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58화 (158/244)
  • 158- 식문화 하나 바꿨다.

    “라면 뷔페 프랜차이즈화 합시다.”

    “네?”

    갑작스러운 재환의 발표에 놀라는 임원들.

    그리고 재환은 사진을 보였다.

    그것은 미스터 라면왕의 촬영 장소였는데, 깔끔한 식당 분위기에서 라면들이 넘쳐났다.

    그리고 한 곳에는 안에 각종 라면 토핑용으로 구비했던 각종 조미료들과 시금치, 숙주나물, 달걀, 버섯, 어묵, 파 등의 재료들이 가득했다.

    재환은 그것을 어루만지고 쌓여있던 라면들을 생각하고 아주 좋은 프로젝트를 다음에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걸 아예 매장화 시키는 겁니다. 단가는 한 1인당 5천원으로 하고, 대학가를 중심으로 현재 전국에 퍼져있는 혜성마트와 혜성백화점에도 입점 시킬겁니다.”

    “회장님, 고기도 아니고 라면으로 뷔페를 만든단 말입니까?”

    “왜요? 문제 있습니까?”

    재환의 말에 유통담당 양규진 이사는 머릿속으로 복잡하게 계산을 했다.

    “일단 대형 프랜차이즈를 만든다면, 점포 늘리는 것과 거기에 따른 지점장들 교육부터 해서···.”

    “일단 제가 말했으니 다음에는 임원 분들이 기획서를 올려야죠. 이건 될 사업입니다.”

    뷔페라는 게 싼 맛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사업이고, 1인당 5천원이라면 부담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라면’이라는 소재로 뷔페를 만들 때 그게 먹히긴 할까? 라는 의문이 있었다.

    “제가 봤을 때, 최종적으로 이번 라면 예능은 혜성의 이미지를 올려주고 시청률 30%는 장담합니다. 이럴 때 물이 들어오니 노를 저으면 됩니다.”

    재환의 의욕적인 추진에 혜성식품 임원들은 뭔가 석연찮긴 해도 오랜만에 회장님께서 이곳을 밀어주시니 한 번 해보기로 했다.

    [자~ 오늘 이 자리에는 이 대회를 주최한 혜성그룹의 신 회장님이 직접 시식을 해보겠습니다.]

    긴장감이 최고조로 올라온 본선.

    그리고 능숙하게 진행을 하는 신동협과 보조MC.

    [형님, 이거 정말 떨려~ 떨려~ 어쩜 좋아? 재벌 회장님이 우리가 만든 라면을 다 먹어요!]

    노란 머리에 촐싹대는 초보 보조 MC 노형철.

    그리고 모두가 긴장한 가운데 조심스럽게 시식을 하는 재환과 그 결과가 bgm과 같이 나올 때···

    [다음 주! 회장님의 픽을 얻은 멤버들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우승 상금 3억은 누구의 차지가 될까?]

    [다음 프로! 대단한 도전! 이번 미션은 골프 퍼팅!]

    광고가 나오고 마지막 심장이 쫄깃한 1분에서 시식을 끝낸 재환이 물을 마시며 생각에 잠긴 뒤에 결정했다.

    [제 선택은··· 맛다시 볶음면입니다!]

    [네! 채식 라면과 맛다시 볶음면중 신재환 회장님의 픽은 맛다시 볶음면입니다!]

    재환은 현역 군필들이 말하는 그 맛다시 소스에 이거저거 넣어 철판볶음면처럼 만든 이건 확실히 상품화 해도 먹힐거라고 생각했다.

    환호와 오열 속에서 희비가 교차했고, 그날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25.5%를 찍어서 올 한해에 대박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되었다.

    “읏차! 다들 수고 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김시환 국장이 촬영을 마치고, 스태프들이 움직일 때 재환은 신동협과 악수를 했다.

    “회장님, 참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얘기했잖아요? 20% 넘으면 고정으로 나온다고.”

    신동협 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대박 작품을 만들어낸 CBM 스태프들은 그야말로 입이 귀에 걸렸다.

    게다가 말단 스태프와 작가들의 식사까지도 전부 혜성그룹이 제공해줘서 열악한 방송계에서 큰손 재환의 등장은 그야말로 추앙받기 충분했다.

    그리고 노형철은 재환의 삶에서도 보던 그 오도방정 떠는 모습으로 다가와서 사진 같이 찍자면서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형님! 제가 형님이라고 불러도 될가요?”

    “혀, 형철아!”

    “아뇨, 그럽시다. 난 이런 에너지 넘치는 사람 좋아해요.”

    11살 차이에 어린 연예인 앞에서 재환은 같이 사진도 찍고 전화번호도 교환해줬다.

    그런 모습에 난처한 웃음을 짓던 신동협을 재환은 본사로 데려갔다.

    ***

    “신동협씨, 당신이 데리고 있는 소속 연예인들 전부 저희 쪽으로 데려오시죠.”

    “네?”

    “주변에 친분있는 연예인들도 좋고요. 전부 계약하겠습니다.”

    재환이 지난번 백지수표를 썼을때도, 그냥 소소하게 1억 정도만 썼던 신동협이었다.

    이 당시 그는 과거 자신과 함께 하던 예능국 PD와 경영을 맡길 학교 선배들을 모아서 예능인 전문 소속사를 만드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중간에 개입한 동료들의 배신과,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서 붕 떠버리고, 그가 투자한 돈과 인재들은 전부 허공으로 날아간다.

    그걸 알리 없는 신동협은 자신이 뭐라고 혜성그룹 회장이 직접 받아준다는 말에 얼떨떨했다.

    “저, 회장님. 저를 어떻게 봐 주시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제안은 좀 부담스럽습니다.”

    솔직하게 말한 동협에게 재환은 담배를 건네주고 한 대씩 피면서 이야기 했다.

    “지금부터 말 편하게 할게요. 내가 3살 위니까.”

    “아, 네. 그러시죠.”

    “동협씨. 나 저번에도 말했지만, 우리 와이프 계속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것 때문에 대규모로 그거 지원해줄 생각이에요.”

    “네···.”

    “댁한테 투자하면 상장 후 스톡옵션때 갚겠다고 했지? 그럴 필요 없어요. 혜성그룹 내에 연예 기획사 만들테니 모두 그리로 들어오세요. 통째로 사겠습니다.”

    “그, 그렇게 되면.”

    “본 적 있어요? 대기업이 진출한 연예 기획사. 돈 떼일일도 없고, 하고 싶은 예능 제작비는 물심양면으로 대 주고, 방송가에 밀어주는 것도 엄청날 겁니다.”

    “하, 이건··· 엄청난 제안이군요.”

    “스톡옵션이요? 그런 거 필요 없어. 내가 대신 혜성 엔터테이먼트 대표 신동협으로 댁에게 인센티브를 드리지.”

    신동협은 담배 한 대를 더 물고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불을 붙여다.

    “이건··· 한 번 선택해보겠습니다. 소속 연예인들 말고 직원들까지 전부 고용승계를 해 주신다면 저희로썬 바랄 게 없습니다.”

    “오케이. 승낙한다면 댁에게 혜성그룹 전무 대우로 대표이사에 임명해 주지. 연수입의 앞자리가 달라질 거야. 대신에···”

    “네?”

    “실무진이랑 연예인은 몰라도 휘하 경영하겠다고 온 양반들은 내가 걸러낼 수 있어. 경영은 우리가 하니까.”

    미래의 사기꾼이 될 경영진은 대기업의 빡센 커트라인에 검증받을 준비를 하라는 재환의 의지였다.

    그리고 신동협은 그 자리에서 돌아와 모두와 연락하고 승낙 제안을 올렸다.

    지금의 미스터 라면왕이 끝나는 순간 발표를 할 것이고, 2004년 마지막 사업으로 혜성그룹의 연예기획사 사업 진출을 기전실이 검토하게 했다.

    ***

    얼마 후 재환에게 KBC의 연락이 왔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한국방송공사의 김환규라고 합니다.]

    “네~ 할 말 없어요.”

    삑-

    KBC 사장의 전화를 재환이 씹어버렸다.

    당황한 KBC가 다시 연락을 했지만, 재환은 아예 차단해 버렸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또 다른 언론사에 전화가 왔다.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삼우일보의 김낙진입니다.]

    “오~ 진짜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다.”

    [하하, 이제는 편집국장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

    [언론인들끼리 조촐한 자리가 있긴 한데, 회장님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각 방송국과 신문사 사장들도 많이 옵니다.]

    그런 자리를 국장급 인사가 말한다는 걸로 봐서 삼우일보는 삼신의 뒷배로 엄청난 권력을 가졌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재환은 그 속내를 알고서 피식 웃으며 물었다.

    “지금 KBC 연락받고 이거 전화 거신거죠?”

    [아이고, 역시 선구안이 좋으십니다!]

    “할 말 없다고 하세요.”

    [이번에 화학조미료로 약 친 기자랑 피디들 전부 자른다고 합니다. 사과를 드리고 싶다고 하네요.]

    천하의 한국방송공사 사장이 혜성그룹에 사과드릴 자리에 참여해 달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재환은 여기서 적당히 봐줄 생각이 없어서 대답했다.

    “분명히 말하죠. 화학조미료 거짓 선동에 대한 정정 보도와 관련 프로그램들 싹 다 치워버리세요. 그 전까지는 일체 대화할 생각 없습니다.”

    [아이고, 그걸 제가 중간에서 조율하긴 힘든데··· 일단 이야기는 드리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재환은 전화를 마친 뒤로 진짜로 여론이 바뀌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화학조미료, 지나친 과장은 공포 마케팅을 부추긴다!]

    [내 맘대로 먹지도 못하나? 라면부터 시작한 조미료 유해성 논쟁!]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화학조미료 유해론의 진실을 체크하자!]

    다른 언론사들도 이건 헛발질이라고 느꼈는지 부랴부랴 화학조미료를 발암덩어리로 만들었던 기사들을 갈겨댔다가 태세 전환을 했다.

    “하여간 돈 냄새는 귀신같이들 맡아요.”

    지금은 혜성그룹이 더 강하다고 생각한 건지 화학조미료 유해성의 기사들을 내리고, ‘과장’이라는 표현을 쓴다.

    물론 아직까지도 천연조미료가 더 좋다는 쪽의 기자들도 있었고, 나머지 4개 라면사들 역시 다시 msg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고 천명했다.

    1:4의 싸움이지만, 재환은 이것으로 지는 상황은 안 되겠다고 예상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KBC에서 재환의 발언에 응답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정한 탐사와 보도를 해야 할 방송국 직원들이 일부 업자들에게 성접대 등의 뇌물을 받아 줄줄이 기소되었습니다.]

    이게 정말로 웃기게도 SBC와 CBM에서 KBC의 고위층 국장급 인사와 PD들이 뇌물수수 성매매 등의 접대를 받은 뒤로 입맛대로 탐사프로그램을 조작했다는 보도가 올라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화학조미료는 유해물질’. ‘MSG와 암 발병률’등으로 노래를 부르던 그 PD였다.

    “아~ 저도 참 나쁜 놈 감방 보내는 걸 좋아하는데요.”

    재환은 그 PD의 유행어를 적절하게 바꿔서 TV에서 검찰청 조사를 받고있는 모습을 낄낄거리며 조롱했다.

    KBC는 이 상황에 대해서 일체 옹호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런 인물들을 전부 손절 처리해서 세대 교체를 시도했다.

    그리고 얼마 후 재환은 인사동의 고급 한정식 집에서 KBC 사장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았다.

    그리고 더 이상 화학조미료를 가지고 ‘유해물질’이라 헛소리를 지껄이던 물박사들도 빠르게 사라졌다.

    공포 마케팅을 통해서 천연 조미료 뒷광고와 시청률로 이권을 챙기던 선동꾼들이 2004년에 모두 쓸려나가버린 순간이었다.

    ***

    3개월의 대장정이었던 미스터 라면왕은 최고 시청률 31%로 엄청난 대박을 찍어 성황리에 끝났다.

    재환은 상금을 우승자에게 직접 전달해줬고, 옆에 있는 서인숙 상무에게 말했다.

    “서 상무.”

    “예, 회장님.”

    “저 맛다시 볶음면이랑, 늘푸른 라면 두 개는 꼭 상품화 시키고 나머지도 한 번 조율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이게 혜성식품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뒤이어 재환은 단순한 퍼포먼스용 이벤트를 전국민이 보는 예능프로그램으로 만들어준 김시환 국장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3개월 동안 수고해주셨습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저희야말로 이런 대박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아이디어와 예산을 제공해주신 신 회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국장 자리에 올라 시청률 30% 짜리 예능을 성공시켰으니 앞으로도 자신의 커리어는 탄탄래로라며 입이 귀에 걸린 김시환이었다.

    “종방연 회식, 이걸로 하시고 이따가 참여 할테니까 제 자리 마련해 주시고요.”

    “아이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안 그래도 저희 사장님도 금일봉 주셔서 오늘 스태프들 배터지게 포식할겁니다!”

    “라면으로요?”

    “오늘은 특급호텔에서 고기죠. 하하핫!”

    재환은 김 국장과 기분좋게 악수를 나누고 마지막으로 촬영실을 둘러봤다.

    그날 저녁 떠들썩하게 회식을 한 자리에서 재환은 신동협의 멤버들을 경영진과 결별 이후 연예인과 실무진들 받아주는 걸로 도장까지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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