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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는 재벌의 삶!-173화 (173/244)
  • 173- 그 의대 내가 사지!

    재환은 아버지 생일 이후로 업무에 복귀했다.

    혜성그룹 본사로 숙부를 초대하고 현 상황에 대해 보고 받기 위해서 말이다.

    둘째 숙부 신희지 이사장은 재환에게 인수할 학교들을 보였다.

    “흐으음.”

    의대를 가진 학교들을 인수하자고 했는데, 그 중에서 두 개가 나왔다.

    “하나는 서울의 명진대, 그리고 다른 하나는 광주의 서명대란 말이죠?”

    둘 다 정원 49명의 소규모였다.

    그리고 현재 이사장에 대한 문제로 대학 전체가 위기에 빠진 곳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내가 자리 마련해서 의대 빼올 수 있겠다.”

    물론 혜성그룹의 자본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충분히 인수는 가능하다고 한다.

    가장 먼저 설명한 곳은 명진대였다.

    “여기가 현재 초대 이사장 이후로 그 아들이 운영이 시원찮아서 많이 위기야.”

    서울 홍제동과 경기도 용인시에 이원화 캠퍼스를 둔 명진학원은 유치원,초등,중학교에 외고까지 갖춘 종합 사학재단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와 대형빌딩 공사 수주도 곧잘 맡은 명진건설과 명진병원까지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었다.

    이처럼 규모 짱짱한 명진재단에게서 재환이 의대를 노렸다.

    “자, 그럼 한 번 알아볼까요?”

    재환은 내친김에 직접 움직여 보기로 했다.

    홍제동에 있는 명진대 서울 캠퍼스는 수많은 빌라촌 속에서 협소한 공간이었다.

    위치야 신촌역이나 가좌역에서 버스를 타면 금방 도착할 접근성이라지만, 태생적 면적의 한계였다.

    “흐으음.”

    “이곳이 인문대고 여기서 바로 일산으로 올라가면, 대학병원, 그리고 아래로 내려가면 이과대학이지.”

    재환은 의대를 인수하기로 했으니 일단 대학병원을 선택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고양시에 위치한 명진병원이었다.

    “정확히는 일산이 아니라 ‘덕양’이군요.”

    덕양구에 위치한 명진병원은 550병상 정도의 규모로 서울 캠퍼스만큼이나 여기도 상당히 협소해 보였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재환은 일단 여기에서부터 시작을 해 보기로 했다.

    재환은 그곳을 보고서 적어도 1000병상 정도의 3차 의료기관으로 만들 부지를 새로 찾아보기로 했다.

    “자~ 그럼 이제 된 건가요? 아직 이공계 캠퍼스가 남아있나?”

    “아, 그게 말이지···.”

    “네?”

    “사실 이 재단의 캠퍼스는 강릉에 있어.”

    “···?”

    재환은 현재 시간을 보고 지금 안에 강릉을 다녀올수 있을지 생각했다.

    ***

    “대학교 한번 복잡하게 얽혀있네요.”

    결국 이틀에 걸쳐서 강릉, 용인, 서울, 일산에 모든 학교를 돌아본 재환은 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 대해서 뒤늦게서야 이해했다.

    명진병원은 명진학원과 별도의 재단으로 이뤄져있다.

    하지만 법률상 학원의 의대와 병원재단은 해당 병원과 이어지지 않아서 부속병원이 못 됐다.

    이유를 알려고 하니, 이건 과거 아성그룹이 울산에 대학교를 지어놓고, 의대만 서울 아성병원이라고 따로 만들어 학교법인의 수익형태로 하는 것을 따라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그걸 왜 저에게···.”

    육공회 모임에서 선길은 왜 그걸 묻냐는 표정이었다.

    “야, 너희 조부님께서 만든 제도인데, 네가 모르면 누가 알겠냐?”

    “아성의료재단은 저희 쪽 아니에요. 숙부님 그룹이지.”

    “숙부님에게 그 법안 어떻게 통과시켰는지 알아올 수 없어?”

    재환이 의대 인수에 대해서 좀 도와달라고 말하자 맘 약한 선길은 결국 그것을 대략 알아와서 정보를 전달했다.

    “그렇지 않아도, 교육부가 그거 가지고 뭐라고 해서 울산에 대학병원 새로 만들고, 서울아성은 협력병원으로 돌린대요. 앞으로 10년은 걸릴 일이지만.”

    “그렇단 말이지?”

    결국, 재환은 자신들도 그렇게 하려면 택일을 해야 했다.

    강원도에 배속된 명진대 강릉캠퍼스로 의대를 옮기고, 부속병원을 수도권에 짓는다.

    그게 아니라면 아예 부속병원만 인수한 다음 의료재단을 운영하다가 자츰 인수한다.

    “그게 아니면 수도권의 다른 의대 찾아봐야···.”

    “그런 매물 찾기 힘들걸?”

    조용히 듣고 있던 정인이 재환의 사학재단 인수에 대해서 훈수를 해줬다.

    “우리도 적당한 인서울의 대학교 인수 준비하는데, 엄청 비싸.”

    현재 두성그룹은 흑석동에 있는 중운대학교 인수를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안성과 서울에 캠퍼스를 둔 명문대에 기존 재단의 파산 위기로 인해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인수 논의를 하는데도, 2000억 규모의 금액을 오가며 긴 협상을 하고 있었다.

    “서울에 있는 의대가 이 정도인데, 감당 가능하겠어?”

    거기에 웬만한 수도권 대학들은 이미 대규모 재벌이나, 사학재단이 자체적으로 대규모 기업들을 운영하는 곳들이라 쉽게 팔 리도 없었다.

    “내가 봤을 때, 명진대 그게 가장 좋은 매물일거다.”

    “혜성이 그래도 그 정도 금액은···.”

    “너 저번에 뉴스 보니까 혜성전자에만 8천억 투자했더라? 감당 가능하겠어?”

    “천안에 백화점 새로 짓고, 자동차 서산공장도 늘린다며?”

    “···.”

    바로 저번 달에 한국형 그래픽카드와 CPU, 거기에 새로운 넷북과 PMP, 휴대폰 사업으로 인해서 그동안 모은 돈을 확 부어버렸었다.

    SKS의 상장이 조금만 더 빨랐다면 일도 아니었지만, 교육부랑 쇼부를 보려면 그런 매물이 나올때까지 다시 기다려야 하니 돈이나 시간 하나는 확실히 붙잡아야 했다.

    재환은 그것을 계산하고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어떻게, 그걸 보면 한 번 머리를 쓰긴 해야겠네요.”

    그리고서 육공회 모임이 끝났을 때 집에 돌아오면서도 그 생각에 몰두했다.

    ***

    재환은 서울 신누리 호텔에서 명진재단 사람과 직접 만났다.

    “임영규라고 합니다.”

    “네, 반가워요. 혜성그룹의 신재환입니다.”

    명진재단 이사장 임영규를 만난 재환은 그 자리에서 기존의 재단과 병원, 그리고 건설에 관련된 모든 것을 숙지했다.

    “신희지 이사장님이 오실 줄 알았는데, 이거 회장님이 직접 와 주셨군요?”

    “하하하, 좀 더 좋은 거래를 만들기 위해서 제가 직접 나왔습니다.”

    재환은 일단 차를 시키고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다.

    “그동안 명진재단을 운영해주시면서, 사업가로도 많은 성과를 이뤄주셨더군요?”

    “하하하,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일단은 칭찬을 해준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스노우볼을 굴린다.

    재환은 교과서적으로 움직였다.

    “일산에 대형 병원을 만드신 것도 유 이사장님의 결단이고, 강릉에 종합 의대 캠퍼스를 만드신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지금 사정이 좀 안 좋기는 하지만 향후··· 앞으로를 생각한다면 나아질 것입니다.”

    “우리 혜성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

    그리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임영규 이사장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일단 가장 재단의 아킬레스건은 자회사인 명진건설.

    병원 증축과 몇몇 아파트 단지 개발로 인해서 누적 적자만 1700억에 가까웠다.

    급한대로 그것을 메꾸기 위해서 자신이 연대보증까지 섰으나 그것도 여의치 않아 결국 재단 내 토지까지 은밀히 팔아야 했다.

    하지만 그런다면 훗날 걸릴시 횡령 및 배임이다.

    그 상황에서 혜성그룹이 나선 것이니 어떻게든 돈 되는 걸 팔아야 했다.

    “저희 명진병원을 원하시는 겁니까?”

    “의대까지 같이요.”

    “···.”

    여기에서 유명규는 한 가지 역제안을 했다.

    “정 그렇다면, 병원이 아니라 의학캠퍼스를 매각하겠습니다.”

    “!”

    재환은 그 말을 듣고서 일단 강릉에 있다는 명진대학교 의대는 확실히 수중에 넣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가 강릉 의대만 콕 집어서 말한 이유를 알았다.

    ‘결국 병원은 재단 내에 남겨 놓은 다음 건설사 정상화 시키고 다른 의대를 노린다는 거겠지. 예를 들면···.’

    광주 서명대.

    그곳은 명진재단 보다 더 재정난이 심할뿐만 아니라 그곳 이사장은 비리로 유명해서 의대 빼고는 모두 부실대상이라 훗날 교육부에서 의대 정원을 몰수하고, 타 교육재단에 매각한다.

    그러면 명진재단은 건설사와 명진빌딩의 채무만 해결하면 3,4년 있다가 다시 의대 인수하고 재기한다는 방법이었다.

    재환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뻔히 보인다는 식으로 미소를 지었다.

    ‘계획은 그럴 듯 하겠네? 결국 살려낸다면 말이지.’

    그 미래에 대해서는 그저 응원해줄 뿐, 재환은 그 자리에서 승낙했다.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인수 대금을 논의해 볼까요?”

    재환은 그 말에 곧바로 선빵을 쳤다.

    “450억 쳐드리겠습니다.”

    “?!”

    순간 유명규 이사장의 얼굴색이 변했다.

    그리고 재환은 느긋한 얼굴로 말했다.

    “사실 고양의 명진병원과 강릉의 의과대학 인수하는데 제가 800억 정도를 제의하려 했습니다.”

    재환이 이 말을 한건 의대에 있어서는 그 정원을 인수하려면 그만큼의 부속병원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근데 결국 추후 의대 유치를 위해서 병원은 남겨놓고 의대만 판다고 하니, 명진대 강릉의대를 인수한 순간, 재환은 따로 새 부속병원을 찾아야했다.

    그것을 알고 재환은 일부러 후려쳤다.

    그리고 유명규가 떨떠름한 얼굴로 재환을 바라봤다.

    ‘젠장··· 짓는데만 천억이 들은 병원인데, 그걸 합쳐서 800억에 퉁치려 했다고?’

    물론 누적 적자를 생각하면, 납득이 안 되는 금액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이대로 끌려가기엔 좀 억울했다.

    “하하, 회장님. 그 병원은 우리 재단이 1200억원을 들여 만든 최고급 의료시설입니다.”

    “하지만 작년 적자가 조금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이었다. 누적 부채가 473억이라서 어떻게든 정상화를 위해 명진대 의대 동문회에 기금까지 걷으려 했으니 말이다.

    그걸 아는 유명규는 넌지시 말했다.

    “이거··· 너무 저평가가 된 것 같군요. 지금 당장 투자자문에 의뢰를 하면 600억의 가치는 넘을 캠퍼스입니다.”

    “저희 역시 삼신증권에 자문을 받고 얻어낸 가치입니다. 거기에 우수리 더해서 450억으로 한 겁니다.”

    이미 서로가 알 거 다 알고 만난 상황, 오너들끼리 입을 맞추는 자리니 협상 여하에 따라 더 받을 수도, 깎을 수도 있다.

    결국 이 자리에서는 바로 논할 수 없어 유명규가 먼저 한 발 물러섰다.

    “이사회에서 한 번 회의를 주최하겠습니다. 저에게 딱 1주일만 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그렇게 하세요.”

    재환은 그 뒤로 유명규와 1차 회담을 끝냈다.

    그리고 돌아가서 차에 탔을 때, 바로 연락을 걸었다.

    “숙부님. 어떻게 됐습니까?”

    [후우, 찾기 힘드네? 강원도가 확실히 인프라가 열악하긴 해.]

    교육부 방침 상 강릉의 의대를 인수한다면, 거기에 맞춘 부속병원을 기부채납해야 된다.

    거기에 대해서 법적인 요건의 300병상 이상의 병원을 혜성이 인수해서 일단은 임시로 명진대 의대 부속병원을 유치해야 했다.

    그래서 현재 강원도로 출장을 보낸 신희지에게 인수 가능한 병원을 알아보라 한 것이다.

    강원도 내에서 현재 부속병원이 가능한 학교는 원주에 있는 연희대 기독병원, 그리고 춘천의 강원대 부속병원, 한임대 성심병원, 강릉의 아성재단이 운용하는 강릉아성병원이었다.

    그리고 희지는 그 중에서 한 가지를 찾았다.

    [간신히 찾은게 있는데··· 강릉시립병원이 적자 누적이라는데 딱 310병상이다.]

    부속병원의 기준을 가까스로 채운 수준이었다.

    “얼마랍니까?”

    [그게, 강릉시하고 협의를 해야 되는데 일단···]

    재환은 그 금액을 받고 생각보다 소박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인수하세요. 단, 명진재단과 협의가 끝나면요.”

    일단은 MOU로 생각하고, 기사 유출이 되지 않게 요청했다.

    그리고 1주일 뒤, 명진재단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결국 적자를 감당못해 의대 매각은 승인됐고, 재환은 100억 정도의 가감으로 논의하다가 결국 합의를 마쳤다.

    [다음 소식입니다. 혜성교육재단이 명진학원과의 협의 속에서 의대를 유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교육부는 명진학원의 강릉 명진대 의과대학 인수를 허가했으며, 혜성그룹은 추후···]

    [네, 의과대학 인수로 지역 부속병원을 찾던 혜성그룹이 강릉시립병원을 100억에 인수하여 부속병원으로 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신희지 혜성교육재단 이사장은 인수 후 기부채납으로 다시 지자체에 환원할 것이며···]

    인수대금 총 510억.

    굳이 10억을 더 붙인 이유는 재환이 명진재단에 장학금을 기부해서 오른 돈이었다.

    서로가 웃는 얼굴로 악수를 했고, 그 뒤로 각자가 바쁘게 움직였다.

    명진재단은 일단 매각대금으로 현재 1500억의 부채를 가진 명진건설 살리기에 들어갔으며, 재환 역시 명진의대를 ‘경한대 의대’로 고친다음 강릉시립병원을 경한의료원으로 고치고 증축에 들어갔다.

    별관 건물을 지어 최종적으로 800병상 정도를 유지한 다음에 훗날 강원도 내 상급종합병원 인허가를 받을 셈이었다.

    “자~ 그리고 내가 그걸로 끝낼게 아니지.”

    재환은 강릉에서 인수합병식 참여와 증축공사에서 좋은 말씀 많이 해준다음에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말했다.

    “수도권에 1천 병상이 넘는 종합병원 몇 개 만들겁니다.”

    “아이고, 그만한 규모로 지으려면 어디가 되려나?”

    “우리 좋은 땅 있잖아요?”

    과거 그린벨트라고 버린 땅이지만, 재환이 가지고 있어서 지금 아주 노가난 약속의 땅 판교.

    재환은 판교에 큼지막한 혜성재단의 병원 하나 만들 계획을 짜고 있었다.

    어쨌건 이제 의대를 유치했으니 앞으로는 성장만이 남았다.

    “앞으로 운영 잘 해주셔야 합니다?”

    “걱정하지 말라고! 이사장 자리 아주 눈물나게 잘 해줄테니까!”

    실소유는 재환이지만, 이사장인 숙부님에게 잘 부탁한다는 재환이었다.

    “할 수 있으면 사촌동생이 던트 끝내면 바로 우리 병원에 와 줬으면 좋겠네요.”

    재환은 그것을 염두하고 10년뒤 큰 미래에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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