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63화 (163/244)
  • 163- 천당과 분당 사이 판교라는 다리.

    빰빠라밤밤 빰빰~ 빠바밤~

    오케스트라 나팔 소리와 함께 폭죽이 터지고, 리본 커팅식에 수많은 참여객들이 박수를 보냈다.

    [네, 이것으로 주식회사 신분당선의 설립식과 착공식이 끝났음을 알려드립니다.]

    2005년 그동안 그린벨트로 묶여있던 판교 일대가 개발계획이 잡히고, 십수만평의 그린벨트 적금이 한 방에 터지는 순간이었다.

    재환은 신분당선 기공식에 참여하고, 육공회 멤버인 정인과 악수를 했다.

    “와 줘서 고맙다 재환아.”

    “두성이 이번에 가장 지분이 높다죠?”

    “전체에서 35%, 그 외 나머지가 10% 이하씩 가지고 있지.”

    신분당선은 두성그룹을 중심으로 산업은행, 포항제철, 농협은행 등 수많은 컨소시엄으로 이뤄진 단체였다.

    착공 이후 2011년에 강남에서 정자역까지 개통되는데, 그 중심에는 판교가 있었다.

    “여기까지 온 김에 한 바퀴 돌아야지?”

    “네, 그래서 온 거니까요.”

    재환과 정인은 같은 차에 타고 인근에 있는 판교지구로 향했다.

    “땅값 많이 올랐어?”

    “웬걸요. 앞으로 10년은 더 기다려야죠.”

    현재 판교 일대의 땅값이 3배가 올랐다 했어도 2만 8천원 정도였다.

    20만평을 팔아도 채 60억이 안되는 금액인데, 그래서 웃돈을 주고 판다고 하더라도 전부 무시했다.

    ‘10년 뒤에 600배가 오르는데 내가 미쳤다고 지금 팔까? 몇조짜리 금싸라기인데 말이야.’

    재환은 그러기 위해서 자신들이 소유하면서 그곳에 건물을 계속 짓기로 했다.

    “테크노밸리에 사업 인가가 난게 작년 12월, 그리고 이제 착공을 한 게 다음 달부터니 말이야.”

    정인의 말에 재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지금 저희도 하나 입주하려고 하고 있어요.”

    재환은 수많은 계열사중 혜성바이오를 선택했다.

    전자는 안산-화성-평택을 계속 키운다고 하지만, 바이오는 인천에 송도 일대에 큰 R&D센터가 있어도 규모의 확장이 필요했다.

    그런데 때마침 테크노밸리 계획이 생겼으니 재환은 그곳에 제2 혜성바이오 연구소를 만들 계획이었다.

    게다가 신분당선 참여자이자, 바이오 계열사만 유일하게 융자거래를 하는 농협도 있으니 자금은 문제 될게 없었다.

    “요새 청양고추 맛이 좀 변한 거 같더라? 어우, 더 얼얼해졌어.”

    “오이고추다 매운고추다 개량은 하는데요. 전 그냥 오리지널이 좋더라고요.”

    한국 내에 있는 비료와 종자 80% 이상을 소유한 혜성바이오인지라 로열티 장사도 짭짤하고, 거기에 평택에 합작한 사료회사 혜성레슬리 역시도 현금 보유가 굉장했다.

    “솔직히 그쪽은 잘 몰라서 그냥 전문경영인에게 맡겨뒀는데, 알아서 잘하니 효자계열사죠.”

    이제 혜성그룹 회장이란 자리는, 계열사들을 한 바퀴 도는 것만 해도 한 분기가 넘어갈 정도였다.

    재환은 판교에 도착해서 이제 막 짓고 있는 테크노밸리 1공구를 바라봤다.

    “저기 있는 곳에서 이쪽으로 지어지는데, 저희도 따로 건물을 만드려고 합니다.”

    “위치는?”

    재환은 조금 걸어서 나온 자신의 소유 토지 쪽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정인에게 보여주면서 말했다.

    “딱 좋지 않아요?”

    산을 깎아내고, 외진곳에 위치해 있었지만, 연구센터를 짓기에는 충분한 면적이었다.

    “사돈에게 맡기긴 했지만, 이런 전문시설에 대해서는 노하우가 부족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말인데 두성건설하고 마이다스 건설이 같이 좀 움직여 주셨으면 합니다.”

    “치야- 평택 반도체도 내년이면 완성되는데, 바로 다음 일거리 주는거냐?”

    정인은 두성건설에 대한 일거리를 하나하나 주는 재환을 고맙게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제수씨는 어때?”

    “어이구, 배가 점점 더 자라고 있어요.”

    “아들이라고 했나?”

    “글쎄요? 그런 검사 안 했어요. 근데 아들이건 딸이건 첫째는 무조건 잘 키워야죠.”

    곧 아빠가 되지만, 그래도 아직 할 일이 많았다.

    물론 당분간은 이렇게 수도권 일대만 돌면서 일을 해야겠지만 말이다.

    ***

    재환은 결혼 이후 돌아온 기환을 반갑게 불렀다.

    “신혼여행 어땠냐?”

    “아오~ 완전 좋았어. 형도 다녀온 곳이라고 했지?”

    이번에도 문영이 보내준 하와이 리조트이용권을 받아서 동생 신혼여행으로 보내줬다.

    이제는 마이더스그룹과 혜성그룹이 사돈이 되어서 아버지와 오현우 회장 사이도 많이 좋아졌고, 건설에 있어서는 많은 도움을 줬다.

    결국, 돌고 돌아 혜성건설을 사들인 회사가 큰 규모의 기업집단이 되어서 사돈이 된 일이었다.

    “자, 쉴만큼 쉬었으니 이제 기획이사 자리 받아서 잘 할 자신 있지?”

    “물론이지! 앞으로 형, 아니 회장님을 도와서 혜성의 한 축이 될게.”

    “좋아! 그럼 회의 들어가자!”

    재환은 기환을 데리고 혜성 내에 IT전산팀과 혜성게임즈 임원들을 모두 불렀다.

    김채홍 혜성게임즈 사장을 시작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영입한 란비르 박사와, 애런 코왈스키 부사장, 그리고 기환도 그 자리에 기획이사로 껴 있었다.

    “게임과 포털 사이트 때문에 말인데 말이죠.”

    재환이 운을 띄우자 임원들은 무슨 말을 할지 집중했다.

    “액티브 X 없애 버리고, 보안 프로그램 하나 가지고 게임이랑 오픈마켓 돌리게 합시다.”

    “네?”

    “네?!”

    “어?!”

    “what?”

    2005년에 말을 꺼내기에는 너무나도 뜬금없는 재환의 말이었다.

    “회장님, 지금 액티브X없이 프로그램을 돌린다고 하신 겁니까?”

    “네.”

    재환의 말에 외국인 임원들까지도 난처하다는 얼굴이었다.

    “3,4년 안에 마이크로 컴퍼니가 새 OS를 준비한다고 합니다. 거기에 맞춰서 이제 새로운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는 말.

    재환은 미래를 염두해두고서 새 보안프로그램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솔직히 지금까지 너무 힘들어요. 제가 지난 번 닥터안의 프로그램 VA3를 썼을때도 그랬지만, 보안프로그램이라고 하나 자동으로 깔고, 그뒤로 뭐 깔고 뭐 깔고···.”

    90년대 만들어져서 00년대까지는 통합 보안으로 그럭저럭 쓸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 폐해가 2010년대 중후반까지 이어져서 해외에서는 국내 쇼핑몰의 거래도 힘들 정도였다.

    재환은 차라리 지금부터 개발을 시작해야 훗날 스마트폰 시대에 발을 맞출수 있다고 결정했다.

    “이것 참, 밑도 끝도 없이 액티브X를 대체할 보안프로그램을 만들라고 하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란비르 박사는 난처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반면 애런 부사장은 보안프로그램 전문이다 보니 자동설치로 이것저것 깔아서 컴퓨터가 무거워지고, 그 속에 악성코드도 낀 상황을 많이 봐서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었다.

    “쉽지는 않을 겁니다.”

    “네, 그러니까 댁들 영입한거 아니요?”

    재환은 화이트 보드를 가져와서 마카로 그림을 그렸다.

    “원 클릭, 원 설치, 원 구매! 이걸 혜성의 오픈마켓으로 걸겠습니다.”

    황당하지만, 어찌보면 필요할 것 같은 결제의 간소화.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필요한게 한 두 개가 아니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일단 카드 결제 보안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할 겁니다.”

    “네, 오픈마켓도 있지만, 정작 저희가 운용하는 게임 홈페이지도 그렇습니다.”

    임원들의 말에 재환은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시작한다는 겁니다. 일단 예산은 충분히 배정할 것입니다. 그리고 특별 보안 팀을 만들어서 간편결제시스템을 만들 수 있게 시간도 넉넉히 드리지요.”

    일단 시간과 예산을 개발자들에게 주겠다고 약속했으니, 너희는 그냥 매달리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었다.

    그로 인해 프로젝트 팀이 만들어졌고, 그 중심으로 애런 코왈스키 부사장을 재환이 임명했다.

    실리콘밸리에서 거액을 주고 온 만큼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시켜야 한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재환은 간편결제 프로그램을 마이크로 컴퍼니의 os win 7이 나올때까지로 기한을 잡았다.

    물론 그것을 넘어 A-컴퍼니의 MAC에게도 역시 호환이 되게 만들어 향후 어떤 시스템으로도 움직일 수 있게 혜성의 오픈마켓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

    집으로 돌아온 재환은 짐을 풀고, 샤워 후 옷을 갈아입고 곧바로 천호동으로 향했다.

    처가에서 편하게 태교를 하고 있던 미연은 반갑게 맞이해줬고, 이미 배가 많이 불러있어 몇 달 있으면 출산일이었다.

    “오늘도 고생했어요.”

    남편을 안아준 뒤로 소파에 앉아있을 때 재환은 만삭의 아내의 배를 어루만지면서 곧 태어날 아이를 향해 기쁜 마음을 가졌다.

    ‘이번에는 꼭 많은 시간을 보내야지, 내가 직접 모든 것을 가리키고 말이야.’

    이미 한 번 실패했던 결혼과 육아로 인해서 삶이 한 번 바뀌었던 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적으로 의지해주는 아내와 처가에서도 굉장히 많은 도움을 줬다.

    “아이고, 사위도 밖에서 고생하는데 내가 닭 한마리 삶았네.”

    “아이고, 요 앞에서 온 건데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보게, 사위 사랑은 장모야.”

    장모는 푹 삶은 닭백숙을 사위에게 대접했고, 미연 역시도 친정엄마 집밥을 먹으면서 혈색이 아주 좋아 보였다.

    하루 일을 마치고 이렇게 시간을 내 힐링을 받으면서 돌아가는 일을 10달이 차도록 계속한 재환이었다.

    그렇게 애처가의 모습을 보여준 뒤로 밤 늦게 집에 돌아왔을 때, 다음 날 출근에서 아주 반가운 소식들이 들렸다.

    [전국을 강타하는 경차 붐!]

    [없어서 못 판다! 중형차보다 더 효자상품인 경차가 뜬다!]

    지난번 1000cc 엔진 경차 규제 이후로 재환이 기존 MTZ/MTS와 굿-모닝에 대한 모델을 800/1000cc 모델로 파는 것에 대해 경차시장은 혜성이 다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회장님. 올해에만 4만대가 팔릴 것 같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임창훈의 말을 들은 재환은 미소를 지으면서 격려를 해주기 위해 인천 부평공장을 찾았다.

    서산과 인천 두 공장에서 나오는 경차들은 내수시장도 넘쳤지만, 해외에서도 슬슬 혜성이라는 이름으로 팔리면서 그 나름의 브랜드가 꾸준히 오르고 있었다.

    “신형 모델도 계속 준비되고 있습니까?”

    재환의 물음에 개발이사 성준모가 대답했다.

    “현재 이대로 판매를 하면서 2년뒤에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신형은 아마도 4년 뒤가 될 것입니다.”

    “디자인은 아직 안 됐나보군요.”

    “현재 준비중입니다.”

    재환은 그 말을 듣고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하면서 사무실로 모두를 들어오게 했다.

    그리고 컴퓨터좀 잠깐 쓰겠다고 한다음 프린터로 뭔가를 마구 출력해냈다.

    거기서 출력된 것들을 가지고 재환이 옆에 있는 코팅까지 명하고 탁자 위에 올려놨다.

    거기에 나온 것은 다름 아닌 해외의 경차 모델들이었다.

    “회장님 이건?”

    “우리는 태생적으로 세단을 안만듭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경차에서 강자의 칭호를 얻고 있죠.”

    임원들은 그 말에 수긍했다.

    현재 혜성대윤에서 나오는 경차는 총 4가지 모델로 경차트럭인 RV-4, 아예 모델명을 바꿨던 경차 승합차 테이머스, 그리고 MTZ와 굿-모닝이었다.

    “경차 트럭, 경차 승합차, 경차 해치백 다 좋아요. 하지만 더 다양한 모델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재환이 보인 것이 일본과 이탈리아 등의 경차 모델들이었다.

    1000cc 내에서 극한까지 뽑아낸 디자인으로 다양한 모델들이 가득했다.

    일부는 경차 혜택으로 ‘이게 가능한가?’싶은 모델들도 많았다.

    “경차 로드스터, 경차 박스카. 참으로 아이디어가 넘쳐나지 않습니까? 보세요 이거를, 우리도 따라잡아야 할 게 아닙니까?”

    재환의 말에 임원들은 회장님이 지금의 만족 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그 위를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판매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만들어주세요. 그리고 한 번 경차제국 혜성차를 이뤄봅시다.”

    재환의 요청에 임원들은 한 번 해 보기로 했다.

    이미 연일 계속되는 양적 성장이 있으니 이제는 질적으로 한 번 움직일 때가 된 것이라고 모두의 마음이 뭉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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