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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는 재벌의 삶!-168화 (168/244)
  • 168- 여기까지 왔다!

    2006년이 시작되고, 재환은 그해 혜성그룹의 중심이 될 수 있는 평택 반도체 공장 준공식에 참여했다.

    원래였다면, 두성과 삼신의 공사에 따라 작년 4분기 완성을 생각했으나, 실리콘밸리 임원들 영입 이후 설계가 몇 번 변경되어서 수 개월 미뤄진 일이었다.

    어쨌건 5만평 규모의 혜성전자 반도체 제1공장이 완공됐고, 6개월 후면 2공장 역시도 공사가 끝난다.

    “일단, 댁이 원하는대로 했으니 6개월간은 한국에서 반도체를 위해 움직여주는 되요?”

    재환은 옆에 있는 엘리사 수 사장에게 말했고, 그녀는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첫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할 것입니다.”

    성경의 한 구절을 언급한 엘리사의 말에 재환이 손뼉을 쳤다.

    재환은 그 뒤로 현규의 안내를 받고서 내부 공장을 한 번 돌아봤다.

    삼신물산은 사실상 자신들의 기술을 배우고 독립하는 혜성전자를 위해서 상당히 공을 들여 공장을 지어줬다.

    방진복을 챙겨 입고 들어갔을 때, 재환은 그 안에서 공장 기계를 테스트해보는 반가운 친구를 만났다.

    “회장님!”

    “아이고~ 테스트하는 연구원이 누구신가 했더니만!”

    노광기 앞에서 인사를 한 것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 강석찬이었다.

    한때 전자사업을 위해서 영입하려 했다가 사학재단을 넘어 안암대 라인 전체와 한따까리 해서 데려온 친구였다.

    ‘옛날 생각나네. 안암대 재단은 그 뒤로 잘 있나?’

    그래도 국내에서 무시 못 할 인맥을 갖춘 곳이라 꾸준히 채용은 하지만 말이다.

    재환은 그때의 약속대로 수년간 공부를 하고 온 석찬을 반도체 기술팀장 자리로 이사 직급으로 올려주고 엘리사 수와 같이 반도체 사업을 맡겼다.

    공장 시찰을 끝낸 뒤 재환은 석찬에게 가동에 대한 일정을 들었다.

    “삼 개월간 총 테스트를 한 다음에 이제 생산이 될 겁니다.”

    “그동안 생산 계약부터 맺어야겠지.”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앞으로 나갈 일을 생각했다.

    그 옆에는 장진욱과 임용태의 사임 이후 신임 부회장에 오른 이기남이 미소를 지었다.

    “혜성전자의 또다른 사업 반도체를 반드시 성공으로 이끌겠습니다. 회장님.”

    “네~ 당연히 그래 주셔야죠.”

    밖으로 나온 뒤 재환은 사무실에서 가볍게 육공회 친구들과 석찬을 불러 차를 마셨다.

    “이따 저녁에 다들 잊지 않고 올 거지?”

    “물론이지!”

    “반지 여러개 준비했다. 재환아?”

    정인과 현규는 오늘 준공식 이후로 저녁에는 혜성그룹 3세의 돌잔치에 참여할 준비를 했다.

    “너도 와. 옛날 친구들끼리도 모이고, 혜성 와서 임원들 눈도장도 찍어야지?”

    석찬 역시도 참가하라고 하자, 재벌가 오너 셋 앞에서 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현규는 웃으면서 그의 어깨를 짚고 말했다.

    “친구들끼리 초대받은건데 뭐가 문제야? 오랜만에 고교시절 동창들 이야기 좀 해 보자고.”

    “아, 그러···겠습니다.”

    “나한테까지 존대 안해도 되는데.”

    재환은 그 둘을 보고 피식 웃으면서 밖에서 기다린다는 평택시장과 지역구 의원, 도지사 등을 만나 사진 몇 방 찍히러 나갔다.

    ***

    2006년 이후 혜성그룹은 재계서열 6위를 차지하며 이제 탑5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삼신-아성차-KS-GH-샤를로트의 바로 밑의 상황이었다.

    그중에서도 GH가 최근 일가의 가문들끼리 분사를 준비한다고 하고, 샤를로트 역시도 내실 다지기에 들어가니 1-2년 안에는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다고 재환은 자신했다.

    회사 경영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낮에는 반도체 공장 준공식, 그리고 저녁에는 웨스턴 호텔 한층을 통째로 대절해서 세상 가장 화려한 돌잔치를 시작했다.

    [자~ 그럼 혜성그룹의 도련님! 신승윤 군의 돌잔치를 시작하겠습니다.]

    혜성엔터테이먼트 대표이자, 오늘은 전담 사회자를 맡은 신동협이 능숙하게 진행을 하자 많은 하객들이 박수를 쳤다.

    재환과 미연의 양가 부모님과 친척들.

    육공회의 형제들, 사돈인 마이다스그룹, 그 외에 수많은 재벌가 사람들과 수많은 혜성그룹의 고위 임원들.

    게다가 초대받고 찾아온 이상명이나 한영옥 같은 거물급 정치인들까지.

    하나하나 인사를 받고 악수를 하면서 선물로 받은 돌 반지를 전부 모으면, 골드바 몇 개는 만들 수 있는 양이 나왔다는 뒷이야기도 있었다.

    [자~ 우리 도련님께서는 돌잡이에서 무엇을 잡을까요? 아앗! 여러분 만년필을 잡았습니다!]

    “우웃!”

    재환은 자신이 그렇게 모으던 만년필 컬렉션 중에서 하나를 잡은 아이를 보고 기뻐 외쳤다.

    그리고 모두가 박수를 쳐 줬고, 가족사진을 찍으러 재환 부부와 승윤이, 그리고 양가 부모님이 사진을 찍은 것으로 행사는 끝나고 피로연에 들어갔다.

    재환이 아기를 안고 한명 한명씩 인사를 하고 다닐 때, 테이블 마다 자리에 많은 임원들이 보였다.

    그들은 재환이 오자 황급히 일어났지만, 앉아서 많이들 먹으라고 만류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 보던 중 재환을 못 보고 열띤 토론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D램이나 낸드플래시는 이제 시작한다 하더라도, 그래픽카드나 CPU는 10년은 더 잡아야겠는데요?”

    “최소한의 인프라는 갖춰 있더군요. x86 호환으로 500MHZ급까지는 되 있었습니다.”

    “휴우우- 그런다 하더라도 지금부터 인터콘 같은 곳 따라잡는건···.”

    전문용어와 영어를 섞어가면서 토론하는 둘을 보고 재환은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

    “무슨 이야기들을 그리 재밌게 하실까?”

    “어!? 회장님!”

    “이 자리에서는 이름 불러도 된다. 아니면 승윤 아빠라고 해주던지.”

    재환은 자신의 아들을 들어 친구 석찬에게 안겨줬다.

    그리고는 같이 토론을 하던 엘리사 수에게도 한번 안아보라 건네줬는데 그녀는 인자한 부처님같은 미소로 아이를 들고서 입을 열었다.

    “아이가 아주 예쁘네요.”

    “네~ 그럼 안은채로 하던 얘기 계속 할 수 있을까요?”

    얌전히 엘리사의 품에 안긴 아이를 보면서 재환은 두 임원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 평택 공장 사업에 대해 논의를 하다가 다른 사업부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반도체 기업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생산 및 설계를 자체적으로 모두 끝낼 수 있는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그리고 직접적인 생산 설비가 없이 반도체의 설계만 전문적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

    그리고 그 팹리스 기업에게 위탁생산을 받아서 생산하는 파운드리(Foundry).

    이렇게 세 곳 중에서 현재 국내에서는 삼신과 아성전자 빼고는 모두 위탁생산의 파운드리 기업이었고, 혜성 역시 반도체의 첫 시작은 파운드리다.

    “일단 넘쳐나는 낸드플래시와 D램 수요로 인해 1공장의 첫 고객은 삼신전자가 될 것 같습니···아니, 같아···아씨, 그냥 통일할게요.”

    고교동창 동갑내기 친구라고 해도 회장 앞에서 차마 말을 놓기 힘든 석찬이었다.

    재환은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낸드 플래시 덤핑하느라 미친 듯이 물량 털어내는데, 우리가 초반엔 서포트좀 해줘야겠지.”

    “대금은 확실할 겁니다. 게다가 이번에 파견간 개발자들 모두가 꽤 유능해서 큰 기대 하셔도 좋을겁니다.”

    재환은 석찬의 말을 들으니 더욱 든든했다.

    “나도 이야기는 들었지. 너 연구개발하면서 기어이 박사학위까지 다시 땄다면서?”

    “아하하, 그게 그렇게 됐죠.”

    수원 삼신전자 연구소에서 파견근무를 하면서, 안암대 이후로 다시 전자공학 학위를 따겠다고 수원 인근에 있는 아윤대학교에서 주경야독으로 근성의 공부를 한다는 이야기에 재환은 학비까지 대줬다.

    덕분에 박사급의 학위를 돌고 돌아 다시 땄고, 재환은 기념으로 과거 대윤그룹 소속이었던 아윤대에 장학금까지 혜성의 이름으로 기증했다.

    “일단 초반에는 삼신에서 줄 물량만 소화하는 것도 엄청 바쁠 겁니다.”

    “아~ 그래. 게다가 지금은 파운드리지만 우리도 나름대로의 기술개발을 해서 궁극적으로는 IDM으로 가야 하니까.”

    재환이 그렇게 말하며 엘리사 수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월봉으로 600만 불을 요구해서 압도적인 혜성그룹 내 연봉킹이니만큼 엄청나게 굴려대고 있었다.

    CPU사업 개발 겸, 반도체 총괄담당겸, 그래픽카드 개발 겸, 반도체 연구원 영입까지 모두 맡겼으니 말이다.

    “제가 이번에 한국에서 일 마치고 돌아가면, 모교로 가서 박사급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보겠습니다.”

    “오~ MIT 클라스 박사들. 오고싶은 인재가 있다면야 이번에도 내 개인재산을 털어서라도 영입하죠.”

    재환이 쿨하게 승낙하자 엘리사 수는 빙긋 웃으면서 안고 있던 아기를 재환에게 다시 돌려줬다.

    “제 연봉 값은 확실히 하겠습니다. 미스터 체어맨.”

    재환은 둘에게 인사하면서 다른 곳을 한 번 둘러봤다.

    엘리사랑 석찬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모인김에 각 기업의 고위 임원들끼리 연구개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까, 이 차량에 있는 내비게이션 말이야. 이제 감압식 때려치고, 전자식으로 해야 한다니까?”

    “어우~ 단가 문제 만만치 않을텐데요?”

    “그러니까 원가 절감을 해야지! 이거 한번 봐바. 편리함이 일단 중요한거 아니겠어?”

    혜성자동차와 혜성전자의 임원들이 모여서 뭘 이야기 하나 봤더니만 차량과 거기에 기본 옵션으로 탑재된 내비 가지고 터치스크린을 전자식으로 교체한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그걸 강연하는 인물이 부회장이니 웬만한 임원들이 전부 모였다.

    재환은 거기도 가려다가 뭔가 전문용어로 심각하게 논하는 분위기에 슬쩍 빠졌다.

    그 뒤로 다른 곳에 간 곳에는 혜성유통 사업부에서 최근 각광받는 시계 브랜드를 놓고서 각 마트와 백화점 매장마다 전문 시계 수리센터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다들 열심히구만.”

    재환은 승윤이를 안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인사를 오는 사람들을 받아줬다.

    그리고 뒤늦게 달려온 미연에게 다시 아이를 맡겼다.

    “애가 순하다니까? 다른 사람에게 안겨도 한 번 울지를 않아.”

    “그럼요. 얼마나 얌전한지 몰라요. 그러면서 어디 무서워하는것도 없고.”

    재환은 미연이 아이를 데리고 가서 희경 내외에 데려가자 손주바보가 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아이고, 여기 있었구만?”

    재환이 고개를 돌리자 대현을 포함한 육공회 멤버들이 있었다.

    재환은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갔고 자리에 앉아서 감사를 표했다.

    “다들 와줘서 고맙고, 선물에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형제들이여.”

    “이 새끼 이거 인사를 두 번 하네?”

    진용의 농담에 모두가 크게 웃었다.

    어쨌거나 이 자리를 위해 고급 와인을 준비했고, 특히 웨스턴은 신누리그룹 산하인지라 진용의 입김으로 최상급의 제품들이 즐비했다.

    와인을 따르고 모두가 건배할 때, 갑자기 대현이 말을 꺼냈다.

    “잠깐 일 얘기 해도 되냐?”

    “네, 하세요.”

    재환이 쿨하게 승낙하자 대현은 헛기침을 하고서 말했다.

    “여기서 자기 휴대폰 사업 하는 사람 손.”

    “···?”

    손을 든건 현규 하나였다.

    삼신전자 휴대폰이야 현재 국내 1위, 해외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핵심제품이니 당연했다.

    “선길이 넌 왜 안드··· 아 맞다. 거긴 사촌댁이지?”

    “저희는 자동차입니다. 전자 안 해요.”

    대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유일하게 손을 든 현규에게 말했다.

    “현규야. 너 우리 휴대폰 사업부 가져갈래?”

    “네?”

    뜬금없는 소리였다.

    대현은 한숨을 쉬면서 현 상황을 말했다.

    “지난번 대화그룹에서 휴대폰 사업부 인수하고, 통신사 내에서 단말기 보급용으로 썼는데··· 영 애물단지다. 그래서 그냥 매각하려고.”

    재환은 그 말을 듣고서 W시리즈가 벌써 이렇게 매각이 되나 싶었다.

    “이유가 뭔데요? 나름 제품 좋지 않았나요?”

    “개뿔, 점유율 5% 왔다리갔다리 하는게 뭐가 이쁘다고 봐주냐?”

    대현은 그러면서 공장 장비 다 뺐으니 삼신이 가져가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현규 입장에서는 시큰둥한 제안이었다.

    이미 1인자인데, 기술이라 해야 전부 가지고 있는거니 말이다.

    “공장 부지는 인수해도··· 글쎄요? 이사회에서 반대할 거 같습니다···.”

    관심없다는 걸 에둘러 말하자 대현은 혀를 차면서 중얼거렸다.

    “쯧, 그걸 팔아야 지주회사 지분을 더 늘릴텐데. 그럼 여기서 살 사람 없어?”

    하지만 효령이나 두성이나 신누리나 딱히 필요는 없는 사업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시선은 또 다시 재환에게 왔다.

    “왜 다들 날 봅니까?”

    이제껏 사업철수&매각해버리려는 계열사들 긁어모아서 죄다 떡상 시켜버린 업적 때문일까?

    대현은 점점 불쌍한 눈을 하면서 재환을 바라봤다.

    “어떻게··· 사업부 넘겨줄까?”

    국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 5%.

    KS텔레콤의 자급 단말기가 전부인 회사.

    인수한다 하더라도 경계대상은커녕, 신경도 안 쓰는 휴대폰 제조사.

    근데 재환을 통해서 그 사업부 인수할 생각이 없냐는 완곡표현.

    재환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면서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얼마까지 알아봐야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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