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 방방곡곡 콸콸콸!
[한국통신 총 1100억원 투자로 기지국 증축.]
SKS가 일어나려고 할 때 기존의 인터넷망으로 꿀을 빨고 있던 한국통신 KTF가 움직였다.
거기에 신임 광고를 만들었는데, 그 내용이 아주 도발적이었다.
[한국의 유일한 무선 인터넷 서비스 KTF 넷스팟!]
[전국 곳곳에 기지국 1만 5천개, 다른 회사들은 4천개. 이게 게임이 되겠어?]
[무선 인터넷. 여기저기 터지는 것은 KTF!]
대놓고 ‘15000 vs 4000’이라는 기지국 수를 앞세우면서, SKS에 대한 견제를 아끼지 않았다.
그 광고에 대해서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런가 보다.’ 였지만, 흔히 얼리어답터라 불리는 이용자들은 ‘KTF가 일부로 저러는 거다.’ 라는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그리고 집에서 그 광고를 보고 있던 재환은 아주 크게 웃었다.
“하하하! 고작 한다는 게 저런 건가?”
재환은 팝콘을 씹으면서 방송국 3사에서 나온 KTF의 도발적인 광고를 보고서 피식 웃었다.
아마 대현이나 현규는 저 광고를 보고 노발대발 할 것이다.
그때 아들 승윤이 아장아장 걸으면서 오는 거 보고, 그를 무릎위에 앉혀놓으면서 쓰다듬어줬다.
“무슨 광고인데 그렇게 재밌게 웃어요?”
“응, 허위광고.”
“···네?”
미연이 다가왔을 때, 재환은 이미 지나간 광고에 대해 언급했다.
***
다음날 아니나 다를까 재환이 일하던 중에 바로 대형의 전화가 왔다.
[어제 광고 봤냐? 한국통신 그 새끼들 완전 공기업이라고 별 지랄 같은걸 다 쓰는데 말이야.]
“네, 우리도 뭘 해 봐야죠.”
일단은 무선 인터넷 공유기가 완성 되는대로 연락을 주겠다고 말한 재환이었다.
그리고 KTF의 광고는 이후 점점 자극적으로 움직였다.
[기지국이 몇 개에요?]
[무선 인터넷 잘 터져요?]
[휴대폰 스펙은 좋은데, 인터넷은요?]
광고가 살아있는 존재였다면, 더럽게 깐족거린다고 한 방 갈길 것 같은 내용이었다.
SKS중에서 S와 K가 그렇게 불쾌해했지만, 다른 S는 조용히 개발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안산공장에서 재환은 신제품을 곧바로 수령해서 육공회 멤버들이 있는 곳으로 가져갔다.
“자~ 이게 휴대폰 단말기고, 이게 노트북.”
재환은 현규의 집에서 도착한 뒤로 거기서 술자리를 가지는 육공회 친구들 앞에서 무선인터넷 공유기를 직접 설치했다.
“기존의 랜선에다가 그냥 덧붙여서 끼면 되는거다.”
그것을 유심히 보고 있던 육공회 친구들은 이제 전원을 올리고, 노트북과 휴대폰 단말기가 무선 인터넷을 인식한 것을 보여줬다.
“자, 그러면 이제 맘껏 쓰면 되는거지.”
한달 내내 써도 2만 9천원.
그 오프라인 초고속 인터넷을 무선 공유기를 덧대서 집안에는 맘껏 써도 똑같은 금액이었다.
“와우~ 이렇게 움직이는 거구만.”
대현은 신기하다는 듯이 자신의 휴대폰으로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이것저것 살펴봤다.
패킷당 얼마라는 살인적인 가격을 무시하고, 집 안에서만큼은 맘껏 쓸 수 있으니 신기해하는 게 당연했다.
‘IT기업의 회장이 보일 반응은 아니지만 말이지.’
뭐, 대현도 곧 있으면 나이가 50이니 이런 기술에 대해서는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거다.
스마트폰 시대가 나오기 전에 와이파이와 무선 인터넷 시장을 열려고 하는 재환의 움직임에, 다른 육공회 멤버들이 관심을 보였다.
“야, 저거 우리집도 설치해 줄 수 있냐?”
진용의 말에 재환은 웃으며 화답했다.
“돈주고 사라.”
“아이씨, 얼마인데?”
“공유기는 싸. 대당 2만 원에 팔 거다.”
“뭐? 야, 그럼 당장 산다! 물건 내놔!”
진용은 껌값도 안되는 공유기 값에 바로 지갑을 열었고, 정인이나 문영, 선길 등도 곧바로 하나씩 주문했다.
먼 훗날에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만원대 초중반이면 사겠지만, 지금은 처음이니 이 정도로 하고 슬슬 인하를 해서 박리다매 형식으로 갈 것이다.
재환은 그것을 보이면서 현규, 대현과 말했다.
“일단 KS텔레콤에서 결합상품으로 이거 껴줘요. 혜성트루넷의 무선인터넷으로요.”
“오케이 요금제 해서 다같이 결합상품으로 사자는 거지?”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고 현규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
“너희도 단말기 잘 준비해라. 우리쪽 반도체 OEM도 그쪽으로 좀 해주고.”
파운드리 이야기까지 내친김에 말하자 현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한 번 해 보자고!”
다른 육공회 멤버들은 저 핵심 3인방을 보고서 언젠가 자신들도 한 번 저런 프로젝트 해보고 싶다고 입맛을 다셨다.
물론 미리 알고 있는 정보라 각각 각출해서 투자는 했지만 말이다.
***
얼마 후 SKS에서는 KTF에 대항하는 광고를 만들었다.
전적으로 재환의 아이디어가 엄청 많이 드러난지라 내용은 도발에 이은 카운터였다.
[많은 기지국~ 하지만 안터지는 인터넷~]
그 예시를 들기 위해 휴대폰이 먹통이 되어서 왜 안터지냐고 불편을 표하는 시민들의 모습.
그리고는 자기들이 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디스를 당했다.
[여기는 와이 파이 존이에요? 아니, 위피 말고 와이파이요~]
[아, 여기도 안 터져요? 기지국이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기지국 자랑 해봤자 지방에 안 터지는 건 똑같다는 디스와 함께 집에서 설치하는 무선공유기로 마음껏 인터넷을 사용하라고 하는 SKS의 광고였다.
그리고 재환은 그것을 위해 영업을 직접 뛰기 시작했다.
“아이고, 회장님께서 여기를 어떻게···.”
강남 일대에서 고급 손님들이 오는 곳으로 유명한 카페 비너스에 도착한 재환은 사장을 만나고 싶다는 말로 곧바로 소환했다.
“이게 이번에 우리가 개발한 SKS 공유기입니다.”
“아··· 제가 사야 하나요?”
“시범 케이스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나 고급 레스토랑 등에 테스트 제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리급이나 할 법한 자잘한 영업인데 그걸 회장이 직접와서 건네줬다.
비너스 사장은 깜짝 놀라면서 그것을 받고 일단 설치를 해 봤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수백 평 규모의 대형 음식점 등에서 쓰기에는 아직 공유기 하나가지고 전부를 커버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가까운쪽은 안테나가 길고, 먼 쪽은 짧았다.
재환은 거기에 대해 일단은 한 개가 아니라 여러개를 설치해서 운용하게 해 봤다.
“아무튼, 잘 써보겠습니다.”
“네, 시범기간 한 달 지나면 다시 회수할 텐데 거기에 대해 설문조사 잘 해주시면 하나는 그냥 드릴게요.”
“네, 회장님.”
그러면서 커피를 시킬 때, 주문하고서 바로 커피를 내오는 모습에 재환은 뭔가가 생각나서 물었다.
“아, 그러고보니 요새 손님많을 때 주문은 어떻게 합니까?”
“네? 그거는··· 주문표를 받고 카운터에 올려놓으면 손님들이 찾아가는 방식이죠.”
재환은 그 말을 듣고서 피식 웃으면서 자리에 일어났다.
“다음에는 그런 번거로움 없이 카페에서 쓰일만한 물건을 팔러 오죠.”
재환은 손을 흔들면서 테이크아웃된 커피를 들고 나갔다.
그 뒤로 각종 5성급 호텔과 프랜차이즈 커피숍 대표들을 직접 만나서 하나하나 제공해 주자 반응은 빨리 나왔다.
넷스팟이 일반 고객들을 이용했다면, SKS-와이파이는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노렸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재환은 도시철도공사 사장을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
“서울철도는 애석하게도 이 설치를 거부했더군요.”
“아, 그 쪽이 한국통신과 협업을 했다고 합니다.”
당시 서울 지하철은 1~4호선의 ‘서울지하철공사’와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로 나뉘었다.
원래였으면 둘 다 노리고, 우선순위라면 1~4호선이라는 황금 라인을 운용하는 지하철공사를 노렸지만, KTF의 스틸로 인해 도시철도공사를 차선으로 노렸다.
도철공사 사장 이명철은 사업 계획서를 찬찬히 검토하고, 기존의 KTF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지하철 내 무선 인터넷을 설치할 수 있다는 말에 혹했다.
같은 값이면 예산이 저렴해서 자신의 실적으로 올릴 수 있는 일이니 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재환은 도시철도공사와의 협약을 마쳤다.
[서울 지하철! 무선 인터넷에 시대가 온다!]
[지하철공사에 이어 도시철도공사 역시도 무선인터넷 공공망 설치한다.]
재환은 그 기사를 보면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광고 몇 개 알량하게 쓰면서 점유율을 유지하려고 했던 KTF는 한 번 뚫리기 시작하니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렇게 쉽게 점유율을 뺏을 지는 몰랐습니다.”
임창훈과 이기남은 늘어나는 수요로 인해서 역대급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한국통신 하는 짓이 다 그렇죠.”
재환은 담배를 꺼내 물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KTF 광고 몇 개로 견제하는 것으로 정말 끝났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정권 차원에서 올라온 경영진들이 ‘지금이라도 내부 속도 제한을 풀고, 요금제를 폭 넓게 인하해야 한다.’는 요청을 거부한 것이었다.
폭리에 가까운 지금의 요금제로 역대급 수익을 올리게 됐는데, 보은 인사로 올라온 임원들이 그 말을 들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뭐··· 우리도 남말 할 처지는 딱 하나였죠.”
KST가 육공회를 믿고서 자신들의 엄청난 수익을 양보하지 않았다면, 정말로 똑같은 상황이 될 것이었다.
다행히 대현은 패킷 요금제 폭리 대신에 공공 무선인터넷 설치망과 요금제와 결합한 전자제품 상품 판매에 대한 수익을 선택해줬다.
그리고 재환은 이제 다음 달에 있을 결합 상품에 대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떻게, 다음 주에 나올 단말기 제품들은 문제 없겠죠?”
“최종 테스트 문제 없고, IT웹진들에게 판매 이전에 홍보까지 준비했습니다.”
이기남은 재환의 오더를 충실하게 따라줬다.
SKS 무선 인터넷 전용 단말기로 고가형은 삼신, 보급형은 혜성이 만든 넷북이었다.
경량성과 편의성은 혜성이었고, 스펙은 삼신이라 목돈을 들여서 노트북을 구매하기 힘든 집안에 신입생들을 위한 마케팅을 아끼지 않았다.
“제품 원가는 60만원 대까지 깎았습니다.”
“24개월로 하면, 한 월 2만 5천원 되겠네요.”
거기에 무선 인터넷 공유기+그리고 초고속인터넷까지 합해서 한 달 5만원 안팍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 사업은 엄청난 성공이었다.
***
[네~ 그동안 편리했지만, 엄청난 가격대로 인해 부담되었던 노트북 컴퓨터였죠? 헌데 이제는 보급형으로 많은 모델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당 150에서 200만원이라는 가격으로 부의 상징이었던 노트북. 하지만 이제는 대중적인 모델들로 고객들의 마음을 잡게 되었습니다.]
뉴스에서 말해주는대로 재환은 아주 심플하게 움직였다.
해외에서 제3세계 아이들에게 보급한다는 100달러 노트북, 그리고 가격 거품을 걷기 위해서 재환이 만든 넷북.
2.5kg 이하의 무게에, 인터넷 서핑과 동영상 감상 목적으로는 아주 충분한 스펙이었다.
그리고 부족한 용량에 대해서는 추가 플래시 메모리를 따로 팔게 되니 선택의 폭은 넓어졌다.
모바일 시장의 첫 데뷔와 거기에 결합한 인터넷과 컴퓨터의 사업은 혜성전자에 다시 한번 주가 폭등을 야기했다.
“휘유~ 이러다가 액면분할 더 빨리 할 것 같다.”
내비게이션, MP3 플레이어, 전자사전, 넷북에 휴대전화까지···
손대는 것마다 성공하다보니 어느새 혜성전자의 주가는 주당 70만 원대까지 올라갔다.
비슷한 시기의 삼신전자의 주가 82만원에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확실한 것은 옛 대윤전자 이상을 혜성은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전자기업이 되었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