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32화 (132/244)
  • 132- 대목이 왔어요. 빨간 대목.

    삼신그룹과 아성그룹의 빅딜을 연달아 성공시킨 재환은 대대적으로 리모델링에 들어갈 백화점들을 둘러봤다.

    “회장님. 이쪽입니다.”

    혜성쇼핑의 곽정빈과 박찬우의 안내를 받고 도착한 곳은 분당 서현역에 위치한 삼신플라자, 이제는 혜성백화점 분당점이었다.

    급하게 제작한 간판으로 교체하고, 리모델링도 내년으로 미뤄 아직은 어수선한 상태였다.

    “그래도 저건 맘에 드네요.”

    삼신물산 건설부가 공들여서 만든 디자인에, 큰 시계탑이 트레이드마크인 건물이었다.

    재환은 안으로 들어가 매장 정리를 하는 구) 삼신플라자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한 번 둘러봤다.

    겉으로 보기엔 상당한 규모였지만, 실제 면적은 1만 1천평 정도로, 2만평 규모인 강남본점에 비해서는 협소한 편이었다.

    하지만 내실은 굉장한 곳이라 부촌인 분당에서 영업을 하면서 연매출 5천억은 단독으로 찍을 수 있는 저력을 갖춘 곳이었다.

    “자동차 엔진 연구소랑 바꾼 것 치고는 제법 남는 장사 아닙니까?”

    “하하하, 그런 것 같습니다.”

    “계속 이득이 되려면 앞으로 매출을 더 늘려야겠죠.”

    “그렇지 않아도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용승계 인원중 계약직들을 실적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려고 합니다. 내부 경쟁을 통해 매출이 상승될 것입니다.”

    박찬우와 곽정빈의 말에 재환은 자리에서 멈추고 둘을 바라봤다.

    갑자기 회장이 정색하면서 바라보자 뭔가 문제가 있나 싶어 두 임원이 긴장했다.

    “회장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직원들 내부 경쟁을 시켜서 매출을 올린다라··· 동기부여를 주는 건 좋은데 말이죠.”

    “네, 대부분은 기준치만 올리면 차라리 숙련된 정규직으로 올릴 수 있고 나머지는 구조조정으로 인건비 절감이 될 겁니다.”

    “그렇게 하면 윗물이 아랫물들 수익 갈취할 수 있는 구조잖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차라리 한다면 팀 단위로 시키세요. 개인 단위로 하면 그거 백화점 직원들끼리 동물의 왕국 만드는 꼴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재환은 그것을 오더로 내린 다음 각종 매장들을 살피던 중 명품관에서 멈췄다.

    부촌인 만큼 그 자체의 명품관은 아주 풍성했다.

    일부 강남본점에도 없는 명품 브랜드가 있는 것을 확인한 재환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제조된 핸드백과 지갑 등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분당의 역사와 같이 한 장기적인 고객들이 많은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삼신 이후 혜성이 운영해도 만족도는 다를바 없다는 것을 알려줘야 할 거예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재환은 내친김에 부모님에게 드릴 핸드백과 지갑 브랜드를 보면서 선물을 사기로 했고, 겸사겸사 자신이 쓸 만년필도 몇 자루 둘러보다 샀다.

    회장님이 직접 오셔서 물건을 구매해 주고 간 곳에서 분당점은 앞으로도 혜성쇼핑의 핵심지점이 될 것이다.

    전층을 둘러본 뒤로 지점장과 회의를 나눈 뒤 돌아온 재환은 차에 타면서 손가락으로 셈을 셌다.

    “강남 본점에, 서울역에, 청량리에, 분당, 명동, 종로···.”

    서울권은 이쯤 되면 정말 규모가 커 졌다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지방이었다.

    경기도에서는 분당점이 유일했고, 영남권에서야 대구에 2개점, 부산에 1개점, 마산에 1개점. 광주의 1개점 정도였다.

    “강원이랑 충청은 하나도 못들어갔고, 지나치게 쏠려있긴 하네.”

    재환은 그것에 대해 추후 점포를 늘리기로 하고 최종적으로는 15개에서 20개 정도의 지점을 갖춘 종합 혜성백화점을 구상했다.

    “회장님, 바로 강남 본사로 출발할까요?”

    “여기까지 온 김에 판교 한 번 가 봅시다.”

    “네?”

    “가깝잖아요? 우리 돈줄.”

    “아, 알겠습니다.”

    과거 혜성건설 산하에 있으면서도 그린벨트가 안 풀려서 애물단지 상태였던 그곳 판교.

    하지만 이번 한일 월드컵이 끝나는 이후로 그곳은 그린벨트 구역 해제가 된다.

    그리고 혜성이 소유한 그 일대의 땅은 아파트 1만 세대 이상을 수용 가능한 어마어마한 면적이었다.

    서현역에서는 얼마 안 걸리는 곳이었고, 그 곳에 도착한 재환은 드넓은 대지를 보면서 차에서 내렸다.

    “키야~ 공기 한 번 좋구나! 돈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니라!”

    그린벨트로 인해 대다수는 녹지에 인근에 있는 상업시설이라고 해야 구멍가게 몇 개에 비닐하우스 화훼농장, 카센터나 가구점 같은 도심 외곽에나 있을 법한 곳만 가득했다.

    하지만 이후 이곳이 10년 만에 평당 620배가 뛰어오르는 분당의 황금이 되는 것은 도시개발계획을 갖춘 정부와 혜성그룹 정도만 알 뿐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언제고 재환과 혜성그룹의 비상금이 되어서 언제 있을지 모르는 그룹 유동성 문제가 생길 때 구원투수가 될 곳이었다.

    ***

    이후 삼신플라자의 명동점과 종로점을 순방하면서 재환은 한 가지 오더를 내렸다.

    “1층 상가 전부 응원도구와 빨간 유니폼으로 바꾸세요.”

    “네?!”

    “화장품 판매장 옮기고 3개월 동안은 전부 월드컵 상품으로 바꿀 겁니다.”

    재환은 앞으로를 위해서 전 지점을 월드컵 특수로 판매하기로 했다.

    “그리고 한국 대표팀 승리 할인에 대한 마케팅을 하세요.”

    “얼마나 말입니까?”

    곽정빈의 물음에 재환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무승부시 5%, 승리시 전 상품 10% 할인입니다. 명품관까지도 모두 포함시킬겁니다.”

    “회장님. 그렇게 까지 해도 되겠습니까? 자칫하면 기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전적은 0승.

    월드컵 첫 승을 자국 내 월드컵 개최로 겨우 노리는 상황이었는데, 그런 할인 이벤트 했다가 자칫 아무것도 못 건질 것 같았다.

    하지만 재환은 이미 계산을 끝내고 있었다.

    “전세계적인 이벤트인데 이 정도는 해 줘야 될 겁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외국인 할인에 대해서도 준비하세요.”

    “네?”

    “일본쪽은 몰라도 국내에 월드컵 본선에서 특정 국가의 승리시 그 나라 관광객들에게 홍보하는 겁니다. 이건 바로 오프라인 매장에 전단지 만들어서 뿌리세요.”

    “알겠습니다.”

    전 지점 폭탄 세일인데, 잘못하면 이거 원가도 못 건지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재환의 의지는 확고했다.

    ***

    그렇게 쇼핑몰에 대해서 월드컵 특수를 위한 대규모 마케팅을 기획하고 있을 때, 오랜만에 다시 육공회 모임의 날이 되었다.

    “와우, 체리피커!”

    재환을 체리피커라 부르며 맞이하는 대현이었다.

    “칭찬으로 하는 말이죠?”

    “물론이지!”

    체리 피커(cherry picker)

    케이크 위에 체리만 빼먹는다는 뜻으로 특성 요소만 골라 합리적으로 취하는 사람을 말한다.

    물론 육공회 멤버들이 재환을 그렇게 부르는 것은 이번 대윤자동차 인수 이후로 그걸 쪼개서 아성과 삼신에게 빅딜을 일으킨 일 때문이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우리는 상당히 만족스런 거래였어. 특히 회장님이 엔진 연구소 가지신걸 아주 좋아하신다.”

    네덜란드에서 돌아온 현규는 자신이 알선해서 재환과 아버지 이건호 회장 사이에서 큰 건을 성공 시켜서 그룹 내에서 상당한 지지를 얻게 되었다.

    “뭐, 저희도 싸게 먹힌거라고 회장님께서 만족하십니다. 어차피 불분명한 경차 시장보다는 그냥 추가된 공장에서 세단 파는게 낫다고요.”

    정 회장이 말은 그렇게 했어도 결국 이득이라 생각해서 한 것이니 딱히 불만은 없었다.

    거기에 대한 이야기가 어느정도 끝이 났을 때 재환은 차기 사업을 위해 따로 두 명을 불렀다.

    “저쪽은 대현 형님하고 진용이가 내기 당구 치는 거나 보라고 하고 두 분을 따로 부른 이유가 있습니다.”

    “뭔데?”

    “이번에 우리 새로 본사를 짓고 있는데 말이죠. 그거 이상으로 공장도 하나 크게 지어야 합니다.”

    재환은 정인과 현규를 불러놓고 혜성전자 공장 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두성건설과 삼신물산 건설사업부라면 국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곳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대규모 산업단지를 짓는 경험이 아주 풍부했다.

    삼신이야 자사의 용인사업장과 구미사업장을 만든 경험이 있고, 두성 역시 창원에 엔진모터 합작 공장을 만들 때 그 경험이 있으니 말이다.

    “규모가 좀 큽니다. 6천억 정도 준비하고 있고, 땅도 11만평 정도 마련해 놨어요.”

    “어이구, 대공사네?”

    정인이 혀를 내둘렀을 때, 현규는 그게 어디를 짓는 공장인지 직감하고 물었다.

    “슬슬 반도체 시동 거는거냐?”

    “이제 얼마 안 남았잖아?”

    “바, 반도체?”

    정인은 뒤늦게 혜성과 삼신 사이에서 반도체 기술 이전을 두고서 알아차리고 무릎을 쳤다.

    “현재는 다 논밭이고, 이걸 우리가 공업용지로 용도 변경하는데 시간이 걸리긴 할 텐데. 그래도 미리 사업장을 정하고서 하는게 좋을거 같아.”

    “위치가 어딘데?”

    “경기도 평택, 삼신물산이 신도시 만든다고 한 옆에.”

    “아!”

    현규 역시 미전실을 통해 들어본 적이 있는 곳이었다.

    삼신물산이 소유한 토지 중에서 경기도 남부 지역에 재개발 단지 공사와 자체적으로 아파트 단지 개발을 준비하는 곳 중 하나였다.

    “그러니까 지금 이야기 해 둬야 월드컵 끝나고 내년부터 착공이 될 것 같거든? 그거에 대해서 미리 부탁좀 할게요. 두성이랑 삼신을 통해서 우리 산업단지 시공을 맡길테니.”

    “그, 그거라면 우리야 땡큐지. 그렇지 않아도 두성건설 수주 올리기가 힘들었는데 말이야.”

    서클 모임 오래 하다 보니 이제 자신도 뭔가 움직일 수 있는 큰 건을 잡아 흡족한 정인, 그리고 삼신전자와 삼신물산 두 곳에 이득을 줄 사업이라서 건수 하나 잡았다고 생각한 현규였다.

    “일단은 다음주부터 혜성전자 회의 통해서 평택산업단지 계획 준비할 테니까 그때까지 각자 준비들 해주시고요.”

    “알겠네.”

    “준비할게.”

    재환은 둘의 응답을 들은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맥주잔을 잡았다.

    그때 뒤에서 있던 멤버들이 상당히 소란스러웠다.

    “아, 아! 형님. 저는 진짜 그런 돈내기 못한다니까요?”

    “얌마, 우리가 도박을 하자고 했냐? 이게 다 재미로 하는 거 아니야! 재미로!”

    “그래, 좋은 일 하는데 쓸 거 아니야!”

    무슨 일인가 싶어서 재환이 고개를 돌려 봤을 때, 대현이 나머지 멤버를 데리고 와서 술잔을 내려놓고 외쳤다.

    “자, 일 얘기 끝났냐? 와서 다같이 들어봐!”

    “뭘 또 준비하시는데요? 돈내기?”

    “으흠~”

    대현은 뭔가 또 재밌는 걸 생각했다는 듯이 앉아서 말했다.

    “그동안 육공회 만들어지고 술만 진탕 마시고, 포커니, 당구니, 골프니 치다가 사업 얘기 쪼끔 하고 끝났잖아? 이거 말고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해보려고 한다.”

    ‘벌써? 뭐 하긴··· 이 서클도 이젠 그정도 규모가 되겠지.’

    10대그룹의 오너 둘(대현, 재환)에 유력한 후계자가 둘(현규, 선길), 거기에 그 안에는 못 들어도 명문가의 자제 둘(진용, 정인)인데 그 위상에 비해서 확실히 놀고먹긴 했다.

    “그래서 재단을 하나 만들까 하는데, 그걸 하기 위해서 내기를 좀 하자고.”

    “무슨 내기를 하려고요?”

    “일단 다들 지갑 꺼내고, 추가로 여기에 부을 생각해. 본격적으로 육공회가 제대로 움직이는 거다.”

    “오호~ 자선 재단 같은건가요?”

    “뭐야, 그럼 우리 전부 참여해야 돼? 너무 드러나는 것도 그럴텐데?”

    다른 멤버들의 말에 대현이 말했다.

    “그러니까 들어봐! 우리들이 돈을 모으는 거지만, 대외적으로는 기업의 이름으로 후원되는거다. 그리고 수뇌부는 육공회 내에서 사무총장 하는거고 재단 이사장 역할을 하는거지.”

    “존재는 드러내되, 경제련처럼 대놓고 핵심멤버 공개는 안 하겠다는 거군.”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지금의 멤버들이 대놓고 육공회라는 서클로 모여있으면 시민단체건, 정부건, 관료들이건 각종 이권을 두고서 시끄럽게 들들 볶을테니 말이다.

    “그 얼굴마담은 이번 월드컵 내기로 하는거다. 일단 나부터!”

    대현은 지갑을 탈탈 털어 천만원짜리 수표 여러장을 탁자에 올려놓고 말했다.

    “나 솔직히 이번에 대표팀. 16강 정도 간다고 생각한다.”

    ‘킥!’

    내기 주체가 뭔가 했더니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성적이 어디까지 가냐였다.

    그 순간 술에 취한 진용이 자신의 지갑을 털며 말했다.

    “에~ 이런 건 그럼 엄청 역배를 노려야 겠네. 저는 아예 우승으로 걸겠습니다.”

    “야, 그건 너무갔다!”

    낄낄거리며 웃는 대현을 향해 선길이 손을 들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만약 동률이면 어떻게 되나요?”

    “다른 멤버들이 투표해서 동률자중에 한 명 몰아주기로.”

    “후우- 그러면 전··· 일단 16강으로 같이 가겠습니다.”

    한명씩 걸기 시작하자 정인도 얼굴을 긁적이다 말했다.

    “난 솔직히 힘들 것 같아. 대표팀에게는 미안하지만 1승 2패 정도로 예선 탈락.”

    “흐으음. 그럼 나도 확률 없는 쪽으로 가야 하나? 한 8강 쯤으로 하지.”

    현규까지 하자 마지막으로 남은 재환은 생각했다.

    ‘어째 아재들의 계모임처럼 가는 것 같긴 하지만, 일단 육공회를 키우려면 하는게 나으려나?’

    어차피 미래를 아는데 일부로 틀릴까, 아니면 그냥 맞추고 자신이 재단 이사장 할까 생각한 재환은 결국 결심했다.

    “그럼 나도 크게 가려고 한다. 이번에 국가대표 4강간다!”

    재환은 지갑을 던지고 내기에 참여했다.

    그리고 테이블에 쌓인 돈을 차지해 육공회의 본격적인 대외활동을 준비할 제도는 마련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