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39화 (139/244)
  • 139- 외적침입 대비.

    이곳은 2003년의 유럽 모나코.

    수많은 국제 투자회사가 가득한 곳에서 한 곳인 소베날 인베스트먼트 사옥 안에서는 은밀한 회의가 이뤄졌다.

    “가능하겠나?”

    젊은 동양인 이사의 프레젠테이션을 본 나이든 백인 임원들이 물었다.

    “오히려 지금이니까 더 수월할 겁니다.”

    [프로젝트 뫼비우스의 고리]

    그것을 앞두고 자신만만 하는 재무이사 제임스 리의 제안에 임원들은 승낙했다.

    “흐음, 한국시장 공략이라··· 이미 거긴 IMF 구제 금융으로 더 먹을 게 없잖아?”

    “그러게? 차라리 지난번처럼 일본이나 대만 쪽이 더 낫지 않으려나?”

    사실 별로 알려지지도 않았고, 어디에 붙어있는지 관심도 없는 한국이란 나라의 프로젝트에 시큰둥해 하는 임원들이 많았다.

    이미 수십 년 동안 선진국과 제3세계를 돌면서 다국적 펀드를 운용한 산전수전 다 겪은 임원들 앞에서 한국의 존재는 별로 안땡기는 요리였다.

    그런 그들에게 제임스 리는 다시 한번 임원들을 설득했다.

    “한국 특유의 ‘재벌’이라 불리는 혈족 집단 경영인들은 IT버블을 중심으로 다시 일어났습니다. 게다가 월드컵이라는 국제행사를 치른 뒤로 다시 살이 오른 상태입니다.”

    그의 자신만만한 반응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 동네가 요새 먹을만한 파이가 다시 생기기는 했지.”

    국제자본의 타겟으로 한국이 정해졌을 때, 그들에 대한 음모를 제대로 알고 있는 자는 국내 금융계에서 거의 없었다.

    ***

    한편 육공회 모임은 침울함 속에서 회의가 이뤄졌다.

    “참 좋은 일로만 모이다 이런 일이 생기니 가슴이 아프네.”

    “···그래서, 얼마나 형을 받을 거 같은데?”

    재환의 물음에 정인이나 진용은 손사래를 치면서 고개를 저었다.

    “받겠냐? 말도 안 되는 구실로 잡은 건데.”

    “검찰 조사 결과 나오겠지만, KS법무팀 생각하면 넘어갈 거야.”

    육공회의 수장이자 큰형인 최대현이 세무조사 후 탈세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었다.

    오너의 부재로 그룹 차원의 문제였지만, 회삿돈이 아닌 개인의 탈세 문제라 누가 관여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 형님, 세금 가지고 장난친 적 한 번도 없다고 들었는데, 어쩌자고 그런데 걸리냐?”

    “이번 건 재단 문제라 더 애매할걸?”

    “뭐?”

    재환은 대현의 검찰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육공회 친구들에게 들었다.

    “KS가 재단이 4개인건 알지? 그것도 네가 거위츠 재단 이사 오른 뒤로 2 개 더 늘렸었어.”

    “5개지. 유니콘 출자도 했으니.”

    진용의 말에 현규가 정정했다.

    “어, 그래. 여튼 거기서 자금이 어떻게 된 모양이다.”

    재환은 그 이야기를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과소납부라는거야, 아님 진짜 탈세라는 거야?”

    “그건 판결에 따라 다르겠지.”

    어찌 됐든 조사를 받는 도중에는 KS에게 그저 위로만 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대현 역시도 자신이 조사받는데, 굳이 육공회가 나서지 말라면서 이야기도 해 뒀다.

    “휘유~ 어떻게든 잘 풀렸으면 좋겠네요. 아니, 잘 풀려야죠.”

    육공회의 새 멤버 효령그룹의 조문영은 침울한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말했다.

    “그래도 오너리스크에 대비해서 우리도 십시일반 뭘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음? 어떤 식으로?”

    정인의 물음에 문영이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거 있잖습니까? 옛날에 경제련 사람들이 정부 조사 받으면 다른 동지들이 해주는 방식이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육공회 멤버들과 무슨 이야기 하는지 알겠다는 듯 피식 웃은 재환이 있었다.

    ***

    “언제나 감사합니다. 회장님.”

    혜성그룹 사옥으로 찾아온 조아은행의 임선아 이사는 이번 거래에도 융자해 준 재환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원래 기업과 은행의 거래는 좋은게 다 좋은거죠.”

    산업은행과의 거래를 조금씩 줄이면서, 조아은행과 많은 교류를 나눴다.

    특히 임선아는 미모만큼이나 상당히 유능했고, 막힌 자금 혈을 원활하게 뚫어줬다.

    “요새 자동차 산업은 어떠십니까?”

    “대윤에서 승용차는 거진 다 매각했고, 혜성대윤자동차라고 이름은 지었지만 그것도 조만간 이름 떼려고요.”

    지금이야 달래기라지만, 나중을 생각한다면 대윤의 브랜드는 서서히 사라질 것이고, 완전히 혜성자동차의 이름으로 움직일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 재환은 물밑작업을 시작했고, 혜성시계의 김명진 대표를 자동차로 보내서 훗날 있을 군용트럭 납품 사업을 준비하게 했다.

    “제가 합법적으로 움직이는데, 거기에 대해서 조아은행이 피해를 입을 일은 없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저는 한배를 탄 사람은 절대 물에 빠트리지 않거든요.”

    재환이 굳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은 금융계에도 KS그룹에 대한 쇼크가 퍼져 있기 때문이었다.

    KS가 카드사업 진출로 갈아탄 주거래은행 한빛은행은 대현의 검찰조사로 인해서 자신들도 유탄을 맞아 불법대출 여부 조사를 받는다는 불길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재환은 거기에 대해서 확실히 다지고는 임선아에게 말했다.

    “이번에 조아투자증권에 주식을 조금 거래하고 싶습니다.”

    “네?”

    “기업간에 건전한 투자를 하려고 하는데, 조아의 이름으로 한 번 해 주시겠어요?”

    임선아는 직감적으로 대기업 간에 또 다시 큰 거래가 생길 것을 알고서 미소를 지었다.

    “물론입니다. 저희 조아은행이 회장님의 투자를 돕겠습니다.”

    재환은 그 대답에 미소를 지었다.

    ***

    얼마 후 재환은 한남동 자택에서 대현을 만났다.

    “범죄자 만나러 여기까지 돼?”

    “제가 무슨 불법접견 합니까?”

    불구속 상태라 수시로 중앙지검을 들락날락하는 상태였는데, 그 속에서 재환이 대현을 찾아온 것이었다.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법원이 판단하면 그만이고, 나는 친한 형님 만나러 온 겁니다.”

    “···킥!”

    재환은 소주에 오징어를 사들고 와서 조촐하게 대현과 한 잔을 나눴다.

    200평이 넘는 대저택이었지만, 그 안에는 대현 하나밖에 없었다.

    “와이프하고 애들은 죄다 고향 집에 보냈어. 교육상 안 좋거든.”

    “그렇다 해도 가정부 정도는 고용하시죠?”

    “다~ 귀찮다.”

    대현은 소주를 마시고, 오징어 다리를 잘근잘근 씹으며 말했다.

    “너 요새 KS 지주회사 지분 사들인다며?”

    “저뿐만이 아닙니다. 육공회 동지들이 십시일반 돈 좀 걷었어요.”

    “이유가 뭐냐?”

    “형님 무죄 방면될때까지 주가 유지시켜드리려고요. 주당 6천원대까지 떨어진 거 아세요?”

    “···하하하하하하!”

    대현은 크게 웃다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아이고~ 육공회의 의리가 아주 고마워 죽겠다.”

    “그래서 어떻게 되가요?”

    “국세청도 조사하는대 지들도 판단 잘 못하더라고. 사실 과소납부라고 판단하고, 남은 금액만 내라고 정정하면 될 일이긴 한데, 어디까지 파고들지가 문제지.”

    “정 안 되면 저처럼 그냥 내란대로 다 내세요. 다~ 때되면 알아서 돌아올 돈입니다.”

    “내가 일부로 그랬냐?”

    대현은 그렇게 말하면서 소주를 들이키다가 넌지시 말했다.

    “사실 좀 두렵다.”

    “감방 가는게요?”

    “그게 아니야··· 다행히 너네가 지주회사 지분 사들인다고 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어휴.”

    재환은 그 말을 듣고서 눈매가 점점 날카롭게 변했다.

    “그렇게 안 좋아요?”

    “어쩌겠냐? 급히 물려받은 뒤에 생긴 후폭풍이지.”

    KS그룹은 지분 구조상 한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그것은 순환출조 구조상이라 오너가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이 적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서 정부에서는 몇 번이고, 순환출자가 아닌 지주회사 체제로 고치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법적인 구속력은 없으니 좀 더 편한 쪽으로 유지했다.

    그래서 현재 KS의 최씨일가의 지주회사 KS의 지분은 15% 남짓, 게다가 외국인 및 소액주주가 가진 지분이 58%였다.

    거기에서 육공회가 도움을 준다고 하지만, 얼마나 우호지분이 늘어날지는 모를 일이었다.

    “형님, 나중에 나오시면 그 지분들 우호지분 교환으로 넘어가는 겁니다?”

    어차피 육공회가 지주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어봤자였다.

    배당금 받으려고 그 큰돈 들여 놔두는 건 아깝고, 경영권을 합심해서 뺏는다는 미친 짓을 할 리도 없었다.

    “뭐, 나중에 나도 너희들 우호지분 가지고 백기사 역할 해주마.”

    “네, 윈윈합시다.”

    재환은 대현과 소주를 마신 뒤로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다.

    ***

    [다음 소식입니다. 지난날 전 국민을 고난에 빠지게 했던 IMF 외환위기가 5년이 지났습니다.]

    [그 뒤로 경제 성장을 위해 많은 규제가 풀리고, 국제 자본이 들어오게 되었는데요. 이번에는 홍콩의 투자은행들이 한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

    재환은 뉴스를 보고서 슬슬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KS그룹 출신이 아니어서 100% 나서서 쳐 부수긴 힘들지만, 적어도 국내 기업을 우습게 보고서 쳐들어오는 행동펀드 금융쟁이들과 싸울때가 된 것이었다.

    “홍콩이라고? 그럼 유럽 놈들이겠군.”

    각자 어느쪽 투자은행을 쓰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홍콩쪽이라면 99% 유럽발이었다.

    “자~ 숨어있지 말고 한 번 나와 보실까?”

    재환은 조아투자은행에 말한대로 지주회사 KS의 지분을 슬금슬금 사들이고 있었다.

    그리고는 기전실에 전화를 걸었다.

    [네, 회장님. 전화 받았습니다.]

    “지금부터 정보를 좀 모아주세요.”

    [어떤··· 정보를 말입니까?]

    “한국에 투자한다고 들어오는 펀드쟁이들이요.”

    [네?]

    “특히 몇몇 놈들은 대놓고 국내 경제지에 인터뷰 신청하면서, 투자 운운을 할 놈들이 있을 겁니다. 전부 알아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회장님.]

    임창훈은 재환의 명을 따라 그쪽 자료를 살펴보기로 했다.

    재환은 최소한의 브레이크를 잔뜩 준비해놓고 곧 쳐들어올 국제자본의 침입을 준비했다.

    물론 그러면서도 다른 사업도 점점 진전이 되고 있었다.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사귄 지 100일 넘은 사랑스러운 애인을 불렀다.

    “엉, 미연아! 내일 저녁에 뭐해?”

    재환은 퇴근 후에 데이트를 준비했다.

    ***

    인천국제공항에는 정장에 선글라스를 낀 아시아계 사업가들 한 무리가 도착했다.

    “아, 오랜만에 맡는 이 고향의 냄새!”

    그들 중 리더인 제임스 리는 두 팔을 벌려 한국의 공기를 만끽하고, 광동어로 말했다.

    “快啲.(서두르자!)”

    제임스 리의 말에 따라 홍콩에서 온 금융인들이 움직였다.

    그들은 기다리고 있는 검은색 세단에 올라타고 호텔로 떠날 준비를 했다.

    제임스는 창밖을 보면서 확실히 달라진 고국을 보고 생각했다.

    “냄새가 나는구나~ 돈 냄새가 난다.”

    이미 본사에서 결제 승인이 떨어지고, 계열사인 홍콩 크래프트 투자은행의 지원까지 받아서 움직이는 프로젝트였다.

    이미 그들의 타겟은 정해졌고, 이곳에서 적어도 5억 이상은 땡길 각오로 움직였다.

    물론 원이 아닌 달러로 말이다.

    “이사님. 목적지까지는 한 40km정도의 거리입니다.”

    기사의 말에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촉 안 할테니 천천히 가요.”

    “알겠습니다.”

    그때 인천에서 서울로 넘어가는 길에 보이는 간판이 있었다.

    [최강! KS 와이번스! 최강! 부천 KS! 여러분의 문화생활을 응원합니다.]

    KS그룹의 스포츠 구단을 홍보하는 간판을 보고서 제임스는 코웃음을 쳤다.

    “언제봐도 별별 일을 다 하는 작자들이라니까.”

    ‘라면에서 로켓까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갖가지 사업을 다 하는 한국의 기업집단 재벌.

    그들의 돈을 노리면서 유럽과 홍콩에서 이곳으로 온 자객들의 움직임은 이제 막 시작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