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57화 (157/244)
  • 157- 개가 짖어도 라면은 끓는다.

    재환은 집으로 삼신가 친구들을 초대해서 한 잔 하는 자리를 가졌다.

    미연은 지난번 빙글 회장에 이어 이번에는 삼신가 사람들에게도 술안주를 만들어 대접했는데, 이번에도 ‘라면’이다.

    “근데 이 볶음 라면 굉장히 맛있네? 어떻게 만드는 거야?”

    “그냥 물 반 넣고 기름에 한 번 데친거다.”

    현규는 그것을 먹으면서 위스키를 곁들였다.

    “일본 시절에 야키소바 생각나네? 짭짜름한게 딱 입맛에 맞았는데.”

    언제나 특급호텔에서 고급정식을 먹으면서 파티를 하던 이들이었지만, 가끔은 이렇게 B급 감성으로 먹는 것도 상당히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현규와 같이 먹던 진용은 재환에게 최근 소식을 듣고서 물었다.

    “그래서 라면 대회 만든다고? 제수씨도 이 실력이면 참가해도 되겠는데?”

    “그러는 너도 한 번 참여해볼래? 요리 잘 한다며?”

    “아, 우승하면 너희 제품으로 만든다며? 사양할게~”

    진용은 그러면서 자신이 가져온 위스키와 볶음라면을 같이 즐기면서 말했다.

    “근데 말이야. 요새 언론이 혜성그룹 엄청 갈겨대던데 감당 가능하냐?”

    재계에서도 상당히 껄끄러워 하는 MSG사태로 인해 촉각이 곤두선 상황이었다.

    당장에 삼신의 사돈가인 감미그룹 까지도 조미료 업계의 왕이라는 칭호를 가지고도, ‘화학조미료 유해성 논쟁’으로 인해 먹거리 날아가게 생겼다고 재환에게 전화했다.

    “당장에 천연조미료 만드는 공장들 설비 바꾸고, 거기다가 아예 레시피 새로 만들고 어후··· 식품업계랑 유통업계 박 터진다 진짜.”

    재환은 그 말을 듣고서 쓴 웃음을 짓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응할 생각 없다. 이번에 난리 치는 언론 놈들 싹다 모아서 줄빠따라도 갈기고 싶은 심정이야.”

    “휴우- 웰빙 먹거리 붐이 일어나니 진짜 별별게 다 문제가 되네.”

    현규의 중얼거림에 재환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현규에게 손가락질 했다.

    “따지고 보면 이거 다 너때문이잖아. 임마?”

    “음? 내가? 삼신이 지금 조미료 만들지도 않는데···.”

    반도체랑 휴대폰, 자동차 사업으로 넘어간지 오래인 삼신그룹의 탓이라고 하는 재환.

    현규가 어리둥절할 때, 재환은 키득거리며 말했다.

    “옛날 이인철 회장님이 우리나라에 설탕 없어서 사카린 몰래 가져오셨을 때부터 화학조미료의 중요성은 삼신이 다 알려줬는데···.”

    “야 임마! 신재환!”

    굉장히 질 나쁜 농담이라고 생각한 현규가 언성을 높였을 때, 재환은 배를 잡으면서 만류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아무튼, 화학조미료는 이렇게 말아먹을 사업이 아니야.”

    “쯧, 우리가 안 해서 다행이지.”

    “제일그룹은 어떤데?”

    “···.”

    그 이인철 삼신 창업주의 제일그룹, 화학조미료를 대중적으로 들여왔지만, 밀수였다는 이면이 있어서 꺼리는 이야기였다.

    “그쪽도 난리지. 이참에 화학조미료 사업 포기하고 천연조미료로 전부 돌리자는 말 나오니까.”

    “그래, 무슨 상황인지 알겠어. 그래서 판을 좀 크게 벌리려고 한다.”

    “그래서, 그 벌리는 일이 뭔데?”

    “이번에도 네가 조미료 퍼먹으면서 CF찍을래?”

    현규와 진용의 물음에 재환은 손가락을 까딱이며 말했다.

    “아무리 TV에서 물박사 몇 놈하고, PD가 자막으로 ‘혐오, 충격, 유해’이런 지랄을 떨어도 국민들이 인식 안하면 그만이지.”

    “라면대회가 그냥 라면 먹자고 만든게 아니구만···.”

    “바로 맞추셨습니다!”

    재환은 손뼉을 치면서 한 잔 더 하라고 진용에게 잔을 채워줬다.

    그리고 삼신가의 두 친구들은 재환이 재미난 일을 할 거로 생각하고 자회사인 삼우일보에 적당히 판 좀 깔아줄 것을 준비했다.

    ***

    [오늘밤 60분 추적!]

    [점점 갈증이 심해집니다. 미각을 잃어갑니다. 건강이 나빠집니다.]

    [아이들의 입맛까지 마비시키는 화학조미료. 언제까지 계속 나올 것인가?]

    한국방송이 또 다시 갈겨대는 상황 속에서 재환은 이 프로그램의 PD 이름을 유심히 살펴봤다.

    “응, 그래. 이놈일 줄 알았지.”

    훗날 조미료를 넘어서 납 화장품, 방사능 수산물, 폐기름 카스테라 등의 화려한 전적이 있는 인물이었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게 언론계의 시청률 상승과 천연조미료 회사의 뒷광고 합작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시나리오였다.

    재환은 그 상황에서 졸지에 ‘시대를 역행하고, 아이들 입맛 버리는 불량식품 제조업자’가 돼버린

    상황이었다.

    그리고 재환은 이 모든 상황을 한번에 뒤집어버리기 위해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

    “KBC하고 완전히 손절하죠. 역시 나를 알아주는 곳은 여기밖에 없거든요.”

    “아이고, 당치 않습니다! 그저 회장님이 저희에게 아주 좋은 소재를 만들어주셨습니다.”

    김시환 PD.

    이제는 예능국장이 되었는데, 과거 재환이 마이크로 컴퍼니와 인연을 맺을 것을 아침방송 인터뷰로 나온 뒤로 수시로 불러준 인물이었다.

    이번에 예능국장으로 올랐다길래 축하화환은 보냈는데, 라면대회에 대해서 자신들이 방송을 만들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만들자고 한 그의 제안이었다.

    “이름이··· 미스터 라면왕 입니까?”

    “그렇습니다.”

    김시환 국장은 제대로 준비해서 재환에게 보여줬다.

    “CBM은 각 지역의 계열사가 많이 있습니다.”

    전국 16개의 계열사를 모두 모아서 자신들이 예선 처리를 맡게 하고, 거기에 맞춰서 요리사와 MC까지 섭외해서 모두 준비해줬다.

    그리고 재환은 그 제안을 받아들여 제작비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기로 했다.

    “아이고~ 회장님이 직접 오셨군요~ 안녕하십니까?”

    “?!”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TV에 아주 많이 나오는 톱 연예인이었다.

    “아!”

    신동협.

    당시 자타공인 코미디언 1위였고, 이번 라면왕 프로에 메인 MC로 발탁됐다.

    “만나서 반가워요. 그 유행어 하나 해 주실수 있나요?”

    “안녕하시렵니까~ 눈코입 몰린 사람이라고 합니다.”

    “하하하!”

    즉석에서 웃기는데는 천부적인 사람이었고, 재환은 그 자리에서 출연료는 상관 말고 마음껏 이 프로에서 날뛰어보라고 명한 재환이었다.

    그때 신동협은 넌지시 재환에게 다른 조건도 걸었다.

    “저기··· 회장님. 저를 믿어주신다면 부탁이 하나 드릴게 있습니다만···.”

    “네, 말하세요. 즉석에서 들어드리죠.”

    재환은 조용히 신동협을 불러서 CBM에 있는 카페테라스에서 둘의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제가 그동안 활동하면서 후진 양성을 위해서 자그맣게 기획사를 하나 만들려고 합니다.”

    “호오?”

    재환은 뭔가 삘이 느껴져서 물었다.

    “멤버는 어찌 됩니까?”

    “일단 김영만, 이형재··· 그리고 신인으로 노형철이란 친구하고, 유재현입니다.”

    미래의 국민MC에 연예대상 탄 인물이 셋이나 되는 엄청난 라인업에 재환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말했다.

    “띄워주고 신인 있으면 보조 MC로 쓰세요. 출연료는 제가 부담하죠.”

    “감사합니다. 회장님.”

    시원시원하게 말한 재환을 향해 신동협은 감사를 표했다.

    “다만, 그 연예 기획사 말입니다. 저도 좀 투자해도 됩니까?”“네?”

    재환은 여행다닐때나 쓰던 수표책을 품 안에서 꺼내 한 장 찢어서 신동협에게 건넸다.

    “그렇지 않아도 언제고 엔터테이먼트 사업 관심은 있었죠. 우리 와이프도 그쪽 출신이니까.”

    “회, 회장님 이건?”

    “백지수표요. 앞으로 기획사 운영할 때 필요한 자금 마음대로 적으세요. 제가 결제해서 후원해 드리죠.”

    재환의 제안에 신동협은 오늘 엄청난 귀인을 만났다며 입이 떡 벌어졌다.

    ***

    [국민들의 건강을 파괴하는 MSG out!]

    vs

    [먹는게 남는거다! 팔도 라면요리왕 대회!]

    언론의 상황이 아주 재미나게 흘러갔다.

    KBC가 일괄적으로 화학조미료의 유해성을 알리면서 스피커를 키우는 한편, 혜성그룹의 후원을 받고서 MSG라면인 혜성식품 제품으로 요리대회를 하고 특급 MC에 요리사들 영입해서 광고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CBM은 뉴스에서도 ‘KBC가 지나치게 화학조미료에 대해 과장을 한다!’라는 시사프로에서까지 언급해서 아예 방송국 vs 방송국의 대결이 되었다.

    재환은 그 상황을 회장실 컴퓨터로 보면서 피식 웃었다.

    “떠들면 떠들수록 국민들의 관심이 이곳에 쏠린다는 걸 모르냔 말이지.”

    재환은 그렇게 말하면서 문자 하나를 방송국에 보냈고, 곧바로 답이 나왔다.

    [회장님, 김시환 국장입니다. 정말 이거 보도해도 됩니까?]

    “네, 하세요.”

    재환이 그러라고 답장을 보내자 곧바로 인터넷 기사가 올라왔다.

    [속보: 미스터 라면왕! 시청률 20% 돌파시 혜성그룹 신회장 고정 출연!]

    어차피 한때의 프로로 끝날지 저게 시즌제로 끝날지는 시청률 척도로 나뉠 것이다.

    게다가 신동협을 통해 엔터테이먼트 사업 투자도 하겠다고 했으니 앞으로도 방송국에 간간이 출연하는거는 자신을 알리기에도 충분했다.

    물론 KBC는 빼고 말이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KBC 역시도 칼을 뽑아들었다.

    CBM이 라면왕 예능을 시작할 때, KBC는 교양예능으로 역시 톱급 MC들을 섭외해서 프로긂 ‘착한 먹거리’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동시간대 대결을 시도한 것이다.

    재환은 한 달 뒤에 있을 프로그램에 대해서 많은 기대를 했고, 거기에 따라 지방 계열사들을 돌면서 마트와 백화점을 오가면서 자사의 라면을 홍보했다.

    발로 뛰는 회장님의 움직임에 사원들도, 그리고 소비자들 역시도 조금씩 호응했고 이제 그 첫 방송의 시간이 되는 순간이었다.

    ***

    [자~ 참가번호 13번, 아~ 쌈장인가요?]

    [어머, 동협씨, 이걸 봐요. 이건 카레 라면이래요.]

    [비법은 그··· 아시죠? 고향의 맛···으으음, 그 멸치맛 나는 가루 반스푼.]

    노골적으로 MSG가 드러나는데도 방통위는커녕, 시청자 게시판도 클린할 정도의 진행이었다.

    거기에 야식 타이밍에 맞춰 적절하게 라면으로 침샘을 자극하고, 세 mc의 예능감까지 겹치면서 라면왕 프로는 큰 화제가 되었다.

    “여보, 저거는 진짜 맛있게 보이는데요?”

    “아, 피자치즈에 핫소스 넣은 거? 나도 저건 상품 될지 알아봐야겠어.”

    부인하고 밤에 예능 프로그램 보는데 이 정도의 반응이니 과연 그 잘난 안티 화학조미료의 교양예능은 어떤가 싶어서 채널을 돌렸다.

    [충격, MSG로 인한 암, 심근경색, 청소년 당뇨를 일으킬수 있다는 결과]

    [사회자 PD: 계속해서 우리 밥상을 위협하고 있는 화학 조미료. 언제까지 우리는 무덤덤해야 할까요?]

    방청객에서 들리는 탄식 소리가 모두 4-50대의 중년 여성들이었고, 거기에 맞춰 착한 먹거리라고 NO화학조미료를 쓰는 식당들을 찾아다니는 장면이 나온다.

    먼저 프로그램이 끝나서 잠깐 본거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저건 약발이 아주 빨리 떨어질 것이고, 방통위와의 면담은 저쪽이 먼저 할 것 같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길래 뭐랬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니까?"

    이번 MSG 유해식품 앵무새들은 이 결과로 인해 제대로 한 방 먹었다.

    ***

    “회장님. 어제 미스터 라면왕 프로그램 이후로 점점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서 상무의 보고에 재환은 매출표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제 방송이후로 실시간 판매는 아닐 테고··· 슬슬 빌드업이 된 결과라고 할 수 있겠군요.”

    “네, 일단은 MSG 유해론자들의 광고가 심하긴 합니다만··· 그만큼 저희가 남은 회사중 유일한 조미료를 쓰니 상징성은 가졌습니다.”

    “앞으로 계속 갈 거에요.”

    모두가 움직일 때, 혼자만 NO!를 외친 화학조미료 여론전에서 재환은 계속해서 버텨냈다.

    그리고 시청률 조사기관에서 CMB의 미스터 요리왕이 17.5%, 그리고 KBC의 착한 먹거리가 6.3%라는 표를 받자 재환은 그대로 진행시키기로 했다.

    “저 프로 예상은 다다음달 말이죠?”

    “네, 그렇습니다. 회장님.”

    “시간이 촉박하지만 어떻게 되겠지.”

    “네?”

    “지금 당장 혜성식품 임원들 싹 다 불러주세요. 회의 좀 해야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회장님의 호출 명령에 현재 본사에 있는 식품사업부 임원들은 모두 회의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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