었던 일을 술안주 삼아 풀고 있었다.

    “애새끼들 정신 나갔네?”

    “요새도 그렇게 줄빠따 치고 그런다냐? 야~ 애들 무섭다 진짜.”

    이제 육공회 멤버들도 최연소자가 서른일곱인 중년의 아재들이었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예과2년에 본과4년,군의관 3년, 인턴 1년에 레지던트들 합해야 삼십 전후 된 녀석들이 어서 배워먹었는지 1-2년 늦게 들어온 애들을 패고 있었으니 재환이 눈이 돌아갈 법했다.

    “게다가 말이지. 강원도 내에서 방귀 께나 뀐다는 집안 자제들이더라. 자기 자식이 뭘 잘못했냐고 따지려다가도 나 보고 싹싹 빌더라고, 제발 자식들 앞길만 막지 말아 달라고.”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앞길은 지랄, 남의 눈에 눈물 흘리게 한 새끼들은 지들도 피눈물 흘려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싹다 컷!”

    “크으~ 아주 속이 다 시원하게 처리했구만.”

    재환의 강릉 썰을 들은 육공회 멤버들은 모두 손뼉을 쳤다.

    “솔직히 나도 따지고 보면 엄청 보수적인 사람이란 말이지, 안정적인 장사가 확실하게 남는다는 걸 고수한다고.”

    어디까지가 과연 보수적이어서, 천억이고, 2천억이고 냅다 배팅하는 스타일의 경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본인이 그렇다니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우리도 다시 보게 됐어요. 국내 제일의 아성병원에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지.”

    “우리 또한 마찬가지야.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선길과 현규는 각각 집안에 소유한 병원이자 국내 1,2위를 다투는 아성병원과 삼신의료원으로 유명했다.

    그리고 그 중 현규는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을 알았다.

    “웃기는게 뭔지 알아? 보건복지부 내에서 전체 감사가 왔는데, 의사고 간호사고 우리가 가장 똥군기가 없었어.”

    현규는 그것에 대해서는 굉장한 자부심을 품었고, 관리의 삼신이라는 것이 다시 한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유가 참으로 단순했어. 최근 전공의들 연봉이 얼마인 줄 알아?”

    그 말에 대현부터 문영, 용진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는 의대 운영 안 한다.”

    “사촌네 일인데, 왜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지?”

    그리고 향후 의대와 부속병원 재단을 운영하려는 정인과 재환이 귀를 기울였다.

    “최저 연봉이 3천만원, 그리고 최고 연봉이 우리 삼신의료원이다.”

    1년차 레지던트의 평균 연봉이 3515만 원이라는데, 삼신은 1년 차부터 7천만원을 제공했다.

    곳간에서 인심이 나온다고 했던가?

    레지던트 이후의 펠로우, 부교수는 물론이고 간호사까지도 최고 대우를 해 주는 와중에 관리 또한 철저해서 대다수 의사나 간호사들은 태움과 집합이 가장 적다고 한다.

    물론 걸리는 순간 삼신 법무팀과 면담해서 자사의 명예를 실추한 것까지 청구해서 말이다.

    재환은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면서 일단 고려해 보기로 했다.

    추가로 다른 의대 재단을 가진 오너들도 말이다.

    ***

    “일단 제가 고삐 한 번 조였으니까 앞으로 운영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라. 아주 눈물 쏙 빠질 정도로 나도 다져놨으니까 앞으로 그럴 일 없을거다.]

    재환은 이제 남은 대학 재단에 관한 운영을 다시 희지 숙부에게 맡기고, 경영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네, 지선이 던트를 경한의료원으로 가도 안심할 정도로 부탁드려요.”

    [그럼~ 당연하지. 내 딸이 가도 안심할 정도로!]재환은 그것을 끝으로 일단 병원의 기틀을 다져놨으니 나머지는 숙부에게 맡겼다.

    그리고 강릉병원 증축 완공되고 분당에 1000병상 이상의 상급종합병원 만들 부지만 완공될때나 움직이기로 했다.

    ***

    또다시 1년이 지나고, 기전실에서 10년동안 지켜왔던 임창훈이 사임을 청했다.

    “혜성그룹에서 33년, 그중에서도 기전실만 10년을 지냈습니다.”

    “오래 일해주시긴 했네요. 앞으로 5년은 더 계실 수 있는데 말이죠.”

    “아이고, 아닙니다! 그때되면 칠순까지도 하라고 하실 것 같군요. 하하하!”

    재환은 그 사표를 받아줬고, 고문으로 위촉해줬다.

    이것으로 97년 재환이 회귀한 이후로 아버지의 사람들이었던, 김범준, 성윤규, 장진욱, 임용태, 김명진. 임창훈 등의 1세대 전문경영인들은 모두 현역에서 물러났다.

    재환 역시도 진짜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가 되돌아볼 정도였다.

    “진짜 딱 10년이네···.”

    재환은 회장실 너머로 열심히 지어지고 있는 마천루를 바라봤다.

    혜성그룹의 신사옥, 내년 완공 시 이곳은 혜성백화점 본점의 명품관으로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자신의 신혼집 삼신타워팰리스.

    참으로 오랜 시간이었다.

    어쩌다 보니 가족이고 뭐고 일만 진탕하다가 신세 한탄을 하던중 돌아온 과거.

    그리고 도산 위기의 가문을 살려냈고, 집안의 분열을 모두 봉합시켰다.

    게다가 매년 건강검진으로 부모님의 상태도 체크하면서 손주도 안겨드리니 최고의 효도였다.

    그리고 이제 재환은 자신들의 사람들을 이용해서 혜성그룹을 더욱 더 성장시켜 보기로 했다.

    얼마 후 차기 기전실장이 발표됐다.

    그룹의 실질적인 2인자라고 할 수 있고, 왕조로 치면 황제 옆에 도승지라고 할 수 있는 자리.

    과연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하냐는 선에서, 재환의 픽은 뜬금없게도 팀장이었던 김준호였다.

    벼락출세라고 할 수 있었는데, 일단은 이사대우로 승진시킨 다음 사장~부회장급이 아닌 이사급 기전실장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임창훈 후임이라 생각했던 박찬우가 김범준의 뒤를 이어 유니콘 기술재단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기전실 만큼이나 육공회의 존재를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는 유니콘 이사장인지라 진실을 안 박찬우 역시도 묵묵히 따랐다.

    “제가··· 이 자리를 감히 맡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회장님.”

    “에이~ 서운한 말이네? 내 픽이 틀렸다는 건가요?”

    “아니요! 그런 말이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 97년부터 계속 일해왔죠?”

    “그렇···습니다.”

    “내가 BQ시스템 처음 도입한다고 했을 때 하청업체에 필름카메라로 날짜확인해서 보내게 하는 방식. 첫 아이디어였습니다.”

    바로 재환이 경영했을 때 처음으로 받은 아이디어였다.

    그 뒤로 갓 입사한 폐급 기환이를 서포트해서 혜성 게임즈 설립에도 한 발을 걸쳤고, 재환이 삼신의 사외이사가 되어서 자동차 협상을 하러 갈때도 일본 주재원들 안내해주고 같이 따랐다.

    게다가 IT의 황제, 빌 거위츠를 만나는 자리까지 같이 갔고, 엘리사 수를 영입한 자리에도 있었던 산전수전 다 겪은 동지였다.

    “솔직히 당신 커리어면 지금 올라도 이상하진 않지.”

    “송구합니다. 전부 회장님께서 저를 좋게 봐 주셔서···.”

    재환은 피식 웃으면서 임창훈의 후임으로 새 기전실장을 김준호로 발표했다.

    그리고 첫 일정에서는 재환을 따라 계열사 시찰을 가고, 식당으로 잡은곳은 뜻밖의 장소였다.

    [라면 뷔페 라.끓.사]

    재환이 추진했던 라면 뷔페였다.

    현재는 전국에 200여곳의 점포를 가지고, 현금장사로 짭짤한 수익을 올려서 요식업체들이 자신들도 라면 뷔페를 만들겠다고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 곳에서 재환과 준호의 식사 자리가 마련됐다.

    준호는 자신의 방식으로 라면을 끓여서 회장님 앞에 한 그릇 바쳤다.

    “그러고보니 애가 지금 몇 살이죠?”

    “아, 네. 셋이 있는데 큰애가 올해 유치원 갑니다.”

    “오~ 내가 돌잔치는 못 갔어도, 결혼식은 갔었지.”

    오너와 부하라기 보다는 친구와 같이 대하는 재환의 반응에 준호는 조금씩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둘이서 라면 한 그릇씩 때리면서 이제껏 하던 대로 시찰하는 쪽과 그의 스케줄을 맞추는 쪽으로 콤비가 이뤄졌다.

    그리고 새 기전실장이 얼마 후 아이디어를 하나 올렸다.

    ***

    “이거 뭐라고 읽습니까? 카푸어?”

    “까푸르(Carfoure)입니다.”

    “농담을 점점 못 받아들이네···”

    “죄송합니다.”

    “아니, 그렇게 정색하진 마시고.”

    재환이 낄낄거리면서 임창훈 때와는 다르게 친구 대하듯이 대화를 하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프랑스 소속의 세계적인 유통기업 카푸르는 94년 설립 이후 05년에 국내에서 철수했습니다.”

    “네, 알고 있죠. 그리고 지금은 에버홈이죠?”

    국내 패션,유통,외식,호텔업 종합기업인 랜드에버그룹은 그 규모는 작아도 내실이 튼튼한 기업이었다.

    특히 패션과 유통업 쪽이 강세였는데, 그들은 수십 개의 패션 브랜드를 소유하면서 삼신의 삼신모직이나, 혜성의 혜성패션보다도 우위에 있었다.

    “그곳이 카푸르 지점 40개를 인수하면서, 현재 내우외환이 심한 상태입니다.”

    “뭔 상황인지 알겠군요.”

    카푸르가 국내에 들어와서 만들어버린 악습이 몇 가지 있었다.

    당시의 노동법에 맞춰서 노조를 허용하지 않고, 파견직 위주로 캐셔를 돌렸으며 하청의 재하청 방식이어서 적은 급여에 엄청난 중노동으로 고생하는 직원들이었다.

    이후 다른 대형 마트도 파견직으로 직원들을 굴렸고, 혜성만 유일하게 파견 없는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이 혼합된 형태였다.

    물론 그 정규직의 비율을 조금씩은 늘리지만 말이다.

    재환은 그 서류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문제가 많네요. 랜드에버가 처음 카푸르를 인수했을 때, 그때의 파견직들을 모두 정규직 전환후 고용승계를 약속했지만··· 이 놈들이 이걸 씹었네?”

    뿐만이 아니라 외부 용역으로 인해서 노조 설립 창설 반대, 직장 내 성희롱, 주가조작, 임금 체불등으로 논란이 많았다.

    “이런 드러운 이미지로도 참 회사 운영 용케도 했구만.”

    “네, 회장님. 그로 인해서 에버홈 마트가 아예 법인 매각을 시도한다고 합니다.”

    “경쟁자는요?”

    “있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마트 점거에 농성을 하는 이런 이미지를 가진 기업을 누가 인수하겠습니까?”

    “재밌는 말이군요. 그럼 왜 우리는 인수하겠다는겁니까? 그 이미지 안 좋은 곳을요.”

    재환의 물음에 준호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혜성이라면 충분히 그곳을 살려내고 유통업에서 샤를로트를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호오?”

    “노사분규나, 직원 착취, 모기업의 비리 등 안 좋은 면을 모두 걷어낸다면, 전국 40개. 그 중에서도 수도권 21개 지점을 갖춘 대형마트를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즉··· 나니까 거기를 되살려서 혜성의 무기로 만들 수 있다?”

    “불편하게 들리셨다면 죄송합니다.”

    “···”

    짝-짝-짝-

    재환은 조용히 박수를 세 번 쳤다.

    그리고는 자리에 일어나서 김준호의 어깨를 짚었다.

    “좋은 마인드입니다. 이것 또한 혜성쇼핑 성장을 위해서 좋은 수가 되겠군요.”

    준호의 말대로 재환은 그때의 과거를 알고 있으니 충분히 살려내서 지점을 늘리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빈틈이 많은 상황인지라 여기서 구원의 손길을 내밀면 에버홈의 전직원들을 포섭할 수도 있었다.

    “이사회 소집하세요. 그리고 혜성쇼핑의 에버홈마트 인수 진행하도록 합시다.”

    “네, 회장님.”

    재환은 강성노조와 임금체불, 파견직 뺑뺑이 등의 기업에서 치부로 삼는 것들이 가득한 그곳을 인수하기로 정했다.

    그리고 남들이라면 안 할 그 협상에 응하기로 했다.

    지극히 합리적으로 다가가서, 남들이 비정상이라고 하는 것을 정상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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