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56화 (156/244)
  • 156- 회장님이 선택한 그 픽!

    [다음 소식입니다. 라면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했던 빙글그룹이 라면사업부를 혜성그룹에 매각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라면시장에 뛰어든 지, 17년 빙글이 라면사업 철수를 선언했습니다.]

    시장 점유율 4위로 일본의 컵라면 회사 니시오 제분과의 협력으로 맛에 있어서는 상당한 매니아층이 있었던 라면이었다.

    하지만 줄어드는 점유율로 인해서 작년 라면 사업부가 30억 적자로 3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자 김후열 회장이 사업부 해체를 선언했다.

    그리고 재환이 적절하게 끼어들어 공장을 포함해서 모두 사들였다.

    그리고 그 대가에 대해서는 김후열 회장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속보: 빙글그룹 김후열 회장, 대표이사 사임. ‘전문경영인 체제로 회사를 이끌 것’]

    갑작스런 오너의 사임에 무슨 일인가 언론에서 웅성거릴 때, 얼마 안있어서 그 결과는 나왔다.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총선의 참패 이후로 인재영입 체제를 선언했던 한민국당에, 김후열 전 빙글그룹 회장이 입당했습니다.]

    기업 오너의 정당입당.

    그리고 형제인 대화그룹과 대한생명 역시도 내색은 안했지만, 암암리에 정치판 나가는 동생에 대한 후원을 해준다는 소문이 들렸다.

    재환은 장인어른의 부탁을 들어준 뒤로 성과는 자신이 소유한 라면회사 운영권을 챙겼다.

    “미래 먹거리 노래를 부르더니만, 진짜로 먹거리를 샀네?”

    육공회에서 때아닌 라면 파티로 수많은 라면 박스를 기증했고, 그걸 1류 셰프들이 각자 방식으로 끓여서 먹는 자리가 되었다.

    “반도체랑 컴퓨터, 자동차 만들던 녀석이, 라면 사업 한다니까 뭔가 웃기긴 하다.”

    진용은 말을 그렇게 하면서 벌써 콩라면을 3그릇째 먹고 있었다.

    “옛말에도 있잖아? ‘라면에서 로켓까지’라고 말이야.”

    “···그거 일본 속담 아니냐?”

    현규의 말대로 그 ‘라면에서 로켓까지’는 일본의 초거대 무역회사들이 모든 것을 취급하는 종합상사라는 슬로건을 쓸 때나 쓰는 말이었다.

    “뭐 어쨌건 올해 남은 년도에는 이것좀 키워보려고 한다.”

    경차는 배기량 규제 풀린뒤로 MTS와 굿 모닝이 각각 800/1000cc 이원화 모델로 나가게 되었다.

    천연가스버스는 경남에서 물먹었지만, 철도 테마파크와 광주 신구장 사업 이후로 광주,전남 일대에 도입계약을 마쳐서 그쪽으로 바쁘게 돌아간다.

    그리고 쇼핑부문은 현재 재환이 오더를 내린 ‘충남 시장 백화점 진출계획’으로 인해 바쁘게 움직이고, 전자산업은 내년 4분기에 1차 완공될 혜성전자 반도체 평택공장 준비로 바빴다.

    그 와중에 재환은 혜성에서 새로 준비할 라면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앞으로 1박스씩 집에 보내줄테니 마음껏 품평을 부탁합니다. 형제들이어!”

    졸지에 밀어내기로 물량 떠맡은 육공회 멤버들은 재환이 또 뭔짓 거하게 할 것 같아서 쓴웃음이 나왔다.

    ***

    그룹 회장의 부름에 찾아온 혜성식품의 전문가들은 긴장한 얼굴로 서 있었다.

    “서인숙 상무?”

    “네, 넷! 회장님.”

    “89년 입사 이후로 15년간 식품사업부 근무만 하셨군요. 그것도 공장 위생을 말이죠.”

    “그, 그렇습니다.”

    올해 나이 40에 중년 여성 임원은 식품자원경제학과 라는 타이틀로 식품부문만 차지한 전문가였다.

    “그 다음 이성배 이사는··· 어이구야, 부라보크림 담당이었어요?”

    “그, 그렇습니다.”

    “아이스크림에 이어 라면도 신경써 주세요. 제가 직접 테스트 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자, 그다음은 양규진 이사인데, 혜성식품 유통담당을 맡으셨군요.”

    “네, 회장님. 지난번 그 사극 제작지원때도···.”

    “아! 고려 태조 PPL로 한과 세트 만든거? 그때 일원이면 인정이죠.”

    그동안 그룹의 근본이면서 찬밥 대우였던 혜성식품 중역들을 부른 재환은 혜성유통 부회장 대신 자신이 직접 이 사업에 관여하겠다며 그들과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

    그동안 사장급 이상의 고위 임원들과는 또 다른 식으로 뛸 수 있는 현장의 즐거움이었다.

    세 임원 모두 회장을 직접 보좌한다는 사실에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라면사업 일을 준비했다.

    ***

    경기도 광주의 라면공장.

    빙글에서 혜성으로 넘어와 간판이 혜성식품 라면공장으로 바뀐 곳이었다.

    “공교롭게도 혜성한국통운과 물류센터가 가깝단 말이죠.”

    전라도 광주와 헷갈린다고 광주사업소를 ‘오포읍사업소’로 고쳤던 물류센터와 지근거리였다.

    “자주 교류하도록 하세요. 많이 나눠드리고.”

    “알겠습니다. 회장님.”

    공장장은 그 명을 받들고 혜성라면의 제품들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빙글그룹은 다양한 라인업을 가지는 다른 라면회사들 만큼이나 다채로운 상품이 가득했다.

    17년간 30개의 모델을 만들었는데, 그중에서 주력 상품으로 E라면과 E콩라면, 그리고 짜장라면으로 북경E라면과, E비빔면, 나머지는 컵라면으로 포함이었다.

    “주력 상품인 E콩라면은 다른 신라면이나 진라면과 차이가 뭡니까?”

    “콩이라는 이름 그대로 팜유가 아닌 콩기름으로 면을 튀겨냈다는 겁니다.”

    서 상무의 말에 재환은 먹으면서도 뭔가 좀 냄새가 다르다고 생각한 게 이거라고 생각했다.

    “맛으로는 나쁘지 않고, 가격대도 좋은데, 안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유통망 부재와··· 특색있는 맛이라 해도 다른 브랜드에 비해서는···.”

    서 이사는 사무실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 문서들을 건네줬다.

    5개의 라면회사 중에서 3위라 딱 어중간한 맛이라고 할 수 있는 맛.

    거기에 문제는 또 하나 있었다.

    “기존에 맛 유지도 힘들 텐데, 거기서 MSG까지 뺀단 말이죠?”

    “그, 그렇습니다.”

    그동안 전국민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화학조미료 MSG.

    맛소금, 맛그린, 뉴슈가, 감미소, 미원 등의 많은 회사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던 조미료였다.

    하지만 때아닌 유해성 논란은 80년대 후반부터 계속됐고, 2020년대 까지도 MSG를 독극물 취급하면서 식당에서 쓰면 난장을 까는 일은 굉장히 흔했다.

    “아무래도 웰빙 붐을 생각하면, 저희 역시도 천연 재료로 라면을 생산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웰빙은 지랄.”

    “!?”

    재환의 말에 모두가 흠칫했다.

    “그렇게 개나 소나 웰빙이란 단어 갖다 붙이니까 음식도 맛대가리 없게 만드는 거죠.”

    “회장님. 하지만··· 지금 마케팅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여기저기서 웰빙음료, 웰빙음식, 웰빙 라이프로 천연재료로 만드는 문화가 생기는데, 거기서 혜성만 역행할 수는 없었다.

    “잘 알아둬요. 식약청에서 MSG가 인체에 아주 나쁘다는 말 없으면 그대로 진행시킬 겁니다. 아니, 다섯 개 라면 회사 중에서 우리는 다르다는 것으로 내놓으세요.”

    “회장님, 하지만···.”

    “그렇게 하세요. 내가 확신 가지고 하는 일입니다.”

    재환의 단호한 의지에 임원들은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재환의 움직임으로 인해 혜성식품과 라면은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쉿! 유해한 화학조미료. 여러분의 밥상이 있다.]

    [엄마, 우리 밥상은 청정이지요?]

    웃기지도 않은 마케팅으로 각 기업들이 NO화학 조미료를 앞세우면서, MSG를 악의 축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제 대세는 완전히 msg를 적대하고 있고, 거기에 따라 다른 라면회사를 포함해서 웬만한 조미료회사들까지도 몸을 사리고 있었다.

    단 한 명을 빼고 말이다.

    [재벌도 라면을 먹을까?]

    [먹습니다.]

    혜성라면에서 시작한 광고, 도발적인 슬로건으로 시작해서 광고모델은 다름 아닌 회장 신재환이었다.

    컵라면을 먹으면서, 쩝쩝이나 후루룩 소리같은 면치기 없이 조용조용 먹으면서도 식욕을 돋게 만드는 라면 끓는 모습이 부각된다.

    [맛있게 먹으면, 그게 웰빙! 혜성라면이 여러분의 입맛을 책임집니다.]

    “캬~ 얼큰하고 시원하다.”

    웬만한 CF모델보다 더 먹는 연기가 일품인 재환의 모습이 광고에 나오고 그것은 인터넷에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그룹 회장이 직접 광고에 나와서 ‘우리 라면 드세요!’ 하는 임팩트에 MSG를 빼지 않고 그대로 가겠다는 선언 역시 유효했다.

    그동안 숱하게 MSG유해론을 때려대던 각종 탐사프로와 전문가들은 그 상황에 굉장히 당황했고 말이다.

    ***

    [최근 모 기업이 MSG의 유해성을 알리면서 직접 광고를 촬영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굉장히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탈 MSG의 우리 입맛을 만드는데, 혜성라면이 그것을 방해하는 상황입니다.]

    갑자기 혜성을 악의 축으로 여론이 벌어지고 초빙되고, 어디서 학위 몇 개 땄다고 자막에 나오는 물박사들이 좋지 않은 소리를 쏟아댔다.

    하지만 재환은 그것을 무시했고, 오히려 혜성그룹은 더욱 더 신문과 TV광고로 자사의 라면에 MSG가 들어간다는 걸 숨기지 않았다.

    [충격! 혜성식품의 E라면, MSG 다량 함유!]

    그 상황에서 이렇게 갈겨대는 헤드라인들은 있었고, 재환은 겁대가리 없이 움직이는 것들을 손보기로 했다.

    “임 실장. 지금부터 MSG 유해고 어쩌고 하는 것들 광고 다 빼세요?”

    “네? 회장님, 그러면 오히려 더 고립될 수 있습니다. 작정하고 언론과 시민단체가 움직이는 상황입니다.”

    “네, 그러니 더욱더 이렇게 해야죠. 여기서 물러서면 사기, 공포 마케팅에 언제나 소비자가 흔들리게 될 겁니다.”

    “하지만, 회장님.”

    “뭔 말인지 다 아니까 이거나 준비하세요. 새 이벤트입니다.”

    “네? 이것은···.”

    임창훈은 그것을 읽고서 눈이 점점 커졌고, 재환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는 속히 시행하라고 손짓했다.

    ***

    [전국 팔도 라면왕을 찾아라!]

    [혜성식품에서 주최하는 라면 이벤트! 예선과 본선을 통해 회사와의 콜라보! 그리고 회장님의 상금까지!]

    전국에 라면 요리대회를 열고, 거기다가 신재환 회장이 직접 심사를 한다.

    조건은 단 하나, 혜성식품제 라면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총상금 5억원이라는 큰 규모에 일부 요리는 상품화시킨다는 조건까지 걸었으니 들썩거릴만한 이벤트였다.

    그것을 신문 광고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뿌리고, 재환이 CF모델이 되어 엄지를 올리는 캐리커처를 만들자 여론은 다시 뒤집혔다.

    “회장님, 이걸 좀 보시지요.”

    “네, 보고 있습니다.”

    수많은 포털 사이트의 반응 ‘혜성식품 라면대회 기대된다.’, ‘집안에서 만드는 레시피 가져온다.’, ‘회장하고 만날 수 있다.’는 좋은 반응이 가득이었다.

    거기에 대다수의 유머 커뮤니티에서는 광고를 가지고 재환을 합성소스로도 사용했는데, 라면 대신에 각종 음식을 놓고 있는 모습이었다.

    ‘쩝쩝’이나 ‘후루룩’ 같은 오버 리액션 없이 조용히 먹는 모습인데, 그것도 소재감이 되나 보다.

    그러다 보니 점점 MSG가 좋지 않다고 하는 인물들의 헛소리는 점점 묻히기 시작했다.

    여론은 여론전으로 한다고, 차마 먹지 못할 독극물 처리하던 MSG는 혜성식품의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고, 그로 인해 혜성그룹은 조미료 회사들의 큰 손이 되어 재환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상황이 되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정말 살았습니다.]

    “그런 말씀은 품질로 보여주십시오. 그리고 우리 라면 홍보도 해 주시고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최근 화학조미료 이름이 부정적이라고, 화학이란 사명도 바꾼 감미식품은 삼신의 사돈 집안이면서, 혜성이 더 자신을 도와줬다고 회장이 감사 인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재환 역시도 라면 요리 대회를 만들고, MSG라면을 제2의 우지파동 쯤으로 취급하려는 언론사들을 싹 다 조져버리기로 결심했다.

    “계속 지껄여 보라지. 다시는 먹는거로 선동질 못하게 만들어줄테니까.”

    재환은 식품업 대격변 한 번 만들어주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며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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