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61화 (161/244)
  • 161- 홍콩이 안되면, 일본으로 가면 되지.

    노현우 정권은 이전의 그 어떤 정권에 비교해도 언론에 대한 관계가 최악이었다.

    대한일보나 삼우일보 등의 보수 언론에서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그를 거친 언행과 좌파라는 식으로 긁어댔고, 본인 역시도 언론개혁을 선포하면서 공영방송 인사들 교체와 청와대 기자실 통폐합, 허위사실 보도소송등으로 화답했다.

    사생결단에 가까운 정권과 언론의 싸움으로 인해서 말기에는 뭐가 진실인지, 진짜인지 모를 정도로 공방이 이어졌고 극렬한 세대갈등이 계속해서 자라났다.

    그리고 재환의 술자리에서 한 말은 절대 ‘오프 더 레코드’로 끝낼 수 없는 거리였다.

    재환 역시도 그것을 알고 술 취한 척하고 한 마디 했다가 돌아갔고, 과연 얼마나 갈겨댈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움직임에 언론사들은 바로 응답했다.

    ***

    [1897년 조선시대부터 만들어진 나라의 은행, 일본 자본에 넘어간다?]

    [SH은행과 일본 자본의 역사. 15% 가까운 지분, 충격적!]

    [누구를 위한 대형금융지주를 만드는가? 일본?]

    헤드라인 하나하나가 아주 주옥같은 기사들이 넘쳐났다.

    가뜩이나 반일감정이 끓어오르는 상황에서 일본의 자본이 들어간 국내 은행이 있고, 거기가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국내 최고(最古)은행을 먹는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틀린말이 아니긴 하지. 민단 자본 끌어다가 강제합병 시키는 꼴이니.”

    재환의 중얼거림이 맞은 것이 정부는 분명히 현금 동원으로 안될 합병을 억지로 추진하면서 ‘SH금융지주 주식으로 인수대금을 받겠다.’는 강짜까지 부려서 자초한 면도 있었다.

    거기에 재환이 삼신을 끌어들여서 2차 공격도 이어졌다.

    TV 광고에서는 삼신기획이 만든 흑백의 조선시대와 과거 조아은행의 전신, 조선한성은행을 보여주며 자막이 나왔다.

    [1897년, 나라의 근대화를 위해 최초의 현대 금융기관이 생겼습니다.]

    [108년간 이어진 역사. 국민들의 응원속에서 지키겠습니다. -조아은행-]

    감성을 건드리는 광고였고, 거기에 따라서 광고모델은 재환이 보내줬다.

    “네? 회장님. 제가요?”

    “동협씨 외에도 국민MC 유재현하고, 김형만 등 조아은행 있으면 움직여주세요.”

    신동협은 그 말을 듣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회장님, 죄송하지만 정치권까지 움직이는 일인데 저희가 나서기에는 좀 그런 것 같습니다.”

    신동협은 그런 상황에 대해서 굉장히 부담스러워 했고, 자신이 단순 연예인이 아니라 혜성의 연예기획사 사업까지 맡게 된 대표이사니 자기 따라온 사람들을 어떻게든 지켜야 했다.

    “그게 정치로 치나요? 은행 통장들 새로 만들고 사진 하나 찍는건데.”

    “예?”

    “우리 주거래은행이 조아은행인건 아시죠? 월급통장 이번에 일부 계열사 바꿀겁니다. 혜성전자와 혜성 엔터테인먼트는 조아은행 걸로 쓴다고요?”

    재환의 추진력에 신동협은 하는 수 없이 승낙했다.

    “하지만, 저희가 그걸로 광고를 찍어도 큰 구설수는 없게 되겠습니까?”

    “구설수가 있을 게 없다니까?”

    재환은 그냥 순리대로 진행하기로 하고 그대로 진행했다.

    ***

    그날 저녁 재환은 현규와 만나 치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일단 조아은행 이야기 붐이 끝나면 다음은 GH카드야. 술취한 척 하면서 별별얘기 다 털어놓으니 눈이 돌아가더라.”

    “언론사에 성의를 얼마나 표시한거야?”

    “그런 거 안 했는데?”

    재환의 말에 현규는 눈이 커졌다.

    그런식으로 언론을 움직여 여론까지 이끌어가면서 대가 하나 없이 충실히 움직여 준다니, 현규로썬 이해가 안 될 일이었다.

    “아니, 신문사나 방송국이 그렇게 착한 애들이 아닌데? 적어도 그런 기사 갈기려면 최소한 국장급 간부들에게 시계나 케이크 같은거라도 하나 집에 보내야···.”

    “언론사 사주, 방송국 사장들 앞에서 말해서 그런가? 아주 다이렉트더라.”

    과거 인터넷 뉴스가 활성화 되기 이전부터 지방 일간지에 사무실 냉장고에도 삼신그룹이 건네준 음료수와 간식거리가 가득하다는 전설이 있었다.

    그런데 혜성은 그런 거 없이 그냥 ‘재미난 썰’ 몇 개 회장이 직접 나불거린 것으로 모두를 움직이게 했다.

    “하여튼 대단한 녀석이야.”

    “일단 당장 정부가 밀어붙이진 못할테니 난 이거 움직이는 일본 자본좀 조지려고 한다.”

    “뭐? 어떻게?”

    재환은 웃으며 맥주를 들이켜고 말했다.

    “하던대로 해야지. 소베날때처럼.”

    “?!”

    “삼신증권 친구들 내년 인센티브나 두둑히 줄 준비해라.”

    재환의 말에 현규는 이녀석이 또 엄청난 짓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미전실 내에서 재환이 매수하는쪽을 따라 움직일 것을 눈여겨보기로 했다.

    이 녀석을 따라가면 일단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니 말이다.

    ***

    “크래프트 증권 지분이··· 위험합니다.”

    “네, 많이도 사들이네요. 도요타 증권 얘네가 가장 큰 문제 같은데.”

    관서 일대에서 움직이는 금융사들이었는데, 관동의 키무라 증권, 관서의 도요타 증권이 있었다.

    일본은 당시 증권거래소만 5개를 소유해(도쿄-오사카-나고야-삿포로-후쿠오카) 춘추전국시대였다.

    그래서 훗날 2013년이 되어서야 도쿄와 오사카 증권거래소가 통합해서 일본거래소(JPX)가 생겨났는데, 그 이전에는 건드릴 게 많았다.

    지금 움직이는건 관서 오사카, 그쪽에서도 픽서가 민단을 움직여서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걸 들었고, 그들이 홍콩의 거래소들을 매수한다.

    “이대로라면 다음 분기 때까지 저희 지분을 일본이 넘어설 겁니다.”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죠.”

    재환은 임창훈을 통해 말했다.

    “일단 지분을 조금씩 사들이세요.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 오를지 한 번 상황을 봅시다.”

    당시 홍콩달러로 100달러 전후, 한화로는 주당 14600원 정도 하던 저평가 우량주였다.

    그리고 현재 육공회 전체의 투자로 3-400달러까지 올라서 대부분의 멤버들은 팔아치워서 엄청난 차익을 올려 금고로 들어갔지만, 재환은 달랐다.

    오히려 조금씩 더 매수해서 국내에서 못하는 국제자본 방어로 써먹었다.

    그리고 현재 일본 금융계까지 개입해서 현재 주가 450홍콩달러.

    재환은 과연 얼마나 더 오를지 생각하며 그 일본발 버스에 타 보기로 했다.

    ***

    조아은행과 SH은행에 인수합병은 점점 국민들의 분위기와 결사반대로 파업으로 인해서 단 한 가지의 협상도 하지 못해 지지부진한 상황이 되었다.

    콰앙!

    국무총리 이현찬은 다 된 밥에 재를 넘어서 아예 똥오줌을 갈겨버린 움직임에 대해 분노했다.

    “으드드득- 이거 분명 경제련 장사치 새끼들이 건드리는 거겠지?”

    “총리님. 역시 혜성그룹이 뒤에서···?”

    “나도 알아! 그래서 세무조사 하라고 한 거 어찌 됐어?”

    어떻게 보면 직권남용이지만, 지금 이 정권에서 확고한 2인자인 그를 막을 건 오직 위에 한 분 뿐이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보좌관이 말했다.

    “지독한 녀석들입니다. 하려면 하라면서 얼마를 내면 되냐고 국세청장에게 먼저 선제시를 했다고 합니다.”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들이!”

    이현찬은 명패를 들어 내리치려다가 그건 내려놓고 앞에 있는 찻잔과 키보드를 내던졌다.

    와장창창!

    “후우!”

    답답한 가운데 담배를 꺼내 무니 보좌관이 황급히 와서 불을 붙였다.

    그는 국무총리의 명패를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그래서 SH은행 반응은 어때?”

    “아무래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쫄보 새끼들. 나라의 일에 따라오기만 하면 되는 것을.”

    이현찬은 담배 연기를 뿜은 뒤로 말했다.

    “지난번에 혜성이 홍콩의 투자은행들 가진건 어떻게 됐어?”

    “바로 조사할 예정입니다.”

    “전부 다 털어. 저 놈들이 언론으로 나발 부는데 우리도 한 번 해 보라고!”

    “네, 총리님!”

    ***

    [혜성그룹, 금산분리 꼼수로 해외 은행들을 투자?]

    [홍콩 일대에 혜성이 실소유 의혹을 가진 투자은행이 한가득.]

    [신재환 회장, 묵묵부답. 홍콩 금융사들과 혜성의 관계는?]

    그동안 조아-SH의 떡밥이 사라지니, 갑자기 혜성그룹에 대해서 언론사의 의혹이 왔다.

    그저 미안하다는 이야기만 나온 것이 아마도 정권 차에서 일어난 것 같았다.

    “회장님, 아무래도··· 이건 SH-조아 합병문제로 역공을 하는 거 같습니다.”

    “그런거 같아요. 관여하지 말라는 거겠지.”

    “아무래도 저희가 광고를 늘려서 언론사들 다잡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임창훈의 말에 재환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우리가 뭐가 이쁘다고 걔들 먹이 줍니까? 하던대로 하세요.”

    재환은 그 쪽에 신경쓰지 않고 다른 쪽을 생각했다.

    “그나저나 조만간 출장 좀 가야겠습니다. 준비해 주세요.”

    “네? 출장이라면 어느 곳으로 말입니까?”

    “일본입니다.”

    “!”

    재환은 오랜만에 일본 한 번 다녀오기로 했다.

    다만 이번에는 공식적인 행사이면서도 최소한의 측근 한두 명만 대동한 채로 언론에서도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조용한 일이었다.

    ***

    얼마 후.

    계속되는 파업 속에서 한 해가 지날 기세가 되자 SH은행은 백기를 들었다.

    [속보: SH은행 GH카드 인수 철수한다.]

    [다시 유찰된 GH카드, 과연 누구의 품 안에 들어갈 것인가?]

    신용카드 대란의 부실폭탄이지만, 정부의 보조로 인해서 최대한 부채를 털어내고 그 가입자 1위 고객들의 DB를 가진 기업.

    누가 그것을 먹어치우고 소화할 수 있는 상황인가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삼신그룹은 후계자 이현규의 이름으로 GH카드 인수합병서를 내놨다.

    그렇게 삼신의 GH카드 인수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혜성은 달랐다.

    홍콩 금융사들의 주가는 하늘 모르고 치솟고 있었지만, 그에 따라 혜성은 계속되는 의혹 속에서 임창훈 비서실장이 국정감사에 끌려가는 자리까지 가졌다.

    결국, 내외적으로 계속 두들겨대는 와중에 재환은 결정을 내렸다.

    “크래프트 지분··· 까짓거 팔죠.”

    “!”

    기전실 임원들이 흠칫했을 때 재환은 별거 아니라고 말했다.

    “100달러 안팍에 사서 현재 4배의 수익을 거뒀습니다. 세금 낼거 다 내도 남는 현금이 장난이 아니에요.”

    재환은 그 예산을 모두 지주회사로 돌리기로 하고, 자신이 따로 투자한 최소한의 지분만 남기고 홍콩에서 손을 털기로 했다.

    언론에서는 혜성그룹이 홍콩에 투자한 일에 대해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라는 여론과 ‘해외 금융사 꼼수 지배다.’라는 여론으로 팽팽하게 나뉘었다.

    어쨌건 혜성그룹 자체에서는 이제 남은 홍콩의 남은 지분이 없었고, 얼마 안 있어 일본의 증권사들은 혜성이 팔아치워버린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 또한 언론에서 퍼지고 있을 때, 혜성그룹은 오히려 태연했다.

    재환 역시도 일본으로 몰래 출장 다녀온 뒤로는 딱히 거기에 대해서 할 말이 없었고, 오히려 다 팔아버렸으니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에 뜻밖에 조건이 나왔다.

    [조아은행: 합병에 반대하는게 아니다!]

    [우리가 SH은행을 흡수할 것!]

    조아은행에서 역공을 준비하며 차라리 자신들이 SH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나선것이었다.

    사실 이것은 꽤나 컸다.

    정부가 말한 ‘대형 금융지주’에 대해서 거스르는 것도 아니고, 방해 공작을 일삼았던 혜성그룹도 홍콩의 금융사 지분들을 팔아버려서 나설 이유가 없다.

    거기에 일본계 민단 자본에 관련된 논란이 있는 SH보다는 차라리 조아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더 그림새가 좋아보였다.

    이것에 대해서는 정부에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생각하고 고려할 때 폭탄이 터졌다.

    “자~ 그럼 뉴스 반응 한 번 볼까?”

    재환은 퇴근하면서, 오늘자 9시 뉴스로 보려고 떡밥을 언론사들에게 한 가득 뿌려준 뒤로 기다렸다.

    “자~ 오붓하게 부부끼리 TV나 보자고.”

    캔맥주와 팝콘을 가져온 미연은 오늘따라 남편이 왜 그리 싱글벙글한지 모른채 옆에 앉았다.

    재환은 소파에서 둘이 앉은 다음 CBM 9시 뉴스부터 먼저 틀어봤다.

    그리고 혜성시계의 시보 광고 이후로 곧바로 뉴스에 나온 헤드라인은 혜성의 이야기였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9시 뉴스를 지금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최근 홍콩의 증권사 거래로 금산분리 문제가 되었던 혜성그룹이 지분 매각 이후로 이번엔 일본에 손을 뻗었습니다.]

    [네, 최근 일본계 자본이 국내 은행에 있다는 논란 속에서 이번엔 한국의 혜성그룹이! 일본 키무라 증권의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했다는 소식입니다. 자세한 상황은 도쿄에서 전달드립니다.]

    역공!

    일본계, 그것도 관서의 금융사들이 홍콩의 증권사들의 지분을 늘려나가고, 민단을 이용해서 조아은행까지 잠식하려는 순간, 재환이 뒤집어버렸다.

    홍콩에 있는 지분을 털어낸 뒤로, 조아은행을 중심으로 역합병이 벌어지는 분위기 속에서 혜성이 뜬금없이 일본 관동의 금융사들에 손을 뻗친거였다.

    [네, 홍콩 다음으로 일본의 금융사에 지분을 사들이는 것은 어떻게 평가가 될까요?]

    [네, 일본 역시도 대한민국과 같이 금산분리법을 지키고 있는데요. 다만 국내에 비해서 기업이 좀 더 많은 지분을 가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가요?]

    [지분 5% 이내에서는 별도의 금양당국 조사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매수할수 있고, 감독당국의 허가가 있으면 최대 20%까지 인수가 가능합니다.]

    [현재 혜성은··· 주당 1310엔의 키무라 증권 주식을 총 7백억엔 규모로 사들였다 합니다.]

    참고로 그 금액은 홍콩의 증권사 매각한 뒤로 남은 차액에 사내현금을 투입한 금액이었다.

    그리고 주당 1300엔 대의 이 회사는 이후 2배 이상 단기간에 올라간다.

    2008년에 세계적인 재앙 이전까지는 말이다.

    “매각 타이밍도 잡혀 있고, 가지고 있는것만으로 손해 볼 게 전혀 없지.”

    “와, 일본회사 대주주···.”

    잘은 몰라도 언론에서 엄청나게 띄워주는 걸 보자 미연은 재환에게 살짝 안겼다.

    재미나게도 여기에 대해서 ‘금산분리가 어쨌느니’, ‘일본 자본이 어쩌니’하는 말은 쑥 들어가 버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