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49화 (149/244)
  • 149- 대격변을 앞두고서(1)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재환은 양가로 돌아와 선물을 나누고, 양재동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두성그룹에서 가구 설치 후 리모델링을 싹 끝낸 신혼집으로 옮길 짐을 챙겼다.

    “추억이구만···.”

    재환이 지금의 세상으로 처음 돌아왔을 때, 집에서 썼던 CRT 모니터와 낡은 팬티엄 컴퓨터.

    컴퓨터는 예전에 바꿨지만, 기념품 삼아서 놔둔 물건이었다.

    재환은 그 외에 그동안 숱하게 샀던 만년필 등도 챙기고, 각종 옷가지등을 챙겼다.

    “짐이 단촐하구나. 집안에 보물 같은 거라도 가져가지.”

    명숙이 걱정스럽게 말하자 재환은 고개를 저었다.

    “뭐, 그 아버지가 모으신 도자기나 족자, 산수화요? 그건 그냥 여기 놔 두세요.”

    “그래도 나중에는 다 쓸 일이 있을거야.”

    “제가 가지면 다 주변 사람에게 나눠주기만 할 것 같아서요.”

    재환은 혜성그룹에서 모았던 고미술품이나 각종 장식용 보물 등은 일체 챙기지 않고 떠날 준비를 했다.

    VIP 물품 호송 전문으로 혜성한국통운 직원들이 밖에서 대기했고, 그들은 신주단지 그 이상으로 물건들을 조심스럽게 옮겨 차 안에 담았다.

    그 와중에 명숙은 미연을 데리고 손을 잡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저 녀석이 밖에 많이 나가고, 집을 많이 비울 거야. 그래도 안사람이 내조 잘 부탁한다.”

    “네, 어머님.”

    재환은 그걸 보고 피식 웃으면서 짐을 실은 뒤로 선길이 준 새 차에 탔다.

    “자주 연락드릴게요.”

    “쩝, 그래. 나는 몰라도 엄마는 홀대하지 마라.”

    “그런 게 어딨어요? 양재에서 도곡인데 그냥 편하실 때 연락주세요.”

    재벌가라도 결국 특별할거 없는 부모와 독립하는 자식 사이.

    이제 분가하기 전 부모님을 와락 끌어안고 인사를 한 다음, 떠날 준비를 했다.

    “정리되면 집들이 초대할게요. 그때 뵈요.”

    “그래! 조심히 돌아가고.”

    재환은 과거의 삶에선 증오, 현재의 삶에선 애정의 양재동 집을 떠나 이제 새집으로 향했다.

    거대한 탑과 같은 타워팰리스 2차에 90평의 아파트는 둘이 살기에 넘치도록 충분한 곳이었다.

    “어머! 이거 봐요! 너무 예쁘다.”

    가구라기 보다는 예술품에 가까운 앤티크 제품들이 장식되어 있었고, 뭐 하나 허투루 된거 없이 완벽한 디자인이었다.

    거기에 최신형 가전제품들에 수많은 집기들을 보니 ‘정말 몸만 와도 충분하다.’라는 게 무슨 뜻인지 알수 있었다.

    재환은 창밖 너머의 강남 단지가 한 눈에 보이는 곳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제부터 혜성 2기의 시작이다!”

    재환이 자신만만하게 외쳤을 때, 그 모습을 보고 미연이 살포시 재환의 뒤를 안았다.

    ***

    2004년 혜성그룹은 회장 신재환의 의지로 전 계열사들에 대한 정리에 들어갔다.

    “통폐합이 좀 많을 겁니다.”

    “으으음.”

    기전실장 임창훈은 그런 회장님의 의지를 같이 들을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

    물론 이건 단순한 영광이 아닌 설계에 동참하라는 뜻이었다.

    “일단 세 개의 기둥을 굳건히 할겁니다.”

    “세 개의 기둥이라 하시면··· 전자, 유통, 자동차 세 곳입니까?”

    “맞았습니다.”

    혜성의 뿌리로 시작한 제과업이 묻힌지 오래.

    이제는 임창훈이 말한 그 세곳이 압도적인 파워를 가지고 있었다.

    “일단 혜성 그룹 내에서 재편을 할 것은 유통과 쇼핑입니다.”

    그동안 난잡하게 몰려 있던 것에 대해 재환은 먼저 큰 틀을 잡았다.

    “일단 혜성제과는 지주회사 혜성에게 흡수될 겁니다. 그 외에 식품과 유통 일대의 계열사들도 한데 모을겁니다.”

    “회장님 그렇게 하면···.”

    “지분 문제요? 내가 만든 회사는 전부 내가 과반수로 가지고 있는데 누가 건드리는데요?”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지주회사 혜성에 대해 대규모로 키운 다음 지주회사 세 곳이 각각 산하로 혜성자동차/혜성전자/혜성쇼핑유통을 컨트롤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세 곳의 대표이사들은 모두 ‘부회장’대우로 할 것입니다. 이후 부회장 밑에 사장단을 둘 겁니다.”

    좀 더 세분화 시킨다는 말에 임창훈은 수긍했다.

    “기전실은 지주회사에서 사장대우일 겁니다. 일단은 컨트롤 타워 역할은 계속 해 줘야 해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 다음 유통에 대해서는 혜성쇼핑과 혜성유통이 통합된다.

    그리고 산하 계열사로 둘 회사들은 혜성한국통운, 혜성백화점, 혜성마트, 혜성시계, 혜성바이오, 그리고 의류사업부를 계열사로 혜성폐션으로 명명하고 혜성쇼핑 산하로 둘 것이다.

    임창훈은 대다수를 수긍했지만,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게 있었다.

    “회장님, 코멧닷컴은 어떻게 쇼핑에 통합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아뇨. 거긴 전자로 갈 겁니다.”

    “네?”

    “대부분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쇼핑몰의 궤를 같이 두는데··· 각기 다른 방침으로 경영할 겁니다.”

    훗날 이베이스 닷컴을 넘어서 ‘미시시피 닷컴’, ‘알라딘닷컴’과 싸우려면 따로 키워둬야 했다.

    “그리고 여기서 코멧은 지주회사 산하로 두면서 혜성쇼핑과 혜성전자가 계속 교류할 겁니다.”

    “그렇게 한다면 코멧은···.”

    “아, 거기에 여러개를 더 붙여줄 겁니다. 일단 사내 서버 유지관리등의 IT서비스도 그쪽에 맡길 거에요.”

    “!”

    그렇게 된다면 코멧닷컴은 엄청난 공룡기업이 되어 혜성의 또 다른 주력이 된다.

    “그리고 IT서비스를 보낸 뒤로 트루넷은 혜성전자 산하로 들어갑니다. 혜성트로이카 역시도 컴퓨터 사업부란 이름으로 흡수되고요.”

    혜성전자를 뭉치게 해서 종합적으로 지주회사를 꽉 잡은 재환이 컨트롤 하게 된다.

    “주식시장에 대격변이 일어나겠군요.”

    “하지만 그렇게 합친 그룹은 그 이상으로 뜰 겁니다.”

    그렇게 혜성쇼핑과 혜성전자에 대한 재편을 끝낸다음 재환은 마지막으로 혜성대윤자동차에 대해 말했다.

    “대윤이라는 브랜드 내년쯤에 처리할 겁니다.”

    “거기는 반발이 좀 클 겁니다.”

    “그 반발할 녀석들 이미 승용차 사업부와 연구센터로 삼신과 아성으로 넘어갔어요.”

    거기에 지분은 혜성그룹이 꽉 쥐고 있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아성차 산하에서는 해외 공장들과 서산과 인천공장을 주력으로 키우고 경차사업부와 상용차 사업부를 계속 키울겁니다. 그리고 대구 사업부도요.”

    “대구요? 아···.”

    임창훈은 그제야 왜 1년 뒤에 대윤딱지 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05년은 바로 삼신상용차가 분리되어 혜성으로 향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 산하로 혜성레미콘과 혜성시멘트를 둘겁니다. 이 친구들 너무 등한시했는데, 알아서 살아남은 게 고마울 정도입니다.”

    건설업이 없어서 찬밥 대우였던 대구의 계열사들은 모두 혜성자동차 산하로 들어가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사업부들도 각각 쇼핑, 자동차, 전자로 나눌건데 아까 말했듯이 코멧하고 야구팀 타이거즈는 지주회사 직속으로 두렵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이렇게 되면 지주회사 자체적으로도 파워가 세지만, 그들이 공룡 셋을 컨트롤 해야 하니 기전실의 역할이 누구보다도 클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혜성에서 저 3개의 기둥의 채용을 각기 다르게 하려는 생각도 했는데 말이죠.”

    “회장님, 그건 안 됩니다!”

    계속 예스맨처럼 수긍했지만, 계열사별로 따로 채용에 대해서는 격하게 반응한 임창훈이었다.

    “재편 속에서 컨트롤타워가 저희 기전실이라고 하셨지만, 궁극적으로는 회장님의 의지가 중요하십니다. 그러면 앞으로도 인사이동이 자유로운 지금의 그룹 공채식이 낫습니다.”

    “하지만 각 계열사별 채용을 하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만 모으기는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전문가 영입의 경우는 차라리 특채 폭을 넓혀서 인재운용을 하시는게 더 좋으실 겁니다. 그래서 연구센터를 늘려서 회장님 직속으로 두시는 겁니다.”

    “좋습니다. 그것도 나쁘지 않네요.”

    그렇게 대부분 정리를 했을 때 재환은 만년필로 하나하나 써내려간 기획을 임창훈에게 맡겼다.

    “당분간 시끄러울 겁니다. 컨트롤 잘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재환은 그것을 알린 뒤로 새 프로젝트 혜성 2기에 대한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기전실의 예상대로 한국내 요동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부 증권가에서는 ‘이 회사도 여기에 합병된다더라!’라는 합병썰, 독립썰이 마구 돌면서 멋대로 폭락과 급등을 반복하는 현상도 벌어졌지만, 이건 과도기라 생각하며 재환이 밀어 붙였다.

    그리고 점점 혜성의 세 개의 기둥과 그 기둥을 컨트롤 하는 지주회사 혜성의 윤곽이 드러났다.

    ‘정말 엄청난 인재인건 확실해.’

    ‘우호 지분 없이 저렇게까지 움직인다고?’

    ‘여러모로 부럽네. 과반수의 지분을 자신이 가지고 막 움직인다는 게.’

    재환의 추진력을 칭송하는 이야기가 재계에서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과거 1세대의 기업인 왕회장 등의 일화를 대입하는 호사가들도 있었고, 이제 2대째 재벌 중에서는 확실하게 ‘신재환이 가장 뛰어난 경영자’라는 것에 대해 이견이 없었다.

    ***

    가정부들이 차려준 코스 요리를 먹으면서 재환이 말했다.

    “차린게 엄청 많긴 한데··· 여기서 직접 만든 거 있어?”

    “여기 이거··· 찌개는 제가···.”

    부부간의 오붓한 저녁 식사에서 미연이 다른 반찬 중 된장찌개를 꺼내자 재환은 국자로 몇 번이나 퍼마시며 말했다.

    “그래서 가장 맛있구만.”

    “고마워요.”

    신혼의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랑이 식사자리에서 싹텄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재환이 판을 깼다.

    “갑작스럽게 미안한데, 나 곧 출장 갈 거야.”

    “네? 얼마나요?”

    “기약이 없어. 미국 한 바퀴 돌고 상황에 따라 유럽까지 넘어갈 수 있으니까.”

    “아···.”

    차마 ‘같이 가자’라는 말은 꿈도 못 꾸고, 신혼 3개월차에 남편이 장기출장을 떠난다고 하니 못내 아쉬운 미연이었다.

    “돌아오면 선물 사줄게. 필요한 것 다 말해줘.”

    “아니에요. 대신 그··· 성우 일이요.”

    “음.”

    “휴직계 방송국에 냈긴 했는데, 그 동안 일 좀 할 수 있을까요?”

    “하고 싶으면 뭐든지 해. 혼자 있기 그러면, 천호동에 장모님 모시고서 같이 지내도 좋고.”

    “고, 고마워요! 오빠··· 아니 여보!”

    앞으로 평생 쓰일 단어인데 여보라는 말에 괜히 웃음이 나오는 재환이었다.

    식사 이후 찐한 신혼라이프를 즐긴 재환은 다음 날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LA행 비행기에 올라탔을 때, 재환은 준비한 수첩에서 리스트를 꺼냈다.

    “김 차장은 나하고 오랜만에 같이 출장가죠?”

    “회장님을 다시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과거 평사원으로 자신의 비서로 둬서 이후 일본 출장에 시애틀에서 빌 거위츠를 만날 때까지 동행시킨 김준호였다.

    재환은 이번 인사이동에서 그를 기전실 차장 직급으로 올리고 다시 동행시켰다.

    그 안에는 혜성 2기 프로젝트를 위해 영입할 전문경영인 리스트가 가득했다.

    그들 중 일부는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경영자가 된 인물도 몇 있었다.

    그런 인물들을 영입하기 위해 재환은 백지수표를 들고서 미국에서 벌어질 일을 기대했다.

    “연봉 1억 달러를 써도 데려올 수만 있다면 콜 해야지.”

    “하하, 정말 그 금액을 쓸 인간이 있겠습니까?”

    “모르는 일이죠. 서양에서는 일부로 거절을 하려고 에둘러서 큰 금액을 부르는 놈들이 많으니까.”

    재환은 어서 빨리 실리콘밸리에 도착하길 기다렸다.

    시간은 충분하고, 금액은 넘치며, 인재는 널려있는 기회의 땅 미국에서 혜성그룹 회장의 실리콘밸리 헤드헌팅이 시작될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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