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72화 (172/244)
  • 172- 씨는 다 뿌린 듯.

    한국통신과 SKS의 싸움은 계속됐다.

    기지국을 앞세워 넓은 인프라를 자랑했던 한국통신과, 그 넓은 망에 추가로 단말기 하나만 끼면 끝이라는 편리성의 SKS였다.

    추가로 SKS 인터넷 전용의 넷북과 단말기들이 나올 때, 그걸 제조한 혜성과 삼신은 생각 이상의 매출 호황에 입이 귀에 걸렸다.

    재환은 이벤트용으로 구매한 SKS 넷북을 움직여보면서 딱 이 정도가 보급용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용량은 부족해도 어차피 인터넷 서핑용이었고, 거기에 추가로 외장하드나 SD카드 등으로 추가 용량을 늘릴 수 있다.

    “이게 장기적으로는 20에서 30만원대로 가야되요.”

    “네?”

    이기남은 그 말을 듣고서 화들짝 놀랐다.

    “회장님, 그 단가를 맞추는 제품이면···.”

    개발자 출신이다 보니 그 정도로 원가 절감을 해서 과연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오기는 하겠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반대로 같이 앉아있는 엘리사 수 사장은 수긍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

    재환은 엘리사에게 말해보라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엘리자는 미국의 재무이사 시절의 경력과 개발자로써 현재의 상황에 대해 말했다.

    “최근 아프리카나 남미, 동남아시아 등의 제 3세계에서 아이들 교육용으로 만든다는 100달러 노트북 같은 개념이 아닙니까?”

    그때 이기남이 반박했다.

    “그건 어디까지나 인프라가 없는 나라들에 한한 거죠. 한국같이 UCC다 메신저다, 여러 프로그램을 놓고서 인터넷까지 돌리려면 어느정도의 스펙은 필요합니다.”

    “그걸 위해서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의 최적화도 필요하겠죠.”

    “!”

    소프트웨어라 해야 마이크로 컴퍼니의 win os인데 무슨 방법으로 그걸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앞으로 3년, 그 안에 마이크로 컴퍼니는 현재의 XP나 비스타 외에 다른 OS를 만들겁니다. 좀 더 경량화 되고 최적화 제품으로 말이죠.”

    “그래서요?”

    “우리는 그 동안 거기에 호환되는 신형 보드와 CPU를 만들어야 합니다.”

    엘리사의 말에 충분히 공감이 갔다.

    문제는 CPU 연구 시작한지가 이제 1년인데 너무 시간이 촉박했다.

    그나마 완전 바닥이 아닌 500mhz정도는 기반이 있어서 만든다지만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회장님. 제가 미국으로 출장을 가서 같이 개발할 회사를 찾아오겠습니다.”

    “있겠어요?”

    “많을 겁니다. 얘를 들어 저의 전 직장인 레이니온부터 말이죠.”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거기에 승낙해줬다.

    “네, 그럼 하시죠.”

    재환은 엘리사 수를 다시 미국으로 보내주고 CPU를 합동으로 개발할 파트너쉽 회사를 찾기로 했다.

    한때 아성-삼신에서 나온 CPU 사업부를 인수해서 둘을 생각했지만, 지금은 무리였다.

    이유는 아성이나 삼신이나 한국에서는 D램과 플래시 메모리, EEP롬 등의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지만, CPU등의 중앙처리 장치는 레이니온의 라이벌 인터콘의 파운드리를 위탁받았으니 말이다.

    엘리사가 먼저 떠났을 때, 이기남은 혀를 끌끌 찼다.

    “이 부회장님은 뭔가 맘에 안드는 것 같습니다?”

    재환 앞에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전문경영인.

    그리고 그 역시도 개발자 출신으로 수많은 히트상품을 만든지라 할 말이 많았다.

    “너무 급한 것 같습니다. 기반 쌓는데만 5년은 걸릴 텐데, 개발 완료를 5년으로 예상한다니.”

    “그 시간을 맞추려고 내가 실리콘밸리에서 인재 쇼핑한 거잖아요?”

    “네, 다들 유능한 인재이고, 회장님께서 아주 좋은 공학자들을 영입하셨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하면, 예산이라도 늘리면 되겠죠. 거기에 대해서는 확실히 책임질테니 일단 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여기서 이기남이 무슨 말을 해도 재환은 회장으로써 ‘예산 추가투입할테니 그냥 해라.’ 라는 한 마디로 끝낼 수 있었다.

    이렇게 마음껏 예산을 뿌릴 수 있는 이유는 혜성전자와, 혜성자동차, 혜성쇼핑이 세 곳이 역대급으로 수익이 잘 나오고 있는데다가 SKS의 상장은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 여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혜성전자는 혜성쇼핑과 협업해서 컴퓨터와 전자기기에 대한 유통 구조를 바꿔버렸다.

    더이상 고객들은 조립 컴퓨터를 찾는데 용산이나 국전 등을 가지 않아도 된다.

    근처에 보이는 혜성마트나 혜성백화점으로 가서 컴퓨터 샵을 가면 수많은 부품이 정가로 붙어있어서 그 중에 골라서 집에서 편히 조립하면 된다.

    만약 조립을 요청할 시 내부에 있는 수리센터 직원에게 요청할 수도 있었다.

    이 방식은 몇 년간 혜성이 컴퓨터 사업에서 엄청난 매출을 올리는데 핵심이 되었다.

    재환은 2006년에 이미 IT에 관해 10년은 앞당긴 사업들을 구축해놨다.

    그리고 이것은 시간이 갈수록 매출과 수익이 몇 배씩 우습게 올라갈 유통구조이다.

    ***

    “그래서 이대로만 가면 우리가 잡는거지?”

    육공회 모임에서 대현, 현규와 포커를 치고 있던 재환이 그 질문에 답했다.

    “이대로만 쭉 간다면 7년, 여기서 투자 두배로 늘린다면 5년, 역으로 한국통신에서 뭐가 터진다면 3년입니다.”

    “둘은 이해해도 마지막 그건 무슨 말이냐? 한국통신에서 뭐가 터지는데?”

    재환은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아주 많죠. 인터넷 대란, 고의적 서비스 속도 저하, 개인정보 유출, 구조조정 갑질, 휴대폰 대리점 여성 강매···그리고 무궁화···.’

    재환은 마지막 것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다음 정권이 자신을 건드릴 경우 날려버릴 폭탄으로 장전해두기로 했다.

    물론 그때처럼 팔려나갈 일도 없게 말이다.

    “아무튼 지금은 말이죠? 현상만 유지해도 결국은 알아서 제끼게 되어 있어요. 어떻게가 아니라, 언제쯤이 되는거죠.”

    재환의 말에 삼신과 KS 두 대기업의 오너들 역시도 수긍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에는 오버슈팅된 예산 때문에 미쳤다고 하면서도 결국 몇 달 되지 않아 정부 주파수 규제 해지와 그 단말기 하나로 무선인터넷이 깔리는 것으로 말도 안되게 IT관련주들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재환은 자신이 할 씨뿌리기는 얼추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이대로만 쭉 진행하면 될거야. 그리고 앞으로를 위해서라면 더더욱 말이야.”

    “앞으로?”

    재환은 앞으로 4년 정도 남은 스마트폰 시장을 두고서 그저 묵묵히 미소만 지었다.

    ***

    오랜만에 혜성그룹은 다 같이 모이는 자리가 되었다.

    오늘은 다름 아닌 아버지 희경의 생일이었고, 덕분에 혜성가 사람들이 전부 모여서 축하를 나눴다.

    “아이고, 형님 이번 생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뭘, 뒷방 늙은이 생일을 이렇게 요란하게 했어? 하하하!”

    몇 년 있으면 이제 칠순이 눈 앞이인 희경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명예회장으로 젊게 살려고 노력하면서, 그 불같은 성미도 사라지고 손주만 안고 다니는 팔불출 할아버지가 되어있었다.

    거기에 한 번 더 집안에 경사가 생겼다.

    “세상에! 둘째가 생겼어?”

    “···네.”

    “아이고, 이거 정말···.”

    재환과 미연이 아버지 생신에 가기 전 병원에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첫째 승윤이가 두 살일 때, 둘째 임신 소식이 나왔고, 집안에서는 또 한 번 미연의 손을 잡고 고맙다고 축하했다.

    “이야~ 이거 오늘 생일 선물은 아들놈이 다 했구만, 둘째 손주가 내년에 나온다네?”

    “아이고, 형님. 축하드립니다. 사실 저희도 있지만요. 으하하하!”

    희경뿐만 아니라 희수 역시도 최근에 기환이 부인 사이에서 임신 소식을 들어 혜성가는 연달아 겹경사가 겹쳤다.

    이제는 정말 다들 그럴 나이가 되었고, 혜성 3세대 아이들이 태어나는지라 1세대의 원로들은 그저 흐뭇했다.

    산모가 된 미연과 기환의 부인은 따로 자리를 잡고서 앞으로 출산과 육아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공유했다.

    재환은 그러면서 기환을 축하해주고, 다른 동생들도 모여서 만났다.

    “기환이도 벌써 서른 하나야.”

    “그리고 형은 곧 마흔이고.”

    “얌마, 아직 서른 여덟이야.”

    “그것도 만 나이잖아?”

    키득거리고 있을 때, 다른 동생들은 이제 나이를 웬만큼 먹은 둘을 바라봤다.

    “영환이는 올해 몇 살이지?”

    “내년에 저도 서른이에요.”

    지금은 희수 삼촌을 따라서 프로축구연맹으로 들어가 이사 직을 맡고 있었다.

    “요새 KPL 잘나가더라.”

    “거의 다 형님이 해주신거죠. 평균관중 1만 5천 시대는 인프라 혜성이 다 깔아줬으니까요.”

    같은 형제인데도, 기환과 다르게 영환이는 뭔가 대하기 어려운 동생이었다.

    그 뒤로 유학가 있는 희지 삼촌의 아들은 못 부르고, 대신 그 누나인 지선이만 있었다.

    “지선~ 올해 대학교 몇 학년?”

    “6학년이죠.”

    자조적으로 말했을 때, 재환은 그걸 알아듣고 답했다.

    “아우~ 본과 드디어 끝나는거냐?”

    과거 집안의 제사에서 만났을 때 서울대 의대 들어갔다고 하던 애가 어느새 예과 2년에 본과 4년을 마치고서 이제 인턴을 준비했다.

    “학교는 준비했어? 내과, 외과 어디로 가려고?”

    “글쎄요. 일단 인턴 하고 결정해보려고요.”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현재 혜성재단 내에 있는 학교에는 의대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전화기(전기-화학-기계공학)을 키우고, 컴퓨터 공학과 역시도 양성해서 공대에서는 어느정도 먹어주는 학교로 양성했지만, 그래도 의치한수(의예-치과-한의대-수의학)가 없는 것은 좀 그랬다.

    그나마 약대는 정원 30명 정도로 소규모로 이어가지만 말이다.

    “휘유- 언제 한 번 우리도 의대 만들까?”

    재환이 슬며시 말했을 때, 주변에서는 흠칫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현재 혜성가에서 회장인 그가 지나가듯이 한 마디만 하더라도 그건 진짜 이뤄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재환은 동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새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는 숙부들의 이야기였는데, 아버지까지도 합쳐서 논할 정도였다.

    “지금이 딱 기회라니까요?”

    “야, 거길 인수해서 뭐한다고? 혜성이 무슨 부실채권 수집가냐?”

    “아, 재환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니까?”

    갑자기 자기 이야기가 나오니 재환은 자리에 앉아서 빈 잔을 찾았다.

    곧바로 소믈리에가 달려와 새 잔을 셋팅하고 재환에게 이탈리아산 와인을 제공했다.

    재환은 그것을 채우고는 디캔팅을 하면서 숙부와 아버지에게 물었다.

    “뭔데, 제 이름이 언급이 되나요?”

    그러자 희경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아냐, 희지 저놈이 너보고 부실대학 인수하라더라.”

    “음?”

    “부실 아니에요. 딱 위태위태한데 지금이면 될 거 같아서 그러는 거지.”

    재환은 그 말에 귀를 기울여봤다.

    희지는 이건 분명히 좋은 사업이라고 재환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 희수 형님 다음으로 이사장 하고 있는데, 최근에 경한대가 많이 떴어. 그리고 이제 확장을 하려면 다른 학교 인수할 정도로 덩치도 커졌다고.”

    사실 서울 강북에서 면적이 협소한지라 제 2캠퍼스의 필요성은 느꼈지만, 아직은 모든 게 미정인 혜성교육재단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 가지 인수를 하자는 말에 귀를 기울여봤다.

    “최근에 서울에 몇몇 대학 재단들이 아주 위기야.”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러자 재환은 한 가지를 물었다.

    “그 학교들 의대 있대요? 아니면 별로 안 땡기는데?”

    “있지.”

    희지의 말에 재환은 그렇다면 한 번 인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디에 어떤 대학교이고, 재단인지 자세히 알아봐서 한 번 혜성의 교육 사업에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