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 삼신이 만들고 혜성이 쓰는것.
김무연은 차를 대접하고 재환과 대화했다.
“회중시계라··· 이거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장님이 그동안 KC에서 만든거라고 들었는데요.”
“하하하- 저는 그저 옛날 기술지일 뿐입니다. 사장이 만들라면 만드는···.”
재환은 그 이야기를 듣고 미소를 지었다.
“KC, 그래요. 해외에서 그 뭐야··· 오이엠? 아, 그게 단어가 맡나?”
“OEM 맞아요.”
“네, 그렇습니다. 해외에서 설계도 오면 그걸 쿼츠 조립해서 만들었어요. 난 그저 그렇게 했던 사람입니다.”
김무연은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옛날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도 옛날 이야기를 떠 오르니 나름대로의 풀 썰이 많아 보였다.
“옛날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삼신의 이인철 회장이 말하더군요. ‘경제련에 회장들에게 돌릴 시계가 필요하다고.’ 그래서 제가 만들었던 시계가 기억납니다.”
재환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서 더 말해보라고 손짓했다.
“스무 개를 만들었고, 그중에서 다섯 개는 지금의 이건호 회장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분 말로는 중요한 사람에게만 줄 거라고 하더군요.”
“으흠?”
“그때부터였습니다. 시계를 만든다는 것에 희열을 느낀게 말이죠.”
재환은 김무연의 말을 듣고서 품 안에서 그 회중시계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놨다.
“다섯 개 중 하나가 여기에 있네요?”
“어? 어··· 아이고야?!”
김무연은 재환이 꺼낸 회중시계를 들고서 열어본 다음 이리저리 확인해보고서 미소를 지었다.
“세상에··· 이게 아직 있단 말인가?”
“네~ 제가 가지고 있네요.”
“회장님, 이게 제가 말한 그 다섯 개 시계 중의 하나입니다.”
“전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겁니다. 아~ 그러고 보니 아버지가 삼신시계 인수 전후로 그 시계 받은 썰을 풀긴 했었죠.”
삼신시계 인수건은 재환이 주도한 거지만 말이다.
자신이 만든 애착품을 본 김무연은 멋쩍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서··· 이 다 늙어빠진 영감이 이런걸 더 만들어달라고 요청하시는 겁니까?”
“네, 할 수만 있다면요. 그것도 혼자가 아닌 KC전체와 말입니다.”
“네에?”
“사장님께서 제안에 승낙하시면, 전 이길로 바로 KC인터내셔널도 찾아가 인수할 겁니다.”
재환의 큰 그림을 본 무연은 웃으면서 그 제안에 승낙하겠습니다.
“하겠습니다. 어차피 남은 인생 얼마 되지 않지만, 걸작품나 만들면서 지내야겠습니다그려?”
“네, 이사대우의 자리를 드리겠습니다. 다음주에 뵙지요.”
“아, 그전에 회장님.”
재환이 고개를 돌리자 자신이 만든 회중시계를 잠시 건네달라는 부탁을 했다.
“기름칠과 부품 교환을 해 드릴 테니 잠시 맡겨주시겠습니까?”
“네, 그러죠.”
재환은 그것을 건네준 뒤로 종로의 김무연 제작소 공방을 나섰다.
차에 올라탄 재환은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양민국에게 말했다.
“구로디지털단지로 갑시다.”
“회장님, 오늘 바로 말입니까? 아직 연락을···.”
“회사 공휴일 아니면 일은 하고 있겠죠. 그리고 지금 바빠서 밤새 야근도 할 겁니다.”
재환의 말에 양민국은 고개를 끄덕이고 김 기사에게 종로에서 구로로 가게했다.
KC인터내셔널은 재환이 알아낸 정보처럼 한때 미국 대통령이나 각국 정상에 대한 기념품 시계를 제작하고, 각종 판촉상품을 시계로 만들어내는 회사였다.
그리고 지금은 굉장한 위기에 빠져 있는 회사였다.
구로동에 있는 건물에 들어온 재환은 8층에 있는 사무실로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아, 어떻게 오셨습니까?”
초면에 정장 차림의 두 사람을 보고 직원이 묻자 재환은 품 안에서 명함을 꺼내 건넸다.
“사장님을 만나고 싶은데 어디계시죠?”
“네, 혹시 예약하셨습···니···까!?”
갑자기 끝소리가 하이톤이 된 여직원은 명함을 보고 연달아 재환의 얼굴을 바라봤다.
“예약 안해서 명함부터 먼저 드린건데요?”
“자, 잠시만 기다리세요! 금방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여직원은 후다닥 달려갔고, 잠시 후 혼비백산해서 온 사장이 달려왔다.
“혜, 혜성그룹 회장님이 오셨단 말입니까?”
“네, 바로 제가 그 회장입니다.”
“처음뵙겠습니다! 제가 이곳의 사장인 이태희라고 합니다.”
“네~ 만나서 반가워요. 이 사장님.”
재환은 그의 안내를 받고서 집무실로 향했다.
거기서 이태희는 자신들의 만든 상품을 가지고 필사적인 PR을 하고 있었다.
“회장님, 저희 회사는 해외의 명품 시계들을 OEM으로 제작하고, 각종 행사 상품용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네~ 잘 봤어요.”
꽤나 무브먼트가 좋은 시계들을 본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사촌동생에게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 최근에 일본하고 소송 크게 걸리셨다고 들었는데요?”
재환은 처음부터 돌직구로 던졌다.
이태희 사장은 난처한 얼굴을 하다가 조심스럽게 얼버무렸다.
“아, 그게··· 회중시계 디자인을 하다가 라이선스 문제인데, 레플리카 제품이어서 그게 국제법에 걸린거라 협의를 통해···.”
재환은 수표책을 꺼내 자신의 만년필과 같이 책상에 올려놨다.
“한 장에서는 그 소송금액 금액 쓰세요. 제가 정식 라이선스 딸 금액까지 결제하지요.”
“네, 넷?!”
“그리고 다른 한 장에는 이 회사에 대한 인수대금을 작성해주세요. 혜성시계가 KC를 인수하고 싶습니다.”
별안간에 인수선언에 이태희는 깜짝 놀라 물었다.
“이 사장님을 혜성그룹 전무 대우로 올려드리고 전 직원 고용승계를 하지요. 그리고 설비까지 모두 값을 쳐 드릴게요.”
재환은 그러면서 옆에 양민국 사장을 소개하며, 현재 혜성시계와 KC의 인수합병 논의를 하게 만들었다.
KC는 수많은 캐릭터 상품 시계를 만들었으나 그 기술력에도 회사가 위기였던 이유가 일본의 라이선스 문제였다.
바로 그 ‘강철의 연금술사’ 회중시계를 레플리카로 만들었다가, 일본 출판사에서 소송이 걸렸고, 거기에 대해서 2차 창작에 대한 한국과 일본 사이에 국제법이 오가면서 엄청난 벌금과 합의금을 뒤집어 쓸 위기였다.
그 상황에서 혜성이 나와서 모든 건 해결해줄테니 자신의 산하로 들어오라 제안했다.
“참고로 KC에서 오래 시계공으로 계신 김무연 사장도 이사대우로 영입 성공했습니다.”
“종로 공방 말입니까?”
“네~ 그쪽 역시도 같이 움직일 겁니다. 옛 동지들을 같이 모아서 혜성에서 그 꿈을 펼쳐 보시죠?”
재환의 제안에 이태희는 잠시 생각해보겠다고 했지만, 그러면서 재환에게 합의금에 대한 지원을 곧 연락드리겠다고 했다.
결국, 돌고 돌아서 JC인터내셔널은
혜성그룹 산하로 들어갔고, 언론을 통해 ‘미국 대통령에게 납품했던 시계 회사가 혜성 산하에 들어갔다.’라는 대대적인 광고가 들어갔다.
이후 재환은 그동안 인연이 있던 세계 정상과 친분이 있는 기업인들에게 전달해줄 기념 시계를 특별히 제작할 것을 요청했다.
***
“여기도 오랜만이구만.”
“회장이 된 이후로는 통 가본적이 없던 삼신그룹의 헤드 승지관.”
재환은 이곳에 와서 이제 모든 것을 정리하러 왔다.
미전실 임원들의 극진한 대우 속에서 안내를 받고, 들어왔을 때 오랜만에 본 이건호 회장은 예전보다 좀 더 나이를 먹은 모습이었다.
“오랜만이오, 신 회장.”
“예, 지난번 제 아들에게 주신 선물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허허허, 그 정도야. 뭐.”
이건호 회장은 껄껄 웃은 다음 곧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이제는 우리가 서로에게 투자했던 것을 거둬들일때가 된 것이 아니오?”
“네, 그래서 왔습니다.”
97년부터 시작해서 삼신의 자동차와 반도체 사업에 대해 혜성은 영혼까지 끌어올린 2500억을 통크게 투자했다.
덕분에 IMF 위기에서 삼신은 자동차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서 현재 재계서열 1위를 굳건히 지켰다.
그리고 그 2500억의 대가를 이제 수금할때가 왔다.
“대구에 있는 삼신상용차는 이제 혜성상용차로 이름이 바뀔 것이오. 그동안 삼신차에 많은 투자를 해준 것 진심으로 감사하오.”
그동안 재환이 ‘삼신사람이냐, 혜성사람이냐?’ 할 정도로 깊숙한 곳에 개입해서 키워낸 이유이기도 했다.
덕분에 상용트럭 시장은 베스트 셀러 아성 PT 1톤트럭을 턱밑까지 추격했고, 버스 역시도 엎치락뒤치락하면서 1위 자리를 노리는 자리가 되었다.
투자는 혜성이 했고, 경영은 삼신이 했으며, 개발관여는 재환이 했고, 기업 위상은 이건호가 만들어줬다.
사실상 2500억을 은행에 복리로 투자했어도 지금의 삼신이 만들어준 가치와는 비교가 불가능할 것이다.
“이 계약 내막을 아는 사람은 없으니 매각대금은 비공개 처리하겠소, 그쪽 역시도 이런 이야기가 따로 나오지 않게 해주시오.”
“예, 그거야 당연한 겁니다.”
“대외적으로는 상호 지분 거래로 해서 그동안 그대가 가지고 있는 삼신전자와 삼신디스플레이의 지분을 내가 사들이고 싶은데?”
재환은 그때 고개를 저었다.
“회장님. 그것은 내년 혜성반도체사업부가 생길 때 논의 드리겠습니다.”
“···.”
삼신에서 행세를 할 수 있는 만만치 않은 지분이었다.
이건호는 이 참에 그것들을 자기가 사들여서 아들 현규에게 승계해주려고 했지만, 재환이 그걸 미뤘다.
“그걸 계속 가지고 있을 이유가 있소?”
“삼신과 혜성의 동맹 증표가 아닙니까?”
“그걸 가지고 있어서 동맹이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소?”
재환은 그 말에 조용히 말했다.
“딱 1년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평택의 혜성전자 반도체공장이 완공될 때, 현규에게 넘기겠습니다.”
“···.”
‘자칫해서 이거 다 넘기고, OEM이고 ODM이고 반도체 공장만 지어놓고 나몰라라 하는 상황을 눈뜨고 볼 수는 없지.’
서로간에 하나씩 급소는 잡고 있겠다는 재환의 말에 이건호는 조용히 말했다.
“좋소. 그럼 그에 상응하는 대외적으로 땅이나 좀 사 주시오.”
“네?”
“내 이걸 넘겨드리지.”
이건호가 서랍을 열어서 내민 것은 땅문서였다.
그것도 평택시 고덕면 일대인데, 재환이 사들였던 10만평 이후 그동안 그 일대 유지들이 안팔겠다고 선언한 나머지 15만 평이었다.
“10만평 짜리 반도체 공장을 누구 코에 붙이겠나? 그걸로 해서 최소한 25만평은 넘게 만들어야지.”
“그걸 삼신이 사들인겁니까?”
“딱 시가로 팔지. 사시겠소?”
“그렇다마다요.”
재환은 그것으로 1차 거래를 마쳤다.
***
그리고 얼마 후 혜성에는 큰 건이 발표됐다.
[혜성그룹, 시계 1인자로 해외 수출 2억불 돌파!]
[요르단 시계공장 준공, 미국 대통령 기념시계 제작사 인수, 앤틱 시계 라인업. 혜성의 발전은 무궁무진하다.]
한국 경제에서 시계 수출량 2억 7천만 달러에서 혜성 혼자서 2억달러 어치를 팔았다는 기사.
거기에 세계 시계 시장에서도 다양한 라인업으로 엄청난 성장세를 이뤘다.
과거 평범한 손목시계로 15만대 정도로 팔던 계열사 꼴지 애물단지 삼신시계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의 수준이었다.
시계를 넘어 상용차 역시도 혜성이 돌아오는 기사가 연타석으로 터졌다.
[속보: 삼성, 상용차 사업 접는다! 혜성대윤자동차에게 매각.]
[무시 못 할 자동차 공룡이 된 혜성. 세단 빼고 모든 것을 섭렵하다.]
[혜성대윤차. 멈출 줄 모르는 그 성장.]
삼신과의 거래 속에서 시계, 자동차, 그리고 이제 내년 반도체까지 해서 수확을 거두는 순간이 온 것이었다.
삼신의 IMF 2500억의 투자는 수 조원 대가 되어서 재환에게 돌아왔고, 이제 내년 1분기에 시작할 반도체만 나온다면, 그동안의 성과로 혜성 2기의 중심을 만들 수 있었다.
재환은 큰 거래를 마치고, 내년 반도체를 기다렸다.
“자~ 그러면 이제는 천천히 기다리면 되는 거겠지?”
재환은 반도체 거래 사인은 시간상 아들 녀석의 돌잔치를 앞두고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