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43화 (143/244)
  • 143- 국제금융 다음은 행정인가?

    검머외 금융쟁이를 실컷 조롱해준 뒤로 코스피 증시는 다시 안정세를 되찾았다.

    소베날이 14%에 육박하는 주주로 ‘정상경영화’를 부르짖기는 했지만, 거기에 맞춰 대현이 KS노조들과의 협의를 마쳐 이제는 점점 자기편이 사라지고 있었다.

    어차피 다국적 금융사들이 모인 외인 투자기관들은 유리한 쪽에 손을 들어줄텐데, 결국 최대현 회장쪽이 더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로 인해 소베날은 명목상 제2주주이고, 최 회장보다 더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행사를 못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사회까지 갈 것도 없이 대현의 힘은 견고해졌다.

    앞으로 관제야당 거수기를 하던지, 지금이라도 털고 나갈지는 소베날이 알아서 할 것이고, 재환은 이쯤에서 정리하기로 했다.

    “네, 형님. 그동안 제 할 일은 다 한 것 같고요. 회사 멋지게 경영하십쇼.”

    [야··· 재환이 네가 진짜 KS의 은인이다. 덕분에 정말 큰 고비 넘겼어.]

    재환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이해관계 반에 의리 반인거죠. 덕분에 저희도 홍콩에서 증시 호황이면 배당금 받으면서 이득 챙겼으니 됐어요.”

    KS의 일을 해결해줬으니, 나머지는 대현이 할 일이다.

    [그래, 내가 언제고 이 빚은 갚으마!]

    “네! 일단 축구팀부터 도움 좀 청할게요.”

    [음? 그게 무슨 소리야 축구?]

    재환은 피식 웃으면서 향후 혜성그룹의 움직임에 대해 말했고, 대현은 길게 탄식하면서 따르겠다고 확답을 내렸다.

    그렇게 2003년 상반기를 떠들썩하게 했던 소베날 사태는 원래 역사의 1/10도 안 되는 미미한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소베날 사태는 해외 금융세력들에 큰 임팩트를 줘서 훗날에도 사모펀드가 함부로 재벌 대기업 지주회사를 못 건드리는 좋은 사례가 되었다.

    ***

    [월드컵의 열기가 지난지도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국내의 축구리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는데요. 프로축구연맹은 새 연맹총재로 신희수 전 혜성교육문화재단 이사장을 추대했습니다.]

    한가지의 일을 끝내면, 또 다른 일이 있는게 이 삶인 것 같다.

    재환은 정부가 약속을 지켜서 프로축구연맹 총재를 혜성그룹에게 맡겨줬다.

    그동안 대윤과 아성그룹만 손을 댔던 한국 축구에 혜성그룹이 본격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연맹에서는 리그 단축을 위해 12개 구단이 홈&원정 2경기씩 치러 7월에 끝내는 레이스를 마치고, 이제 내년 재편을 위해 대대적으로 개혁에 들어갔다.

    프로축구연맹 6대 총재로 오른 신희수 총재는 취임사에서 ‘리그 성장’, ‘지역연고 강화’, ‘인프라 확대’, ‘문화산업 한국축구’등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TV로 보고 있던 재환은 슬슬 자신도 활동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얼마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축구회관에서는 새로운 파트너십이 열렸다.

    [네, 그러면 삼신전자에 이은 리그 파트너로 선정된 혜성트루넷의 신재환 회장님의 발표가 있겠습니다.]

    2000년부터 리그 스폰서를 맡은 삼신 대신 혜성이 참여하게 되었다.

    이것은 재환이 향후 숙부 희수와 함께 연맹 개혁을 위해 직접 안으로 참여하기 위한 방침이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혜성그룹의 신재환이라고 합니다.]

    트루넷 재표이사가 아니라 회장이 직접 참여하게 되니 연맹 간부들은 환호 반, 긴장 반의 모습으로 박수를 보냈다.

    이미 그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총재가 혜성가 출신의 사람이 오르고, 리그 메인스폰서가 혜성그룹이된 순간, 앞으로 프로축구연맹의 실세는 신재환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동안 원활한 리그를 위해 힘써주신 많은 행정가 여러분, 그리고 각 구단의 구단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총 12개 구단에게 감사를 표한 뒤로 재환은 먼저 첫 번째 폭탄을 준비했다.

    [그동안 전세계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는 축구일테고, 한국 역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국내 축구리그 활성화를 위해 획기적으로 투자를 하기로 했습니다.]

    획기적인 투자라는 말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재환이 스크린 너머로 상금을 공개했다.

    “!”

    “!?”

    [여러분들 영화 600만 불의 사나이 아십니까? 600만불! 한화로는 한 61억 정도 되죠? 그렇습니다. 이제부터는 이게 진짜 K리그의 상금입니다.]

    “미친···.”

    구단주석 내에서 누군가의 작은 목소리였지만, 환호 속에 묻혔다.

    기존 삼신전자가 리그 스폰서에 참여해서 리그 우승 상금이 30억이었는데 두 배가 넘는 금액에 판이 엄청나게 커진 것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폭탄 역시도 만만치 않았다.

    [또한, 그동안 제가 리그를 본 결과 팬들이 경기장까지 가는 거리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혜성대윤자동차의 이름으로 신형 버스를 연맹에 기증할 것인데, 각 지방구단의 셔틀버스용으로 쓰실 수 있을 겁니다.]

    수십대의 대형 버스를 기증해서, 그동안 전철역이 없고 경기장까지 찾아가기 힘든 팬들에게 제공하는 배려였다.

    [아울러 TV와 라디오 중계에 이은 인터넷 중계를 활성화하려고 합니다. 현재 각 포털 사이트와 연계해서 트루넷의 회선으로 어디에서나 경기를 볼 수 있게 도울 것입니다.]

    일개 스폰서 치고는 엄청난 제공이었고, 그 모든 것을 치를 예산을 재환이 쿨하게 내겠다는 말에 연맹 행정가들은 그야말로 입이 귀에 걸렸다.

    그리고 이 선언으로 인해 정말로 ‘이번엔 뭔가 다르다!’라는 심상치 않음을 모두가 느꼈다.

    ***

    “자~ 앞으로 총재님은 숙부님이시니 잘 부탁드립니다.”

    축구회관에서 발표 이후 저녁에 숙부 희수와 저녁 자리를 가진 재환이었다.

    “근데, 재환아.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

    “네?”

    희수는 어딘가 모르게 불안감을 느꼈다.

    “스포츠 연맹이나 총재자리··· 좋은 보직이긴 하지. 특히 축구면 이름값도 있고 말이야.”

    “네, 그러니 운영 잘 해주세요.”

    “근데, 너무 크게 투자한 거 아니야? 우리나라에 흑자 나는 프로팀이 어딨다고 그렇게 질렀어?”

    리그 상금 2배에 인터넷 중계권, 거기다가 각 구단들이 써야 할 교통예산을 연맹 차원에서 쿨하게 지원해주기까지 했다.

    결국 이게 다 혜성의 돈으로 나가는 거라 염려한 희수를 향해 재환은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는 해야 혜성의 이름을 알리는 거죠.”

    “단순히 그룹 홍보치고는 너무 많으니 그렇지.”

    “아뇨, 충분해요. 단순히 돈으로 수익만 생각하면 지금이 크게 보이겠죠?”

    “음?”

    재환은 살짝 구워진 꽃등심살을 먹으며 말했다.

    “단순히 돈으로만 생각하면 밑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보이겠죠. 하지만 향후 국제시장까지 생각하면 이것도 부족합니다.”

    “국제시장이라니?”

    “전 축구 사업 자체도 비즈니스로 봅니다. 그리고 향후 10년, 20년이 지나서 원하는대로만 성장한다면··· 이후 파급력은 상상 이상일 겁니다.”

    “아니, 너무 뜬구름 잡는 거 같은데···.”

    “예를 들어 말이죠.”

    “음?”

    “숙부님이 연맹 회장 연임 몇 번하시고, 대한축구협회까지 올라가시고 FIFA 임원까지 올라가신다면요?”

    “푸웃!”

    순간 맥주를 마시던 희수가 뿜으면서 고개 돌려 기침했다.

    “쿨럭! 쿨럭!”

    “왜 그렇게 놀라세요? 우리가 아성그룹이나 삼신그룹이 했던 거 못 할 것도 없죠.”

    축구로 성공해서 훗날 FIFA부회장 자리까지 한 명 올라간 아성가.

    그리고 농구,배구,야구,축구를 모두 스폰서십을 하며, 훗날 회장이 올림픽 IOC위원까지 올라간 삼신가.

    재환은 그 이상을 생각했다.

    까짓거 자신들도 충분히 국제 스포츠 무대에 충분히 올려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숙부님. 제가 회장이 된 이후로 주력으로 한 게 전자랑 유통, 그리고 자동차가 아닙니까? 결국은 해외장사 해야 해요.”

    “으으음.”

    “축구는 거기에 따른 아주 좋은 발판이 될겁니다. 우리가 리그 스폰하고, 해외 팀 유니폼에 혜성 로고 딱! 박혀 있어 봐요.”

    그 파급력을 생각해서 훗날 유럽의 빅리그들은 수억 달러 규모의 유니폼 스폰서십이 활성화되었다.

    “그리고 원래 저 야구만큼 축구 좋아하잖아요? 타이거즈 신화를 축구에서도 해보는거죠.”

    재환의 말에 희수는 조카이자 회장님의 그 큰그림에 수긍하면서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런 야심찬 계획에 따라 난관은 바로 생겼다.

    ***

    “GH의 서울 이전이요?”

    “그래! 이미 합의가 있었다는구나.”

    내년 2004년 리그를 생각하면서 떠들썩한 일이 생겼는데, 바로 ‘안양 치타스 FC의 서울 이전’이었다.

    GH그룹 산하의 안양 치타스 FC는 ‘서울 연고 공동화 정책’으로 당시 3개 기업인 금화, 경선, 통일 이라는 세 곳의 모기업이 서울 연고지를 고수했을 때, 공동화를 원하고 지방 이전을 시킨 일이었다.

    당시에는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전용구장도 없을 때였고, 낙후된 시설만 있는 지방의 공설운동장에 떨어트린 뒤로 서울 이외에 도시로 연고지 이전을 강제한 것이었다.

    그렇게 울며 겨자먹기로 내려간 세 구단은 각각 부천, 성남, 안양이라는 수도권 근교에서 뿌리를 내렸다.

    하지만 그러면서 그 나름대로 지역 연고를 잡아가는가 싶었는데, 바로 월드컵 이후 서울로 옮기겠다는 구단이 나온 것이었다.

    재환은 그것을 생각하고 단호히 말했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새 구단이 와야지. 기존 팬들은 어딜 놔두고···.”

    “하지만 그들 나름대로 이야기도 있다! 게다가 서울시 내에서 상암경기장을 놔둘 수 없다고 어떻게든 한 팀 올라오라고 연맹에 수시로 오더를 넣는다.”

    “소탐대실이에요. 더 큰 인프라 얻겠다고 집토끼 버립니까?”

    “서울이잖냐! 사실 너만 아니었어도 혜성그룹을 서울에 앉히고 싶을 정도의 인프라야!”

    이사회에서 들고 일어나는 서울 연고 이전 문제.

    하지만 재환은 여기서 칼을 뽑기로 했다.

    “확실히 말하죠. 기존 구단의 연고 이전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정 하고싶으면 그 지역 시민들 과반수 이상 주민투표 얻은 뒤로 해오라고 하세요.”

    재환이 강경하게 나오고 희수는 상황을 계산해 본 뒤로 자신도 그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아직까지 언론에서는 이 연고이전 문제가 나오지 않아 속에서 끓고 있었지만, 이로 인해 대기업 구단에서는 물밑 암투가 벌어졌다.

    “KS야 내가 대현 형님한테 말해서 막을 수는 있지. 통일도··· 사실 거기 종교재단 산하의 그룹이잖아? 성남 올해 우승한거 보면 잘 하고 있고.”

    문제는 GH그룹이었다.

    호시탐탐 서울 연고시장을 노리고 있고, 계속해서 ‘자신들은 연고지 강제이전의 희생자다!’라면서 목소리를 높여서 어떻게든 올라가려고 한다.

    거기서 혜성그룹의 뒷배로 총재 신희수가 강경하게 나갔다.

    그러니 GH그룹은 바로 혜성그룹을 타겟으로 삼고 재환을 노리기 시작했다.

    ***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십니까?”

    [회장님이 뒤에서 조종한거 아닙니까? 이미 월드컵때부터 판이 다 짜졌는데, 느닷없이 혜성이 끼어들어서 일을 망치고 있어!]

    재환에게 계속해서 공격하는 것은 GH의 두 축 구씨와 허씨일가중 허씨쪽이었다.

    GH건설의 허영국 사장은 ‘우린 약속대로 서울 갈 거다!’라고 재환에게 선언했다.

    [내 분명히 말하겠소! 서울시장하고도 이야기가 된거니 내년에 우리는 상암에서 경기할테니!]

    “내가 그걸 내버려 둘 것 같습니까? 좀 자신의 연고지를 사랑하세요.”

    [이 사람아! 우리 연고지가 서울이야!]

    “그건 80년대 이야기지! 강산이 몇 번 바뀌었는데, 아직도 그 소리요?”

    [아니 이것 참, 이런식으로 손바닥 뒤집는게 어딨소?]

    “손바닥을 뒤집어요? 처음부터 서울시랑 밀약한게 아니라? 내가 알기로 서울시가 대화그룹하고 한국통신에 구단참여 실패하고서 차선책으로 한걸로 아는데?”

    [그, 그건!]

    정곡을 찔렀다.

    사실 유명무실한 ‘서울 연고 공동화 정책’을 했어도 진짜 그 셋이 서울의 역사를 계승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서울시가 떠맡긴 월드컵 이후 상암운동장 시설관리와 건설비 부담을 가지고 재고 있었다.

    그런데 사전 협상하던 기업들이 파토나니 GH와 서울시의 밀약속에 뜬금없는 ‘연고복귀’를 주장한 것이다.

    “이야기 다 끝났어요. 만약 계속 연고이전을 강행하면, 방법은 하납니다.”

    [뭘 어쩌시려고? 총재 시켜서 우릴 제명이라도 하겠소?]

    “내년 상금 이후로 스폰서 빠져서 댁들끼리 서울에서 재밌게 리그 굴려보쇼. 국민들 반응이 참으로 아름답겠죠?”

    [지금 협박하는거요?]

    “협박은 이 사람아! 느닷없이 서울가겠다고 강짜부리는 댁들이지!”

    재환은 GH건설 허 사장과 설전을 나누고 수화기를 집어 던졌다.

    누구에게는 ‘그깟 공놀이’지만, 또 누구에게는 ‘수백, 수천억 이상의 기업홍보와 인프라를 노리는 이권’이 되 가는 프로리그의 싸움이었다.

    “후우~ 아무래도 GH랑 한따까리 할 각이네.”

    재환은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절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

    [허허, 그래요?]

    “네, 시장님. 어떻게 이렇게 강짜를 놓는단 말입니까? 저희가 다 합의한 내용인데···.”

    GH그룹은 결국 같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서울특별시의 ‘그 분’에게 연락을 해서 이 사실을 알렸다.

    [그것 참, 혜성이 요새 의욕적으로 나가는건 알지만, 이 바닥을 너무 모르는구만.]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어떻게 좀 해 주십시오!”

    [알았어요. 거··· 내가 한 번 그 신 회장이란 사람을 만나봐야겠구만.]

    서울시장이 직접 확답을 내려주자 허 사장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네, 꼭 좀 부탁드립니다.”

    [걱정말고 축구팀 운영 준비 잘 하세요. 아~ 쇼핑센터 이전도 같이 해야지?]

    상암구장 일대의 마포구 개발권과 대형쇼핑몰 입점까지 준비하고 있는 서울시장과 GH의 통화가 끝이났다.

    그리고 이제 서울시장과 혜성그룹 간의 면담이 곧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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