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52화 (152/244)
  • 152- 2004년 핫 아이템!

    재환은 인천 혜성대윤자동차를 방문하고, R&D 센터 확장 기공식에 참여했다.

    “지금은 A동과 B동이 전부지만, 추후 C, D동까지 이어질 거란 말이죠.”

    그 옆에는 이번에 영입된 피터 노이만 부사장과 연구진들이 있었다.

    현재는 임시로 인천 공장 근처에 있는 작은 빌딩 하나를 매입해서 보안시스템을 구축해서 만들었지만, 결국 부품을 만드려면 공장 안에서 뚝딱거릴만한 넓은 연구센터가 필요했다.

    “생각했던 것 보다는 어느정도 기반이 잡혀 있군요.”

    현재는 삼신상용차의 이름으로 나오는 YM-1000을 뜯어본 피터 부사장의 평가였다.

    “게다가 1톤 트럭이 이 정도의 과적을 버틸 정도로 프레임도 강하다니, 정말 한국 자동차들은 작지만 매우 튼튼한 것 같습니다.”

    “아하하-”

    재환은 YM-1000의 중량 이야기를 듣자 자신이 직접 이건호 회장 앞에서 시제품 차량 앞에서 시멘트 1.5톤을 담는 퍼포먼스를 보였던 게 떠올랐다.

    “해볼만 하겠습니다. 일단 기본적인 이론을 정립하고, 디자인을 만든다음 거기에 따른 엔진을 정하고 마는데 4년에서 5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믿고 맡기지요.”

    인천 공장을 시찰한 뒤로 재환은 인사를 받으며 차를 타고 서해안 고속도로로 향했다.

    이대로 쭉 내려가면 다음은 혜성대윤자동차의 또다른 공장인 충남 서산 경차 공장이었다.

    아성기어차그룹의 경차 라인업과 새 공장을 대윤차 군산공장과 바꿔서 얻어낸 곳이었다.

    “이거군요.”

    “이번 신형 경차 모델 굿-모닝입니다.”

    재환은 훗날 국민 경차가 되는 굿모닝을 보고서 어루만지며 피식 웃었다.

    “시승할 드라이버를 준비하겠습니다.”

    “한 대는 남겨놓으세요. 제가 직접 타보죠.”

    “네? 회장님이 경차를 말입니까?”

    서산 공장장이 놀라자 재환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못 할 게 뭔데요?”

    재환은 공장장의 만류 속에서 차에 올라타 기능을 확인했다.

    혜성제 내비게이션을 켜자 아내의 목소리가 나왔고, 재환은 피식 웃으면서 트랙을 한 바퀴 돌아본 것을 넘어서 아예 서산시 일대를 한 바퀴 돌아봤다.

    그것을 뒤따라 가느라 졸지에 서산시에서는 신형 경차 십수 대가 검은 가림막이 채워진 채로 행렬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공장으로 돌아온 재환은 차에서 내리면서 감상평을 말했다.

    “잘 만든 경차입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근데 문제는··· 엔진이랑 현재까지 겹치는 포지션이겠죠?”

    “으으음. 그렇습니다.”

    현재 혜성에는 대윤차에서 인수한 MTS-800이 시장을 꽉 잡고 있었다.

    그런데 아성에서 인수한 굿모닝 역시 같은 경차이니 자칫하면 포지션 중복이 될 수 있었다.

    재환은 그것을 염두해 두고 임원들에게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국회에 한 가지 제안을 한 게 있습니다.”

    장인이 정치인이어서 그런지 직접적으로 입법 발의는 못하겠지만, 알음알음 다른 의원의 손을 빌려서 내걸 비밀 프로젝트였다.

    “MTS고 굿모닝이고 모두 다 같이 개발하세요. 그것을 위해서 물심양면 지원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들은 재환이 생각한 두 경차 라인업을 쌍끌이로 올릴 수 있는 ‘복안’에 대해 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뭔가 해결책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연구에만 몰두했다.

    서산에서 업무를 끝낸 재환은 그대로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해 전주에서 혜성백화점 방문과 혜성쇼핑을 지탱하는 수많은 협력사 모임에 방문한 뒤로 운영하는 혜성의 1급 협력회사들 사장들과 만찬식을 가졌다.

    전주를 넘어 전북 일대에서 혜성그룹이 차지하는 세수는 상당했기 때문에 지자체장들은 재환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신경 쓰면서 극진히 대접했다.

    그리고 광주에 도착했을 때 재환은 그곳에서도 큰 프로젝트를 말했다.

    “우리 혜성 타이거즈 이번에 신구장 만드려고 합니다.”

    “네?”

    광주시장 박은태는 갑작스런 발표에 화들짝 놀랐다.

    “시장님도 그렇게 신구장, 신구장 노래를 부르셨잖아요?”

    “그, 그렇기는 합니다만...”

    “설마 공수표 던진건 아니죠? 임기 내에 삽은 뜨셔야 할 게 아닙니까?”

    재환의 추궁에 흠칫하는 박운태 시장이었다.

    ‘역시 정치인 공수표는 믿으면 안 돼.’

    “저희 역시 신구장의 필요성은 느끼고, 저 역시 그것을 공약으로 냈긴 했지만···.”

    “왜요? 설마 시에 돈이 없다고 하지는 않으시겠죠? 설마 광역시 지자체에서?”

    재환의 압박에 박 시장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광역시 지자체 중에서 저희가 제일 꼴찌라 야구장 신축같은 대규모 프로젝트 진행이 힘듭니다.”

    “저희 혜성그룹이 프로축구연맹 운영하면서, 축구리그 하시는 거 아시죠? 대구에서도 대구시장님이 시예산이 꼴찌라고 하셨는데, 시민구단을 따로 만드시더군요. 신구장 계획과 같이요.”

    “!”

    “이번 KPL 개막식 보셨어요? 대구에서 6만6천석 자리에 관중 5만명 와서 채운거.”

    “···.”

    “광주시장님도 뭐 좀 하셔야 할 게 아닙니까?”

    지자체장이 변명으로 내밀 것을 싸그리 차단한 재환으로 인해 결국 박 시장은 무거운 결정을 했다.

    “좋습니다. 하겠습니다. 당장 부지 정하겠습니다.”

    “정하는대로 바로 연락 주세요. 건립 비용의 절반은 저희가 부담하죠.”

    “네?”

    “기부채납으로 해 드리죠. 단 나머지 절반은 지자체 예산하고 문체부하고 협의 하셔서 어떻게 마련하세요. 타이거즈 신구장 올해 삽 뜰겁니다.”

    원래의 역사보다 6-7년은 빨리 땡긴 혜성 타이거즈의 신구장이 정해졌다.

    그동안 선동현을 3년간 잘쓰고, 야구천재 이종만까지 영입해서 김성환 단장 산하에서 굴러가던 타이거즈.

    비록 우승은 못했어도 포스트시즌은 꾸준한 강팀의 이미지는 유지하고 있었다.

    재환은 그것을 당부 해둔 다음 오랜만에 타이거즈 경기 관람에 훈시도 해주고 금일봉도 주면서 돌아갔다.

    ***

    [드디어 고속철도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한국의 첫 고속철도 KTX는 최대 시속 310km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3시간으로 도착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재환은 역사적인 KTX 경부고속철도 개통식에서 대통령을 포함한 수많은 정 관계 관계자들이 있는 곳에 초대됐다.

    대통령과 인사한 뒤로 모인 인물들은 각 부처의 장관들과 회담을 나눴다.

    “두 분이 정말로 큰 일을 해 주셨어요.”

    “아닙니다.”

    재환과 아성차그룹 정목균 회장은 산업자원부 윤범식 장관의 찬사를 받았다.

    “길었던 일이었어요. 부품 국산화에 기공까지 KRT가 아주 잘 해줬어요.”

    아성과 혜성의 합작회사로 두 회장이 불려서 한국의 고속철도에 대한 훈시를 들었다.

    “현재 이 기술력으로 국산 고속철도차량도 개발 중이라고 들었어요.”

    “네, 그렇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기술의 발전으로 국산화가 우리나라 산업발전에 도움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재환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을 때, 정목균은 슬며시 그를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디젤동차 사업 확 줄여버리고 그 예산을 복선전철화된 전기철도 위주로 나가자고 했는데, 그 덕분에 국산 철도차량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거기에 노후 차량등을 동남아와 중동 등에 매각하는 사업권까지도 아성차와 혜성그룹이 반반씩 나눠서 맡게 되니 아주 짭짤한 장사였다.

    “그렇지 않아도 이제는 바퀴 달린 차량들 사업을 키우려고 합니다.”

    “어이구~ 혜성그룹과 아성차에서 그런 좋은 경쟁을 한다면 엄청나겠군요?”

    현재 철도차량만이 아니라 장갑차와 전차에 쓰는 무한궤도 차량 연구까지도 KRT가 맡게 되었다.

    그로 인해 재환은 과거 국정원장의 두 번째 약속으로 방산업에까지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그때 여당의 산업자원위원회 소속의 의원 한 명이 손을 들었다.

    그는 3선의 김한철 의원이었다.

    “공교롭게도 철도 말고도 두 회사가 지금 자동차 사업도 하고 있죠?”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분야가 겹치는게 별로 없어 경쟁은 적지만 말이죠.”

    두 회장에게 김 의원이 말했다.

    “요새 내부에서 경차에 관련한 법을 고치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혹시 아십니까?”

    “!”

    재환은 ‘경차 관련 법’이라는 말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게 벌써 논의가 되는건가?’

    “경차 관련 법이라니. 그게 뭡니까?”

    아직 상황을 모르는 정목균이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김 의원과 윤 장관이 입을 모았다.

    “기존에 경차는 800cc 미만의 배기량으로만 인정해줬죠.”

    “근데 이게 너무 규제가 빡빡하다고, 1000cc 이하로 하자는 말이 나오거든요.”

    “!”

    정목균은 그 말을 듣고 복부를 한 대 맞은 충격적인 얼굴이었다.

    반면 재환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결국 이 떡밥이 생각보다 빨리 타들어갔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저희의 MTZ가 딱 798cc이긴 합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아성자동차는 경차 사업에 진출할 요지가 있어요?”

    “으음··· 저 그것이···.”

    동화오토는 어디까지나 드러나지 않았던 유령 계열사.

    대충 아성이 인수해서 혜성에 군산공장과 교환하는 빅딜의 모양새로 만들긴 했지만, 이걸 알았다면 절대 팔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운명이라는게 참 아이러니 한 것이 팔고나서 1년 뒤에 이런 일이 생기니 씁쓸했다.

    ‘내가 그렇다고 저 규제 논의를 로비 안 해본 것도 아닌데.’

    입맛이 매우 쓴 정목균을 두고 재환이 조용히 말했다.

    “만약 그렇게 해 주신다면 저희는 거기에 맞춰서 경차를 개발할 겁니다. 물론···.”

    재환은 정목균을 보고 빙긋 웃으며 말했다.

    “기업간의 좋은 경쟁과 거래 속에서 말이죠.”

    “하하하! 그래요. 기업인 분들은 모름지기 공정경쟁을 해야 합니다.”

    그 뒤로 자리가 잠시 비워졌을 때, 재환은 정목균과 같이 기차 내부를 걸으면서 넌지시 말했다.

    “이거 신 회장 작품인가?”

    “직접적으로 제가 1000cc 이하 제한은 안 말했습니다.”

    “쯧, 경차사업부를 너무 빨리 팔았나?”

    “그래도 아성의 도움은 필요합니다. 저희가 당장에 못 만드니 1000cc엔진에 대한 대규모 납품은 필요하거든요.”

    “!”

    “어떻게 같이 거래 하시겠습니까?”

    신형 경차 모델 굿-모닝.

    원래는 아성에서 800/1000cc의 두가지 모델로 경차와 소형차의 경계인 해치백 차량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규제 완화로 혜성만 좋은 일이엇다.

    근데 엔진 납품을 아성이 해준다면 그래도 팔리는 만큼 손해는 안 본다.

    “그, 그러지. 내 한 번 그쪽 연구소에 연락은 돌리겠네.”

    “네, 감사합니다.”

    초기형은 아성차 엔진 모델로 하지만, 훗날에는 라이선스 이후로 혜성 역시 엔진 개발을 할 것이고, 그러면서 기술 독립을 진행할 것이다.

    뭐, 그러면서도 저쪽에서 먼저 이쪽 침범만 하지 않는다면, 혜성 역시 세단 승용차 만들 일은 계속 없겠지만 말이다.

    ***

    [최근 국회에서는 경차에 대한 배기량 규제 논의가 뜨거운 상황입니다.]

    [김상국 의원(새정치당): 경차가 왜 경차입니까? 가벼울 경! 차량 차입니다. 이렇게 슬금슬금 배기량을 올리면 나중에는 중대형 경차도 나옵니까?]

    [권혁철 의원(한민국당):현재 국내 도로 사정을 생각하면 1000cc 미만으로 올리는게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800cc으로도 만들던 회사가 아성이랑 대윤 둘이었고, 지금은 혜성 하나만 만듭니다. 이건 규제 문제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칫하면 승용차 시장 자체가 바뀔수 있고, 기존까지의 자차보험금과 세제혜택 등의 수많은 논의가 오갈테니 찬성과 반대가 상당히 치열했다.

    그리고 그 상황에 모든 촉각을 곤두선 것은 혜성대윤 자동차 임원들이었다.

    “저거 통과 될겁니다. 촉이 있어요.”

    재환은 에둘러서 촉이라고 했지만, 이미 물밑 협상이 진행되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저 규제에 맞춰서 재환은 이번엔 바퀴달린 사업에 대해서 좀 움직여 보기로 했다.

    “자~ 법안 통과때까지 좀 발로 뛰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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