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24화 (124/244)
  • 124- 지금부터 회사 두 개 인수할거다.

    게임기 사업으로 혜성전자, 혜성쇼핑, 혜성게임즈를 전폭적으로 밀어줬던 회장 신재환.

    그리고 강력한 경쟁자인 소니아의 PS-2 출시 이후 첫 달이 지났을 때, 두 비디오 게임기의 경쟁은 M-BOX의 근소 우위로 첫 승기는 잡은 상태였다.

    “내비게이션··· 업계 1위로 잘 나가고 있고, MP3 플레이어··· 미국에서 엄청나게 팔려서 우리 주가 올려주고 있고, 비디오 게임기까지 라이센스로 이 정도 팔아주면 마이크로 컴퍼니가 돈다발 들고 찾아오겠지.”

    재환은 올해 혜성전자는 역대 최고급 매출을 올릴 것이 확실했다.

    그 세 신제품을 두고 재환이 직접 회장으로 발로 뛰어 줬으니 이제 담당 임원들에게 맡기고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것을 위해 먼저 핵심 간부들을 부르기로 했다.

    “지금 당장 기전실장하고, KRT 박 부사장, 그리고 혜성오토카 김 전무 회장실로 오라고 하세요.”

    재환은 둘을 부르고 이제 다음 사업을 준비했다.

    잠시 후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서 기전실장 임창훈과 KRT 부사장 박연성, 혜성오토카의 김광철이 들어왔다.

    “자, 앉으세요.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천천히 일 이야기 좀 같이 해보죠.”

    “네, 회장님.”

    재환이 소파 상석에 앉았을 때, 두 임원이 소파에 앉아서 차를 대접받았다.

    재환은 다즐링 홍차를 음미하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작년에 말했던 거 모두 기억하시죠?”

    2001년 12월.

    재환은 차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중요사업 중 하나로 자동차를 꼽았었다.

    혜성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 뒤로 삼신자동차의 이사 직함은 있지만, 이건호 회장의 배려도 출근 없이도 내부의 보고를 받으면서 큰 그림에 대해서는 같이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받았다.

    그리고 혜성그룹 수뇌부에서 삼신자동차의 지분 소유에 상용차는 곧 혜성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암암리에 알고 있었다.

    “김 전무님. 삼신이랑 상윤차는 요새 잘 팔려요?”

    혜성쇼핑 산하면서 삼신과 상윤의 자동차 유통망을 주관하는 혜성오토카의 김광철 전무는 현재까지의 상황에 대해 보고했다.

    “2월 총판매량이 12000대였습니다. 올해 안에 신모델이 두 개 나오는데 월 2만대 판매량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아성자동차나 기어 모터스에 비하면 아직은 밀렸지만, 차차 나아질 거로 생각하는 재환이었다.

    일단 삼신이 국산 엔진 개발을 르노어와 같이 하는데, 시간이 걸려서 그때까지는 기다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70억 달러대까지 갔다가 유찰된 대윤자동차 매각공고가 곧 있을 겁니다.”

    원래라면 작년쯤에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정부는 한해 더 미뤘다.

    “회장님, 산업은행과 재경부 내에 있는 정보를 통해서 들은 말인데, 정부가 월드컵 이전에는 매각공고를 할 것이라 합니다.”

    임창훈의 말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그게 낫겠네요, 그럼 앞으로 한 두세달 남은 건가?”

    올해 전 국민의 관심사는 한,일 공동개최로 벌어지는 FIFA 월드컵일 것이다.

    재환은 그 당시 미국에 있었지만, 한인타운 펍에서 호프집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4강 신화로 서로 얼싸안았던 기억이 있었다.

    ‘결과는 몰라도 그 열기를 젊어서 다시 느낄 수 있겠네.’

    뭐 월드컵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일단은 대윤자동차의 입찰이 먼저였다.

    “그래서 해외 쪽 상황도 알아봤습니까?”

    그 물음에 임창훈이 대답했다.

    “이번엔 확실히 지난번보다 경쟁자가 줄었습니다. 랜포드와 아성기어자동차그룹은 참여 의사가 전혀 없다고 합니다.”

    “확실해요? 그러다가 공개입찰 발표하면 슬그머니 들어오는 거 아니에요?”

    “아성차그룹은 이번에 금융업에 진출한다고 합니다.”

    “아~ 아성캐피탈하고, 다이너스아성···.”

    자동차업계가 금융업에 끼어든다는 것은 지금부터였다.

    이후 완성차 회사들이 우후죽순 캐피탈, 보험사,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을 인수하며 제조업과 금융업을 같이 하다가 2008년에 그 거품이 한 번 펑! 하고 터지지만 말이다.

    “그리고 랜포드 모터스는 영국의 SUV 제조사인 ‘로열로버 모터스’를 인수한 뒤로 소화 중입니다.”

    “그렇군요.”

    한때 55억 달러의 뻥카로 70억달러까지 서로 배팅을 했던 사이인데 알아서 떨어져 나간다고 하니 일이 수월해질 것 같았다.

    그래도 단 한 녀석은 계속 붙어있을 거지만 말이다.

    “결국, 변수는 제임스 모터스겠군요.”

    “아시아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이번에도 참여할 겁니다.”

    김광철 전무 역시도 국내에서 자동차 유통망을 운영하면서 현재 판세를 읽어나가면서 한 말이었다.

    재환은 현재 상황에 대해 오래 전 약속에 대해 말했다.

    “사실 아성자동차그룹의 정 회장님하고, 삼신그룹의 이 회장님하고 약속한게 하나 있습니다.”

    “아, 작년에 미래사업 기획을 할 때 하신 말입니까?”

    “네, 임 실장은 알지만 다른 분들 위해 다시 한번 말하죠.”

    모두가 재환의 말을 숨죽여서 들었다.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면서도 혜성은 승용차 쪽은 참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세단과 SUV대신 소형트럭과 경차, 버스, 트레일러 쪽으로 자동차 사업을 하기로요.”

    “···.”

    지금 재환이 하는 말을 듣고 회장님이 걱정하는 게 뭔지 조용히 계산하고 있는 세 명의 임원들이었다.

    “회장님, 그러면 창원 일대에 KRT외에 자동차 부품사들 알아보는 것은 상용차 위주로 알아보겠습니다.”

    박 부사장의 말에 재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세요. 아마 아성자동차의 협력사들과 경쟁할 우수한 품질의 유망기업들로요.”

    박 부사장은 열차사업 외에도 차기 자동차 사업을 위해 지금부터 분주하게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각자가 할 일을 먼저 회장에게 제안했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삼신과 아성과 약속을 해서 승용차 사업 진출 안 하기로 했다면, 혜성그룹이 어떻게 대윤자동차를 인수할 수 있는가?

    그것을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지금은 그저 회장님의 움직임에 따르기로 했다.

    지금은 아이디어를 내는게 아니라 충실하게 재환의 수족이 되어 움직여야 했다.

    “자~ 그럼 각자의 상황에서 JM모터스와 재경부에 대해서 계속 움직임을 살펴 주세요. 입찰공고 나온다는 말 나오면 바로 참여할 거니까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세 명의 임원들이 인사하며 물러나고 재환은 담배를 꺼내 물면서 달력을 봤다.

    “흐음~ 벌써 또 육공회 정상회담이 껴 있네?”

    아무래도 직접 이건호 회장이나 정목균 회장을 만나러 가는 것보다는 아들들끼리 이야기를 하는 게 더 편할 것 같았다.

    ***

    웨스턴 호텔에서 육공회 모임에 참여한 재환은 포커를 치면서 사업 이야기를 했다.

    “지난번에 빅딜은 잘 하셨어?”

    재환의 물음에 선길이 웃으면서 카드를 내밀었다.

    “좋은 거래로 끝났습니다.”

    두성과 신누리, 아성차그룹이 모인 3각 빅딜로 인해 아성차그룹은 방계회사인 단군산업개발을 두성에게 넘겨 두성건설로 만들어줬다.

    그 뒤로 두성은 신누리와 같이 물류센터 토지를 아성차그룹의 알선으로 적절한 값에 사들였다.

    “우리 빅딜도 잘 진행되고, 재환이 네가 이번에 새 프로젝트 한다는 건 뭐야?”

    현규의 물음에 재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카드 집고 이야기해야지.”

    “난 죽었어, 그냥 너희들 이야기나 들을게.”

    현규가 카드를 덮자 재환이 말했다.

    “이번에 대윤자동차 인수전에 우리 혜성이 참여한다.”

    “···.”

    “으음···.”

    삼신과 아성차의 자제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야기는 각자의 아버님들에게 꼭 전해줘. 차마 내가 직접 뵈기는 그래서 이야기하는 거야.”

    점점 육공회는 20대 재벌 자제들의 사교클럽 속에서 대규모 프로젝트의 수천~수조원대 정보가 오가는 판이 되고 있었다.

    “재환 형님, 자동차 사업에 대해서는 아버지와 많은 합의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응, 맞아. 절반!”

    앞에 있는 칩들의 반을 갈라서 앞에 꺼내자, 선길은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갔다.

    재환은 이제 바닥에 깔린 카드를 뒤집기 전에 말했다.

    “선길이도 그렇지만 현규도 아버님께 이 이야기 꼭 전해드려라.”

    그리고 카드가 열렸을 때, 선길의 패는 트리플 카드, 삼봉이었다.

    그리고 재환이 카드를 열었을 때, 숫자가 이어지는 카드가 5장, 스트레이트였다.

    “나는 3년전에 두 회장님하고 했던 약속을 충실히 지킬 거니까 이번 움직임에 대해서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고.”

    “후우~ 알겠습니다.”

    포커 승부는 재환의 승리로 끝이 났고, 거기에 대해 혜성그룹의 상황까지 말했으니 게임은 여기까지 하기로 했다.

    “형님들, 그럼 저도 하나 이야기 해도 됩니까?”

    선길의 제안에 재환과 현규는 카드와 칩을 정리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저희 분가 쪽인 백두그룹이 대규모 기업집단 해제된 이후로 그룹 재편성에 들어갔습니다.”

    “흐음.”

    백두그룹이라면 아성그룹 창업주 정형주의 동생 정인주의 회사였고, 과거 정목헌 회장과 같이 아버지를 경제련 회장으로 추대해준 곳이었다.

    “그중에서도 눈물을 머금고 매각하는 백두전자가 매물로 나옵니다.”

    그곳은 개인용 에어컨과 냉장고, 그중에서도 김치냉장고가 유명한 곳이었다.

    “집안일이라 말하기가 그렇지만, 아직까지 저희 아버지와 숙부님께서 사이가 불편하십니다. 그래서 아성전자는 이번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참여 안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잖아.”

    재환의 말에 선길은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MP3 플레이어 부품··· 지니어스의 플래시메모리를 아성전자가 계약했죠.”

    삼신의 플래시메모리 덤핑으로 인해 아성전자 역시도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나선 비책이었다.

    그래서 삼신과 아성은 2세대끼리 피터지는 덤핑 전쟁이 시작됐고, 혜성 역시도 아성전자의 반도체 납품건은 거리를 두고 있었다.

    “이건 이사회에 이야기해서 고려해볼 이야기네.”

    현규는 신중하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김치냉장고를 최초로 만든 곳이니 여러모로 백색가전에서 점유율을 높이기엔 큰 가치가 있는 회사였다.

    그리고 재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회장이 나니까 바로 결정할 수 있지. 나도 백두전자 입찰에 참여한다.”

    “뭐야? 그럼 둘이 경쟁하는거냐?”

    다른 자리에서 포커 구경하고 있던 최대현이 나와서 현규와 재환을 어깨동무로 잡으며 싱글거리고 있었다.

    “아직 모르죠. 결정은 회장님이 하실 겁니다.”

    현규가 한 발짝 물러나면서 말하자 재환은 이 자리에서 선언했다.

    “그럼 혜성그룹은 올해 백두전자 인수전과, 대윤자동차 인수전 두 곳에 참여할 거다. 투자할 친구들 있으면 말해주고.”

    재환의 당당한 선언에 모두들 긴장한 얼굴로 바라봤다.

    “근데 진용이랑 정인 형님 어디가셨어요?”

    “당구친다고 하던데? 옆 방에 지금 다이 설치한단다.”

    “오, 당구!”

    재환은 그쪽도 재밌을 거라 생각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포커나 당구같은 놀잇감 속에서 오늘도 엄청난 인수합병 이야기가 오간 육공회 모임이었다.

    ***

    한편 승지관에서는 재환의 말을 그대로 아버지에게 보고한 현규가 있었다.

    “그래서, 혜성그룹이 대윤차와 백두전자 인수한다고 했는데 가만히 있었단 말이냐?”

    “본인이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제가 뭐라고 할 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쯧!”

    이건호 회장은 서랍을 열어서 서류 봉투 하나를 현규에게 던져줬다.

    그것을 열어본 순간 현규의 눈이 점점 커졌다.

    “회, 회장님··· 이건?”

    “내가 전에 말하지 않았더냐? 진정한 친구로 생각한다면 너도 신 회장만큼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현규의 등골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아직 발표도 되지 않은 대윤자동차의 2차 매각공고에 대한 재경부 회의와 일정이 모두 적혀있는 초 A급 정보가 그 서류 안에 있었다.

    “회장님이 이걸 어떻게···.”

    “쯧쯧, 언제까지 사람 좋은 호구 역할을 할 것이냐? 그런 모임 가기전에 미전실장 만나서 상대가 못가진 무기를 가질 생각은 전혀 안 한게냐?”

    “죄송합니다.”

    “알았으면 다음부터는 정신 바짝 차리거라.”

    이건호는 그 기밀 자료들을 아들에게 건네주면서 승지관의 명을 내렸다.

    “백두전자 인수, 우리 삼신은 참여 안한다. 그 돈주고 인수할 가치는 없어.”

    “알겠습니다.”

    “그 뒤로 혜성이 대윤차까지 인수전 참여하고 어찌할지 지켜보거라.”

    “회장님 그러면···.”

    “언제부터 삼신가의 후계자가 남을 도와주는 정보통 역할을 하려느냐?”

    “···알겠습니다.”

    현규는 아버지의 지엄한 명에 고개 숙여 따랐다.

    “그만 나가봐.”

    “네, 회장님.”

    현규가 떠난 뒤로 이건호는 서재에 있는 삼우일보 신문이 눈에 들어왔다.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고?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그 신문에는 재환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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