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59화 (159/244)
  • 159- 메가뱅크를 만든답니다, 정부가요.

    재환은 미스터 요리왕 이후로 엄청난 상승세가 된 라면사업에 힘을 더욱 실어줘서 ‘라면 뷔페 라.끓.사’를 오픈했다.

    이름 가지고 어떻게 생각하다가 ‘라면을 끓이는 사람들’이라는 단어를 만들고 1호점을 혜성그룹 본사 옆인 한티역 사거리에 오픈했다.

    그 이후로 서울대나 안암대 등의 대학가와 신촌, 부산 서면, 동대구역, 광주무등경기장 등의 지점을 올리는 듯 엄청난 성장세로 시장을 움직였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미 화학조미료의 유해성 앵무새들도 사라진 와중에 유일한 MSG 첨가의 혜성라면은 그 자체로 독보적인 상품이 되었으며, 엄청난 판매량으로 화답했다.

    재환이 인수할 때는 300억 남짓하던 회사가 1년 만에 배 이상의 가치를 가지게 된 것은 시간문제였고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재환은 라면과 더불어 연예기획사 사업을 위해 신동협을 따로 불렀다.

    “사실 이전부터 생각은 했지. 그리고 결혼 이후로 방향을 좀 바꾸긴 했지만.”

    회장 내외와 만나서 식사를 하는 신동협은 긴장한 얼굴로 그 이야기를 모두 들었다.

    재환은 자신의 아내인 미연을 소개하면서 말했다.

    “우리 와이프가 ESB 공채 성우라서 이후 후진 양성을 위해 ‘성우 아카데미’를 만들고 싶다고 했지. 그래서 하라고 했어.”

    “그렇군요. 거기에 저희까지 끼는 겁니까?”

    동협의 질문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적당한 건물을 알아본 다음에 성우 뿐만 아니라 아나운서, 코미디언, 배우, 가수 모두 양성해서 키우는 대규모 아카데미를 만들 거야. 기획사랑 같이 운용해서 초대 원장은 자네가 해 주고.”

    “네, 넷!? 제가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지만, 몇 번 만나지도 못했는데 과중하게 큰 프로젝트를 연달아 떠맡게 된 신동협이었다.

    “내가 그래서 자네 혜성을 들어오라 한 거라고, 이 정도 규모는 움직여야지 대표이사 소리를 듣지.”

    “제가 그걸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예상했던것보다 너무 엄청난 규모인지라···.”

    “아니에요. 잘 하실 것 같아요.”

    그 연예인 아카데미에 부원장으로 올라갈 미연은 TV에서 익숙하게 볼수 있는 톱스타가 이끌고 자신이 보좌해주면서 후진 양성과 인프라 상승을 자신이 만들 거라고 설레있었다.

    “이거 첫 단추 잘 꿰야 한다니까? 이후에 혜성교육문화재단으로 경한대에 연극영화과 신설에 예술고등학교도 국내에 1,2개 만들 생각이니까.”

    작정하고 큰일을 하려고, 경영, 연예, 문화, 교육을 전부 아우르는 프로젝트이고, 그걸 아내에게 맡겼으니 20년만 지나면, 단순 혜성 안주인이 아니라 또 하나의 후원자가 되어 움직여 줄 것이다.

    ***

    빰빠라밤밤밤!

    행진곡과 함께 서울역 리본 커팅식에 재환은 서울시장 이상명과 같이 가위로 자른다음 악수를 나눴다.

    “서울의 관문을 아주 잘 만들어 주셨습니다.”

    “별말씀을요. 한 나라의 관문이 이 정도는 되어야죠.”

    혜성그룹이 민자역사 입찰 성공하고, 혜성백화점 서울역점의 개점식에서, 재환은 수많은 높으신 분들의 악수 요청을 받았다.

    입찰 전부터 복합문화센터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대형마트다, 백화점이다, 수많은 착오 끝에 이상명 시장이 규제를 풀어줘서 대형문화센터를 낀 쇼핑몰로 성장했다.

    노숙자 문제도 재환이 서울시에 기부채납한 자활 쉼터로 인해서 기존보다 1/4이상은 줄어들고 그 남은 수도 대다수는 치안센터 확대와 주변 순찰 강화로 인해서 상당히 개선됐다.

    덕분에 서울역은 과거와 달리 좀 더 클린해졌고, 강북권의 알짜배기 지점이 되었다.

    “이야, 여기 아주 볼거리가 많구만.”

    “어쩐 일로 직접 와주셨어?”

    삼신그룹에서도 현규가 직접 와서 재환을 축하해주고, 민자역사 한 곳에 위치한 ‘삼신디지털프라자 서울역점’개점식에 참여해 신형 휴대폰 하나를 선물로 재환에게 건네줬다.

    이것으로 현재 짓고 있는 청량리점을 포함해서 강남본점, 서울역점, 종로점, 명동점, 분당점으로 수도권 일대에서 혜성백화점의 규모는 더욱더 늘어나 확실한 수도권 유통업의 강자로 등극했다.

    물론 아직 지방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10년안에 기존 점포 규모의 두 배 확장을 꾀하는 재환에게 있어 시간문제였다.

    ***

    그날 저녁 육공회 모임은 서울역 근교인 웨스턴 호텔에서 모여 재환이 한턱 내는 자리가 되었다.

    “자~ 서울역점의 성공을 위하여!”

    “···야, 우리도 그거 해야 되냐?”

    다른 이는 몰라도 같이 쇼핑몰 사업을 하는 진용은 신누리 백화점이 먼저라고 건배사 거부를 했다.

    “그냥 응원해 줍시다. 우리도 아성백화점 있지만 오늘은 축하 드립니다.”

    선길이 낄낄대면서 건배를 한 뒤로 오늘의 주제는 혜성 쇼핑몰이 될 줄 알았는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얘기 들었냐? 조아은행 곧 사라지는 거.”

    대현은 오늘도 정치권에서 논의된 큰 떡밥을 풀었다.

    “예? 그 뭔 황당한 소리입니까?”

    “정부가 합병추진한데 SH은행하고 조아은행 합병해서 종합 금융지주를 만든다고.”

    “미친··· 그걸 다시한다고?”

    재환이 격하게 반응한 것은 조아은행이 주거래 은행이면서도 더 문제가 많기 때문이었다.

    2002년.

    모두가 월드컵 열기에 가득차 있을 때, 정부는 IMF 외환위기에서 일부 금융사들을 정리하고, 남은 은행들을 국비지원으로 겨우 회생시켰다.

    조아은행 역시도 그렇게 살아난 은행중 하나였는데, 그 뒤로 외환위기의 원인은 국내에 대형 금융지주가 없어 해외 자본 세력에 휘둘리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정부에서 내렸다.

    물론 그건 그냥 헛소리고 재환이 직접 소베날 인베스트먼트 조져버리는 것과, 조아은행의 대기업 주거래은행 확대로 한 번 백지화 됐다.

    근데 김대준 정권에 이어 노현우 정권도 다시 한 번 조아은행-SH은행의 강제합병을 다시 추진한다고 한다.

    “심지어 이번에는 상황이 더 심각하더라.”

    “심각할 게 뭐 있어요? 조아가 지분방해 하면 되잖아?”

    다른 오너들도 이번 떡밥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고 보니 우리도 조아은행이 주거래은행인데.”

    문영이 넌지시 말하고, 정인 같은 경우는 창원에 두성중공업 만들 때 거기 융자가 중요했다고 하나둘씩 그때의 인연들을 꺼냈다.

    그리고 대현이 그 인연을 끝낼 조아은행의 상황에 대해 말했다.

    “매각대금을 정부에서 줘야 하는데, 여의치 않으니 SH금융지주의 주식으로 대금을 받겠다는거다.”

    “무슨··· 1금융권 인수합병을 그따구로 처리해요?”

    이건 노골적으로 정부가 SH은행 편을 들어줘서, 조아은행을 먹기 좋게 만들어 주는 꼴이었다.

    하지만 재환과는 달리 다른 오너들은 ‘일이 그렇게 되는구나.’ 싶은 안타까움은 있어도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어차피 그렇게 통합이 된다고 해도, 새로 융자를 SH은행으로 받으면 되고, 라인을 새로 까는 게 귀찮긴 하겠지만 앞으로 상생은 충분히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재환은 이번의 역 합병 이후로도 정부가 금융사들을 좌지우지하는 꼴을 도저히 봐 줄 수 없었다.

    ***

    “설마 했지만··· 정말로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매 분기 혜성그룹의 융자를 담당하고 있는 임선아가 직접 찾아와서 재환에게 하소연을 했다.

    “그동안 좋은 거래를 해 왔는데, 이것 참 유감이군요.”

    “회장님, 제가 은행장을 대신해서 전달하러 왔습니다. 제발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임선아는 혜성그룹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재환은 잠시 생각하다가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그러면서 끽연을 즐길때까지 아무 말이 없자 임선아는 조용히 말했다.

    “저희가 더 잘하겠습니다. 앞으로도 혜성그룹에 대한 융자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실 것이며, 이미 자구책이 나온지라 금융지주를 만들어 저희가 은행업 말고도 증권, 보험, 투자 등에 대한 서포트를 하겠습니다.”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상황에서 재환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감한 일이긴 하군요. 금산분리법만 아니라면 차라리 혜성이 조아은행의 지분을 사들일 수도 있겠지만···.”

    기업이 은행 소유를 엄격하게 금하는 상황인지라 재환은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었다.

    이전부터 SH은행에 대한 악감정은 몇 개 있었고, 조아은행이 사라지는 것이 탐탁지 않다는 정도가 전부였다.

    이 상황에서 재환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결정했다.

    “그래도 조아은행과는 좋은 거래를 계속 유지하고 싶군요. 그리고···.”

    재환은 SH은행의 뒷배와 이후에 벌어질 ‘그 메가뱅크’의 폐해를 생각한다면, 반대할 이유는 충분했다.

    “일단 힘은 써보겠습니다. 제가 정치권에 얼마나 힘을 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움직여 주겠다는 말에 임선아는 어떻게든 자기 회사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그리고 조아은행 임원들을 보낸 뒤로 재환은 조용히 뉴스를 살펴보면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생각했다.

    일단 ‘노력은 해 보겠다.’라고 말한 뒤로 재환은 딱히 수가 생각나지 않은 애매한 일이라 잠시 시간을 보낼 때였다.

    ***

    “회장님. 일본에서 이상한 짓을 하고 있습니다.”

    “걔네들 이상한 짓 하는 게 하루이틀이 아니지만··· 그래요, 일단 들어보죠.”

    “저희가 지난날 소유했던 홍콩 증권사를 일본발 금융세력이 노리고서 매수를 하고 있습니다.”

    “···?”

    ***

    “자 받으세요.”

    잘 우려낸 녹차를 대접받은 제임스 리는 일본에서 큰 사업을 같이 하기로 한 픽서와 뜻깊은 자리를 가졌다.

    리 카즈나리.

    한국명 이일성으로 재일교포 내에서 지하자금을 운용하며 각종 알선과 로비 등을 도맡는 해결사 픽서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일본을 넘어 아시아 금융계에 아주 중요한 허브 라인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확실히 이대로만 된다면··· 한번 해볼만한 일인 것 같소.”

    일본 증권사를 이용해 홍콩의 국제증권사 대주주가 되고, 한국으로 올라가 대형은행을 인수합병하려는 트라이앵글의 형상이었다.

    “현재 한국 정부는 SH은행과 조아은행을 통합하려는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나도 그 이야기는 알고 있소. 그래서 바쁜 동포들이 많이 있지.”

    “회장님이 민단을··· 움직이실 수 있겠습니까?”

    현재 SH금융지주의 지분은 17%를 차지하고 있는 재일본대한국민단, 약칭 민단이 배후에 있었다.

    그리고 그 민단의 자본력을 이용해서 SH은행을 움직여 조아은행을 흡수하고 대형 금융지주를 만든 다음 홍콩과 일본과 교류를 하면, 그야말로 돈을 수레로 실을 수 있는 사업이었다.

    “민단이야 문제 될 거 없지. 내가 잘 아는 친구들이 전부 고위 간부들이니 말이야.”

    “그럼 회장님만 믿겠습니다.”

    “그래요. 일본에 계속 묵는다면, 다음번에는 식사도 하면서 천천히 조율해 보죠.”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떠난 제임스 리는 전화를 받고서 바로 정중하게 말했다.

    “예, 보스.”

    전화 받는 와중에도 정중히 인사를 올린 제임스 리는 ‘그분’의 오더에 대답했다.

    “말씀하신 대로 민단을 움직이기 위해 픽서 이 회장에게 연락했습니다. ···네, 물론입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이걸 눈치챈 이가 없습니다.”

    이번엔 소베날때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자신하며 움직인 제임스 리는 지난번 KS사태 같은 우를 다시는 범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

    “민단이건, 조총련이건··· 배후에서 수작질 하는 놈이 있다는 건 확실하지.”

    재환은 현재 혜성이 대주주인 크래프트 증권의 지분을 매수하고 있는 일본발 자본의 배후를 직감했다.

    “민단에 더 가깝겠죠? 아무래도 SH은행의 대주주니 말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회장님, 지난번 서울역 민자입찰 때부터 민단 자본은 이런 일에 참여 안 하기로 불가침조약이 있지 않았습니까?”

    샤를로트를 끼고 움직이던 재일교포 자본들을 재환이 협의해서 일본으로 돌려보낸 일이 벌써 수년 전이었다.

    재환은 그것을 떠올리다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 사이 그쪽도 세대교체가 어느 정도 됐을 겁니다. 그리고 민단 자본이 한국에서도 메가뱅크를 만들고 그 이권을 노리는 건 해 볼 만한 일이지요.”

    재환은 그것을 두고서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조아은행을 지키고 SH은행과 그 배후의 민단을 한 번 치기로 작정했다.

    그때 시기적절하게 전화가 왔다.

    “임 실장님은 이만 나가 보세요. 자세한 상황은 좀 더 생각해 본 다음에 말하겠습니다.”

    “네, 회장님.”

    임창훈이 돌아간 뒤로 재환이 전화를 받자 현규가 격양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왜?”

    [야, 신재환··· 나 아무래도 안 되겠다.]

    “밑도끝도 없이 뭔 소리야?”

    [SH··· 그 자식들 진짜 쓸어버릴거다! 이놈들이 삼신을 건드렸어!]

    “!?”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자, 우군의 등장이었다.

    [GH카드··· 우리가 인수하려고 했는데, 중간에 개입해서 훼방을 놨어. 그 메가뱅크 금융지주인지 지랄인지로 삼신의 금융업에다가 똥을 뿌렸다고!]

    정말 격하게 자신의 딴에서 할 수 있는 욕을 내뱉는 현규를 보고서 재환은 상황 재밌어졌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되면 혜성과 삼신이 오랜만에 동맹을 맺고서 SH와 그 배후의 민단과 싸우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아이고~ 그런 일이 다 있었어요? 이현규 대표님. 이거 아무래도 우리 지금 만나서 작전 논의를 해 봐야겠는데요?”

    [야이 씨, 당장 갈게. 어디서 보면 되냐?]

    재환은 그렇게 약속을 잡고 움직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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