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26화 (126/244)
  • 126- 한번 더 매각공고!

    혜성그룹은 본사에서 백두그룹과 인수합병 계약식을 치렀다.

    “받으시지요.”

    “음?”

    “계약서를 사인 할 때, 드리는 선물입니다. 앞으로 혜성의 전통이 될 겁니다.”

    “그렇···군요.”

    안에는 고급 만년필이 들어있었다.

    정목원은 케이스를 열고 황금으로 장식된 만년필을 어루만지다가 잉크를 채워 넣고 계약서에 사인했다.

    총 2600억원 규모의 빅딜은 곧바로 보도되었고, 여느 때처럼 재환이 직접 나와서 혜성그룹과 백두그룹 사이에 생긴 계약에 대한 인터뷰에 응했다.

    TV에서 오랜만에 나오는 재환의 모습에 이제는 연예인보다 더 많이 나온다는 재벌회장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많이 들었다.

    ***

    그렇게 새 회사를 인수한 재환은 상황 정리를 명하고 곧 회사가 있는 아산으로 향했다.

    인수 이전부터 몇 번이고 둘러본 곳이지만, 이젠 백두 타이틀을 떼고 혜성의 이름으로 생산될 김치냉장고와 에어컨 공장 라인을 시찰하기 위해서였다.

    “저번에 다녀올 때도 생각했지만, 백두전자 부지는 상당히 협소하더군요.”

    재환의 말에 옆에 있던 장진욱이 대답했다.

    “네, 그래서 대규모 생산에 차질을 빚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결 해야 할 일 아닙니까?”

    “하지만, 아산공장은 지자체와 연계가 굉장히 잘 되어 있습니다.”

    “음?”

    “절세 혜택부터 인허가 문제까지 원스톱 허가로 모든 규제가 풀려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증축이 필요한 부지까지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보인다고 합니다.”

    “단점에 비해 장점도 많은 편이군요.”

    하긴 백두전자는 충남 아산시에 위치해 있으니 수도권 공장 규제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재환은 훗날을 위해 지난번 평택시에 구매한 12만 평 정도의 토지에 통합 혜성전자 공장을 생각했지만, 아산의 경우는 이전문제에 대해 일단 유보하기로 했다.

    ‘뭐, 지자체장 바뀌는 거에 따라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니까.’

    “회장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산 공장으로 인해 혜성이 벨트를 만들어진 것이 주목할 만한 성과 같습니다.”

    “으흠?”

    “서울에 있는 본사를 시작으로 경기도 화성과 안산, 그리고 내려가 충남 아산, 전북 전주, 익산, 그리고 광주까지 서해안 벨트가 만들어진게 아닙니까?”

    공교롭게도 서해안고속도로를 중심으로 혜성그룹의 벨트 단지가 만들어진 구도였다.

    “확실히··· 그건 그렇군요.”

    재환은 그 말까지 들으니 아산공장은 이전보다 더욱 키우는 것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뭐, 그 뒤로 하나 더 생기겠지만 말이죠.”

    “네?”

    “인천과 군산.”

    “아··· 맞습니다. 회장님.”

    재환이 말한 인천과 군산은 바로 대윤자동차의 생산 공장이 있는 곳이었다.

    아산공장에 도착한 재환은 시트로 걷혀있는 공장 부지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백두’의 간판을 떼네고, 현수막을 개봉하는 자리에 재환이 참여한 것이었다.

    재환의 명으로 전원 고용승계가 된 3000명의 직원들은 새로 혜성그룹의 작업복을 입고서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행사는 수월하게 진행되었고, 이제 재환이 나서서 줄을 당긴 것으로 현수막이 펼쳐지고, 혜성전자의 간판이 아산공장에 드러났다.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함께 혜성전자의 아산 시대를 축하하기 위해 아산의 지역구 정치인들과 아산시장등 지역의 높으신 분들이 총출동해서 재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이고, 아산시를 위해서 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

    “아닙니다. 앞으로도 공장을 위해 많은 협력을 하겠습니다.”

    재환은 아산시장 성우영과 함께 사진을 찍고, 그 뒤로 시의원과 충청남도의 행정부지사 이명근 등의 고위공무원들도 재환에게 인사했다.

    정치권과 공무원 등의 인사를 받은 뒤로 재환에게 다가온 이가 한 명 더 있었다.

    “아?”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앞으로 아산공장 운영 잘 해주시길 바랍니다.”

    아성자동차 그룹에서 온 정선길이 직접 축하하러 온 것이었다.

    재환은 육공회 멤버 친구를 보고 활짝 웃으면서 그 손을 잡았다.

    ***

    행사가 끝나고 충남 일대에 호텔에 도착한 재환은 선길과 티 타임을 가졌다.

    “이번에 추가 공장까지 매입해서 일이 수월하게 됐어.”

    재환의 말에 선길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번 일로 아버님께서 굉장히 흡족해 하셨습니다. 대신해서 제가 감사를 표하겠습니다.”

    아성가는 자동차 부품 공장까지 인수한 혜성에게 오히려 고마워하고 있었다.

    공중분해 위기의 사촌 방계 그룹을 그래도 유지는 가능하게 공장인수를 수월하게 해줬고, 금액까지 어느정도 맞춰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네가 직접 와 줄 줄은 몰랐다?”

    “하하하, 아산은 저희에게도 각별한 곳입니다. 아성자동차 아산공장은 저희의 핵심 시설 중 하나이니까요.”

    아성자동차의 아산공장은 50만평의 규모에 8500명의 직원들이 상주하여 그룹의 전진기지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뭐, 앞으로 여름에 월드컵 열기까지 있으니 에어컨은 잘 팔릴 거다. 차량용이건, 가정용이던 말이야.”

    “형님은 잘 하실 겁니다.”

    “그건 그렇고, 직접 와서 할 말은 뭐야?”

    이제 축하 이야기는 그만하고, 선길이 직접 아산공장에 와서 자신을 찾은 것에 대해 재환이 물었다.

    “다름이 아니라, 대윤자동차 인수전 때문에 그렇습니다.”

    “흐음.”

    재환은 계속 말해보라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 이번 대윤자동차에서 단독입찰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됐지.”

    “삼신자동차와 연관이 전혀 없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선길을 보고 재환은 미소를 지었다.

    분명 아성과 삼신에게 한 약속을 지킨다고 말했는데, 역시 재환의 움직임을 아성가도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이건호 회장에 이어서, 정목균 회장님도 나를 쉽게 못 믿으시나 보구나.”

    “아,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당황하는 정선길을 향해 재환은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

    “걱정할 거 없어. 내가 이 자리에서 아성과 삼신 상대로 뒤통수 칠 파렴치한으로 보이냐?”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건 제 실언입니다! 죄송합니다.”

    더욱 당황해서 고개를 숙이는 선길을 보고 재환은 충분히 이해가 돼서 웃어 넘겼다.

    사실 내색은 못해도 삼신이나 아성이 신경은 쓰일 것이다.

    이미 재계에서는 혜성이 과거 삼신그룹과 지분교환과 투자 협의를 해서 외환위기로 철수 위기인 삼신자동차를 살려냈고, 삼신의 상윤자동차 인수에 도움을 줬으며, 거기에 아성그룹의 분열 당시 아성자동차의 독립 이후에도 KRT같은 빅딜을 이끌어 국내 두 자동차회사와 밀접한 관련을 가졌다.

    그러면서 혜성은 때가 되면 자신들도 자동차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한가지는 약속했다.

    [혜성은 경차 빼고는 승용차 시장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 다만 버스,소형트럭, 대형 트레일러 등의 상용차 시장만 노릴 것이다.]

    한국 내에서 세단을 포기한다는 큰 결정이었고, 재환은 대윤자동차를 인수해도 그 기조는 유지할 셈이었다.

    그런데 삼신이나 아성이 대윤자동차를 혜성이 먹어치운뒤에도 그 약속 지킬것이냐를 회장들이 점점 재환을 불안해하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승용차 몇 대 팔자고 국내 1.2위 기업 사람들과 척을 질까? 내가 그렇게 멍청해 보이니?”

    “아닙니다. 형님!”

    “알았으면 됐어.”

    결국, 아버지 명으로 와서 떠보려다가 확실하게 재환의 의지를 알게 된 선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그렇고 말이야. 아성차그룹은 충남에서 공장 몇 개였지?”

    “네?”

    “이 동네에서 장사하는 공장 말이야.”

    재환의 물음에 선길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투로 말했다.

    “아산공장 하나입니다만?”

    “흐음, 하나가 맞지?”

    “네, 그렇습니다.”

    재환은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선길이 못 봤을 때 속으로는 매우 크게 웃고 있었다.

    ‘충남에 공장이 절대 하나만 있는게 아닐 텐데?’

    뭐 그 이야기는 훗날 다시 하기로 했다.

    ***

    2002년 3월.

    월드컵을 3달 정도 앞두고서 결국 다시 한번 정부가 움직였다.

    [다음 소식입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날 공개매각이 유찰되었던 대윤자동차를 다시 한번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김경수 기자입니다.]

    결국 이야기가 돌던대로 월드컵 이전에 그동안 투입한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다시 한번 매각공고를 올린 정부였다.

    [지난날 70억달러까지 경쟁이 있었던 대윤자동차가 매각 유찰 이후 다시 매각한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정부는 이번에는 지난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예비협상자와 입찰보증금을 받기로 했으며···]

    “때가 왔군.”

    재환은 대윤자동차 인수 TF팀을 만들면서 공식적으로 매각공고를 올린 것에 대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기전실장 임창훈에게 뜻밖의 정보를 들었다.

    [회장님, 이번 대윤자동차 매각 실무자를 알아냈습니다.]

    “누굽니까? 정부에요? 은행이에요?”

    [국책은행 간부입니다. 윤기철 부사장이라고 합니다.]

    “···.”

    [회장님?]

    “하하하하하하하!”

    재환은 협상 실무자의 이야기를 듣자 크게 웃었다.

    “그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편하겠군요. 과거 혜성건설 매각 때부터 알고 지낸 사람이긴 합니다.”

    혜성그룹과는 이전부터 기업 융자로 책임자였으며, 이후로도 대윤그룹 김우준의 비자금 추적에도 재환의 도움으로 공적자금에 대한 상당한 회수를 이끌어 재환에게 빛도 있었다.

    “좋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하시죠.”

    [알겠습니다. 회장님.]

    재환은 뉴스를 본 뒤로 기지개를 켜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대윤자동차의 2차 매각을 위하 플랜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음날 출근한 재환은 임창훈을 불러놓고 말했다.

    “회장님, 입찰은 언제 시작하면 되겠습니까?”

    “마지막 날에요.”

    “네?”

    그게 무슨 말이냐는 투로 화들짝 놀라는 재환을 바라보는 임창훈이었다.

    그렇게 대윤자동차 인수를 호시탐탐 노렸으며, 이미 재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정치권에서도 ‘이번 대윤차 인수는 혜성이 한다.’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런데 맨 처음 입찰도 아니고 마지막 날에 입찰하라니? 이해가 안 됐다.

    “그렇게 되면 주가가 들썩이지 않겠습니까?”

    “충분히 감안할 리스크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희가 공개입찰에 참여 안하면 언론에서 별별 소문이 다 나면서 흔들어대겠죠.”

    “그런데 어찌···.”

    “그냥 제가 말한대로 해 주시면 됩니다. 어차피 길게 끌거 없어요. 처리하고, 월드컵이나 다같이 봅시다.”

    재환의 의지에 따라 원래였으면 공개매각 선언 이후로 임창훈이 직접 가서 인수희망서를 제출하려고 했지만, 기전실 내부의 금고로 향하게 됐다.

    “아, 그리고 기전실에 슬쩍 소문하나 퍼트리세요.”

    “회장님. 소문이라면 어떤 것을 말하시는 겁니까?”

    “혜성그룹 기전실부터 대윤자동차 인수 준비를 한다지만, 회장이 갑작스럽게 판단 유보를 했다고요.”

    “!”

    재환은 그 이야기를 슬쩍 흘려달라면서 임창훈 실장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대략적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모르는 회장님의 의사에 따라 일단 그런 식으로 혜성의 고위 임원의 술자리에서 슬쩍 퍼트려봤다.

    재환은 그 상황을 듣고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며칠동안 천천히 지켜보기로 했다.

    수면 아래에서 재환의 의지에 따라 대윤자동차는 2차 유찰이 될지, 외국계 회사라도 어떻게 팔아치울지 모를 상황이었다.

    “초조한 쪽이 먼저 연락하게 돼 있어. 초조한 쪽이.”

    재환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대윤자동차 외에 다른 일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딱 열흘이 되었을 때 비서의 연락이 왔다.

    “회장님.”

    “네.”

    “대한산업은행에서 온 연락입니다.”

    “산업은행의 누구인데요?”

    “은행장이라고 합니다. 받으시겠습니까?”

    “···킥!”

    재환은 통화 넘기라고 손짓했고, 자신이 수화기를 들었다.

    “네~ 전화바꿨습니다. 혜성그룹 회장 신재환입니다.”

    재환의 목소리를 들은 산업은행장은 다급하게 외쳤다.

    그리고 그걸 듣는 재환의 입꼬리는 점점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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