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50화 (150/244)
  • 150- 대격변을 앞두고서(2)

    늦은 저녁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한 재환 일행은 곧바로 시애틀에서 여기까지 와서 대기한 혜성 아메리카의 주재원들의 환대를 받았다.

    “어서오십시오. 회장님,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임용태 사장은 일전보다 한참 여유가 넘치는 모습으로 반갑게 재환을 맞이했다.

    “하하하! 공교롭게도 시애틀 3인방이 다 모였군요!”

    재환은 수행원 준호와 임용태를 한 번씩 보면서 기념으로 어깨동무를 했다.

    “호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래요. 자세한 이야기는 밥먹으면서 천천히 합시다.”

    재환은 임용태의 안내를 받으며 인근의 고급 호텔로 향했다.

    그날 호텔의 한정식집은 혜성 아메리카 직원들이 전세를 내서 회식자리가 되었다.

    “요새 미국은 좀 어떻습니까?”

    “하하하, 보고드린 그대로입니다.”

    “매출과 수익은 좋아도 실제 직장 생활은 어떤지 안나왔으니까요.”

    재환의 물음에 임용태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주 좋은 분위기입니다. 특히 M-BOX이후로 마이크로 컴퍼니와의 관계도 점점 진전되어서 신제품에 대한 개발연구 제안도 받았습니다..”

    “그래요? 거위츠 형님이 그거 얘기는 왜 안해줬대?”

    “이제 막 제안받은거라 곧 다음 분기별 보고서로 올리려 했습니다.”

    재환은 ‘놔두면 알아서 잘한다.’라는 게 임용태를 두고 하는 말이라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생각해보면 이 양반도 90년대 한국에서 컴퓨터 가게로 시작해서 지금은 미국 서부에서 IT기업 CEO로 나름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당시 한국이 너무 작았던 건지, 미국이 어마어마하게 큰 건지.’

    재환은 그것을 생각하면서 밥을 먹다 말했다.

    “우리 주재원들도 다들 활기차 보이는군요. 그 뒤로 신입채용은 잘 됩니까?”

    “미국 법인은 임용태의 권한으로 따로 채용할 권한을 줬었는데, 그래서인지 몇몇 직원은 외국인이었다.”

    “네, 특히 회장님께서 거위츠 재단에 기부하시면서, 캘리포니아의 아시아계 학생들 후원을 하다보니 그곳의 좋은 인재들이 혜성을 찾아줬습니다.”

    씨를 뿌리니 새싹이 돋아나고 열매를 맺게되는 이야기에 재환이 흡족했다.

    재환은 하나하나 직원들을 찾아 격려해주고, 회장님을 뵌 혜성 아메리카 직원들에게는 큰 영광이었다.

    식사를 마친 뒤 커피숍에 도착한 재환은 이제 임용태를 부르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제가 한국에서 보낸 리스트는 잘 받으셨지요?”

    “네, 그래서 제가 준비했습니다.”

    임용태는 그것을 위해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 재환에게 건넸다.

    글자들이 컴퓨터 타자를 방불케 할 정도로 정자체로 쓰여있었고, 거기에 영입명단의 증명사진들이 붙어있었다.

    “이런건 그냥 출력하셔도 되는데···.”

    “그러면 유출의 위험이 있을 것 같아서 직접 수기로 작성했습니다.”

    재환은 임용태의 얼굴을 한 번 보더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실리콘밸리는 지금 복마전이 심한 곳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한 회사의 임원이 경쟁사 부사장으로 올라가 있고, 회사 인수합병을 진행한 CEO가 바로 고문 위촉이 되어 다른 사냥감을 찾기도 합니다.”

    “그건 뭐··· 옛날이나 지금이나···.”

    재환 역시도 과거의 삶에선 그 복마전 속에서 실리콘밸리를 버텼고, 그러다 보니 좀 더 버틸 수 있는걸 대충 매각해서 돈만 챙겨 한국으로 돌아갔었던 기억이 있었다.

    신뢰와 정직을 누구보다도 중요시 한다는 청교도의 나라 미국에서 정치판보다 더 거짓말이 판치는 곳은 바로 이곳 실리콘밸리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 서부에서는 혜성쇼핑하고 혜성전자로 데려갈 사람들을 모집할 겁니다.”

    “미국에서 한국까지 온다는 것을 감안하면··· 웃돈을 더 줘야 할 겁니다.”

    “그래서 백지수표만 100장 준비했어요.”

    재환은 수표책과 미국 시티은행에 맡긴 자신의 예금통장을 품 안에 담고서 자신감을 보였다.

    “일단 그중에서 영입이 가능할 것 같은 명단들입니다.”

    하나하나가 훗날 세계 IT역사에 이름을 끼칠 인물 들이었다.

    “호오! 이 인간이 이거밖에 안 받았어?”

    실리콘 밸리 15년차 시니어 개발자들의 연봉이 생각보다는 그렇게 높지 않다는 걸 확인한 재환이었다.

    “여기 호텔에서 장기 투숙을 해야겠군요. 그 뒤로 미국 헤드헌팅 업체는 내일 만나기로 했다죠?”

    “그렇습니다. [코니 인터내셔널]입니다.”

    그곳이라면 미국 서부 일대에서 헤드헌팅 전문 업체로 유명했고, 한국이나 일본,대만 등의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이적을 많이 하는 곳이었다.

    이걸 보니 확실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재환은 내일부터 임용태와 김준호를 데리고 움직이기로 했다.

    ***

    코니 인터내셔널에서 온 재무이사 레온 양은 홍콩계 미국인으로 이번 혜성그룹과의 거래에서 영입에 따라 추가 대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계약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회장님께서 원하는 인재를 모두 데려오겠습니다.”

    자신만만해 하는 경력 20년차의 헤드헌터는 재환에게 약속한 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재환은 스위트룸에서 혜성 아메리카에 대한 보고서를 검토하고, 밀린 결제 서류를 직접 싸인하면서 업무에 매달렸다.

    그렇게 시간을 지내다보니 곧바로 연락이 왔다.

    [대표님. 코니에서 란비르 칼리와 연락이 됐습니다. 제가 모셔오겠습니다. 30분 뒤에 도착합니다.]

    “오! 수고했어요. 김 차장.”

    코니 인터내셔널이 처음으로 스카우트 요청을 한 인재는 인도인 란비르 칼리.

    그는 스탠퍼드 대학교 전자공학 박사 출신의 IT개발자였다.

    그리고 미국의 손꼽히는 IT기업 ‘알파넷’의 포털사이트 G닷컴의 개발진 중 한 명이었다.

    특히 E메일 서비스인 G메일에 개발을 맡은 직원이어서 데려온다면 여러모로 쓸 곳이 많았다.

    “이 양반이 당시에는 부장급 밖에 안됐단 말이지. 박사급 연구원 10년 차에.”

    재환은 임용태가 정리한 노트에서 란비르 칼리의 작년 연봉과 상여금을 확인하고는 천천히 계산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

    “미스터 신? 나더러 지금 한국이란 나라로 가라는 겁니까?”

    “같이 가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에서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만큼은 아니어도 IT에 많은 투자를 할것이고, 그렇기에 우수한 개발자가 필요합니다.”

    코니가 자리는 만들어줬고, 이제 재환이 직접 연봉과 직장에 대한 협상을 시작했다.

    “좋은 제안이고, 비전이 있어 보이긴 하지만··· 지금의 삶을 정리하고 가기에는···.”

    “가족 문제 때문에 그럽니까?”

    재환의 물음에 칼리는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그렇소. 내가 아내와 미국에 온 뒤로 이제 막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어요.”

    그러면서 삐딱한 자세로 앉은 것이 ‘나는 갈 생각 없으니 다른 사람 알아봐라.’라는 말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 같았다.

    “가족분들 모두 한국으로 모시죠. 그리고 자녀분의 학업 문제는 국제학교에 입학하여 영어로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 한국에는 인도에서 온 박사급 유학생이 300명 가량 됩니다. 원하신다면 연구개발에 필요한 인력으로 추가 영입을 하지요.”

    “으흐흠.”

    영입 가능성이 6:4 정도 되는 상황에서 재환은 조용히 수표책을 꺼내 내밀었다.

    “이게 뭐요?”

    “백지수표입니다. 우린 아직 연봉협상에 대해서 아무말 안 했잖아요?”

    “···.”

    란비르 칼리는 잠시 생각하다가 재환이 내민 수표책에 만년필로 금액을 적고 휙 내밀었다.

    “이거 아니면 갈 생각 없소.”

    재환은 그 금액을 보고 피식 웃으면서 사인했다.

    “좋습니다. 한 달 시간 들릴테니 모두 정리하시죠. 한국으로 가실 겁니다.”

    “!?”

    칼리는 자신의 연봉의 3배인 90만 달러를 내밀었었다.

    하지만 재환은 그 정도는 일도 아니라는 듯이 사인이 적힌 수표를 보고 말했다.

    “100만 달러를 적으셨어도 승낙했을텐데 생각보다 소박하시군요.”

    “···앗!”

    “계약서에 성과 여부에 따라 10만 달러 추가하죠. 한국에서 잘한다면 연봉 100만달러 채워드리겠소.”

    “아, 악수 할까요?”

    삐딱한 반응이었던 칼리 팀장은 곧바로 손을 내밀어 재환과 악수를 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한국으로 가기까지 세부 조율을 김준호 차장과 코니 인터내셔널의 직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재환은 그를 돌려보낸 뒤로 수첩을 보며 말했다.

    “실리콘 밸리 개발자 영입하는데 3~40만 달러란 말이지.”

    재환의 과거의 삶이었던 2020년대였다면, 저 정도 개발자 영입하는데 최소 150만 달러부터 연봉협상을 시작할 텐데 지금은 물가를 계산해도 싸게 먹혔다.

    그리고 재환은 차례대로 다음 타겟들을 기다렸다.

    ***

    “나 혼자 갈 생각은 없어요! 차라리 우리 회사 전체를 인수하시죠!”

    실리콘밸리의 유망한 안티바이러스 회사인 [하베스트 컴퍼니]의 창업주 애런 코왈스키의 단호한 반응이었다.

    직원 10명에 투자자들에게 2만달러를 투자받아 현재 시가 1000만 달러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는 곳은 훗날 스마트폰 시대의 안티바이러스 보안프로그램으로 뜨게 되는 곳이었다.

    재환은 생각보다 소박한 인수대금 2000만 달러를 보고서 조용히 수표책을 썼다.

    “전부 인수하죠. 고용승계 인원들은 전원 연봉 5만달러씩 더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새 사옥도 드리겠어요.”

    “그것 말고도 가족 문제를 생각하면 한국은···.”

    “한국이 아닙니다. 시애틀로 회사 옮기세요.”

    “왓?!”

    “하베스트 컴퍼니는 혜성 아메리카 산하로 들어갈 겁니다. 그리고 미스터 코왈스키를 포함해서 모두 시애틀로 회사 이전할 준비 하세요.”

    “그, 그러면 한국으로 가자는건···?”

    “한국에서 1년 단위로 파견을 다녀올 보안프로그램 관리자 1,2명만 있으면 돼요. 돌아가면서 순번제로 해도 되고.”

    코왈스키는 그 제안에 곧바로 콜을 했다.

    자신들을 인수해주고, 창업 동지들의 가족들까지 모두 책임져주면서, 한국이 아니라 실리콘밸리에서 시애틀로 회사 이전해서 개발하는걸로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있다면 당연히 해야 했다.

    그리고 그런 제안을 해준 재환에게 말했다.

    “좋아요! 그럼 한국은 내가 가죠! 어차피 난 와이프가 없으니까!”

    “오~ 직접 오신다면 환영이죠. 혜성전자의 CPO(개인정보 책임이사)대우를 해 드리죠.”

    재환은 훗날 유니콘 기업으로 유명해 개인재산 10억달러의 거부를 반에 반도 안되는 돈으로 그 개발진 전원을 데려올수 있는 쾌거를 만들었다.

    이 사람이 미래에 어떻게 성공하고, 어떤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면, 이들이 작정하고 지르는 돈은 헐값에 가까웠다.

    재환은 칼리 박사에 이어 코왈스키와 10명의 직원까지 영입하자 흡족해서 웃었다.

    “회장님, 현재까지 31명에 대한 제의 속에서 응한 것은 12명입니다.”

    준호의 말에 재환은 얼마를 줘도 안 온다는 아쉬운 인물들 속에서도 새 인력충원에 대해 나름 수긍했다.

    “근소하게 3할 타율은 하는구만.”

    “그리고 다음 인물 말입니다만···.”

    “왜? 무슨 일이 있나?”

    “눈치를 챈 것 같습니다. 혜성이 자기들 중역을 빼간다는 것에 대해···.”

    “흐음.”

    재환은 다음 영입인물로 정한 환한 미소의 아시아계 중년 여성의 사진을 보고 프로필을 쓰다듬었다.

    그래도 이 사람만큼은 꼭 영입하고 싶었고, 얼마를 들여서라도 레이니온과 합의를 해서 데려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코니가 협상해 주겠죠. 일단 데려오기만 하라고 해요. 그러면 내가 해결할테니까.”

    “알겠습니다. 레온 양에게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준호가 곧바로 연락하러 떠났고, 재환이 그렇게 ‘미국에서 꼭 데려올 0순위’의 인물의 프로필이 책상에 올려졌다.

    그녀의 이름은 레이시온 사의 재무이사 [엘리사 수].

    현재 인터콘과 쌍벽을 이루는 레이니온 사의 재무이사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