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69화 (169/244)
  • 169- 전화기 몇개 파는걸로 끝낼래요?

    재환의 말에 육공회 멤버들은 다들 그곳으로 집중했다.

    “여기서 말하기에는 너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다.”

    “그래요, 오늘은 그냥 축하만 하고 나중에 따로 육공회 모임 있을 때, 거기서 논해 보기로 하자.”

    대현이 말을 끝냈을 때, 재환 역시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일어났다.

    “자~ 어쨌거나 돌반지들 잘 받았습니다!”

    재환은 다시 아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고, 다른 멤버들이 남은 자리에서 대현은 현규에게 넌지시 물었다.

    “진짜 안 살거야?”

    “저희한테는 필요없는 회사입니다.”

    안 그래도 삼신하고 혜성하고 점점 사업부가 겹치는 감이 있어서 일부로 현규한테 물은건데, 정작 그는 ‘그러거나 말거나’하는 반응으로 시큰둥했다.

    “이러다 재환이가 휴대폰까지 사서 경쟁하면 재밌는 꼴 많이 보겠다?”

    옆에 있던 현규의 사촌 진용이 말했지만, 현규는 상관하지 않았다.

    “됐어. 점유율 5%짜리 회사 인수하는데 치졸하게 견제하는 건 삼신 다운 결정이 아니다.”

    현규는 ‘삼신다운 결정’이라는 말까지 하면서 혜성의 휴대폰사업부 인수를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그러면서 현규는 아기를 안은 재환을 보고 피식 웃었다.

    ***

    얼마 후.

    집에 찾아온 진용과 현규를 보고서 재환은 가정부들을 야근시켜서 술상을 차려 대접했다.

    “어쩌다 여기까지 다 왔냐?”

    “친구 좋다는 게 뭐냐? 둘이 먹다가 2차는 여기서 한 잔 하려고 왔지.”

    최근 들어 삼신가 사람들은 술자리가 잦았다.

    이유는 여러개가 있었는데 신누리쇼핑의 대표이사로 오른 뒤로 현재 ‘개인적으로 큰 사정’이 있어서 현규가 많이 위로하러 같이 다닌다고 한다.

    재환 역시 ‘그 이유’는 알았지만, 모르는 척하면서 진용 앞에서는 TV이야기도 안 꺼낸다.

    “아무튼 말이야. 최근에 사업 잘 되고 있지?”

    “이 복덩이 덕분이지.”

    아들바보가 되사 술자리에도 무릎에 앉히는 모습에 두 친구 역시도 아빠미소로 한 번씩 안았다.

    미연이 다가와 황급히 아이를 챙기고 들어갔을 때, 재환은 이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단순 술마시러만 온 거야?”

    “그거 말고 뭐 있겠냐?”

    “그럼 술 자리에서 쓰일 재미난 이야기 하나 해줘라.”

    재환의 말에 진용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손가락을 튕기더니 현규를 가리켰다.

    “이 녀석 자기 아버지랑 한 판 붙었어.”

    “엥?”

    삼신 내에서 이건호 회장과 이현규 사장이 한 판 싸웠다는 말에 그건 진짜 재밌을 것 같은 이야기가 될거 같았다.

    재환은 술을 따라주면서 무슨 말인지 말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당사자는 멋쩍게 웃으면서 그 일에 대해 말했다.

    “별 거 아니야. 대현 형님이 회장님에게도 휴대폰 공장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식사 중에 그거 너네가 사갈 거 같다고 이야기 했거든.”

    “!”

    이건호가 혜성이 휴대폰 사업 준비한다는 것을 알고 불같이 화를 냈다고 했다.

    재환 역시도 그 분이라면 그럴 것 같았다고 중얼거릴 때, 그걸 막았던게 현규라고 한다.

    “내가 웬만해선 회장님 거스른 적 없었는데, 이건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어.”

    “그래서 싸운거야? 우리 휴대폰 사업 하는거 넘어가자고?”

    재환의 물음에 현규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맥주 한모금 마신다음에 다시 말했다.

    “기가 막힌 일이잖냐? 삼신전자가 언제부터 그런 것 까지 견제해서 왕좌를 유지하는 자리였어?”

    왕좌를 운운하는 것을 보자 재환은 저걸 친구가 자신을 신뢰하고 믿어줘서 좋아해야 하는 말인가, 반대로 혜성이 대형 투자 해봤자 라이벌은 아니라며 기업에 급 나눠서 넘기는 오만한 말인가 아리까리 했다.

    “당분간 이 회장님 못 뵈겠네.”

    “됐어. 삼신과의 거래 이야기는 하면 되겠지.”

    현규의 말에 재환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러면 또 친구사이에 괜히 아버지까지 껴서 서운한 일 될거 아니야? 그럼 안 되지.”

    재환은 그러면서 휴대폰 사업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다.

    “휴대폰에 있는 기본 반도체 부품들은 전부 삼신제로 써야겠다.”

    “음?”

    “거기에 디스플레이도 전부 삼신걸로 써야겠지.”

    재환의 말에 현규는 피식 웃으면서 한 마디 더 했다.

    “그럼 내친김에 설비개선에 쓰일 융자도 삼신의 돈을 받아라.”

    “···뭐?”

    “야, 미친. 뭐하자는거냐?”

    옆에서 듣고 있던 진용도 한 마디 할 정도였는데, 현규는 의외로 단호했다.

    “그 정도는 해야지. 돈독해지지 않겠냐? E-삼신에서 투자하는 걸로 휴대폰 공장 만드는거다.”

    재환은 그 말을 듣고서 피식 웃었다.

    ‘이 새끼 이거 일부로 혜성이 인수해가라고 등 떠민 이유가 있었구만···.’

    재환은 그제야 현규가 그린 큰 그림이 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자신이 아직 운용하고 있는 IT투자회사 E-삼신을 E-삼신 인터내셔널과 합병시킨 이후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으면서 투자를 준비한다.

    그리고 혜성전자가 휴대폰사업을 시작하면, 투자자문으로 삼신증권을 붙여주고, 재환이 말한대로 내부 핵심부품도 삼신디스플레이와 삼신반도체로 쓴다.

    그런 다음 마지막으로 투자 자금까지 삼신이 대줘서 사실상 이름만 혜성이고, 그쪽에서 케어해주는 회사를 운영만 재환이 한다.

    이렇게 되면 재환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성공하면서, 삼신 역시도 쌍끌이로 자신들의 수익을 챙길 수 있게 된다.

    재환은 그 정도로 협의를 했을 때 흔쾌히 승낙했다.

    “좋아. 그렇게 하자고.”

    “그럼 혜성전자에서 KS 휴대폰 사업부 인수논의에 대해서 삼신증권 전문가들을 보낼게.”

    세 친구는 승낙한 뒤로 다시 술잔을 나눴다.

    ***

    그리고 재환은 수원에 직접 도착해서 KS텔레시스의 공장에 방문했다.

    대현은 자신이 팔 물건이니 직접 찾아와서 홍보를 해 줬다.

    “그러니까 우리가 자체 통신사 단말기 용도로 내놓은 거지만, 실제로 기술력도 잘 갖췄거든.”

    이미 매각은 기정 사실화 됐고, 재환이 전원 고용 승계를 하겠다고 선언해서 KS 텔레시스의 직원들은 딱히 불만을 삼지 않았다.

    게다가 혜성의 위상 또한 KS에 준하는 대기업 집단이다 보니 오히려 여기에서 재환의 눈에 들려고 하는 기술자들도 많았다.

    “이게 우리가 내놓은 W폰 시리즈다.”

    재환은 폴더폰을 한 번 열어보더니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가운데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개통 이전에 인터넷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로고가 떴다.

    “형님, 요새 휴대폰 인터넷 얼마나 합니까?”

    “엉? 아, 그게 말이지.”

    대현이 자기 회사의 데이터 요금제에 대해서 머뭇거리자 옆에 있던 비서실장이 속삭였다.

    “아, 그래! 패킷다 5원.”

    “그러면 1mb 파일 하나 다운받는데 얼마인데요?”

    “대충··· 2~3천원 할걸?”

    현대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이 당시는 그랬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쓴다는 건 자살행위라고까지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재환은 이왕 휴대폰 사업을 시작한 것에 있어서 거기에 대해 ‘대격변’을 한 번 일으켜줄 준비를 했다.

    “비싸요. 그거 어떻게 좀 바꿔 봅시다.”

    “얌마, 그건 월권행위야. 휴대폰 공장에서 무슨 통신사 이야기를 하고 있어?”

    바로 그 통신사에 관련된 이야기였으니 재환이 말을 꺼냈지만, 대현은 지금 자루로 돈을 쓸어모으는 제도에서 왜 그런 짓을 하냐는 반응이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되는지는 재환이 따로 대현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 뒤 재환은 인수 대금으로 753억을 제안했고, KS쪽에서는 800억을 제안해서 조율을 시작했다.

    그리고 회담은 KS호텔에서 재환과 대현이 식사를 하면서 진행됐다.

    “47억 가지고 얼굴 붉히기는 싫지?”

    “그래도 우리 사이인데 좀 더 싸게는 안 되겠나요?”

    “야, 우리도 그 정도는 받아야 메꾸는게 들어가.”

    매각의 목적이 자사주 매입과 경영권에 관련된 일이라 한층 더 민감하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재환은 그 말을 듣고서 차를 마시면서 넌지시 말을 꺼냈다.

    “그러면 제가 남는 부분은 백기사로 지분 좀 사들일까요?”

    “얌마, 내가 가져야 안심이 되는거지.”

    소베날 이후로 그런 사태는 한 번으로 족하다고 말한 대현의 지주회사 지분 끌어올리기 작전.

    재환은 그것을 보고서 고심 끝에 결정했다.

    “좋습니다. 그럼 800억으로 하죠. 단 조건이 있습니다.”

    “뭔데?”

    “명색이 휴대폰 사업을 시작하게 됐는데, 그럴려면 인프라를 좀 바꾸려고 합니다.”

    “인프라라니?”

    대현이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 할 때, 재환은 빈 찻잔을 들고 말했다.

    “이 홍차 한 잔 더요.”

    대현은 곧바로 직원을 불러서 한 잔 더 가져오게 했고, 재환은 차를 마시면서 말했다.

    “휴대폰 인터넷을 좀 대중화 시키려고 합니다.”

    “네가 아주 우리나라 전화 역사를 바꾸려고 하는구나.”

    “역사가 아니라 문화를 바꾸는거죠.”

    “!”

    재환은 그러면서 수첩을 열어서 현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금 해외에서는 IEEE(전기,전자 기술자협회)에서 규격을 표준화한 무선인터넷 시스템이 있습니다.”

    “아, 위피(Wipi)?”

    “와이파이(Wi-fi)입니다.”

    재환이 그 이야기를 꺼내자 대현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모를 리가 없었다.

    그게 현재 해외 통신사에서 엄청난 인프라를 깔고 있고, 국내에서 들어오는 것도 이제 막 시작될때니 말이다.

    “그거 대중화 되면 우리 장사 못 한다?”

    “그동안이 꿀 빤게 아니라요?”

    “얌마! 제 정신으로 하는 소리냐?”

    대현은 현대 KS텔레콤의 상황에 대해 말했다.

    “그래 무선인터넷 와이파이, 우리도 좋은 거 알지. 근데 그거 기지국 새로 깔고, 통신망 확충하는데 얼마인지 아냐? 그리고 기존 데이터 요금제로 유지하는 상황인데 그게 나와봐.”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재편해 보자고요. 다같이.”

    “···뭐?”

    재환은 노트의 다음 장을 넘겨서 현 상황에 대해 말했다.

    “현재 한국통신 KTF가 ‘Net스팟’이라는 이름으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하고 있죠. 하지만 그 규모는 영세하고, 뭣보다도 PDA폰이나 노트북이 아니면 못쓰는 시스템이죠.”

    “으으음.”

    “그래서 저희가 동업을 한 번 해보자는 겁니다. 일단 혜성에서 유선 인터넷 트루넷의 서비스를 무선 인터넷 대중화 시킬수 있는 공유기를 개발하죠.”

    “그러면 우리는?”

    “형님네는 혜성 휴대폰 사업부와 연계해서 ‘와이파이 전용 단말기’만드는데 홍보하고, 통신사 시스템을 만들어주시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데이터 요금제의 폭리에서 벗어나 일단 ‘실험’을 해 볼 가치는 충분했다.

    “그래도 인프라 확충에 아직 우리 둘로는 힘들어. 그래서 말인데···”

    대현이 중얼거릴 때 재환은 그 답에 대해서도 말했다.

    “현규 불러야죠.”

    삼신전자까지 낀다면 이 사업은 세 대기업이 손을 잡고 진행하는 메가톤급 프로젝트가 된다.

    그리고 대현 역시 재환의 제안에 꽂혀서일까?

    곧바로 전화해서 현규를 당장 KS호텔로 오라고 했고, 1시간 뒤에 오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현규는 뭔 일이냐고 물었을 때, 재환이 제안한 큰 그림에 입이 벌어졌다.

    그리고 이제 삼신에게 재환이 요청할 것이 생겼다.

    “투자 자금은 우리가 대지. 당장 삼신전자에서 WLan(무선랜) 모듈 신형으로 개발해라.”

    “야, 이거··· 사이즈가 너무 큰데? 이 자리에서 차 몇 잔 마시고 시작할 프로젝트가 아니잖아?”

    몇 조가 들어갈지 모르는 일이었다.

    이건 삼신 입장에서 도박을 해 볼 일이었고, 기존 인터넷 사업의 혜성, 무선통신사 결합의 KS, 그리고 그것을 호환할 부품 모듈을 만들어야 할 삼신이 달라붙어서 그 리스크를 오너들이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재환은 그 자신감이 넘쳤다.

    “E-삼신의 투자는 이런 첨단기술 개발 투자를 원한게 아니었어?”

    “젠장, 할 말 없게 만드네···.”

    “그리고 데이터 요금제 폭리 대신 합법적으로 인프라 확충인데, 이건 KS라면 해볼 만한 거 아닙니까? 같은 돈이라면 칭찬 받으면서 벌어야죠.”

    재환의 설득에 일단 삼신과 KS 모두 이사회에서 그 회의를 한 번 진행해 보기로 했다.

    “열흘만 줘라.”

    “일주일.”

    “아, 새끼! 지가 추진하는거라고 더럽게 촉박하네!”

    대현의 말에도 재환은 웃으면서 1주일을 고수했고, 결국 그가 승낙했다.

    그렇게 세 회사에서 전국의 무선인터넷 망 확충을 위한 프로젝트는 이제 단추를 끼울 준비를 햇다.

    그리고 KS-혜성-삼신에서 한 글자 씩 따서 가칭으로 ‘SKS-인터넷’가 깨어날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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