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53화 (153/244)
  • 153- 바퀴와 스노우볼이 같이 굴러간다.

    재환은 자동차와 철도 등의 차량을 팔기 위해 움직였다.

    그중에서도 먼저 움직인 것은 울산공장이었다.

    부우우웅- 치이이익-

    육중한 엔진음이 울리면서 막 출고된 버스들이 움직였다.

    “천연가스버스라고 기대했는데, 소리는 다를바가 없군요.”

    재환의 말에 남법민 공장장은 멋쩍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스펙은 기존의 아성자동차의 천연가스버스보다 우월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팔릴 곳은 마련됐습니까?”

    “이번에 대구광역시에서 친환경 버스를 판매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뿐만 아니라 창원시와 진해시 역시도 판매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경남도청에서 시범케이스로 두 곳에 배치를 해본다고 합니다.”

    확실히 친환경시대가 되어간다는 것을 느끼는 재환이었다.

    이때부터는 매연문제가 논의가 되면서 환경부의 권한도 커지고, 배기량 감소와 디젤엔진에 대한 규제 세금 등으로 2000년부터 시작한 천연가스버스가 각 지자체에 유행처럼 번져갔다.

    재환은 그것을 두고서 전적으로 대윤때부터 공장과 함께한 임직원들에게 전적으로 맡겼다.

    “좋은 품질로 만드세요. 판매처는 저희가 알아볼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일단 그렇게 버스 시장을 알아보면서 경차의 1000cc 이하 규격확대 법안만 어떻게 통과되면 되는 일이었다.

    ***

    “어디로 간다고요?”

    “우즈벡입니다. 이 중에서 양품을 골라서 말입니다.”

    창원의 KRT 공장은 고속철도 시대 이후 그동안 수십년동안 국민들의 발이 되어준 구형 객차들을 수리하고, 수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녹색과 노란색이 대비된 통일호 객차를 보고서 재환은 처음 창원 왔을 때 저거랑 무궁화호 타면서 허리가 무지하게 아팠던 것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래도 다른 곳에서도 발이 되는구나. 이제는 역사에 남을 유물들이 말이야.”

    크레인으로 들려서 대형 선박에 수송되는 객차들을 본 재환은 문득 뭔가 떠오른게 있었다.

    “성 부사장!”

    “네, 회장님.”

    KRT의 부사장 성학철은 혜성중공업 이후로도 아성정공과의 협력속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금 우리 몫으로 팔아야 할 열차가 얼마나 됩니까?”

    “210량 정도 됩니다.”

    “많기도 해라.”

    재환은 그 목록을 한 번 보여달라고 한 다음 사무실에서 찬찬히 살펴봤다.

    사진만 보면 정말로 한국 철도 역사라고 할 만한 물건이 많았다.

    “통일호는 기본에, 초저항? EEC? 어이구··· 이런 것도 있어?”

    하나하나가 ‘고물’처리로 양품은 우즈벡이나 이란 등의 제 3세계에 팔아버리고, 나머지는 알아서 고철 스크랩을 하라고 떠넘긴 물량이었다.

    그리고 철도청은 공사화되어 2005년부터 코레일이라는 이름으로 바뀌니 그동안 정리하는 것이 한 가득이었다.

    “뭔가 아까운데···.”

    재환은 그냥 팔아치우기에는 뭔가 쓸만한 것들이 많아 보인다 생각하고서 생각을 좀 해 봤다.

    그때 ‘철도 테마파크나 하나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 속에서 갑자기 급보가 날아왔다.

    “회장님, 갑작스럽게 죄송합니다!”

    “뭡니까?”

    울산공장에서 온 연락은 ‘창원에 납품하기로 한 천연가스버스들이 전부 계약취소가 되었다.’는 말이었다.

    재환이 황급히 창원시와 경남도청에 연락했지만, 반응은 똑같았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미안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위약금은 저희가 꼭 챙기겠습니다.]

    “우리가 뭐 위약금 논의하려고 전화한 줄 아십니까? 이런 경우가 어딨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따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하는 실무 책임자들과 도지사의 오더라는 말에 뭔가 엮인게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재환은 설마 경쟁자인 아성버스의 농간인가 싶어서 선길이 녀석에게 바로 전화하려 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선길이 먼저 연락해서 재환을 보자고 한 것이다.

    그것도 이 근처에 있다고 해서 혜성백화점 마산점에서 보기로 했다.

    ***

    “한국 화이버드?”

    “네, 걔들이 와이로좀 쳤나봅니다.”

    화이버드는 버스차량 뿐만 아니라 유리섬유, 화학, 광학용 유리 제조업 등으로 복합적인 기업집단이었다.

    “본사가 경남 밀양이에요. 그리고···.”

    “도지사가 향토기업 몰아준거냐?”

    재환의 물음에 선길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 어이가 없네. 진짜.”

    경남 함양과 밀양에 2개 공장을 둔 기업이라 대기업의 입찰 속에서 그냥 들러리인줄 알았더니 성골이었다.

    “아니, 장기적으로 누가 더 도움이 될 지를 모르는 거야? 우리 혜성하고 아성을 밀어주는게 더 이득일텐데.”

    “표심이라는게 그렇지요. 외부에서 온 대기업이 공장 차려주는 거보다, 자기동네 향토기업 키워줘서 메이저로 올리는 걸 좋아하고.”

    “언제쩍 향토기업이야 진짜!”

    재환은 이 원흉이 경남도지사라는 것을 알았고, 이 녀석한테 뭐 한 방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길아. 나 그러고 보니 신사업 좀 하려는데 도와줄래?”

    뭔가 또 재미난 걸 하겠다는 재환의 말에 선길은 일단 귀를 기울였다.

    “뭐죠? 저희랑 관련 있는거면 하겠습니다.”

    ***

    [향토기업의 저력, 대기업보다 품질이 앞섰다.]

    [한국 화이버드! 경상남도에 78대 구매 후, 향후 1000대까지 보급 예정.]

    도 하나를 거의 독점하다시피한 구매 수량에 속이 쓰릴 정도였다.

    환경보조금에 각종 세제 혜택이 있는데다가, 혜성의 자동차 사업에서 성과를 거두기 좋은 사업인데 안방호랑이가 낼름 채간 상황이니 말이다.

    불만이야 있겠지만, 그 뒤로 재환은 조용히 위약금만 받은 뒤로 다시 다른 사업처를 찾았다.

    그 와중에 갑작스럽게 새로운 발표를 했다.

    [그동안 공장을 짓고, 수많은 물건을 만들고, 팔아왔습니다. 이제는 그걸 돌아보고 싶네요.]

    [네, 돌아본다면 어떻게 말입니까?]

    CBM방송국에 생방송으로 나온 재환은 아나운서의 질문 속에서 카메라를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박물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 공업의 역사를 두고, 문화시설로도 쓸수 있는 것을 말입니다.]

    [그런 것을 만드신다니, 정말 대단하신 결정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떤 테마인지 혹시 알 수 있을까요?]

    [철도입니다. 이번 고속철도 이후로 혜성그룹이 매각 스크랩처리를 하는 물건들을 전부 수리해서 테마파크로 만드려고 합니다.]

    [하하하,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철도박물관처럼 말인가요?]

    [그것의 면적 3배는 될 겁니다. 적당한 테마파크 부지를 찾고 있고요.]

    생방송에서 퍼트리는 내용은 전 지자체장들의 눈을 돌아가게 만들었다.

    “회장님. 이번에는 전북도청입니다.”

    “네, 알아서 검토하세요.”

    수도권은 물론이고, 대구, 광주, 전북, 경북등이 나오고 양심 없게도 경남도지사는 또 여기서 유치를 위해 혜성에 연락했다.

    발빠른 지자체들은 아예 ‘유치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단체를 만들어 세금 줄줄 새어나가는 낮간지러운 행동도 잔뜩 보였다.

    그러면서 재환은 정치권의 초대를 받았는데, 아주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다.

    “열린평화당이요?”

    “그렇소. 돌고돌아서 그 이름으로 정해졌소.”

    그 이름을 다시 한 번 듣자 웃음이 나오는 재환이었지만, 국회 문화의원회 소속 이현찬 의원에게 내막을 들었다.

    “그래요. 곧 당명이 바꾸고, 모두가 새로 시작합니다.”

    현 여당인 새정치당의 개명, 그리고 그 ‘도지사’의 이름도 나왔다.

    “이번에 김형규 경남도지사가 지금은 한민국당 출신이지만, 곧 여당으로 당적을 옮길겁니다. 그러면 향후 4년간 우리가 혜성을 돕죠.”

    “아하~ 말인즉슨?”

    “경남쪽 한 번 도와주십시오. 제가 도지사와 이야기를 해서 부지 제공에다가 각종 세제 혜택까지 드리죠.”

    순간 재환은 ‘그런 건 향토기업에게나 요청하시죠.’라고 단호박처럼 말하려다가 관뒀다.

    “검토는 해 보겠습니다.”

    “허허, 신 회장님. 검토가 아니라 확답을 좀 듣고 싶어서 그래요.”

    “저 역시 심사숙고 할 일이 많습니다. 다른 지자체 역시도 혜택이 많거든요.”

    이렇게 희망 고문을 주고 마지막에 경남도청은 딱 빼버릴 생각이니 말이다.

    ***

    “이보게 사위, 나는 이번에 기권표 날릴 걸세.”

    ‘국내 경차 배기량 조정 및 세제 감면 혜택 개정법안’ 약칭 ‘1000cc 이하 경차법’에 대해서 한수호 의원은 대놓고 기권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유일하게 국내에서 경차를 생산하는게 혜성이니 사위 회사 밀어주기라는 말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네. 장인어른이 그러셔도 이건 통과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규제를 거부하니까요.”

    “그래, 이해해주니 고맙구만.”

    재환은 그러면서 시간을 잘 계산해봤다.

    철도 테마파크의 부지는 그다음 발표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말일세. 사위에게는 미안한 부탁이지만···.”

    “뭡니까?”

    “그, 자네가 한다는 그 테마파크. 웬만하면 지자체장이 우리당 사람이 있는 곳으로 해 주면 안되겠냐는 말이 있더구만. 한민국당과 같이 가겠다고 하지 않았나?”

    재환은 그 말을 듣고서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건 테마파크가 아니라 공단을 하나 만들 생각입니다. 장인어른의 정당인 지역구를 골라서 말이죠.”

    한 의원은 그 말을 듣자 뭔가 중앙당에 목소리 낼게 생각났다며 미소를 지었다.

    “고맙네. 이 사람. 오늘 장인 집에서 같이 한 잔 마시자고!”

    “네, 장인어른!”

    “손주만 빨리 봤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하하하!”

    그렇게 재환은 여당 지자체장들에게 엿 한 번 먹일 계획을 마쳤다.

    ***

    [다음 소식입니다. 국회에서 뜨거웠던 경차 배기량 및 세제 논의 개편이 최종 가결되었습니다. 이로써 현 경차의 기준이 800cc 이하에서 1000cc 미만으로 확대됩니다.]

    국회에서 통과한 순간 재환은 때맞춰 다음 날 바로 발표를 했다.

    [혜성의 테마파크로 광주광역시가 결정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순 철도 테마파크 하나만이 아니었다.

    [추가로 혜성 타이거즈의 신구장 역시도 광주와 협의해서 착공을 시작하겠습니다.]

    국비 200억에 혜성그룹에서 400억, 광주광역시에서 250억+수익사업 시설운용권을 제공하는 것으로 총 850억의 건설비용으로 현 무등야구장 옆의 종합운동장을 허물고 2만 7천석 규모의 타이거즈 새 구장이 지어진다.

    [광주, 그리고 호남에 계신 모든 분들게 좋은 문화사업을 제공하겠습니다.]

    재환의 인터뷰에 광주시민들이 환호했고, [타이거즈 스타디움]이라는 제목으로 착공식 준비가 치러졌다.

    거기에 25년간의 수익시설 운용권을 혜성이 가져서 재환은 제대로 한 번 꾸며 볼 생각이었다.

    “이게 이렇게 쉽게 해결될 줄이야.”

    그동안 시장과 시의원들의 밍기적거림 속에서 잘못하면 잠실이나 대구같이 지자체에서 지지부진하다가 몇 년 걸릴 줄 알았는데, [테마파크 부지]떡밥까지 던져서 해결을 한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혜성이 광주에 큰 투자를 해 주셨습니다.”

    박 시장은 재환의 두 손을 잡으면서 입이 귀에 걸려있었다.

    이것으로 지자체들이 그렇게 쇼를 했던 ‘혜성 테마파크 유치위원회’등은 모두 세금을 허공에 날린 꼴이 되었고, 경남도청은 창원의 KRT공장까지 앞세워서 철도 테마파크를 추진하려다가 물먹었다.

    애초에 중간에 개입한 향토기업 밀어주기만 아니었어도 창원이 부지가 되어 굉장한 시너지가 될수 있는 사업인데 도지사 하나가 초를 쳤다! 라는 이야기가 알음알음 생겨나고 그 양반이 당적 옮긴 뒤로 경남에서 그 바뀐 이름의 여당 열린평화당 후보가 당선될 일은 없었다.

    이후 재환은 계속 바퀴달린 일을 위해 철도와 경차, 버스 모두 예산을 상당히 늘려서 그쪽 개발에 모든 것을 지원했다.

    서해안을 타고 이어지는 개발계획에 혜성그룹은 새로운 쪽으로 사업이 점점 넓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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