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45화 (145/244)
  • 145- 서울시와 협의

    혜성그룹 회장 재환과 서울시장 이상명의 대담.

    주어진 시간은 단 10분이다.

    “시장님께선 축구를 매우 좋아하시는 것으로 압니다.”

    “허허허, 난 그냥 몸으로 뛰는 건 다 좋아하죠.”

    “히딩크 감독과 아드님 기념촬영 사진도 있고요.”

    “으, 으흠! 그건 그렇지.”

    작년 2002 월드컵 한국 대표 4강 신화를 이룬 히딩크 감독에게 명예 서울시장 수여식을 할 때, 반바지에 맨체스터 UTD 유니폼을 입은 차림의 이상명의 아들과 기념촬영을 시킨 사건을 살짝 돌려 깠다.

    “그리고 우리 혜성이 지금 프로축구연맹으로 국내 리그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흐음, 그런 걸 보면 우리나라 최고의 도시인 서울에 하나쯤은 대형 구단이 있어야 하지 않겠소?”

    “그래도 팬을 배신한 철새는 아니죠.”

    그 순간 흠칫한 한 의원이 어떻게 말 좀 가려서 해달라는 손짓을 했다.

    하지만 이상명은 재밌다는 듯이 계속 들었다.

    “GH의 이야기하고는 좀 다르구만? 거기서는 원래 서울은 자신들의 공동 연고지였다가 쫒겨난 거라 하던데?”

    “그런 양반들이 왜 월드컵때 돈내고 상암 들어오라는 건 반대했답니까?”

    재환은 상황을 유리한 쪽으로 끌어들였다.

    당시의 공약이라 해야 이미 십수년 전의 이야기고, 정작 2002월드컵때 상암운동장의 거대한 비용에 대ㅐ서는 GH가 일부 분납도 하지 않아 삼신그룹이 모든 시공을 맡았다.

    그 상황에서 뒤늦게 다른 대기업에게 투자를 부탁했지만, 모두가 거절하고 뒤늦게 주변 일대 개발권과 구장 내 상업시설 이용까지 하니 슬그머니 GH가 ‘연고복귀’라면서 서울 연고지를 날로 먹으려고 한다.

    “연맹 총재님이 여기 계시지만, 그래서 ‘기존의 KS,통일,GH의 연고지분’는 무효화시킬 겁니다.”

    “허허허, 장사할 줄 모르는구만. 가장 큰 시장을 이전처럼 계속 공백지로 놔두자는 거요? 그건 모두에게나 좋은 방법이 아니지.”

    그 순간 재환은 그거야 문제 없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럼 저희가 논란 있는 팀들 말고 제대로 된 새 팀들을 구하면 되지 않습니까?”

    “음?”

    “서울에 새 축구단 여러 개 들어오게 하겠습니다.”

    서울시장과 대한축구협회의 간부들까지 동원해서도 실패했던 일인데, 그걸 아들뻘의 젊은 회장이 하겠다는 말에 이상명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게 되겠소?”

    “약속만 해주신다면, 제가 서울을 스포츠문화의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이상명은 이 상황에서 한 번 간을 봤다.

    현재 막대한 이권이 있는 상암구장 이용권과 그 일대 개발권을 가지고 있는 재계서열 3위의 GH그룹.

    그리고 지금 연맹을 잡고 있으면서, 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면서 막대한 자금투자를 하는 재계서열 9위의 혜성그룹.

    둘 중 어느 쪽이 더 자신에게 도움이 될까 생각하고 있을 때 재환이 슬쩍 운을 띄웠다.

    “시장님 임기 동안에 청계천과 버스 말고 문화사업에 대한 호평도 나오게 해 드리겠습니다.”

    “허허허, 기업이 서울시에 그렇게 해 주겠다고? 어떤 식으로 내가 호평을 들으려나?”

    “혜성이 상암구장 말고 축구전용구장 2,3개 더 만들면 되지 않습니까?”

    “!”

    “소유는 서울시로 기부채납으로 가면 되겠습니까?”

    건설비 2000억이 들었던 상암월드컵 경기장.

    그것도 엄청난 금액이라 서울시에 국가예산에 축구협회 예산에 싹싹 긁어모아도 적자였다.

    그런데 기부채납만으로 축구장 두 개 더 만든다는 말에 이상명 뿐만 아니라 신희수와 한수호 역시도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이 자리에 희수가 아니라 형인 희경이 있었으면 ‘이 자식이 미쳤나!’ 하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것이다.

    싱글거리던 이상명 역시도 지금 이야기는 듣고나서 표정이 싹 변하면서 뭔가 어려운 결정을 앞두는 것처럼 생각에 잠겼다.

    “이게 구두약속으로 끝날 이야기가 아닐텐데?”

    그러자 재환이 답했다.

    “10분 다 지났습니다. 더 이상의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시장님과 논의하겠습니다.”

    “···하하하하하하!”

    이상명은 박수 치면서 크게 웃다가 막걸리를 한 잔 크게 따랐다.

    “그래요. 신 회장님. 우리 따로 한 번 봅시다. 아니, 여기서 언제 볼지 우리 약속 한 번 잡읍시다.”

    이상명이 크게 잔을 따르고 잔을 들어 올리자, 재환 역시 응하면서 막걸리를 쭉 들이켰다.

    그날 밤.

    거하게 마신 이상명이 먼저 돌아가고, 신희수 역시도 몸이 뻐근하다면서 돌아갔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의원님.”

    재환 역시도 돌아가려고 할 때, 갑자기 한 의원이 불렀다.

    “신 회장님. 잠깐 저 좀 보죠.”

    “네?”

    한 의원은 수행비서에게 차 대기시켜놓으라고 말한다음 둘이 따로 식당 뒤편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눴다.

    “담배 펴요?”

    “그렇긴 합니다만.”

    그러자 한 의원은 담배를 물고 자신의 것을 하나 피라고 건넸다.

    “아니에요. 지금은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나 그런 꼰대 아니야! 왜 그 옛날 드라마도 있잖아? 오지명, 박영규 나와서 장인 사위끼리 술도 같이 먹고 담배도 나눠피는.”

    강인한 인상과 다르게 쿨하게 담배를 건네주는 한 의원에게 재환은 조용히 받아 불을 붙였다.

    “후우우- 지금 정권도 민주판인거 아시죠?”

    김대준 이후로 새 대통령 노현우가 임기 시작한지 이제 반년도 안됐을 때였다.

    새한국당은 이번에도 야당이고, 향후 5년간의 혁신을 하겠다고 곧 이름을 ‘한민국당’이라는 식으로 바꾸어 이후에야 겨우 여당으로 오른다.

    “사실 혜성이 새정치당과 관계가 깊어서 부담이 많이 됐는데··· 그래도 자식 논의니 생각 많이 해야됐죠.”

    “네?”

    “제 딸하고 교제. 제가 정식으로 허락하겠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이제 말 편하게 해 주셔도 됩니다.”

    “아, 그건 이런 술자리 말고 정식으로 인사를 할 때 그때 하자고요.”

    재환은 여기까지 온 김에 애인과의 교제까지도 허락을 받았으니 이제는 예비 장인으로 한 의원을 모셔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인사 이후 돌려보낸 뒤로, 앞으로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

    얼마후 약속에 맞춰서 재환은 서울시청에 도착해서 예약한 손님임을 알렸다.

    “저번에 등산에다 술자리 속에서 엄청 이야기가 많이 나왔었죠?”

    등산복이 아닌 정장을 꼼꼼히 갖춰입고 향수까지 뿌리면서 재환을 손님을 맞이한 이상명은 지난번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했다.

    재환은 거기에 대해서 등기부등본과 서울시 내의 항공사진들을 꺼냈다.

    “지금 제가 하는 말을 들어주신다면, GH의 연고이전은 없는 겁니다?”

    “일단 이야기를 들어봐야하지 않겠소?”

    재환이 꺼낸 등기부 등본은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20만평 규모의 토지였다.

    “강북지역 뉴타운 일대의 혜성그룹 소유의 토지입니다.”

    “아니, 이건?”

    “네, 작년까지 그린벨트가 지정된 곳인데, 시장님과 국토교통부에서 일부 해지를 해 준 곳이었죠.”

    그 일대는 훗날 ‘은평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총 110만평에 16000세대를 수용할 아파트 단지가 된다.

    하지만 아직은 이제 막 개발허가만 나온 곳이었다.

    “저희가 이 일대에 2만명 정도 규모로 축구장 하나 만들어 올리겠습니다.”

    “허어, 그렇다는 말은?”

    “기부채납이니 향후 이쪽 일대의 개발권에 대해서 저희가 움직이려고 합니다.”

    꽤 큰 떡밥이었다.

    토지는 혜성그룹 소유이니, 거기에서 재환이 문화시설 하나 지어서 시 소유로 세금을 퉁치겠다는 건데 짓는거 생각하면 전부 시장의 성과가 된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 다음 그 항공사진은 뭡니까?”

    “각각 뚝섬, 잠실운동장인데, 여기도 하나씩 지어보려고 합니다.”

    “어이구, 그러면 서울에만 축구전용구장이 4개가 되겠네요?”

    “허락해주신다면 말이죠.”

    뚝섬은 과거 GH그룹이 잠실야구장에서 새로 이전할 돔 야구장을 지으려다가 사업 실패로 공백지가 된 곳, 그리고 잠실은 88올림픽 이후 잠실운동장 옆에 있는 보조구장인데 조기축구회나 쓰이는 자리였다.

    “이걸··· 진짜 혜성의 이름으로 하겠다고요?”

    “적습니까?”

    “하하하! 그럴 리가? 이 정도의 개발이라면, 진짜 혜성이 서울시를 스포츠 도시로 만들어주는구만.”

    “그럼 이제 저희와 같이 축구도시 서울 프로젝트 같이 하시겠습니까?”

    “연고이전 그건 말도 안 될 소리요. 그 지역에서 팬 관리 잘 하라지.”

    손바닥 뒤집듯이 바로 GH를 차버리고, 혜성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저희가 축구장을 만들면 시장님이 뭐 적당히 그 건물에 주민센터도 입주하시고, 수영장이다 레포츠타운이다 아이들 놀 피크닉 공원도 만드셔서 꾸미시면 아주 좋지 않겠습니까?”

    “바로 그 말이오! 이거 서울에 레포츠타운이 여러개가 되겠구만!”

    어떻게보면 밑지는 일 같지만, 훗날을 위해서는 절대 아니었다.

    향후 은평구 일대의 토지와 다른 곳의 신도시 부지들을 놓고 세금을 미리 기부채납 식에, 향후 서울시장도 한민국당 출신일테니 개발은 순조로울 것이다.

    “그럼 아예 내친김에 상암구장에 들어갈 유통매장. 그것도 혜성이 하는게 어떻겠소?”

    “네. 혜성마트 상암에 입주시키지요.”

    “좋습니다. 이거 아주 한 의원이 큰 귀인을 내게 보내주셨구만! 신 회장 당신이 도시개발에 대해 뭘 좀 아시오. 하하하!”

    재환은 이상명과 악수를 하면서 확실하게 서울시를 구워삶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린 순간 프로축구연맹에서는 길길이 날뛰는 GH의 외침에도 나머지 구단주들이 전부 ‘연고이전 반대’를 외쳐 부결되었다.

    [다음 소식입니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을 가질 구단에 대해서 서울시 제 2차 입찰을 받기로 했습니다.]

    뉴스에서는 본격적으로 서울시 연고 구단 입찰이 나오고, 거기에 대해서 이상명 서울시장과 신희수 프로축구연맹 회장이 웃으며 회담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연고 이전 떡밥은 완전히 묻혀버렸고, 프로축구연맹의 공식 발표도 나왔다.

    [신희수(프로축구연맹 총재): 향후 같은 기업이 타 구단을 새로 만드는 것 역시도 허용하겠습니다.]

    기존의 포스코처럼 [전남, 포항]등의 한 지붕 두 팀을 허용하거나, 아성가처럼 [울산, 전북, 부산]등의 같은 이름을 쓰는 것도 허용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연고이전은 몰라도 아예 새 팀을 만드는 것으로 GH가 다시 귀를 기울였고, 다른 기업들 역시 달려들었다.

    거기에 맞춰 다음 날에는 재환이 이상명과 악수를 하면서 [서울 3개 레포츠타운 개발 기공식]에 대해 사인을 하고, 새로운 정책을 발표가 전국에 보도됐다.

    [기존 상암을 넘어 중소형 규모의 축구장 3곳을 추가로 지을 것입니다. 거기에 대해 대지를 기부채납 해준 신재환 회장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는 바입니다.]

    1~2만 정도 크기의 수용인원이었지만, 향후 증축을 통해 관중석을 늘일수 있게, 그리고 축구장 주변으로 수영장과 각종 체육시설등까지 만드는 공사를 앞두고 시공사 입찰을 받기 시작했다.

    그 뒤로 프로축구연맹은 내년 시즌을 위해 각종 내실을 다지기 위해 움직였다.

    ‘온가족이 보는 가족스포츠!’라는 슬로건으로 각 구단의 프런트들과 행정가들을 독일,스페인,이탈리아,잉글랜드 등으로 연수도 보내고 연맹 차원에서 팬서비스 교육과 과격한 서포터 문화 지양, 초중고 유소년선수들의 교육 등으로 파이를 점점 키워갔다.

    그리고 K-리그라는 이름 역시 고쳐 ‘코리안 프리미어 리그’라는 이름으로 ‘KPL’이라고 이름을 고쳐 브랜드화 시키는 데 홍보를 아끼지 않았다.

    “내년 개막식은 꼭 참여해야지.”

    물론 그 전부터 계속해서 해야 할 일은 넘쳐났고, 웬만한 건 전부 숙부님이 총재로 활동해주신다 하더라도, 재환도 계속 움직일 것이다.

    ***

    이후 육공회 모임에서는 때아닌 축구 이야기로 멤버들이 이야기를 했다.

    “아~ 아쉽네요. 숙부님들 구단만 아니면, 우리가 서울에 하나 더 짓는건데.”

    선길의 말대로 아성은 본가와 분가를 합쳐서 K-리그 내에서 3개팀이나 있어서 아쉽게 탈락했다.

    “나는 그냥 수원이나 잘 운영하련다. 야구면 몰라도 축구는 별로 취향이 아니야.”

    현규야 그렇게 넘어가면서, 수원 삼신 블루윙즈 운영이나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효령과 신누리가 상암에 입찰을 내서 그들이 경쟁을 하는 자리가 되었다.

    “근데 이번에 돈을 많이 쓰긴 했다? 무슨 축구장을 3개나 지어줘?”

    “그게 다~ 때 되면 신의 한수가 됩니다.”

    어차피 혜성 소유 땅에 만드는 거라 보상금 같은것도 딱히 없고, 나머지는 공공시설을 통해 주는거니 그렇게 큰 돈이 들지도 않는다.

    “서울시도 분납한다고 하니까 크게 상관없어. 다 지어지면 항상 감사해라. 혜성의 이름으로 지어진 문화시설들을 말이야.”

    “말 나온김에 시공사 여기서 정할 수 있냐?”

    낄낄거리는 분위기 속에서 대현은 오늘따라 휴대폰만 보면서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평소 언제나 시끌벅적하던 양반이 뭐 때문인지는 몰라도 계속 저러는 모습에 재환이 조용히 물었다.

    “형님, 뭐 좋은 소식 있어요? 뭘 그렇게 문자를 보내세요?”

    “흐으음.”

    대현은 휴대폰을 보다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저기··· 선길, 현규, 재환이 셋은 잠깐 이리 와봐.”

    “또 왜요? 뭔 일인데?”

    재환이 옆에서 자리를 옮기고 다른 자리 있던 선길과 현규도 와서 앉았다.

    “뭔데요?”

    “너희 셋이 지난번 남북정상회담때부터 대북사업 후원하지 않았나?”

    대현의 물음에 서로들 생각하다가 말했다.

    “우리는 뭐 개성에 공단이다, 인프라 확충이다 이러면서 나왔죠.”

    현규의 말에 선길도 말했다.

    “할아버님의 유지시긴 했는데, 저희가 아니라 숙부님쪽이요. 아성그룹.”

    “나는 북한 간 적 없수. 국내에 있는 이산가족상봉만 후원했지.”

    재환도 그걸로 뭐가 있나 싶었다가 현재 시대를 보고 손가락으로 셈을 세 봤다.

    ‘설마 그건 아니겠지?’

    속으로 생각할 때 대현이 셋에게 말했다.

    “야, 내부에서 정보통이 그러는데, ‘불법 대북송금’ 조사다 뭐다 해서 특검 나올 것 같다는데?”

    “예에? 그럴리가요? 했다간 전임자 나가리 되는데.”

    “에이~ 같은 정권인데 그 짓을 누가해요?”

    선길이나 현규나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또 한 따까리 해야겠네.”

    재환은 한숨을 쉬면서 회장실 비밀금고를 다시 한 번 열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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